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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선인교 나린 물이 자하동에 흐르느니
반 천년 왕업이 물소리뿐이로다.
아이야, 고국흥망을 물어 무엇하리요.
* 선인교 : 仙人橋, 개성 자하동에 있는 다리 이름.
* 자하동 : 紫霞洞, 개성 송악산 기슭에 있는 경치 좋은 골짜기.
* 고국 : 옛 나라, 곧 고려를 말함.
* 정도전
鄭道傳; ?-1398(태조 7). 고려 조선의 문신. 학자. 호는 삼봉(三峰), 본관은 봉화(奉化). 이색의 문인. 문과에 급제 후 여러 벼슬을 거쳐 조준, 남은 등과 이성계를 추대하여 조선을 개국하는데 공이 컸음. 1차 왕자의 난 때 참수되었음. 유학의 대가로 조선 개국 후 군사, 외교, 성리학, 역사, 행정 등 다방면에 걸쳐 초기의 건국 작업에 활약했으며, 숭유배불(崇儒排佛)을 국시로 삼게 하여 유학의 발전을 기했음. '삼봉집' '경제문감' 등 많은 저서를 남기고, '고려사' 37권을 찬진했음. 문장과 시에 능했다.
조 준
술을 취해 먹고 오다 공산에 자니
뉘 날 깨우리 천지 즉 금침이로다.
광풍이 세우 몰아 잠든 나를 깨와라.
* 공산 : 空山, 아무도 없는 산.
* 자니 : 잠이 드니.
* 금침 : 衾枕, 잠 자리.
* 광풍 : 狂風, 미친 바람.
* 세우 : 細雨. 가랑비.
* 조준
趙浚; 1346(충목왕 2)-(1405태종 5). 고려, 조선의 문신. 호는 송당(松堂), 본관은 평양. 문과에 급제, 벼슬이 영의정부사에 이르렀음. 이성계를 도와 개국공신이 되었는데, 토지제도에 해박한 학자로 '경제육전'을 편찬했으며, 시문에도 탁월했음.
강호사시가 --- 맹사성
춘)
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흥이 절로 난다.
탁료계변에 금린어 안주삼고
이 몸이 한가로움도 역군은 이샷다.
* 강호 : 江湖. 강과 호수. 전원.
* 탁료계변 : 濁醪溪邊, 물가에서 막걸리를 마심.
* 금린어 : 錦鱗魚, 금빛 비늘을 가진 물고기.
* 역군은 이샷다 : 역시 임금님의 은혜로다
하)
강호에 여름 드니 초당에 일이 없다.
유신한 강파는 보내느니 바람이라
이 몸이 서늘 하옴도 역군은 이샷다.
* 강파 : 江波. 강에서 이는 파도.
추)
강호에 가을이 드니 고기마다 살쪄있다.
소정에 그물 실어 흘러 띄워 던져두고
이 몸이 소일 하옴도 역군은 이샷다.
* 소정 : 小艇. 작은 배.
동)
강호에 겨울이 드니 눈 깊이 자히 남다.
삿갓 비껴쓰고 누역으로 옷을 삼아
이 몸이 춥지 아니함도 역군은 이샷다.
* 자히 : 자(척)에 주격조사가 붙은 고어.
* 누역 : 롱이의 옛말. 풀로 만든 우의.
* 맹사성
孟思誠; 1360(공민왕 9)-1438(세종 20). 고려 조선의 문신. 명재상. 호는 고불(古佛), 본관은 신창(新昌). 우왕 때, 문과에 급제 후 여러 벼슬을 거쳐 1431년(세종13) 좌의정에 이르렀음. 황희와 함께 청렴하기로 이름이 높았으며 시문에 능하고 음률에도 밝아 향악을 정리하고 스스로 악기를 제작했음.
이 직
가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 소냐
아마도 겉 희고 속 검을 손 너뿐인가 하노라.
* 이직
李稷; 1362(공민왕 11)-1431(세종 13). 고려 조선의 문신. 호는 형재(亨齋), 본관은 성주(星州). 16세에 문과에 급제 후, 고려 때는 예문관 제학(정3품), 조선조에서는 개국 공신으로 여러 벼슬을 거쳐 영의정에 이르렀음.
황 희
대추 볼 붉은 골에 밤은 어이 뜻 들으며
벼 벤 그루에 게는 어이 내리는고?
술 익자 체 장수 돌아가니 아니 먹고 어쩌리.
강호에 봄이 드니 이 몸이 일이 하다
나는 그물 깁고 아해는 밭을 가니
뒷 뫼에 엄기는 약을 언제 캐려 하느냐.
* 하다 : 많다.
* 아해 : 兒孩. 아이.
* 엄기 : 움, 싹
* 황희
黃喜, 조선 초기 문신. 자는 구부, 호는 방촌. 본관은 장수. 1389년 문과에 급제하여 이듬해 성균관학록이 되었다. 고려가 멸망하자 두문동에 은거하였다가 94년 조정의 요청과 두문동 동료들의 천거로 성균관학관으로 제수되었다!
변계량
내게 좋다하고 남 싫은 일 하지 말며
남이 한다 하고 의 아니면 좇지 말라.
우리도 천성을 지키어 생긴 대로하리라.
* 변계량
邊季良; 1369(공민왕 18)-1430세종 12).고려, 조선의 문신. 호는 춘정(春亭), 본관은 밀양. 문과에 급제, 조선조 대제학을 20여 년 간 자내는 동안 명문장가로 유명했다.
최덕지
청산이 적요한데 미록이 벗이로다.
약초에 맛들이니 세미를 잊을로다.
벽파에 낚시대 메고 나니 어흥겨워 하노라.
* 적요 : 寂寥, 고요하다.
* 미록 : 麋鹿, 큰 사슴, 사슴의 한 종류.
* 세미 : 世味, 속세의 맛. 속세를 사는 재미.
* 벽파 : 碧波, 푸른 물.
* 어흥 : 漁興, 고기잡는 재미.
김종서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은 눈 속에 찬데
만리변성에 일장검 짚고 서서
긴파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세라.
