[김준의 맛과 섬] [101] 고흥 황가오리회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입력 2022.06.22
황가오리 회와 간(애)/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잡사봐야 알어. 말로 설명하면 알겄소?” 맞는 말이다. 그 맛을 어떻게 말로 대신하겠는가. 탁자 몇 개 놓고 밥과 술을 파는 옴팍진 식당(도라지식당) 안주인이 하는 말이다. 남편은 한쪽에 서대를 갈무리하는 중이다. 점심 예약이 들어온 모양이다. 안주인은 혈육이 선명한 황가오리를 접시에 담는 중이다. 드디어 황가오리회 맛을 제대로 보는 모양이다.
황가오리회/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노랑가오리는 여름철 서남해안에서 잠깐 잡히는 탓에 식단에 올려두고 판매하는 곳이 많지 않다. 색가오리과에 속하는 노랑가오리지만 황가오리라 해야 그 맛이 떠오른다. 황가오리는 갯장어, 민어와 함께 여름을 대표하는 어류로 꼽힌다. ‘여름을 나려면 황가오리 신세를 져야 한다’는 말도 있다. 섬 사람들은 말려서 보관했다가 관절이 아프면 쪄서 먹기도 했다. 신안의 한 섬에서 만난 주민이 들려준 이야기다.
황가오리는 말렸다가 관절이 아플 때 약으로 쪄 먹기도 한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겨울철에는 태평양 깊은 바다에서 생활하다 봄이 되면 연안으로 올라와 모래와 갯벌이 발달한 내만에서 산란을 한다. 영광에서는 미끼를 끼우지 않고 빈낚시를 여러 개 매달아 이동하는 길목에 놓아 잡는다. 여수나 고흥에서는 미끼를 끼운 주낙을 이용해서 잡는다. 고흥 식당에서 만난 황가오리는 녹동에서 가져온 것이다.
황가오리/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기다리는 동안 열무김치, 깻잎장아찌, 콩나물, 부추숙주나물이 차려졌다. 이 반찬만으로도 점심을 해결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드디어 기다리던 황가오리가 올라왔다. 고소한 참기름장과 주인이 직접 만든 쌈장이 따뜻한 밥에 더해졌다. 안주인이 젓가락을 집더니 덥석 혈육이 선명한 회를 한 점 집어 참기름을 찍어 입에 넣어주었다. 주춤할 사이도 없이 입안으로 황가오리 한 점이 들어왔다. 익숙한 맛이다. 전라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찰진 한우 생고기 맛이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날까. 주인은 황가오리 중에서도 15㎏이나 20㎏은 되어야 이 맛이 난다고 했다. “인자 깻잎에 밥을 올리고 된장으로 싸 잡솨볼쇼. 맛이 다르요”라며 막 들어온 남자 여섯 명을 반겼다. 서대회무침을 주문한 단골손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