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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토와 소지의 올바른 이해
도예에 있어 '점토' '소지'는 무엇이 다른가?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요업국이라고 지목 받는 3대요인은 천연적으로
주어진 요업
자원, 우리 선조로부터 내려오는 요업데 대한 탁월한 민족적 소양 및
풍부한 노동
력 등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천연적으로 주어진
풍부하고 우
수한 요업 원료이다. 즉 카올리나이트, 납석, 규석, 장석, 석회석, 활석, 돌로마이트
등과 같이 중요하고 유용한 요업원료가 질적으로 우수하고 양적으로
풍부하게 산출
된다.
이와같이 비금속 광물자원은 금속 광물과는 달리 대부분 광석 자체를
분쇄, 반죽,
성형, 소성등의 공정을 거쳐서 제품화하기 때문에 이들 광물의 조성
및 조직(구성
광물의 형태,크기, 배열상태등), 물리적 성질, 화학적 성질 등이 최종
결과물에 크
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따라서 도자물로서 요업원료를 사용함에 있어서는 점토나
광물의 모든 성질을 충분히 파악하는 것이 그 원료를 유효하게 이용하는 중요한 요
소가 될 것이다.
점토의 분류
점토는 채굴지나 생인으로 보면 1차 점토인 잔류점토(분해된 암석부근이나 인근에
남아있는 점토)와 2차 점토인 퇴적점토(바람이나 물에 의해 암석으로부터 멀리 운
반되어진 점토)로 분류됨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1차 점토의 특성은 침식작용을 덜 받아 입자가 굵고,
가소성이 적으
며 불순물이 거의 없어 백색을 띠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산출
되는 질 좋은 카올린을 들 수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우리의 품질 좋은 카올리나
이트(고령토의 일종)의 내화도는 대략 1790도씨 이상이며, 흰색의 소성색상, 우수
한 성형특성, 화학적 안정성과 높은 내화도 등으로 고급 내화물 원료로 인정받고
있다.
2차점토는 가소성 점토라고 하는데 보통 클레이로 불리는 퇴적점토를 칭하는 말이
다. 광물질이나 기타 유기물의 혼합되어 입자가 미세함으로 가소성이
대단히 크고
엷은 노란색이나 흰색을 띠는 결합점토이다. 접착성이 뛰어나다는 영국의 보올클레
이나 미국의 화산재로 형성된 벤토나이트, 값싼 홍콩점토 등 모두 수입에 의존하는
가소성 점토들이다.
점토의 중요한 성질
점토의 중요한 성질은 요업에 있어 성형능력, 건조강도, 건조수축, 소성수축, 내화
도, 소성색상 등이다. 일반적으로 성형능력을 크게 하려면 알갱이가
작아 미립자가
많고(가소성 점토류), 진흙의 부식산이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수축률을 적게 하려
면 반대로 미세 입자의 함유량이 적어야 한다. 또한 건조강도를 크게
하려면, 가소
성이 풍부한 것 외에 입도 조성이 적당해야 한다. 여기에 내화도가 높아지려면 알
루미나의(카올린→알루미나의 실리카의 주요 공급원)함유량이 많아야하며 염기성
성분의 양은 적어야 한다. 착색현상에 대해서는 산화철이나 산화망간과 같은 착색
산화물의 함유량도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러므로 점토를 요업원료로 사용할 때에는
흔히 용도를 밝혀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카올리나이트, 할로이사이트 등은
주요 구성광물 이름을 나타낸 것이지만 내화점토, 석기점토 등은 주된
용도를 밝혀
부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일한 점토만으로는 도제가 될 수 없어 다양한 점토류나
광물의 특성을
가감해 용도에 맞추고 도자물의 태도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것이 소지에 있어 가장
중요한 특징을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
그 예로 국내 대표적 제품 소지를 통해 점토의 특징을 나열해 보고자
한다.
