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섬 사량도 지리산
뜨겁게 태양이 작렬하는 여름 휴가철이 되면 누구나 시원한 해수욕장이나 아니면 상쾌한 숲 그늘이 있는 계곡을 동경한다.
그러나 막상 휴가철이 돌아오면 어디를 가야 하나--생각하면서 골머리를 앓게 된다. 산으로 갈까, 섬으로 갈까, 동해안으로 갈까, 서해안으로 돌려볼까, 아니면 등산을 갈까, 캠핑을 할까, 자연휴양림을 가볼까, 래프팅을 즐길까 고민이 많아진다.
지루했던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올해는 추억과 낭만이 있는 섬 여행으로 남해안 한려수도로 떠나보면 어떨까.
등산도 즐기고 바다 낚시도 하기 위해 여객선을 타고 건너는 사량도는 남도여행의 대표적인 휴가지로 꼽히는 섬이다.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통영 항에서 배로 1시간내의 거리에 있는 사량도는 97년도에 통영시에서 돈지리 지리산과 진촌 옥녀봉에 이르는 10Km 등산로를 정비하면서 최근 지자체에서 개발한 관광명소로서 성공한 케이스다.
통영 가오치 선착장과 사천 삼천포항, 고성군 용암포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배 덕분에 주말이 되면 전국에서 몰려오는 등산여행객이 5천명을 넘는다. 통영시의 통계 발표를 보면 연간 20만명 이상이 이 섬을 찾는다고 한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인 한려수도는 경남 통영 한산도에서 시작해 이곳 사량도를 거쳐 사천, 남해, 전남 여수 오동도에 이르는 물길 300리 길을 말한다. 한려수도 다도해는 바다 위에 나있는 뱃길이지만 육지 속의 커다란 호수를 연상케 한다. 주변에 비진도, 욕지도, 매물도, 연화도, 한산도 등 올망졸망 섬들이 사방에 무리를 지으며 나타나고 수직절벽을 자랑하는 수려한 경관과 푸르다 못해 쪽빛해역은 찾는 이들의 넋을 빼놓는다.
다도해 95개의 섬 중에 작은 섬 사량도는 거제 앞바다에 있는 외도와 함께 경상남도에서 가장 붐 비는 섬에 속한다. 동서로 뱀처럼 구불구불 길게 생긴 사량도(蛇梁島)는 윗섬과 아랫섬 수우도 학도 잠도 목도 등 11개의 유,무인도인데 윗섬의 지리망산(일명 지리산, 해발 398m)은 산악인들에게 꿈의 등반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주민 대부분은 연안 어업에 종사하며 수심이 얕은 대륙붕에서 멸치, 피조개, 굴, 갈치, 고등어, 전갱이, 도미, 전어 등이 많이 잡혀 계절에 따라 싱싱한 생선회를 즉석에서 즐길 수 있다. 가을철에 먹는 전어밤젓은 지방 특산물로서 전라도의 토하젓과 맞먹는 지역별미다.
삼천포의 민요, '갈방아 노래'에서 보듯이 이곳 어부들의 전어사랑은 오랜 전통을 지닌 이곳만의 전래민속문화다. 경상도 사투리가 재미있는 '마도의 노동요'를 들어보자.
" 어허야 데야 갈방아야
이 방아가 뉘 방안고
경상도 내려와서,
삼천포 마도로 돌아왔네
----- 중략----
두미 욕지 큰 애기는
고구마 빼 때기로 살이 찌고
닭섬 새섬 머스마는
전어배 타고 다 늙는단다"
사량도 지리산은 지리망산(智異望山)이라고도 부르는데 전라도 지리산 천왕봉(해발 1915m)이 지척에 보이는 산이라 하여 바라볼 '망'자를 붙인 것이란 유래가 있고 이 섬의 한 마을이름인 지리(池里)에 있는 산이라 하여 지리산(池里山) 또는 지리산의 형상과 꼭 닮은 산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환상의 다도해에 우뚝 솟은 지리산은 사계절 새로워 보이고, 시시각각운무가 끼는 등 날씨가 변화무쌍하고, 개인의 느낌에 따라 무섭기도 하고 아찔하기도 하기 때문에 천의 얼굴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고소공포증을 가진 이는 너무 위험해서 다시는 그런데는 안 가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한번 굳게 마음 먹고 능선을 타고나면 영원히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마력을 가진 산이다. 다시 가보고 싶은 산하가 바로 지리산이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등산로는 돈지리 --360봉--지리산(398m)정상--불모산(399m)--가마봉(303m)--옥녀봉(281m)--금평항(진촌)까지 5시간 이상 걸리므로 육지로 나가는 배 시간에 맞춰 하산해야 하며, 돈지리--지리산 원점회귀 3시간 코스와 돈지리--지리산--성자암--옥동--금평항 4시간 코스 등 다양하다. 삼각점이 있는 지리산 정상의 조망은 발 아래로 손에 잡힐 듯한 돈지 포구의 평화로운 어촌마을이 보이며 서북쪽 단애 너머로 삼천포의 와룡산(臥龍山)과 삼천포 대교, 화력발전소 굴뚝이 가까이 보인다.
지리산은 다도해의 섬무리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어선들, 파란 하늘에 걸린 뭉게구름, 버섯구름 등 무엇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게 없다. 뭐니뭐니 해도 불모산--가마봉--옥녀봉코스가 6개의 봉우리 중에서 제일 사랑 받는 능선 산행의 백미다.
