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학년도 수시모집에서는 33개 대학이 논술고사를 실시한다. 대부분 중상위권 대학들인데다 반영 비율도 높다. 일부 인원은 논술 100%로 우선선발하기도 한다. 지난 입시에서 우수한 실력으로 수시 논술전형을 통과한 선배들의 논술학습 노하우를 들었다.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합격 김두하 "모르는 문제 최대한 아는 데까지 쓰세요"
김두하(면목고 졸)군은 수시 일반전형에서 높은 논술 성적으로 우선선발됐다. 김군은 "논술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평소 '이런 문제가 논술로 나올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계속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이 부분은 이렇게 논술 문제로 나올 수 있다'라고 툭툭 말씀 하실 때가 있어요. 보통 친구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며 넘기는데, 저는 머릿속으로 되새김질 했어요. 선생님이 왜 그 부분을 주목했는지를 고민해보며 '이런 내용은 이런 식으로 논술 문제가 나올 수도 있겠다'라고 평소 생각한 것이 실제 논술시험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김군은 여름방학 때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수시논술 거점학교'에 참가하면서 논술실력을 확 끌어올릴 수 있었다.
"사실 논술을 공부한다고 해도 논술학원을 다닌 것도 아니고, 어떻게 공부하는 지 제대로 몰랐었죠. 그런데 논술 거점학교에 참가하면서 논술을 체계적으로 대처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논술 쓰는 형식이라든지, 문제에서 키포인트를 뽑는 법 등 논술 문제를 푸는 눈을 가지게 됐죠. 저뿐만 아니라 같이 논술학교에 참가한 다른 친구도 논술전형으로 경희대에 합격했어요."
경희대 논술시험 전날까지 전년도 경희대 기출문제를 전혀 보지 않았다. 대신 시험일 전날 전년도 기출문제를 풀었다.
"미리 기출문제를 다 풀어버리면 문제에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대충 훑어보고 넘어가게 됩니다.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시험일 전날 전년도 기출문제를 봤습니다."
자연계 논술에서 고득점하려면 모르는 문제라도 최대한 자신이 아는 부분까지 쓸 것을 권유했다.
"모르는 문제가 나왔다고 해서 백지로 내서는 안됩니다. 최대한 자기가 아는 부분까지 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내용이나 막 채우라는 건 아닙니다. 비록 틀린 답일지라도 자신이 잡은 방향대로 답을 이끌어 보라는 말입니다."
한국외대 영어교육과 합격 장윤희 "10줄에서 5줄…내용요약 연습해요"
장윤희(고양외고 졸)양은 6월부터 논술 준비를 시작했다. 배경지식을 따로 공부한 적도 없고, 논술 잘 쓰는 법 등 이론공부를 해 본적도 없었다.
장양은 "일단 기출문제부터 봤다. 기출문제들을 접하면서 논술시험의 개념을 알게 됐고, 어떻게 공부할 지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평일에는 수능 위주로 공부하고, 논술은 주로 주말을 이용해 공부했다. 먼저 문제를 제대로 읽는 법부터 시작했다. 문제가 묻는 바를 정확히 알기 위해 문제를 중요 문구마다 끊어서 봤다.
답을 쓸 때는 아웃라인을 먼저 짰다. 가령 문제가 A와 B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 400자로 쓰라는 것이라면 150자는 공통점, 150자는 차이점, 100자는 비교 등의 방식으로 대강의 글형태를 먼저 잡는 것이다. 단어를 적건, 문장을 적건 아웃라인을 적어 본 뒤 답을 써 내려갔다.
장양은 "무조건 많이 쓰고 많이 고쳤다. 많게는 총 2000자가 넘는 답안을 하루에 3개 대학까지 작성해 보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그녀는 "수능 언어영역 공부와 논술 공부가 서로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언어 영역의 비문학 지문은 논리가 있는 글이기 때문에 꼼꼼하게 읽고, 내용파악만 할 수 있다면 논술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장양은 "논술을 '요령'으로 공부하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지문을 읽을 때 맨 앞과 끝만 읽는 등 요령을 부리면 논술에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글을 꼼꼼하게 읽고, 글의 내용을 머릿속에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논술답안을 쓸 때는 내용요약 연습을 많이 하고, 단문으로 쓰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10줄을 5줄로 줄이고, 다시 5줄을 3줄로 줄이는 식의 내용요약 연습이 효과적입니다. 대신, 지문에 언급된 내용을 베끼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표현으로 글을 다시 쓰는 연습이어야 합니다. 글을 쓸 때는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써야 합니다. 한 문장이 원고지 3~4줄을 넘으면 글을 읽는 사람이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건국대 정치대학 합격 김미연 "친구들과 서로답안지 첨삭했죠"
김미연(덕성여고 졸)양은 논술우수자 전형으로 건국대에 합격했다. 김양은 "평소 책을 많이 읽고, 친구와 서로 논술 답안지 첨삭을 해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좋아해 어떤 종류의 책이든 많이 읽었다. 그 가운데 추리소설류의 소설을 자주 봤다.
고3이 됐을 때도 한달에 3~4권의 책을 꾸준히 읽었다. 수험생인데도 불구, 하루만에 '눈먼자들의 도시'를 다 읽기도 했다.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꼭 책을 사서 읽고 또 읽었다. 보통 한 권을 세 번 정도 읽었다.
"'삼국지' 같은 경우 10번도 넘게 읽었어요. 다시 읽다 보면 처음에 그냥 지나쳤던 부분들도 새롭게 보이고, 볼 때마다 느낌과 감동이 다르게 다가왔어요. 물론 책을 읽은 뒤에는 꼭 독후감을 썼습니다."
고3 여름방학부터 본격적인 논술 공부를 시작했다. 혼자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서 학원은 전혀 다니지 않았다. 대신 목표에 근접한 대학 10곳의 홈페이지에서 3~4개년도 가량의 기출문제를 모두 뽑았다. 답안을 쓸 때는 한 문제에 대해 2~3번씩 답을 썼다.
"답지에 내가 써야할 요소가 5개라면 처음에는 3~4개를 찾았다가, 두번째 쓸 때는 5개의 요소를 다 찾을 수 있었어요. 답안을 다시 쓰는 과정에 스스로 몰랐던 부분을 찾을 수 있었죠. 반대로 쓰지 않아야 할 부분을 쓴 부분도 스스로 검토할 수 있었어요."
8월 한 달간은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서로 글을 첨삭해주는 경험을 했다. 자율학습시간을 이용해 일주일에 두 번씩 서로 논술답안을 첨삭해줬다. 단순히 친구가 쓴 글에 빨간펜으로 코멘트를 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A4지 한 장 분량으로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이렇게 썼다' '이 문장은 어색한 것 같다'라는 방식으로 친구의 글을 평론해보는 방식이었다. 김양은 "같은 주제를 친구들과 함께 써보고 서로 첨삭해 준 것이 논술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무조건 학원만 찾기 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제시문을 독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논술고사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류재광 맛있는공부 기자 | 2010-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