* 삭풍 : 朔風. 겨울의 찬바람.
* 명월 : 明月. 밝은 달.
* 만리변성 : 萬里邊城. 최전방 국경지대.
* 일장검 : 一長劍. 큰 칼.
장백산에 기를 꽂고 두만강에 말 씻기니
썩은 저 선비야, 우리 아니 사나우냐.
어떻다 능연각상에 뉘 얼굴을 그릴꼬.
* 장백산 : 長白山. 백두산.
* 능연각상 : 凌煙閣上.
* 김종서
金宗瑞; 1390(공양왕 2)-1453(단종 1). 조선의 문신, 명장. 호는 절재(節齋), 본관은 순천. 16세 때 문과에 급제, 1433년(세종 15) 함길도 관찰사가 되어 변경을 침입한 여진족을 격퇴하고 6진(六鎭)을 설치했음. 단종 때 좌의정으로 어린 단종을 보필, 왕위를 노리던 수양대군에 의해 격살되었음.
이 개
방 안에 혓는 촉불 눌과 이별하였관데
겉으로 눈물지고 속 타는 줄 모르는고
저 촉불 날과 같아서 속 타는 줄 모르도다.
* 눌과 : 누구와.
* 이개
李塏; 1417(태종 17)-1456(세조 2). 조선의 충신. 사육신의 한 사람. 호는 백옥헌(白玉軒), 본관은 한산(韓山). 이색의 증손. 20세에 문과에 급제, 훈민정음의 창제에 참여했음. 벼슬이 직제학에 이르렀을 때 단종 복위를 꾀하다가 처형되었음. 시문이 청결하고 글씨를 잘 썼음.
박팽년
가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이 밤인들 어두우랴.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고칠 줄이 있으랴.
* 박팽년
朴彭年; 1417(태종 17)-1456(세조 2).조선의 문신. 사육신의 한 사람. 호는 취금헌(醉琴軒). 본관은 순천. 18세 때 알성 문과에 급제, 성삼문과 함께 집현전 학사로서 세종의 총애를 받았음. 형조참판으로서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가 형되었음.
성삼문
수양산 바라보며 이제를 한 하노라.
주려 죽을 진들 채미도 하는 것가?
비록 애 푸새엣 것인들 긔 뉘 땅에 났더니.
* 이제 : 夷齊. 백이와 숙제.
* 채미 : 採薇. 고사리를 꺾어 먹다.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어 있어
백설이 만 건곤할 제 독야청청 하리라
* 만 건곤 : 滿乾坤. 세상에 가득함.
* 독야청청 : 獨也靑靑. 홀로 푸르름.
* 성삼문
成三問; 1418( 태종18)-1456(세조 2). 조선의 학자. 사육신의 한 사람. 호는 매죽헌(梅竹軒), 본관은 창녕. 생원으로 식년 문과에 급제, 문과 중시에 장원. 벼슬이 좌부승지(정3품)에 이르렀음. 집현전 학사로 훈민정음 창제 및 '동국정운'편찬에 참여하여 많은 공을 세웠음. 세조가 즉위하자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가 39세로 처형되었으며, 온 가족이 죽음을 당했음.
유응부
간밤에 불던 바람 눈서리 치단 말가?
낙낙장송이 다 기울어 가노매라.
하물며 못다 핀 꽃이야 일러 무삼 하리요.
* 눈서리 : 눈과 서리. 세조의 포악을 비유
* 낙낙장송 : 落落長松, 큰 소나무. 사육신을 비롯한 충신들을 비유. 즉, 인재희생에
대한 개탄과 우국충정을 나타낸 시조
* 유응부
兪應孚; ?-1456(세조 2). 조선의 장군. 사육신의 한 사람. 호는 벽량(碧梁), 본관은 기계(杞溪). 무과에 급제, 세종, 문종의 총애를 받았으며, 벼슬은 동지중추부사(종2품)에 이르렀음.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잡혀 죽음을 당했음.
유성원
초당에 일이 없어 거문고를 베고 누워
태평성대를 꿈에나 보렸더니
문전에 수성어적이 잠든 나를 깨와다.
* 수성어적 : 數聲漁笛, 어부들이 부는 몇 마디 피리소리
* 유성원
柳誠源, 조선 초기 문신. 자는 태초, 호는 낭간. 본관은 문화. 사육신의 한 사람이다. 1444년 식년문과에 급제, 이듬해 저작랑으로 《의방유취》 편찬에 참여하였다. 47년 문과중시에 급제, 춘추관 사관으로 《고려사》 개찬에 참여하였고, 그 뒤 사경·수찬 등을 지내고 사가독서를 하였다
원 호
간밤에 울던 여울 슬피 울어 지내여다.
이제야 생각하니 임이 울고 보내도다.
저 물이 거슬러 흐르고자, 나도 울어 예리라.
* 지내여다 : 지냈도다.
* 임이 울고 보내도다 : 밤에 여울물이 흐르는 소리를, 영월에 유배 중인 단종이
보내는 울음소리로 여김.
* 예리라 : 가리라.
* 원호
元昊; 생육신의 한 사람. 호는 무항(霧巷), 본관은 원주. 1423년(세종 5)식년 문과에 급제, 벼슬이 집현전 직제학에 이르렀음. 단종 초에 수양대군의 위세가 날로 더해지자 고향 원주에 은거하다가, 1457(세조3) 단종이 죽자 영월에 가서 3년 상을 마쳤음. 세조가 호조 참의 벼슬로 불렀으나 끝까지 응하지 않았음.
왕방영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 여의옵고 : 노산군으로 강봉된 어린 단종을 영월 땅에 호송하고 돌아올 때의 심정을
노래함.
* 내 안 같아야 : 내 마음 속 같아서.
* 예놋다 : 가도다.
남 이
장검을 빼어들고 백두산에 올라보니
대명천지에 성진이 잠겼세라.
언제나 남북풍진을 헤쳐 볼까 하노라.
* 성진 : 腥塵, 더러운 먼지. 싸움으로 인한 소란.
* 남북풍진 : 南北風塵.
