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JB문화통신원
고태봉(장수) 2018. 6. 20.
“농부 서예가들의 마음 밭”
- 우공회를 찾아서 -
장계면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무주 방향으로 가다 보면 121호에 230여 명이 사는
<어전(於田)마을>이 나온다.
시골에 이런 규모면 꽤 큰 마을이구나 싶지만, 사실은 장수경찰서 계북파출소,
계북초등학교, 계북중학교가 있는 계북면 소재지의 마을이다.
본래 느릅나무 숲이 울창하여 <유전(楡田, 느릅나무밭)>이라고 하였는데, 넓은 들판의 뜻을 지닌 <늘밭>으로 부르게 되었고, 어전(於田) -계북면지(2016, 인쇄 : (주)컴브릿지). ‘느랏마을’, ‘느랏댁’ 등으로 부른다.-이라 쓰고 있지만,
마을 한가운데 있는 <계북면 종합복지회관> 앞의 작은 표석에는 <느랏마을>이라는 아름다운 한글 이름이 새겨져 있다.
2016년,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계북면 종합복지관은 계북면 주민들을 위한 강좌, 풍물, 인형, 생활서예 등의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1층 입구에 들어서면 먹향이 은근히 피어오르는 아담하고 깔끔한 공간을 만날 수
있는데, <우공회> 서예실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벼루와 먹이 놓인 책상을 마주할
수 있고, 노련한 솜씨로 나무에 새긴 <서화학당>의 편액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우측엔 단정히도 걸어 놓은 생활서예 글씨본들이 눈에 들어온다.
“참 곱다.” 생각하며 돌아서는 순간, 육중하고 굵직굵직한 서체들이 벽면 한가득
장식하고 있다.
우공회원들의 작품들이다.
<우공회(愚公會)>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이루는 그 무엇’이라는 뜻이
담겨 있는데, 그 무엇의 한 가운데에는 농심. 즉, 마음 밭이 들어 있다.
7천 평의 사과 농사를 지으며 바쁜 일철에 눈코 뜰 새도 없지만,
붓을 놓지 않고 있는 총무 ‘홍로 이은진’ -남, 50세, 계북면 어전-님
또한 농부서예가이며 2017년부터 회장직을 맡은 ‘양촌 윤창섭’
-남, 64세, 장계면, 망남 마을에서 3대째 주소 이전도 없이 살고 있다.-님
또한, 1,800평의 사과 농사를 지으면서 모임을 이끌고 있는데,
지역의 전통문화예술을 지켜가면서 회원 상호 간의 친목까지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하다.
2011년 2월 첫 전시를 시작으로 2014년 2회, 2016년 제3회 전시회를 했고,
2019년 제4회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동백서화예술대전>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들은 청운, 백암 선생님의 입상을 필두 -어떤 단체나 모임, 지역 따위의 으뜸이 되는 사람이나 일.-로
2018년에는 회장님의 특선과 다섯 명의 입선 등 6명의 회원이 출품하여 모두 입상하였다.
6월 13일 유난히 하늘이 맑은 날, 우공회의 어른이신 ‘청운 한규승’ -남, 88세, 계북면 어전마을-님과 ‘백암 강점복’ 남, 84세-계북면 백암마을-님을 만났다.
청운 선생님은 일제강점기에 초등학교를 졸업하였으나,
일본말만 배웠기 때문에 한글을 쓸 수 없었다.
1년여를 한글과 한문을 조금 배운 것이 전부다.
<발동기>
-반세기 전의 발동기는 숯이나 나무를 태워서 그 가스를 피스톤에 흡입시키고 전기 스파크로 폭발을 일으켜 동력을 얻었다.나무를 태우면서 장작이 밑으로 한꺼번에 쏟아질 때는 발동기가 순식간에 고속 회전을 일으키기 때문에 조심해야 했다. 시동을 걸 때는 소량의 휘발유를 사용했으며 후에 5마력 석유발동기를 썼다. -
를 돌려 타작을 하면서 먹고 살았다.
배움의 갈증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80을 넘긴 나이에 붓을 잡기 시작했다.
백암 선생님은 백암(흰바우)에서 장계까지 걸어서 중학교에 다녔으나, 장티푸스를 앓게 되어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별도로 사자소학과 통감 등을 1년여 배웠고 논농사, 밭농사, 수박 농사 등을 지으며 평생을 살았지만, 어릴 때 배우지 못함을 후회하고 계셨다.
