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은 이 세상에서 꼭 70년을
숨쉬고 살아 온 세월이다. (비슬산)
그 5월에 공교롭게도 내가 외도를 했다.
내 전공은 생화학.
그 분야를 대학서부터 10년 공부했고,
강단에서 가르쳤고
연구실에서 씨름을 했다.
그런 내가
'어르신'이라고 듣는 70세가 되어,
그 분야와는 전혀 동떨어진 수필을 쓴다고 껍쩍거렸다.
외도다. 반란이다.
그리곤 월간지에 투고하여 채택된 것.
요청 대로 당선소감을 보냈고 잡지에 실려 부족한 내 글이 책으로 인쇄되는 호사를 누렸다.
오호?
연못에 연잎과 꽃들이 가득 찬 6월에,
국내 수필 심포지움과 신인상 수상식이 대구에서 열렸다.
신천지 코로나로 인식된 대구에서 행사가 치뤄진다니 주변에 말하기가 망설여졌다.
물론 지금은 전혀 상관 없지만 한번 낙인이 찍힌 곳은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남편에게는 수필반 멤버들과 문학기행 간다고 말하고 집을 나섰다.
지난주에는 합창단 멤버하고 1박 2일 수련회 간다고 했었는데,
이번주에도 간다고 하니 면목도 없고
부담주지 않는 것으로 보답했다.
말 안하고 가는 깊은 속 뜻을 알까?
나중엔 알겠지. 모르면 할 수 없고.
귀한 동지 두분이 따라 나섰다.
같은 일현문학회 회원 중 의리있는 이송은, 김순란 샘.
한국수필 회원인 장수자 선생님도 가려고 했었지만 특별한 사정이 생겼다.
마음이 큰 분들, 두분이 동행했다. ~~
'대단하십니다'
미안하고 고마운 분들
6월 23일 12시 반에 사당동 민영 주차장에서 출발.
마스크를 하고 여행을 해야 한다니 쫌 으시시했다.
대구 비슬산 자락에 위치한 아젤리아 호텔에 도착
푸른 하늘에 확 뿌려진 구름이 한 폭의 수채화다, 한 편의 수필이다.
비슬산이란 의미는
정상에 있는 바위 모습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생긴 명칭이라고 했다.
'진달래 호텔'이라고 했다면 조금 식상하게 느껴졌겠지만,
'Azalea' 란 어감은 산속에 있다는 존재감을 느끼도록 해주었다.
나만 그렇게 느꼈을 수도....
온 사회가 그렇듯이
어김없이 이곳에서도 입구에서부터
체온을 측정하고 방명록에 싸인을 하고~~
데스크의 전행자들 마스크가 왠지 아프게 느껴졌다.
격리시설에 들어가는 느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석했다.
우린 맨 뒤의 청년들 바로 앞자리에 앉았다.
사회적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첫 순서는 두분 교수의 강연 시간.
주어진 시간이 이십 분이라 연사들에겐 촉박하게 느껴진 것 같다,
짧은 시간 안에 자기 발표 내용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표현해야 하는 고충이 우리에게 느껴졌다.
고맙게도 나누어 준 책자에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먼저 '한국 수필의 현황과 전망'이란 주제로 오양호 교수가 발표했다.
수필을 다섯 분야로 정의를 내렸다
A. 비허구적 산문, 범칭 수필의 정의
1. 수필이다
2. 교술이다
3. 어름문학이다
4. 에세이다
5. 산문이다
B. 한국 수필의 현황
1920년대 노자영의 '사랑의 불꽃'이 조선문단에서 일으켰던 소동부터,
한국 수필이 문학의 한 장르로서 처해있는 현황을 밝히고,
오늘의 수필은 어떠한가를 작품을 예를 들어가며 지적하였다.
마지막 단락에서 천문학자 갈릴레오에 관한 수필을 언급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종결 부분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강연
'한국 수필의 지평 확대를 위한 전망과 과제' 란 주제로
허상문 교수(왼쪽)가 발표했다.
1. 매장된 질문들을 꺼내며
2. 수필 문학의 정체성에 대한 재론
3. 수필 문학의 전망 심화와 확대를 위하여
4. 수필 문학의 장르 확산
5. 맺으며
허교수는
'수필이 새로운 시대 정신과 맞닿기 위해서 전통의 외연을 넓히고,
열린 사고와 전망을 지닌 작가 정신을 지녀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문학성을 갖추어야 하며,
많은 문장이 일상 언어가 아닌
문학 언어들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
결론에서
수필 문학이 삶과 세상을 좀 더 높은 차원으로 조망하고 종합할 창조력을 키우기 위해
품격 높은 문학이 되도록 노력하자' 는 말로 끝맺었다.