* 남이
南怡; 1441(세종 23)-1468(예종 즉위). 조선의 무신. 17세로 무과에 장원. 세조의 총애를 받았음. 이시애의 난 때 우 대장으로 이를 토벌하고, 서북 면의 건위주를 정벌한 다음 27세의 나이로 병조판서가 되었으나, 이를 시기한 유자광의 모함으로 죽음을 당했음.
월산대군
추강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우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라.
* 추강 : 秋江. 가을 강
* 월산대군
月山大君; 1454(단종 2)-1488(성종 9).성종의 형. 이름은 정. 문장이 뛰어나 그의 시가 중국에까지 널리 애송됨.
김굉필
삿갓에 도롱이 입고 세우 중에 호미 메고
산전을 흩매다가 녹음에 누웠으니
목동이 우양을 몰아 잠든 나를 깨와다.
* 도롱이 : 옛날 비옷.
* 세우 중에 : 가랑비 속에.
* 흩매다가 : 흩어 매다가.
* 우양 : 소와 양.
* 깨와다 : 깨우도다.
* 김굉필
金宏弼; 1454(단종 2)-1504(연산군 10). 조선의 학자. 호는 한훤당(寒暄堂), 본관은 서흥(瑞興). 김종직의 문하에서 '소학'을 읽고, 스스로 '소학동자(小學童子)'라 일컬었음. 사마시에 합격, 행의(行誼)로 천거되어 형조좌랑(정6품)에 이르렀으나, 무오사화 때 김종직의 일파로 몰려 뮤배, 갑자사화 때 사사되었음. 성리학에 통달했으며, 문하에 조광조, 김안국 등의 학자가 배출되었음. 우의정에 추증.
성 종
있으렴, 부디 갈따, 아니 가든 못할소냐.
무단히 싫더냐, 남의 말을 들었느냐.
그래도 하 애닲고나, 가는 뜻을 일러라.
* 부디 갈따 : '꼭 갈 것인가?' 의 옛말.
* 오산설림초고(五山說林草藁)에 의하면, 유호인의 집이 남중(南中)에 있었는데 노모를 봉양하기 위해 외관으로 나가려하자, 성종이 허락하지 않다가 마침내 이별하는 자리에서 술잔을 내리며 이 시조를 불렀다고 함.
* 성종
成宗; 1457(세조 3)-1494(성종 25). 조선의 제9대 왕. 13세에 즉위하여 재위 기간 중 문운이 극성하고, 조선 초기의 문화가 비로소 개화했음. 경사백가와 성리학에 정통하였으며 사예(射藝)와 서화에도 능했음.
이현보
굽어는 천심녹수 돌아보나 만첩청산
십장홍진이 얼마나 가렸는고.
강호에 월백하거든 더욱 무심하여라.
* 굽어는 : 굽어보면
* 천심녹수 : 千尋綠水, 아주 깊고 푸른 물.
* 만첩청산 : 萬疊靑山. 겹겹이 쌓인 푸른 산.
* 십장홍진 : 十丈紅塵, 열 길이나 솟은 붉은 티끌, 곧 속세를 말함.
* 월백 : 月白. 달이 밝음.
* 이현보
李賢輔; 1467(세조 13)-1555(명종 10). 조선의 문신. 호는 농암(聾巖), 본관은 영천(永川). 식년문과에 급제, 벼슬이 지중추부사(정 2품)에 이르렀음. 자연을 노래한 많은 시조를 지었고, 10장으로 전하던'어부사(漁父詞)'를 5장으로 고쳐 지은 것이 '청구영언'에 실려있다.
조광조
저 건너 일편석이 강태공의 조대로다.
문왕은 어디 가고 빈 대만 남았는고.
석양에 물차는 제비만 오락가락하더라.
* 일편석 : 一片石, 한 조각 돌.
* 조대 : 釣臺, 강태공이 위수에서 낚시질하던 곳.
* 문왕 : 文王; 주(周)나라 문왕. 위수에서 강태공을 처음 만나 스승으로 삼은 왕.
* 대 : 臺. 자리.
* 조광조
趙光祖; 1482(성종 13)-1519). 조선의 학자, 문신. 호는 정암(靜庵), 본관은 한양. 진사를 거쳐 알성 문과에 급제, 벼슬이 대사헌에 이르렀으나, 도덕적 이상 정치를 꾀하여 급진적인 개혁을 단행하다가 훈구파의 반발을 야기, 무고로 유배되었다가 사사(賜死)되었음. 김종직의 학통을 이은 사림파의 영수로서 선조 초에 신원되어 영의정에 추증되었음.
송인수
창랑에 낚시 넣고 조대에 앉았으니
낙조청강에 빗소리 더욱 좋다.
유지에 옥린을 꿰어 들고 행화촌으로 가리라.
* 창랑 : 滄浪, 푸른 물.
* 조대 : 釣臺, 강태공이 위수에서 낚시질하던 곳.
* 낙조청강 : 落照淸江, 저녁놀이 어리는 맑은 강.
* 유지 : 柳枝, 버드나무 가지.
* 옥린 : 玉鱗, 옥 비늘. 즉 비늘이 번쩍이는 물고기.
* 행화촌 : 杏花村, 살구꽃 핀 마을. 술집이 있는 마을.
* 송인수
宋麟壽; 1487(성종 18)-1547(명종 2). 조선의 문신. 호는 규암(圭庵), 본관은 은진(恩津). 별시 문과에 급제, 벼슬이 대사헌(종2품)에 이르렀음. 윤원형, 이기 등의 미움을 받던 중, 을사사화 때 한성부 좌윤에서 파직, 청주에 은거하다가 그들에 의해 사사되었음. 성리학의 대가로 선비들의 추앙을 받았음,
김 구
오리의 짧은 다리 학의 다리 되도록애
검은 까마귀 해오라기 되도록애
향복무강하사 억만세를 누리소서.
* 되도록애 : 될 때까지. '애'는 힘주는 말씨.
* 향복무강 : 享福無彊, 끝없이 복을 누림.
* 억만세 : 億萬歲. 매우 오래 삶.
