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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대전 중구 선화동에 있던 충남도청이
이전한 곳이 홍성과 예산의 중간지점인 내포신도시다.
내포신도시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산이 있다.
홍성에 있는 용봉산(해발 381m)이다.
용봉산에서 바라본 내포신도시는 '황량'하거나 또는 '삭막'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만큼 넓은 벌판에 우주정거장같은 독특한 모양의
충남도청 청사와 몇개의 공공기관만 덩그랗게 서있다.
내포신도시를 굽어보고 있는 용봉산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바위로 쌓아놓은듯한 매우 아기자기하고 재밌는 산이다.
정상 능선까지 올라가려면 경사가 심하지만 능선 곳곳에 솟아있는
봉우리는 조물주가 마치 바위로 조각해놓은것 같았다.
한곳의 바위봉우리를 지나면 또다른 기암괴석이 우뚝 솟아 절경을 이룬다.
용봉(龍鳳)이라는 지명은 산세가 용의 형상에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는데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능선의 한쪽끝에서 바라보면
틀린말은 아닌것 같다.
용봉산은 정상에 오르는 산이 아니라 능선을 타고 산을 일주하는 산이다.
정상이라고 해도 오르는 시간상으로는 금방 올라갈만큼 낮다.
다만 숨이 찬다. 가파르고 바위를 타고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정작 힘든것은 능선을 걸으며 봉우리를 섭렵하는 것이다.
능선을 타고 오형제바위, 칼바위, 공룡바위등 저마다 사연이 있는
바위봉우리를 오르내리면서 주변 산하(山河)를 바라보면
가슴이 탁트이는듯한 상쾌한 기분이 든다.
이날 용봉산에서 '춘래불이춘(春來不以春)'이라는 말은 옛말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봄이 급했나보다. 벌써 초여름이 산중턱까지
올라왔다. 반팔을 입고 산행하는 등산객들도 간간히 보였다.
하긴 나도 바람막이와 플리스자켓도 벗고 집티만 입었다.
능선은 형형색색의 아웃도어를 입은 등산객들로 인산인해였다.
전국 각지의 등산동호회에서 시산제를 지내기 위해 온 인파로 북적거렸다.
용봉이라는 이름과, 기암괴석이 웬지 영험하다는 인상을 주는데다
그리 높지않은 산세가 시산제를 지내는데는 안성맞춤인것 같았다.
하지만 화창한 봄에 유명한 산을 오르며 절경을 감상하고 자연을 음미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노롯이다.
사람에 치이다 보니 편히 인증샷 찍기조차 힘들다.
바람은 또 얼마나 거센지 날라갈까봐 쓰고있던 모자를 쥐고 다녀야 할 정도였다.
다행히 서쪽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강했지만 따스함이 묻어있었다.
강렬한 봄볕, 서해 강풍, 그리고 산행인파속에서 3시간여 동안 정신없이
산능선 바위길을 내달렸다.
산에서 내려오니 주차장엔 여기저기 잔치집이 따로없었다.
등산객들은 시산제를 끝내고 가져온 음식을 먹는 수준을 넘어
아예 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둘러않아 삼겹살을 굽고 찌게를
끓여먹으며 술잔을 들고 '위하여'를 외쳤다.
우리나라 산행문화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난 광경이었다.
우리 일행은 산행을 마친뒤 장날이 열린 인근 덕산으로 향했다.
덕산시장을 돌다가 우리가 선택한 식당은 '덕산복집'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된 덕산복집의 생복국 맛은 일품이었다.
밑반찬으로 나온 젓갈은 씹는맛이 고소했고 김치는 사각사각한
시골김치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무엇보다 갓 채취한 '아욱'을 광주리에 가득 내놔 복국에 데쳐먹으니
향긋한 봄의 미각이 입에 척척 달라붙었다.
막 뜸이 든 고슬고슬한 잡곡밥을 납작한 막사발에 담아 놓으니
배가 불러도 또 손이 갔다.
봄볕에 땀흘리며 바위산을 탄뒤 별미까지 맛보고 귀로에 도고파라다이스
스파비스에서 온천욕까지 하고 나니 용봉산 산행이 더 새로웠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맛에 봄나들이에 나서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