백자소지
청자소지와 백자소지 중에서 청자소지는 취급되고 있지만 소성 전,후
소결에 상관
없이 백색을 띠며, 대형의 물레성형이 가능한 제대로 된 백자소지는
특별 주문하지
않으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백자의 원토가 저질 자기소지의 주원료
인 도석과 시장가격에 경쟁력이 없고 여기에 길들어진 도예인들이 전통 백자소지의
좋은 점을 알지 못하는데 문제가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사용되어온 이 소지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수공예적인 우수한 성
형특성을 가진 소지로, Al₂O₃는 점토와 고령토에서, SiO₂는 도석과 납석(수비
소지인 경우 사토를 이용)에서, k₂O와 Na₂O는 장석에서 구하고, 태토조성을 조
절한 배합토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카오린이나 점토중에서 점력 좋은 원토를 그
대로 사용할 경우 건조강도, 발색, 소성 등 흙 힘이 좋아 대형의 물레성형이 가능한
제대로 된 백자소지가 될 것이다.
이렇게 유사한 백자소지의 제조법이 이미 알려져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눌
날 여주,이천등지의 소규모 흙 공장의 열악한 환경으로는 품질을 살리거나 좋은 전
통 백자소지를 생산하여 이익이나 수요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교육현장의 비 전
문성에서 비롯된 산업도자나 조형도자, 심지어 전통도자를 가르치면서도 점토의 성
격을 가지리 않는 조합토 일색의 도자원료나 소지에 대한 이해 부족이
맞물려 생긴
현상이라고 본다.
자기소지
현재까지 백자소지로 잘못 알려져 엉뚱하게 사용되고 이 소지는 위의
백자소지와
는 그 조성이 상당히 다른 것이다. 회색 빛이나 소성과정에서 자화하면 최종 결과
물이 백색을 띠는 것으로 대부분 산업도자에 쓰이는 주입성형용 소지이다. 이는 흰
색의 자기류나 장식 소품 등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대량생산 제품용으로 개발되어
슬립캐스팅이나 기계 가압성형용의 산업적 생산에 알맞은 것이다. 그러므로 입도와
가소성이 요구되는 물레성형이나 수공업용으로는 부적당한 소지이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이것을 백자소지로 가르치고 물레용으로 사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저질 카오린을 함유한 도석(도석은 점토질의 토상 광물의 불순물 혼합형태로, 광
물의 이름이 아니고 단미로 소성하여 자기화 함으로써 사용가능한 도자기의 원료)
화된 원료에서 카오린을 취하고 백색도와 내화도는 B급 광물질로 해결하는 등 이
물질이 많아 그대로는 도저히 쓸 수 없어 볼밀에서 장시간 갈아나온
경제성 있는
결과물이다. 그러한 이유로 소지의 입자를 현미경으로 보면 완전한 구형으로 그 특
성이 일목 드러나 있다. 이 소지는 방치하면 물기가 있어도 단단해지고 그러다가도
사용시 만져주면 다시 부드러워지기도 하지만, 가소성이 적어 구부려보면 부러지듯
이 갈라지고 특히 물레성형 시에 물기가 조금만 많아도 주저앉아 버리는 등 값싼
점토 광물인 도석을 태토로 이용한 수비 소지임을 피할 수 없다.
물론 앞서 언급하였듯 실질적인 백자소지가 거의 생산되지 않는 현실에서 최근에
는 수
입 가소성 점토(볼클레이, 홍콩점토)를 더 첨가하여 물레성형에 적합하도록 제
조하고 주입성형용 자기소지를 백토로 부분 개선한 제품이 나온 바는
있다.