* 김구
金絿; 1488(성종 19)-1534(중종 29).조선의 문신. 서예가. 호는 자암(自庵), 본관은 광주(光州). 김굉필의 문인. 생원, 진사를 거쳐 별시 문과에 급제, 벼슬이 부제학(정3품)에 이르렀음. 글씨에 뛰어나 조선 초기 4대 서예가의 한 사람으로 손꼽힘. 선조 때 이조참판에 추증.
서경덕
마음이 어린 후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운산에 어느 임이 오리 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긘가 하노라.
* 후니 : 마음이 어리석고 보니.
* 만중운산 : 萬重雲山, 구름이 겹겹이 싸인 깊은 산중.
* 서경덕
徐敬德;1489(성종 20)-1546(명종 1). 조선의 학자. 호는 화담(花潭), 본관은 당성(唐城). 가세가 빈한하여 독학으로 공부해서 13세에 '서경'을 해독했으며, 18세에는 '대학'에 통달했음. 어머니의 요청으로 생원 시에 합격했으나, 벼슬에 뜻이 없어 학문에만 전심했음. 박연폭포, 황진이와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불림. 우의정에 추증.
송 순
풍상이 섞어 친 날에 갓 피온 황국화를
금분에 가득 담아 옥당에 보내오니
도리야 꽃 이온 양 마라 임의 뜻을 알괘라.
* 풍상 : 風霜. 바람과 서리.
* 옥당 : 玉堂, 홍문관의 별칭.
* 도리 : 桃李, 복숭아꽃과 오얏꽃.
꽃이 진다하고 새들아 슬퍼 마라
바람에 흩날리니 꽃의 탓 아니로다.
가노라 희짓는 봄을 새워 무삼 하리오.
* 희짓는 : 휘젓는, 희롱하는.
* 새워 : 미워하여
* 1545년(인종 1) 을사사화 때 희생된 인재들(윤임 일파)을 꽃에 비유, 새는 세상 사람들, 바람은 가해자인 윤원형 일파, 봄은 민족의 운명을 뜻함.
* 송순
宋純; 1493(성종 24)-1583(선조 16). 조선의 문신. 호는 면앙정(傘仰亭), 본관은 신평(新平). 별시 문과에 급제, 벼슬이 우참찬(정2품)에 이르렀음.
주세붕
지아비 밭 갈러 간데 밥고리 이고 가
반상을 들오되 눈썹에 맛초이다
진실로 고마우신 이 손이시나 다르실까.
* 간데 : 간 곳에.
* 밥고리 : 밥 담는 그릇.
* 반상 : 飯床, 밥상.
* 맛초이다 : 맞춥니다
* 주세붕
周世鵬; 1495(연산군 1)-1554(명종 9). 조선의 문신. 학자. 호는 신재(愼齋), 무릉도인(武陵桃人), 본관은 상주(尙州). 생원으로 별시에 급제, 벼슬이 동지중추부사(종2품)에 이르렀음.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백운동서원(소수서원)을 창설. 청백리에 녹선 되고, '육현곡(六賢歌)' '태평곡(太平曲)' 등 장가와 '군자가(君子歌)' 등 단가 8수가 전함.
성 운
전원에 봄이 오니 이 몸이 일이 하다.
꽃남근 뉘 옮기며 약 밭은 언제 갈리.
아희야 대 베어 오너라, 삿갓 먼저 결으리라.
* 하다 : 많다.
* 꽃남근 : 꽃나무는
* 결으리라 : 역으리라.
* 성운
成運; 1497(연산군 3)-1579(선조 12). 조선의 학자. 호는 대곡(大谷). 속리산에 은거했으며, 이지함, 서경덕, 조식 등과 교유하며 학문에 정진했음.
조 욱
유벽을 찾아가니 구름 속에 집이로다.
산채에 맛들이니 세미를 있을노라.
이 몸이 강산풍월과 함께 늙자 하노라.
* 유벽 : 幽僻, 한적하고 궁벽한 곳.
* 산채 : 山菜, 산나물.
* 세미 : 世味, 세상 맛.
* 강산풍월 : 江山風月, 자 연의 풍취.
* 조욱
趙昱; 1498(연산군 4)-1557(명종 12). 조선의 학자. 호는 용문(龍門), 본관은 평양(平壤). 용문산에 은거했으며, 명종 때 성수침, 조식 등과 함께 현사로 뽑혀 벼슬이 장수 현감에 이르렀음. 이조참의에 추증.
이 황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료?
초야우생이 이렇다 어떠하료?
하물며 천석고황을 고쳐 무엇하료.
* 초야우생 : 草野愚生, 시골에 묻혀 사는 어리석은 사람.
* 천고석황 : 泉石膏肓, 천석'은 자연, '고황'은 불치의 병, 곧 자연 속에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의 고질병.
* '도산12곡 중 전육곡(前六曲)의 첫째.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는 어찌하여 주야에 긋지 아니는고?
우리도 그치지 말아 만고상청 하리라.
* 유수 : 流水. 흐르는 물.
* 주야에 긋지 아니는고 : 밤낮으로 그치지 아니하는가?
* 만고상청 : 萬古常靑, 만고에 변함없이 푸르름.
* 도산 12곡 중 후육곡(後六曲)의 다섯째.
청량산 육륙봉을 아는 이 나와 백구
백구야 헌사하랴 못 믿을 손 도화로다
도화야 떠나지 마라, 어주자 알까 하노라.
* 청량산 : 淸凉山, 경북 봉화군에 있는 산.
* 육륙봉 : 六六峰, 열 두 봉우리.
* 백구 : 白鷗. 흰 갈매기.
* 헌사하랴 : 야단 스려우랴.
* 못 믿을 손 : 못 믿을 것은.
* 도화 : 桃花. 복숭아 꽃.
* 떠나지 마라 : 떨어져 물에 흘러가지 마라.
* 어주자 : 漁舟子, 배를 타고 고기잡이하는 사람.
