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금당계곡의 힘찬 물소리와
이름 모를 산새들의 맑은 지저귐에 단잠이 깹니다.
밤새 꼭 닫혀있던 실내가 답답해 창문을 열어봅니다.
음이온과 피톤치드가 잔뜩 포함된 청량한 산공기가
쿰쿰하게 변한 실내의 공기를 단번에 밀어내고
동시에 내 폐부 깊숙한 곳까지도 정화시켜줍니다.
평창 산골의 아침은 이렇게 달디 답니다.
과거 서울에서 생활할 때는
아침에 창문을 여는 일은 아예 엄두도 못냈는데
이곳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습니다.
앞으로 도시 나가서는 절대로 못살것 같네요.
간사할진저 내 마음이여,
서울에서 나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맑은 공기에는 맑은 음악이 찰떡궁합이지요.
한때 산소같은 여자 CF로 유명세를 떨치던 모델 겸 배우가 있었지만
저는 인공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그런 산소는 별로입니다.
모름직이 산소란 풀과 나무가 만들어내는
산골의 진짜배기 산소가 제일이지요.
저에게도 그런 산소같은 여자가 있었습니다.
인사 한 번 나누기는 커녕,
먼 발치에서 구경 한 번 한 적 없는 여자입니다.
하지만 목소리만큼은 제대로 기억합니다.
음성 하나로 사랑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거든요.
카펜터스(Carpenters)의 리드싱어 카렌(Karen).
그녀의 음성은 정말 산골의 맑은 공기를 닮았습니다.
그것이 촌스러움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도시적이고, 세련되고, 지적이며, 품위있는 목소리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녀의 목소리가 자연을 닮았다고 자신있게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목소리는
무엇이든 다 들어줄 것만 같은
무엇이든 다 용서해줄 것만 같은
마치 손위 누이처럼, 혹은 누이 또래의 고모나 이모처럼
편안하고 친절하고 다정한 목소리거든요.
이른 아침 계곡의 힘찬 물소리와
이름 모를 산새들의 맑은 지저귐,
한 잔의 향 좋은 커피 한 잔과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
그것이 자연을 닮은 목소리가 아닌 그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