옹기토
이것은 적당량의 철분을 함유하고 불순물이 많은 점토질 광물을 분쇄하여 가공한
형태로 제품화되고 있는데, 원래는 수비과정이 거의 없는 산지 채굴상태 그대로의
생점토형태가 대부분이었다. 다시 말해 이것은 가공 배합소지가 아닌
2차 점토와
광물이 뒤섞인 형태로 채굴되는 황토류의 결합점토이다. 국토 전역에서 산출되는데
철분이나 불순불이 많아 고급식기류에는 사용할 수 없어 질이 낮다고
하지만, 이것
은 우리 나라 가소성 점토의 대표적 형태로 소결범위가 넓고 수공예적
가공성이 풍
부한 이유로 옹기제작에는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조소용이나
테라코타용으
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 나라는 질 좋은 카올린계(일명 고령토) 광물은 많이 산출되지만 철분
이나 불순물이 적으면서도 백색도가 뛰어난 질좋은 2차 점토(가소성점토)는 발굴되
지 않아 도자공업에 지장이 많다. 대부분의 도자공예품을 만드는 소지에 가소성 좀
토의 요구가 많아 수입에 거의 전량을 의존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측
면에서 볼 때 우리의 옹기토에 대하여 백색도를 보강하는 방법, 혼합점토의 연구,
카올린을 태토로 하는 불심 좋은 전통 백자소지의 생산은 더욱 아쉬운
실정이다.
산청토
80년대 말 한때는 이곳의 산지의 광산개발은 대단한 붐을 일으킬 정도였는데, 이
것은 당시 대학에서 오브제 조형이 확산된 것과 관계가 있다. 그만큼
일반 도자용
소지로는(청자, 백자, 분청,
자기소지) 성형에 어려움이 있어 조형도자를 위한 잘
깨지지 않는 조형 점토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겪던 일이다. 즉, 점도 좋은 가소성을
가진 지표면의 점토에 수축력이 적은 광물질인 규사질 혼합(모암에서
자연풍화가
진행되는 점토광물의 형태와 1차에서 2차점토의 변화과정에서 생긴
점토류의 집합
체-수비 안된 카올린류)점토로 이루어져 수축이 적고 소성에도 잘견디며 점력까지
좋아 개발가치가 많았다. 그러나 이것도 위의 옹기토와 비슷한 자연
채굴코의 성격
인데, 산지마다 조금씩 다르고 같은 채굴지 안에서도 그 성상이나 분포도가 달라
주요 성분이 (특히 철분-요업원료의 품질을 좌우하고 백색도 즉, 발색에 영향이 가
장 큰 성분)일정하지 못하다. 이러한 산청소지의 채굴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사
용하기에 까다로운 점도 없지 않았다.
지금은 이러한 점토류가 많았던 경남 산청군 일대의 산지는 거의 고갈되었지만,
이 같은 수요가 계속 있어 여타지역에서도 '산청점토'라는 이름으로
발굴하여 보급
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수입에 의존하는 가소성 점토류도
좋지만 여기에
못지 않은 산청점토류는 우리의 대표적 가소성 점토인 옹기토와 카오린(백토 원토
라고 함)의 혼합토를 보면 가장 적절한 것인데, 카오린의 조절에 따라
밝은 색도
가능하므로 조형작품이나 분청에 활용하는 등 이의 적절한 응용이 도예게 전반에
필요하다고 하겠다.
조합토
미색의 조형소지로 산청토 이외에는 선택의 대안이 없는 시점이라, 전공자들의 오
브제 성형으로 학교실습의 기본소지가 되다시피 하였다. 외국 석기용
소지가 국내
원료와 배합된 것으로 '조합토'라는 점토류로 지칭하기보다는 '조합소지'라는 말이
더 적절할 것이다. 산청토와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백색도가 나은 것,
즉 순수한
백색은 아니며 불순물(의도하여 첨가하지 않은 모든 불필요한 성분)이
많았지만 발
색은 산청토보다 나은 점도 있고 또 일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배합토 성향치
고 솔직히 사용할 때마다 안료발색의 색상이 문제가 될 만큼 엉터리
제품일 때가
많아 피해 본 일들을 상기해 보면, 전문소지 생산 업체가 아닌 열악한
가내수공형
태 업체가 대부분인 환경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산청토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가소성과 점성도가 뛰어난 반면 수
축이 적어 큰 기물을 만들 수 있는 '소지'라는 점에서는 공통사항인 반면에, 조합토
는 샤모트의 첨가로 인한 단점이 큰 문제로 지적되었다. 우선 샤모트의 입자가 산
청토보다 표면 긁힘이 크고 소지와 유약의 장력과 수축비율이 크게 달라 피일링 현
상으로 유약이나 안료의 융착이 어렵다. 이러한 소지에 맞는 일부의
비슷한 유약이
있다 하여도 무기재료의 특성상 소결 후 팽창계수가 크게 달라 시간이
지나면 소지
에서 유약이나 안료가 떨어져나가는 현상이 생긴다.