시간이 가능하다면 하룻밤 자고 여유 있게 섬 전체를 종주하면서 감성돔,뽈락,농어,도다리,광어 등 갯바위낚시로 고기를 잡거나 대항해수욕장에서 푹 쉬고 떠나면 산과 바다를 어우르는 유익한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이 산이 비록 작은 산이지만 전국 100대 인기명산 가운데 25위를 차지한 이유는 옥녀봉의 스릴 넘치는 10 여 개 사다리코스, 외줄 오버행 코스 절벽의 짜릿한 쾌감과 탁 트인 조망미가 설악산의 공룡능선에 못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산악인의 귀소본능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며, 산림청에서 선정한 100 명산에 드는 이유도 불모산과 가마봉, 향봉(연지봉), 옥녀봉의 기암이 산악인들의 암벽코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가 많이 오는 여름이나 살얼음이 살짝 앉은 겨울철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험난로가 있어 해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니 사전에 충분한 체력보강과 산행준비가 필요하다.
마치 부안 채석강의 책바위를 세로로 세운 듯이 뾰족한 칼날이 솟은 편마암 길은 웬만한 등산화도 발바닥이 아플 정도로 날카롭다. 넘어지거나 바위에 부딪히면 칼로 벤 것처럼 상처가 나기도 한다.
필자는 작년여름 복날에 단독으로 풀 코스를 올랐다가 물이 떨어져 기진맥진, 6시간 만에 금평항에 내려서는 쓰라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달바위와 옥녀봉코스에는 안전한 우회로가 있으므로 앞서 가는 선등자만 따라가지 말고 자기 체력에 맞는 코스로 돌아가는 것이 안전하다. 불모산 오르기 직전 칼바위능선과 옥녀봉의 직벽 중 나무사다리 7m와 외줄 오르기 10m 코스가 위험하다.
옥녀봉의 이름에 얽힌 전설에 의하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슬픈 부녀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외딴 섬에 아버지와 함께 단둘이 사는 귀한 딸 옥녀(玉女)가 총각이 없어서 시집을 못 가고 혼기가 되었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욕정이 생겨 딸을 범하려고 하자 옥녀가 도망쳐 뛰어내린 산이 바로 옥녀봉이라고 한다.
해마다 이 옥녀봉에서 여자 등산객의 추락사고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그만큼 한번 오르고 나면 하산하기 어렵고 험난한 코스가 옥녀봉이다.
섬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여객선이 기다리는 항구로 하산하면 맛있는 농주와 해삼, 멍게 등 해산물이 풍부하며 이곳의 특산품인 야생 흑염소고기와 전어회를 먹으면 하루의 산행피로가 싹 가시게 된다.
무더운 여름 육지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청정한 남해바다의 갯 내음과 시원한 바닷바람을 실컷 쐬고 흰 갈매기 떼와 굴, 홍합 양식장 부표의 파노라마를 구경하고 나면 금년 여름 휴가도 결코 후회하지 않는 추억의 한 페이지로 넘어갈 것이다.
<<교통편 안내>>
자가용:
1) 남해고속도로 서마산 IC(14번 국도)→고성→통영→여객선터미널
2) 남해고속도로 사천 IC(3번 국도)→사천시(33번 국도)→고성(14번국도)→통영 주차장
3) 가오치 도선장까지는 고성(14번 국도)→도산 성우휴게소 앞(58번지방도-우회전)→오륜리 가오치마을
고속버스편: 통영 터미널(055-644-0017)행
서울 강남고속(02-535-4151),2시간 간격 운행 약 5시간 소요
서울 남부고속(02-521-8550),1일 7회 운행 약 5시간 소요
부산 서부(051-322-8301),16분 간격 운행 2시간10분 소요
마산 남부(055-247-6395),10분 간격 운행 1시간10분 소요
진주 터미널(055-741-6039),15분 간격 운행 1시간20분 소요
배편 : 사량도행
<도산면 가오치 선착장>
사량호(카페리)가 하루 5~6회 운항. 하절기 약2시간 간격
-40분 소요, 요금 : 3,800원
버스나 승용차를 배에 싣고 사량도까지 들어갈 수 있다.
<통영여객터미널>
ㅇ고려호가 1일 2회(오전 7시, 오후 2시30분)운항
-소요시간 1시간 20분. 요금 :5,500원
<사천시(구 삼천포)>
삼천포 어업협동조합 옆에서 출발, 1일2회 운항
- 40분 소요, 요금:3,000원
삼천포항 아침6:30, 오후2:30 출발(2회)
사량도항 아침8:10, 오후3:30 출발(2회)
* 단체손님 수시 운항가능(20% 할인)하며 사전에 전화예약.
<고성>
ㅇ고성군 용암포 선착장에서 다리호
- 30분 소요,1일 5회운항, 요금: 3,800원
섬안의 교통:
<사량도 금평항 - 돈지리>
ㅇ금평항에서 돈지리 까지 마을버스로 20분 소요
-요금 : 2,000원
배가 들어갈 때마다 손님을 싣고 마을버스가 출발한다.
<사량도행 선박문의처>
통영 여객터미널 고려호(055-642-0116)
통영 가오치 관광유람선(055-647-0147)
삼천포유람선 한성해운(055-835-0872)
고성 용암포 우리해운(055-641-8247)
첫댓글 후유~~숨차게 읽어 내려왔네요..남해안 일주 다 한 느낌입니다...^^
여기는 남해의 중간입니다요.... 아직 도 멀었지요... 함 가보시길... 일죽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