배운 적이 없어, 할 말도 없다던 청운 선생님은 ‘만재 한규범’ 선생을 만나면서 꾸준히 서예를 연마한 결과 <전라북도 서도대전> 2회 입선, <동백서화전> 3번 입선, 5번의 특선을 통해 초대작가로 선정되었고, 백암 선생님도 <동백서화전> 4번의 특선을 통해 역시 초대작가가 되었으며, 정월 보름 마을의 행사에서는 달집에 붉은 ‘띠방’ -달집에 두른 붉은 띠를 띠방이라고 하였다.-을 둘러 가면서 새끼줄에 마을 사람들의 이름을 모두 적어 두고 무병장수를 기원하기도 하셨다.
두 분 모두 80을 넘긴 나이지만 우공회의 어른으로서, 삶의 선험자로서, 인생의 흔적을 써 내려가는 마음 밭을 갈고 계셨다.
장수에는 <장수문화원> 내 <장수군 생활문화예술동호회>가 운영되고 있고,
각 면에는 주민자치프로그램이 있어 일정 부분 강사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우공회> 역시 전시 또는 강사료 지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만재 한규범’ 님은 강사료를 받고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한 푼 쓰지 않고 있다.
<우공회>의 전시, 선진지 견학, 재료구매 등에 모두 재투자한다.
2천 두의 돼지농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회원 모두 더없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떡국 가리에다가 철사를 집어넣은 것 같은 서체를 추구한다.”고 했다.
참으로 농부 서예가다운 표현이다.
계북면 계향로에는 한지를 만들었던 ‘한기상’님의 한지 -장수 계남면의 ‘지소골’, 장계면의 ‘지보촌’, 계북면 원촌리의 ‘지소담’ 등은 닥나무를 심고 한지를 떴던 것에서 유래한다. 1970년대, 번암에는 3곳의 한지 공장이 남아 있었으며, 계북면 한기상 님의 작업장 건물은 아직 남아있다.- 작업장이 아직 남아있다.
수해가 일었던 어느 해에 만재 선생은 트럭으로 젖었던 한지를 사다가 회원님들의 붓글씨를 돕고 있다.
하지만, 그 또한 농부의 마음을 아는지라 종이를 아끼는 마음도 대단하다.
주로 새벽 4~5시에 일어나 연습을 하는데 먹을 갈지 않는다.
항상 맹물에 붓을 담가 맹물로 글씨를 쓴다.
마음대로 획을 그어볼 수 있으며 서체의 골격을 확인하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연습이 없다고 한다.
물론 먹과 종이를 아끼기 위해서다.
먹을 갈아 글씨 연습을 할 때도 종이가 까맣게 되도록 연습을 한 뒤 다시 맹물로 연습을 한다.
그 또한 부담이 없는 연습이면서 먹빛 때문에 운필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마음에 욕심이 생기면 편안한 글씨를 쓸 수가 없기 때문에 행하는 일이라고도
하였다. 따
라서 회원님들의 고마운 마음을 더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삶의 방식에서는 선생이 따로 없으며, 같이 배워나가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우공회>는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2018년 5~6월 열린 <백이 벼루학교>-백이는 장수의 옛 이름-에 참여하여
벼룻돌을 직접 다듬고 연마한 후 본인의 서체를 벼루의 바탕과 뚜껑에 조각하여
‘백이벼루’를 완성하는 색다른 경험을 가졌다.
윤창섭 회장님은 우공회가 서예를 바탕으로 자생한 모임이지만,
장수의 자연과 주변의 환경을 활용하여 실생활에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접목을 시도, 흥미를 유발하며 서예발전에 공헌하고 싶다고 했다.
이러한 우공회의 노력과 발전에는 주민자치위원회 조병철-남, 61세, 계북면 월현-
님의 숨은 공도 있다. 회원님들의 의견이나 활동자료 등을 기록하여 행정, 홍보 등에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공회>는 스스로 어리석은 농부들이 모여, 같이 배우고, 함께 돕고, 지혜를 나누며 ‘마음 밭’을 일구어내는 현명한 농부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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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장안문화예술촌 고태봉촌장님이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장수군 통신원이기도 합니다.
우공회 소식을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홈페이지에 올리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