다음으로는 소지자체의 문제인데, 조성 성분을 보면 요업 내화물과 흡사하나 구송
제작물 용도로 사용되고 있고, 내화물의 제작법과는 다르며 내화물 소결도보다도
낮은 공예품(조형도자)가공을 위한 제작으로 전혀 다른 특성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
다. 다시 말해 내화물은 소결온도가 공예도자보다 크게 높을 뿐만 아니라 소결물의
성형이 주로 가압형태로 소지의 치밀도가 큰 반면에, 이것이 도예용일
경우 가소성
을 이용하여 수공성형방법을 사용하므로 이는 자화되어도 치밀도가
약해 작은 충격
에도 쉽게 금이 갈 수 있다. 또한 점토의 소결만으로 샤모트를 묶어두는 형태라 이
것은 유약과 마찬가지로 소지의 구조성분이 불완전 융착과 부분 소결로 흡수율이
높아 수분침투가 생기면 시멘트와 같은 형태로 분해 파손되므로, 특히
장시간 환경
에 노출되어야 하는 도자조형 오브제난 도자 환경조형물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러
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몇몇 우사제품이 나오기도 했지만, 샤모트 대신
자체 제품원
료의 수비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을 활용한 것이나 내화토와 샤모트를
일부 대치한
차이가 있을 뿐 제반 문제점들을 크게 개선하지는 못하였다.
이 소지의 특징에서 볼 때 샤모트에다 점성이 강한 가소성 점토 등을
결합제로 넣
어 성형하는 산업체의 샤모트질 내화갑 재료나 두꺼운 도기제품의 생산 등에 사용
하듯 내활물 소지와 그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한 소지에 대한 결론적 의미를 하나 덧붙여 본다면 가소성이나 점력을 요
구하면 할수록 건조수축이나 소성수축이 반드시 커질 수 밖에 없는 비례적 현상이
문제로 동반된다. 이것은 소성이라는 열처리 과정을 거치는 요업원료의 특수성이
갖는 '필요 불가결한 요업의 딜레마'라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극단적 두 가
지 요소를 동시에 만족하는 요업원료나 도예용 소지는 있을 수 없다고
봐야 할 것
이다.
이유는 앞서 나열된 많은 설명들로 이미 이해되리라 보여지며 이 때문에 요업이나
도자산업용 소지에 있어서는 수축이 적을수록 건조나 소성의 변형, 파손 등 불량률
이 훨씬 적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산업체의 소지는 미세 샤모트 뿐만
아니라 첨가
물(점토질을 내화토, 규회석, 납석 등 광불질로 대체함)을 통해 수축을
최대한 줄이
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가소성을 포기하는 방법이 시도되어
왔다. 일종의
기계적 가압성형이며, 더 극단적으로는 건식 성형법 등의 다양한 요업장식 성형법
들도 점토의 가소성(점력)을 잃음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반면에 공예도자의 경우는 어떠한가? 내화용 소지에 가깝고
불에 잘 견디
는 까닭에, 큰 기물이나 복잡한 조형이 가능한 '조형토'라는 배합소지를 얻음으로써
우리는 무엇을 읽게 되었는지 한번쯤은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한다.
위의 글은 월간 Crart 4월호에 기재된 도예가 이재삼씨의 글을 옮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