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한남동 관저 ‘홈 만찬’, 尹이 직접 계란말이 대접할수도
기시다 총리, 첫 일정으로 현충원 참배할듯
김동하 기자
입력 2023.05.04. 18:06업데이트 2023.05.05. 01:15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후 부부 동반으로 대통령 살림집인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을 함께한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방일 때 도쿄 번화가에서 한일 정상 부부 만찬을 진행한 후 50여 일 만에 서울로 무대를 옮겨 친교 일정을 이어가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와 지난 3월 16일 도쿄 긴자의 한 스키야키·샤부샤부 전문점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내외는 기시다 총리, 기시다 유코 내외와 만찬을 함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이날 한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만찬은 윤 대통령 부부가 사는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진행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경우 양국 정상 부부가 ‘홈 파티’ 형식으로 친교를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이 작년 11월 초 한남동 관저로 이사한 후 공식적으로 초청한 두 번째 외빈인 셈이다. 윤 대통령은 작년 11월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관저의 가족 공간으로 초청해 환담을 진행했었다. 여권 관계자는 “일본 정치인들은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고 한남동으로 이사한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기시다 총리 부부가 선호하는 곳이 있다면 도쿄 만찬 때처럼 자리를 옮겨 ‘2차 만찬’을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만찬은 숯불 불고기 등을 포함해 한식으로 진행된다. 대통령실 한 참모는 “당일 분위기가 괜찮다면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 부부에게 직접 계란말이를 요리해 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 방송에서 계란말이와 불고기, 김치찌개 요리 솜씨를 선보인 적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이사하기 전인 작년 5월 서울 한남동 관저 전경. /남강호 기자
두 정상이 마주한 만찬 자리에는 우리 쌀로 빚은 청주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우리 측에서 선호하는 주류를 선택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손님으로 오는 기시다 총리가 선호하는 술이 있다면 그것을 준비하려고 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가 일본 술(사케)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비슷한 맛을 내는 청주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두 정상의 3월 도쿄 만찬에선 일본산 ‘에비스’ 맥주와 기시다 총리 지역구인 히로시마산 고구마 소주 ‘가모쓰루(賀茂鶴)’, 한국산 소주 ‘진로이즈백’ 등이 상에 올랐었다. 이번에도 청주를 포함해 몇 가지 술이 준비된다고 한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두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안보와 첨단 산업, 과학기술, 청년·문화 협력 등 양국 간 주요 관심사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며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한은 양국 간 셔틀 외교가 본격 가동되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을 잇달아 연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기시다 총리는 7일 서울에 도착해 정상회담에 앞서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현직 총리의 현충원 참배는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공동 선언이 도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동 기자회견이야 하겠지만, 거기서 어떤 선언이 나온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며 “협의를 거치고 실제로 정상회담을 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가 회담 의제에 포함될지에 대해선 “아직 양국 간 의제와 관련한 협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결론이 날진 모르겠지만, 국민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그 부분을 우리가 굳이 현안에서 제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