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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08
기후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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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러운 폭우로 경제적 약자층이 사는 반지하집이 물에 잠기는 모습을 그린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CJ ENM
기후변화로 가뭄과 사막화, 물 부족과 식량 부족이 심각해지면 어느 나라가 가장 힘들어질까요? 부자 나라는 아닙니다. 부자 나라는 지금까지 산업 발전을 추진하면서 엄청난 온실가스를 공기 중에 내뿜었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를 불러온 장본인이죠. 그러나 부자 나라는 벌어놓은 돈이 많다 보니 기후 재난을 막는 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요. 또 피해를 봐도 복구할 경제적 능력이 있지요. 반면 가난한 나라는 재난을 막을 시설도 부족하고 피해를 복구할 돈도 없어요. 가난한 나라일수록 기후변화를 견디기 어려울 거예요.
이처럼 가난한 나라가 기후변화를 일으킨 책임이 없는데도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보는 것을 '기후 불평등'이라고 해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1970~2019년 전 세계 기후 재난 사망자의 69%가 가난한 나라 46곳에서 나왔어요. 하지만 이때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4%만 가난한 나라가 만들어냈어요. 온실가스의 약 80%는 우리나라가 포함된 주요 20국(G20)의 선진국이 배출하고 있습니다. '국가 간 기후 불평등'이 큰 상황이에요.
같은 나라 안에서도 가난한 사람일수록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커요. '국가 내 기후 불평등'도 심각하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국제 구호 개발 기구 옥스팜과 스톡홀름 환경 연구소 등의 연구진 자료를 보면, 상위 10% 부자가 하위 10%인 가난한 사람보다 기후변화의 원인인 탄소를 최대 40배나 많이 배출하고 있다고 해요. 세계 불평등 연구소의 자료에서도 북미 지역의 경우 소득 상위 10% 그룹의 사람들이 배출한 탄소 배출량이 하위 50% 사람보다 7.5배나 많았어요. 동아시아에서도 이 수치가 12.5배로 나타났대요. 전 세계로 넓혀 분석해 봤더니 이런 탄소 배출량 차이가 평균 4배였다고 해요. 국가 내 기후 불평등이 심각한 나라가 많은 거예요.
기후 재난으로 인한 손실과 피해는 가난한 나라에서 일어나는데, 기후 재난의 원인을 제공한 나라는 잘사는 선진국이지요. 이런 기후 불평등 문제가 지난 2022년 열린 유엔기후협약 27차 당사국총회(COP 27)에서 제기됐어요. 이어 지난해 28차 총회(COP 28)에서는 선진국이 돈을 모아 저개발국을 돕기로 결정했어요. 7억달러(약 9300억원)의 기금이 모였다고 해요. 기후 불평등은 앞으로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 더 커질 것으로 보여요. 부자 나라들은 가난한 나라에 주는 보상을 늘려야 할 것입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복지 확대 등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을 보살펴 주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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