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사 미륵전앞 경내...]
반가운 한 통의 멜을 수신한다.
(상략)
오늘은
촉촉히 비가 오는 바람에
공연히 내 마음도 비에 젖어
제게 있는 유일한 자랑보따리
하나 풀어보려 합니다.
'걸어서 하늘까지' 라고 명명한
못난이들의 모임이 있습니다.
(중략)
매월 둘째 주 토요일은 우리들의 날입니다.
5월의 둘째주 토요일은
비가 온다는 예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0시에 만났습니다.
호남 고속도로를 달려 김제 IC로 빠져나가
금구 면사무소 앞 '예촌'에 갔습니다.
전라도식 된장 비빔밥에 양재기에 주는 잔치국시에
찜닭으로 포식을 하고
금산사 비온 뒤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우리가 모두 차지해 버렸습니다.
인적 없는 금산사의 오후는...
(하략)
그래
언젠가 들었었지...
봄에는 모악산이라고...
그러나
그땐 핵가족 부부들의
한갖 사치로움으로만 보였고,
우리들과는 무관한
남들 이야기로 여겼건만...
이제는 우리도
떠나보자.
그렇게
아내를 꼬드긴다.
그래도
작정한 마음속에서 반란이 인다.
이제는 옆에 안계신 부모님께 죄스럽다.
모악산의 넉넉한 자연에 배치한
금산사의 구석구석이 아름답다.
경내 보리수 나무아래 앉아 생각한다.
자신의 아들에 의해 유폐당하고 비분강개했던
TV 사극 <태조 왕건>에서의 견훤의 모습을....
터덜터덜 내려온다.
역시
거기에 찻집이 있구나.
‘산중다원’
[금산사 전통찻집인 "산중다원"...]
대추차 한 잔 마시고
찻집 앞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계곡 한 번 하늘 한 번 쳐다보며
뭔지 모르지만 감사를 드린다.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
네비게이션에
무작정 '예촌’을 찍는다.
금구면사무소 앞
500년된 느티나무가 앞에서 버티고 있지만,
‘예촌’은 다소 초라한 겉모습을 하고 있다.
자그마한 여닫이를 열고 들어가니
거기엔 어릴적 맛이 있다.
콩나물 밥, 무우 비빔밥, 상추비빔국수...
맛있다.
배가 부르니
사방이 눈에 들어온다.
천정에서 내려뜨린
시를 읽어본다.
아,
거기에
어머니가 계신다!
읽고,
또 읽어본다.
소야 신천희
마음도 얼굴도 이쁜
여류 시인이리라...
짐짓 지레 짐작한다.
외상값
어머니
당신의 뱃속에
열달동안 세들어 살고도
한 달치의 방세도 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
몇년씩이나 받아먹은
따뜻한 우유값도
한 푼도 갚지 못했습니다.
그 것은 어머니
이승에서 값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저승까지
지고가려는 당신의 대한
나의 뻔뻔한 채무입니다.
- 소야 신천희 -
일부러 국도로 돌아온다.
연두색도 여럿임을 또다시 깨닫는다.
김제 금구 - 전주 - 완주 - 대둔산 - 대전
집에 오자마자 컴을 켠다.
소야 신천희
여류시인이 아님을 안다.
자칭 땡초중,
금구면 용봉리 마을 들머리에
토굴을 트고 사는 동화작가이며
시인 스님 신천희.
그와 사이버상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오월 스무날 잠을 잔다.
오월의 자연을,
견훤의 울분을,
땡초중 소야를,
조용히 알려준
한번도 근무한
사실이 없으나,
언제나 넉넉한
모니카 님께도,
감사의 축원을
드리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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