* 이황
李滉; 1501(연산군 7)-1570(선조 3).조선의 학자, 문신. 호는 퇴계(退溪), 본관은 진보(眞寶). 진사시를 거쳐 식년 문과에 급제, 벼슬은 우찬성, 양관 대제학에 이르러 은퇴했음. 주자학을 집대성한 대유학자로, 율곡 이이와 함께 쌍벽을 이루었으며, 시문은 물론 글씨에도 뛰어났음. 영의정에 추증. RM의 많은 저서는 '퇴계전서'에 수록되어 있음.
조 식
두류산 양단수를 예 듣고 이제 보니
도화 뜬 맑은 물에 산영조차 잠겼세라
아희야 무릉이 어디뇨, 나는 옌가 하노라.
* 두류산 : 頭流山, 지리산의 딴 이름.
* 양단수 : 兩端水
* 도화 : 桃花, 복숭아 꽃.
* 산영 : 山影. 산 그림자.
* 무릉 : 武陵, 무릉도원, 선경.
삼동에 베옷 입고 암혈에 눈비 맞아
구름 낀 볕뉘도 쬔 적이 없건마는
서산에 해 지다 하니 눈물겨워 하노라.
* 암혈 : 바위 구멍.
* 볕뉘 : 햇볕의 일단. '뉘'는 대단치 않은 것. 작은 것.
* 산중에 은거하던 조식이 중종의 서거 소식을 듣고 읊은 것이라 함.
* 조식
曺植; 1501(연산군 7)-1572(선조 5). 조선의 학자. 호는 남명(南冥), 본관은 창녕. 지리산에 은거하며 성리학을 연구, 당시 유학계의 대학자로 추앙되었음. 조정에서 여러 차례 높은 벼슬을 내렸으나 모두 사퇴, 문하에서 김효원, 김우옹 등 저명한 학자들이 배출되었음. 죽은 후 영의정에 추증.
황진이
동짓달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둘에 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 님 오신 날 밤이면 굽이굽이 펴리라.
* 한 허리 : 한가운데
* 어른 님 : 임의 존칭.
내 언제 무신하여 임을 언제 속였관대
월침삼경에 온 뜻이 전혀 없네.
추풍에 지는 잎 소리야 낸들 어이하리요.
* 무신 : 無信, 신의가 없어.
* 월침삼경 : 月沈三更, 달이 진 한밤중.
* 온 뜻이 : 올 생각.
* 추풍 : 秋風. 가을 바람.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 간들 어떠리.
* 청산리 : 靑山裏, 푸른 산 속.
* 벽계수 : 碧溪水, 푸른 산 속으로 흐르는 골짝 물.
* 일도창해 : 一到滄海, 한 번 바다에 도착하면.
* 명월 : 明月, 밝은 달. 황진이의 기생 명.
* 만공산 : 滿空山, 아무도 없는 산에 가득하게 비침.
어져 내 일이여, 그릴 줄을 모르더냐.
있으라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여
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 어져 : 아!
* 그릴 줄을 : 그리워할 줄을.
* 황진이
黃眞伊; 1502 ?(연산군 8)-1540?(중종 35). 조선의 시인. 명기. 기생 명은 명월(明月). 황진사의 서녀(庶女)로 어머니 밑에서 사서삼경을 읽었고, 시(詩), 서(書), 음률(音律)에 모두 능하였으며, 출중한 용모로 더욱 유명했음. 서경덕.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부렸음.
김인후
엊그제 버힌 솔이 낙낙장송 아니런가.
적은 덧 두던 들 동량재 되리러니
이 후에 명당이 기울면 어느 남기 받히리.
* 덧 : 짧은 시일이나 시간.
* 동량재 : 棟樑材, 기둥이나 들보로 쓸만한 재목, 즉 나라 일을 맡길 인재.
* 명당 : 明堂, 임금이 신하들의 아침인사를 받는 정전.
* 남기 : 나무가
* 1547(명종 2) 정미옥사에 억울하게 죽은 임형수를 애석하게 여겨 지은 노래. 임형수는 문과에 급제하여 벼슬이 부제학에 이른,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로서 44세에 죽음을 당했음.
* 김인후.
金麟厚; 1510(중종 5)-1560(명종 15). 조선의 문신. 유학자. 호는 하서(河西), 본관은 울산. 김안국의 제자. 별시 문과에 급제, 부수찬 때 부모 봉양을 위해 옥과 현령으로 나갔음. 을사사화 후에는 병을 이유로 고향 장성에 돌아가 성리학 연구에 전심했음. 천문, 지리, 의학, 산수, 율력에도 정통했음.
계랑
이화우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 이화우 : 梨花雨, 비처럼 많이 떨어지는 배꽃.
* 추풍낙엽 : 秋風落葉,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잎.
* 계랑
桂娘; 1513(중종 8)-1550(명종 5).조선의 여류 시인. 부안의 명기. 성은 이씨. 본명은 향금(香今), 호는 매창(梅窓). 계랑(桂娘), 계생(桂生). 가사, 한시를 비롯하여 가무 현금(玄琴)에 이르기까지 다재다능(多才多能)한 여류예술인이었음. 작품으로는 가사와 한시 70여수 외에 금석문(金石文)까지 전해지고 있음.
유희춘
미나리 한 포기를 캐어서 씻으이다.
년 데 아니라 우리임께 받자오이다.
맛이야 긴치 아니커니와 다시 씹어 보소서.
* 년데 : 다른 데.
* 긴치 아니커니와 : 좋지 아니하거니와.
* 유희춘 :
柳希春; 1513(중종 8)-1577(선조 10). 조선의 문신 호는 미암(眉巖), 본관은 선산(善山). 부인은 여류 문인인 송덕봉(宋德峯). 김안국의 문인. 별시 문과에 급제, 벼슬은 이조참판에 이르러 사직했음. 경사(經史)에 밝고 성리학에 조예가 깊었음. 저서 '미암일기'는 귀중한 사료임.
송 인
들은 말 즉시 잊고 본 일도 못 본 듯이
내 인사 이러하매 남의 시비 모를 로다.
다만지 손이 성하니 잔 잡기만 하리라.
