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하면 으레 자판기에서 뽑아먹는 인스턴트 커피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요즘같은 세상에 웬만한 가정에서는 커피메이커 하나정도 장만해 놓고 살지만 귀찮아서 매번 커피를 내려 먹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입맛은 변하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나 커피 원료가 가미된 혼합음료에서 원두커피로 말이다.
커피업계에서는 이미 원두커피 시장이 대세임을 오래전부터 직감하고 있다.
그래서 앞다퉈 원두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업체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아직 국내 커피시장은 원두커피보다 인스턴트 커피시장이 압도적 우위를 점한 커피 후진국에 해당되지만 격차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원두커피가 아니면 차라리 일반 차를 마시는 커피마니아들이 여기저기 눈에 띤다.
일반인들도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 커피전문점을 통해 원두커피의 맛에 길들여 진지 오래다.
최근에는 커피를 소재로 한 드라마까지 인기를 끌면서 커피의 고급화, 웰빙화에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커피전문가인 바리스타에 대한 관심과 직업 선호도도 가히 폭발적이다.
이제 일반인들도 커피가 그저 입가심용이 아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자 맛과 멋을 함께 만족시키는 오묘한 세계가 있음을 공감하고 있다.
급변하는 커피시장의 판도를 들여다봤다.
▲인스턴트는 가라. 원두커피가 대세
우리나라는 세계 11위 커피 소비국이다.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커피만 8만5천여 톤, 1억4천만 달러(1천300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가 커피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는 '커피의 나라' 콜롬비아나 브라질이 아닌 베트남이다.
전체 수입물량의 40%를 차지하는 베트남산은 인스턴트커피에 쓰이는 로부스타종(種)으로 아직까지 국내 커피시장은 인스턴트가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판도는 변하기 마련이다.
현재 국내 커피시장 점유율은 인스턴트가 85%, 원두가 15%로 큰 격차를 보이지만 2~3년전만 하더라도 인스턴트가 95%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10년 뒤쯤에는 원두커피와 인스턴트커피 비율이 5대5가 될 것이며 이후에는 선진국처럼 원두커피가 커피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커피 수입시장도 원두커피 원료인 콜롬비아와 브라질산 아라비카종이 증가하면서 수입시장 점유율이 각각 19%와 17%대에 육박, 인스턴트의 아성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다.
원두커피 대중화을 주도한 커피 전문점도 무한경쟁 체제다.
커피회사들은 매장 추가 개장을 서두르고 신규 브랜드가 속속 출시되는 등 규모 확장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커피 전문점 시장은 대형 업체가 거대 자본을 무기로 시장 질서를 독점·재편하는 분위기다.
커피업계에 따르면 올해 스타벅스, 커피빈, 로즈버드, 할리스커피 등이 확장하는 전문점 매장이 200~300개로 추산되고 있다.
1990년대 들어 침체기에 접어 들었던 커피 전문점 시장은 1997년 외국계인 스타벅스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원두커피 대중화의 부활을 알렸다.
스타벅스는 올해안으로 전국 190여개 점포를 40~50개 확장할 예정이며, 커피빈도 현재 77개 점포를 100개로 늘리는 목표를 정했다.
토종 브랜드인 할리스커피도 올해 50곳 이상의 점포를 추가 개장할 계획이며, 국내외 신규 커피전문 브랜드들이 커피 시장에 계속 뛰어들고 있다.
▲무한경쟁, 틈새를 노린다
원두커피 대중화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렌탈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원두커피 렌탈업을 이끄는 중소업체들은 원두커피의 대중화를 모토로 전용 커피머신을 개발, 무상 임대 방식으로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는 커피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원두커피의 대중화를 선언하며 국내 커피시장에 뛰어든 (주)브론스코리아(www.coffee25.co.kr)는 커피문화의 한 단계 진보를 위해 새로운 아이템을 무기로 커피시장에 뛰어 들었다.
(주)브론스코리아는 신선한 원두커피를 보급하기 위해 전자동 에스프레소 디스펜서(자동기기)인 스타빈(STARBEAN)을 개발, 렌탈사업에 진출했다.
100% 아라비카 생두를 원료로 만든 로빈스(ROBEAN'S)라는 자체 액상 원두커피 브랜드도 선보였다.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은 고가제품이어서 수입자동차숍이나 고급 부띠끄와 미용실, 은행 VIP실 등 상류업종의 사무실이나 매장에 설치돼 왔다.
그러나 브론스코리아는 자체 개발한 에스프레소 머신을 무상 임대, 일반 사무실이나 음식점 등을 공략하는 마케팅으로 원두커피 대중화를 선언하고 있다.
(주)브론스코리아측은 "지금까지 커피자동판매기 렌탈시장은 대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인스턴트 위주였지만 소비자들의 기호는 원두커피로 기우는 추세이기 때문에 시장성이 충분하다"며 "원두커피도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버튼 하나면 손쉽게 마실 수 있기 때문에 대중화에 큰 역할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