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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추어로는 유일하게 본선에 오른 이루비(왼쪽)가 전기 우승자인 강호 김다영 3단을 꺾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루비는 4연속 프로기사를 이기고 있다(바둑TV 캡쳐).
제2기 한국제지 여자기성전 8강전
프로 기전 최초로 아마추어의 4강
여자 프로기전 최대의 이변이 일어났다. 전기 우승자가 아마추어에게 패해 탈락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건이다.
5일 밤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기 한국제지 여자기성전 8강전에서 아마추어로는 유일하게 본선에 오른 이루비가 디펜딩 챔피언 김다영 3단을 꺾었다. 2시간 40분, 258수 만의 불계승이었다.
김다영은 전기 우승자이면서 여자바둑리그 여수거북선에서 두 시즌 연속 1지명을 맡았던 강자. 5위까지 자리했던 여자랭킹은 현재 조금 내려와서 7위. 이루비는 아마추어 바둑리그인 올해의 내셔널리그 정규시즌에서 8승9패로 평범한 성적.
이루비를 지도하고 있는 백홍석 9단이 대국 전 제자의 승산에 대해 "잘봐 주면 3대 7"이라고 냉정하게 평가를 내렸듯이 절대 열세가 예상됐던 승부였다. 아래는 해설자와 두 대국자의 감상.
"전반적으로 김다영 선수의 행마가 상당히 경직됐고 초반부터 부담을 크게 가진 느낌을 받았다. 계속해서 만만치 않게 흘러가니까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고,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살리지 못했다. 그에 비해 이루비 선수는 자신의 힘과 자신의 바둑을 다 보여주었다." (바둑TV 이현욱 해설자)
"부담 없이 편하게 두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마지막에 (상대가) 패를 해소한 장면에서 두점 잡고서 확실히 좋다고 생각했다." (이루비)
"초반에 엷게 지킨 수로 인해 꼬이기 시작했다. 중반에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가장 아쉬웠던 수는) 어느 한 수라고 찝어서 말하기 어렵다. 좌변에서 백(이루비)이 깔끔하게 처리됐다." (김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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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욱 해설자는 "아마추어와의 대결에 김다영은 절대로 지면 안 된다는 마음을 크게 가진 것 같았다. 전반전으로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아마추어에게도 문호를 개방한 이 대회에서 이루비는 아마선발전을 통과한 후 프로들과 벌인 통합예선에서 강지수 초단과 박지영 초단을 제치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어 본선 16강에서 장혜령 초단을, 그리고 8강에서 김다영 3단을 눌렀다.
간혹 '프로 잡는 아마'라는 뉴스가 화제성을 띄기도 했지만 여자기전에서는 극히 드물었다. 대회 자체도 적었고, 그나마도 예선에서 이긴 판이 몇 차례 있었을 뿐이다.
이루비의 준결승전 상대는 마지막 8강전으로 치르는 최정 9단 대 김미리 4단의 승자. 중계석의 질문을 받은 이루비는 "최정 프로와 두고 싶다"고 밝혔다. "여기까지 올라온 이상 두어 보고 싶다"는 게 이유. 그러면서 "솔직히 지금도 만족하고 있어서 결승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여자개인전 사상 최대 규모로 출범한 여자기성전의 우승상금은 3000만원, 피셔방식의 제한시간은 각자 20분에 추가시간 30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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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돌풍의 주역 이루비. 두 살 위 언니가 지난 3월에 입단한 이단비 초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