* 송인
宋寅; 1516(중종 11)-1584(선조 17). 조선의 학자. 명필. 본관은 여산(礪山). 중종의 사위로 벼슬이 도총관(정2품)에 이르렀음. 시문에 능하였고, 이황, 조식, 이이, 성혼 등 석학들과 교유하였으며, 글씨에도 능하여 산릉(山陵)의 지(誌)와 궁전의 액(額)으로부터 사대부의 비갈(碑碣)에 이르기까지 많은 글을 짓고 썼음.
양사언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 양사언
楊士彦; 1517(중종 12)-1584(선조 17). 조선의 문신. 서예가, 호는 蓬萊, 본관은 청주. 식년 문과에 급제, 강릉부사, 함흥부윤 등을 역임했음. 글씨를 잘 써서 조선 전기의 4대 서예가로 불렸음.
박계현
달 밝은 오례성에 혀 남은 벗이 앉아
고향감루를 뉘 아니 지리마는
아마도 위국단침은 나뿐인가 하노라.
* 혀 남은 : 몇몇의
* 고향감루 : 故鄕感淚, 고향이 그리워 느꺼운 눈물.
* 지리마는 : 흘릴 까마는.
* 위국단침 : 爲國丹忱 나라를 위한 충성된 마음.
* 박계현
朴啓賢; 1524(중종 19)-1580(선조 13). 조선의 문신. 본관은 밀양. 진사를 거쳐 식년 문과에 급제. 벼슬이 병조판서. 지중추부사(정2품)에 이르렀음.
기대승
호화코 부귀키야 신릉군만 할까마는
백년이 못하여서 무덤 위에 밭을 가니
하물며 여남은 장부야 일러 무삼하리요.
* 신릉군 : 信陵君, 전국시대 위나라 소왕(昭王)의 아들로 식객 3천명을 거느렸다 함.
* 여남은 : 다른
* 기대승
奇大升; 1527(중종 22)-1572(선조 5). 조선의 성리학자. 호는 고봉, 본관은 행주. 식년 문과에 급제, 벼슬이 대사간(정3품)에 이르렀음.
고경명
보거든 슬뮈거나 못 보거든 잊히거나
제 나지 말거나내 저를 모르거나
차라리 내 먼저 츼여서 그리게 하리라.
* 슬뮈거나 : 싫고 밉거나.
* 츼여서 : 츠이어서. 없어져서.
* 고경명
高敬命; 1533(중종 28)-1592(선조 25). 조선의 문인. 의병장. 호는 제봉(霽峰), 본관은 장흥. 식년문과에 장원, 벼슬은 동래부사에 이르렀음.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이끌고 왜군과 싸우다가 전사했음.
이양원
높으나 높은 남게 날 권하여 올려두고
이 보오 벗님네야, 흔드지나 마르되야.
내려져 죽기는 섧지 아녀도 임 못 볼까 하노라.
* 남게 : 나무에
* 마르되야 : 말았으면 좋겠다.
* 이양원
李陽元; 1533(중종 28)-1592(선조 25).조선의 문신. 호는 남파(南坡), 본관은 전주. 알성 문과에 급제, 여러 벼슬을 거쳐 임진왜란 때 유도대장으로 타군과 합세하여 크게 승리한 후 영의정에 올랐음.
유자신
추산이 석양을 띄고 강심에 잠겼는데
일간죽 둘러메고 소정에 앉았으니
천공이 한가히 여겨 달을 조차 보내도다.
* 추산 : 秋山. 가을 산
* 강심 : 江心. 강 한 가운데
* 일간죽 : 一竿竹, 하나의 낚싯대.
* 소정 : 小艇, 조그만 배.
* 천공 : 天公, 하느님.
* 유자신
柳自信; 1533(중종 28)-1612(광해군 4). 광해군의 장인. 진사로 벼슬이 한성부 판윤에 이르렀으나, 뒤에 인조반정으로 삭직되었음.
성 혼
말없는 청산이요 태 없는 유수로다.
값없는 청풍이요 임자 없는 명월이라.
이 중에 병 없는 몸이 분별없이 늙으리라.
* 태 : 態, 모양.
* 유수 : 流水. 흐르는 물
* 청풍 : 淸風. 맑은 바람.
* 명월 : 明月. 밝은 달.
* 분별 : 分別, 걱정.
* 성혼
成渾; 1535(중종 30)-1598(선조 31). 조선의 학자. 호는 우계(牛溪), 본관은 창년(昌寧). 17세 때 감시 초시에 합격했으나 신병으로 과거를 단념, 경학연구에 정진했음. 임진왜란 때 우참찬에 올라 좌참찬(정2품)에 이르러 관직에서 물러났음. 일찍부터 율곡 이이와 교분이 두터웠으나 학설에 있어서는 퇴계 이황의 학설을 지지, 이이와 6년에 걸친 사단칠정(四端七情)에 대한 논쟁을 벌여 유학계의 큰 화재가 되었음.
이 이
고산구곡담을 사람이 모르더니
주모복거하니 벗님네 다 오신다.
어즈버, 무이를 상상하고 학주자를 하리라.
* 고산구곡담 : 高山九曲潭, 고산은 황해도 해주에 있는 산.
구곡담은 이이가 42세에 때 고산에 들어가, 주자의 무이구곡계
(武夷九曲溪)를 본받아 붙인 이름. '곡'은 굽이.
* 주모복거 : 誅茅卜居, 띠를 베어 내고 집을 지어 살 곳을 정함.
* 무이 : 武夷, 중국 복건성에 있는 산. 산중에 구곡계가 있음.
* 학주자 : 學朱子, 주자를 배움.
*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의 서곡
일곡은 어드매오, 관암에 해 비친다.
평무에 내 걷으니 원근이 그림이로다.
송간에 녹준을 놓고 벗 오는 양 보노라.
* 일곡 : 一曲, 첫째 굽이.
* 어드매오 : 어느 곳인가?
* 관암 : 冠巖, 갓처럼 솟은 바위.
* 평무 : 平蕪, 잡초 무성한 들판.
* 내 걷으니 : 안개 걷히니.
* 송간 : 松間, 소나무 숲 사이.