다음 작품상 및 신인상 수상식이 있었다.
보통 이런 행사에는 감투 쓰신 분들의 축사가 지루하게 줄줄이 있게 마련인데,
이번 행사는 촉박한 행사 시간 때문에 그런 순서를 삭제했는지,
원래 간략하게 이렇게 하는지,
한국 수필 최고!
축사 간결 yes! yes!
신인상 전달.
그동안 변하지 못했던 수동적 자세로부터 관성의 허물을 벗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
또한 이 시점에, 등단하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글을 쓰는 분들이 떠올랐고,
글쓰기를 망서리던 다른 사람들도
'저 정도라면 나도...'
라고
그들이 나로 인해 글을 쓰겠다는 용기를 갖게 된다면, 내가 이 자리에 서는 자격이 있으리라.
5, 6월 신인상 수상자.
5월의 수상자가 됐다
난 오월생이니까 ㅎㅎ
'비슬산 아젤리아 강당'
십년 전 오월에, 나는 수채화 전시하는 '신사동 '루나' 카페'에 있었다.
많은 생각이 지나가는 순간이었다.
현재 콘텐츠를 모드할 수 없다.
내가 글을 계속 쓰는 것은 잘 쓸 수 있는 희망이 보여서 쓰는 것이 아니다.
계속 쓴다면 희망이 보일 것 같아서 쓴다.
쮸삣하던 단상에서 내려오니 새 옷을 갈아입은 듯 달라졌다.
긴장되었던 표정이 미소 트렌드로 슬그머니 변했다.
함께 동행해 준 두 분은 행복한 에너지가 충만한 사람들.
이번 문학기행이 가슴 흔드는 낭만이 넘치는 여행은 아니겠지만,
우리의 새로운 관계를 위한 일품 여행임에는 틀림없겠지.
오늘 작품상, 신인상 받은 수상자들.
앗! 저 자리에 내가 안보인다.
나의 야무지지 못한 어벙한 성격이 탄로난 순간!
나는 주변을 서성이며 왜 외부인 보듯 저 분들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참석자들 모두 인증 샷,
맨 뒷줄 중앙으로 올라갔다.
저 많은 사람들을 보니 문득
강연 내용에 요즘 수필가가 양산되고 있어 우려 된다고 했는데, 희소가치가 떨어진다고.
온 국민이 수필가가 된들 어떠리 ~~
그로 인해 세상 품격이 조금 더 높아 진다면 그보다 더 좋을 일이 어디 있을손가?
몰매 맞을 소린가?
흥! 나는 신인이니께
행사 끝나고 저녁 식사.
각종 음식이 뷔페식으로 준비되어 있는 상.
셰프의 정성어린 손길이 느껴진다.
출발부터 행사 끝날 때까지 빈틈없이 진행한 주최측에 감사드린다.
깔끔한 숙소에서 침대 대신 요를 세장 깔고.
으흐흐흐
이 시간은 두분이 마스크 팩 하고 가족들께 소식 전하는 시간.
두 방이 서로 문이 연결되어 한 사람은 옆 방에서 따로 잘 수 있는 패밀리 룸 구조.
긴 밤시간을 이용해 오늘의 프로급 댄서 김순란 샘의 춤 구경하기로.
글 만 잘 쓰는 줄 알았더니 춤 꺼정?
입에 장미꽃 물고 추는 스페인 댄스인가? 라틴 댄스?
에잇 ! 상대가 없어 아쉽다.
상쾌한 아침!
대구 비슬산 산허리에서 싱싱한 공기를 폐 깊숙히 가득 채웠다.
저 멀리 보이는 산 병풍 속에 있는 아젤리아 카페에 앉아
강렬한 빨간 블라우스로 새롭게 단장하고
가볍게 아침식사를 끝내고 향긋한 커피 향기에 취했다.
아니 숲 내음에 ~~
축하 꽃 선물. 감사. 싱긋.
코로나 19사태로 이 지구의 모든 공동체가 한 생명체일 수 밖에 없음을 목도하며,
나 중심만의 작가가 되지 않고,
함께 공존하는 새시대를 추구하는 기도하는 작가가 되기를 ....
내 앞 길을 예비하시고 인도하시는 주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린다.
2020. 6. 25. 23: 00 .....金 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