* 녹준 : 綠樽, 푸른 술통. 맛좋은 술을 뜻함.
* 벗이 오는 양 : 벗이 오는 모습.
*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의 제 1곡
이곡은 어드매오, 화암에 춘만커다.
벽파에 꽃을 피워 야외로 보내노라.
사람이 승지를 모르니 알게 한들 어떠리.
* 화암 : 花岩, 꽃과 바위. 꽃이 피어있는 바위.
* 춘만 : 春滿, 봄이 저물도다.
* 벽파 : 碧波. 푸른 물. 맑은 물.
* 승지 : 勝地, 명승지. 경치 좋은 곳.
*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의 이곡
구곡은 어디매오, 문산에 세모커다.
기암괴석이 눈 속에 묻혔세라.
유인은 오지 아니하고 볼 것 없다 하더라.
* 문산 : 文山, 기암괴석이 뒤섞여 아름다운 산.
* 세모 : 歲暮, 세모로다. 한 해가 저무는 때, 즉 겨울이로다.
* 유인 : 遊人, 유람하는 사람.
* 고산구곡가'의 제9곡임.
* 이이
李珥; 1536(중종 31)-1584(선조 17). 조선의 학자. 문신. 호는 율곡(栗谷), 본관은 덕수(德水). 13세로 진사 초시에 합격, 그 후 생원시, 식년 문과에 장원, 이조 판서, 판돈녕부사(종1품)등을 지냈음. 조선 유학 계에 이황과 쌍벽을 이룬 학자로, 당쟁의 조정, 대동법의 실시에 노력하는 등 많은 활약을 했음. 글씨와 그림에도 뛰어났음.
정 철
내 마음 베어내어 저 달을 만들고자
구만리장천에 번드시 걸려 있어
고운 임 계실 곳에 가 비취어나 보리라.
* 번드시 : 뚜렷이. 드러나게.
어버이 살아신 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찌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 살아신 제 : 살아 계실 적에.
* 일란 : 일이라면
* '훈민가(訓民歌)'16수중의 '자효(子孝)'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이라 무거울까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조차 지실까.
* 슬프다 하겠거늘.
* 짐마저도. 짐까지도.
* '훈민가'의 '반백자불부대(斑白者不負戴)'. 머리가 희끗한 늙은이에게 짐을 지거나
머리에 이게 하지 말라는 뜻.
재 너머 성권농 집에 술 익단 말 어제 듣고
누운 소 발로 박차 언치 놓아 지줄 타고
아해야 네 권농 계시냐, 정좌수 왔다 하여라.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산 놓고 무진 무진 먹세 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주리어 매여 가나,
유소보장에 만인이 울어 예나,
어욱새 속새 덥가나무 백양 숲에 가기곳 가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 소소리바람 불 제 뉘 한 잔 먹자 할꼬.
하물며 무덤 위에 잔나비 파람 불 제 뉘우친들 어찌리.
* 성권농 : 成勸農, 성혼을 가리킴. 권농은 농사를 권장하던 유사.
* 언치 : 안장 밑에 까는 털 헝겊.
* 지줄 타고 : 눌러 타고
* 아해 : 아이의 한자음.
* 정좌수 : 鄭座首, 정철 자신. 좌수는 향소(鄕所)의 어른.
* 산 놓고 : 算 놓고. 수를 세고.
* 조리어 매여 : 졸라 묶어서
* 유소보장 : 流蘇寶帳, 술 이 달린 비단 장막. 여기서는 화려한 상여.
* 어욱새 속새 덥가나무 : 억새, 속새 떡갈나무.
* 가기곳 : 가기만
* 잔나비 파람 : 원숭이 휘파람
* 어찌리 : 어찌하겠는가.
* 정철
鄭澈; 1536(중종 31)-1593(선조 26)조선의 문신. 문인. 호는 송강(松江), 본관을 여일(迎日). 기대승. 김인후의 문인. 진사시, 별시 문과에 각각 장원, 여러 벼슬을 거쳐 좌의정에 이르렀음. 시가문학의 대가로, 시조의 윤선도와 쌍벽을 이루었음. '송강집' '송강가사'등이 있고, 시조 70여수가 전함.
서 익
녹초청강상에 굴레 벗은 말이 되어
때때로 머리 들어 북향하여 우는 뜻은
석양이 재 넘어가니 임자 그려 우노라.
* 녹초청강상 : 綠草晴江上, 푸른 풀이 우거진 비 갠 강가.
* 굴레 벗은 말 : 벼슬을 그만 두 고 자유로이 된 자신을 비유한 말.
* 북향 : 北向, 왕이 계신 곳을 향함.
* 석양이 재 넘어가니 : 나이가 늙어 죽을 날이 가까우매.
* 임자 : 임금을 비유.
* 서익
徐益; 1542(중종 37)-1587(선조 20). 조선의 문신. 호는 만죽(萬竹), 본관은 부여. 별시 문과에 급제, 벼슬이 의주목사에 이르렀으나, 탄핵을 받은 율곡 이이를 변호하는 상소를 했다가 파직되었음. 시조를 잘 했음.
한 호
짚방석 내지 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 마라, 어제 진 달 돋아온다.
아해야, 박주산채일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 솔불 : 관솔불
* 박주산채 : 薄酒山菜, 맛이 좋지 않는 술과 산나물.
* 한호
韓濩; 1543(중종 38)-1605(선조 38).조선의 명필. 호는 석봉(石峯), 본관은 삼화, 개성 출신.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격려로 서예에 정진하여 왕희지와 안진경의 필법을 익혀서 독창적인 경지를 확립, 호쾌, 강건한 서풍을 창시했음. 진사시에 합격, 천거로 가평군수, 존숭도감 서사관을 지냈으며, 후기의 김정희와 함께 조선 서예 계의 쌍벽을 이루었음.
조 헌
지당에 비 뿌리고 양류에 내 끼인 제
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매였는고
석양에 짝 잃은 갈매기는 오락가락 하노매.
* 지당 : 池塘, 연못.
* 양류 : 楊柳, 버드나무.
* 내 끼인 제 : 안개 끼였는데
* 하노매 : 하는 구나. '-노매'는 감탄형 종결어미.
* 조헌
趙憲; 1544(중종 39)-1592(선조 25). 조선의 문신. 의병장. 호는 중봉(重峯), 본관은 배천(白川).이이, 성혼의 문인. 식년 문과에 급제, 벼슬은 전라도 도사에 그쳤음.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승병과 합세하여 청주를 수복하고 금산에서 7백 의병과 함께 모두 전사했음. 성격이 강직하여 항상 불의에 항거했으며, 이이의 문인 중 가장 뛰어난 학자의 한 사람으로 영의정에 추증되었음.
이순신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하는 적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 수루 : 戍樓, 수자리터에 세운 감시하는 망루.
* 일성호가 : 一聲胡笳, 한 가락의 호가소리. 호가는 호인들이 갈잎을 말아서 불던
것으로 몹시 슬픈 소리를 냄.
* 이순신
李舜臣; 1545(인종 1)-1598(선조 31). 조선의 명장. 자는 여해(汝海), 본관은 덕수(德水). 서울 출신. 식년문과에 급제, 미관 말직만 지내다가 유성룡의 천거로 전라좌도 수군절도사에 승진했음. 임진왜란 때 삼도수군통제사로 거북선을 만들어 큰공을 세우고 전사했음. 충성심이 강하고 전략이 뛰어난 용장으로 글에도 능하여 '난중일기'와 시조 등 뛰어난 작품을 남겼다. 영의정에 추증, 시호는 충무.
이원익
녹양이 천만사ㄴ들 가는 춘풍 매어두며
탐화봉접인들 지는 꽃을 어이하리
아무리 사랑이 중한들 가는 임을 어이하리.
* 녹양 : 綠楊, 푸른 수양버들.
* 천만사 : 千萬絲, 천만 갈래로 갈라진 실같이 늘어진 모양.
* 탐화봉접 : 探花蜂蝶, 꽃을 찾는 벌 나비.
* 이원익
李元翼; 1547(명종 2)-1634(인조 12).조선의 문신. 호는 오리(梧里), 본관은 전주. 생원으로 별시 문과에 급제, 여러 내외직을 거쳐 수차 영의정을 지냈음. 임진왜란 때 공이 컸으며, 대동법을 실시케 하여 국민의 부담을 덜게 했음. 문장에 뛰어났고, 청백리에 녹선(錄選)되었음. 서민적인 인품으로서 '오리 정승' 이란 이름으로 많은 일화가 전함.
김장생
대 심어 울을 삼고 솔 가꾸어 정자로다.
백운 덮인 데 나 있는 줄 제 뉘 알리.
정반에 학 배회하니 긔 벗인가 하노라.
* 백운 : 白雲. 흰 구름.
* 정반 : 庭畔.
* 긔 : 그것이
* 김장생
金長生; 1548(명종 3)-1631(인조 9). 조선의 문신, 학자. 호는 사계(沙溪), 본관은 광산(光山). 송익필, 이이의 문인. 학행으로 천거되어 형조 참판에 이르렀음. 예학과 성리학 연구, 조선 예학의 태두로서 기호학파를 형성하여 조선 유학 계에 영남학파와 쌍벽을 이루었음.
임 제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었는다.
홍안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는다.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
* 청초 : 靑草. 푸른 풀.
* 자는다 누었는다 : 자느냐 누었느냐?
* 홍안 : 紅顔, 젊어서 혈색이 좋은 얼굴.
* 황진이의 묘에 성묘를 하면서 지의 시조.
북천이 맑다 커늘 우장 없이 길을 나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얼어 잘까 하노라.
* 북천 : 北天. 북쪽 하늘.
* 우장 : 雨裝. 비옷.
* 한우 : 한우(寒雨). 여기서 '한우'라는 기생을 두고 한 말.
* 평양의 명기 한우를 찾아가서 부른 '한우가'인데, 이에 대해 한우가 화답한
'어이 얼어 자리...' 라는 시조가 있음.
* 임제
林悌. 1549~1587. 나주임씨. 8대조 탁(卓)이 고려말 두문동 72현 중 한 분으로 나주 다시면 회진에서 은거했다. 어려서부터 고문을 줄줄 외운 데다 성격도 호탕하여 동네 사람들의 귀여움을 받았다. 29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여러 관직을 거쳤으나 벼슬에 환멸을 느껴 명산대천을 유랑하면서 풍류를 즐기고 수많은 시와 소설을 남겼다. 그의 소설은 허균과 더불어 조선중기 소설의 쌍벽을 이루었다. 일설에는 “원생몽유록”의 저자라고 한다.
한 우
어이 얼어 자리, 무삼 일로 얼어 자리.
원앙침 비취금을 어디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녹아 잘까 하노라.
* 원앙침 : 鴛鴦枕, 원앙을 수놓은 베개로, 부부가 함께 베는 베개.
* 비취금 : 翡翠衾, 비취색의 이불. 비단이불.
* 임제(林悌)의 '한우가(寒雨歌)'에 화답한 노래. 찬비는 한자어로 '한우'이지만,
여기서는 기생인 '한우' 자신을 말함.
* 한우
寒雨; 조선 선조 때의 평양 명기로, 백호(白湖) 임제(林悌)가 부른 '북천이 맑다커늘...'에 화답한 시조 1수가' 청구영언에' 전함.
홍 랑
멧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임에손데.
자시는 창 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곳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소서.
* 임에손데 : 님에게. '손데'는 여격조사.
* 곳 : 강세 조사.
* 홍랑
洪娘; 조선 선조 때 함경도 경성의 명기. 시조를 잘 했음. 1573년 삼당시인(三唐詩人)이요, 팔 문장(八文章)의 한 사람인 최경창이 북평사(北評使)로 함경도 경성에 있을 때, 그 막중(幕中)에 머물렀음. 1575년 최경창이 병들자 경성에서 7주야(晝夜)를 달려 서울에 이르렀는데, 그것이 말썽이 되어 최경창이 벼슬을 내놓게 되었다는 일화도 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