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수첩 : 연가곡 (11)
2. Hector Berlioz//<Nuits d'ete 여름 밤> Op.7
1) 빌란넬 Villanelle
2) 장미의 요정 Le spectre de la rose
3) 호숫가에서 Sur les lagunes
4) 부재(不在) Absence
5) 묘지에서 Au cimetiere
6) 미지의 섬 L'ile inconnue
메조소프라노 Brigitte Balleys, Philippe Herreweghe (지),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Orchestre des Champs Elysees)
30:24
이 곡이 지난 금요일 선곡되었다.
위 선곡표 상의 번역 제목 중 [③호숫가에서]의 의미가 부적절하다.
원제에서 보다싶이 lagune은 영어의 [lagoon라군]으로 산호초로 이루어진 얕은 바다를 말한다.
브룩 쉴즈가 자연상태로 나왔던 영화 [블루 라군]을 상기해 보면 알 수 있듯이 선곡표 상의 [호숫가에서]와는 전혀 의미가 닿질 않는다.
바다, 그것도 뭍과 인접한 얕은 바다라야 옳다.
사전적 의미인 [화진포호]나 [영랑호] 같은 석호를 말하는 수도 있으나 여기서는 아닌 것 같다.
[후미에서] 라고 번역된 것도 있다.(주; 후미:바다의 일부가 육지 속에 깊숙히 들어간 곳).
그렇다고 이 부분을 [석호에서] 혹은 [후미에서]라고 번역하기도 그렇다.
실제로 그렇게 번역된 해설서도 있다.
그러나 [라군]은 산호초가 점점히 박힌 얕고 투명한 바다가 맞다.
적어도 담수인 [호수]는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부분을 [라군에서]라고 고쳐 부르기로 했다.
베를리오즈의 6곡으로 구성된 가곡집으로 가사는 Theophile Gautier의 雜詩集 [Poesies diverses]에서 발췌하여 처음에는 간결한 피아노 반주로 작곡하여 1841년에 출판되었다가, 1856년 작곡자 자신의 서곡이나 교향곡과 맞먹을 정도의 호화로운 오케스트라 편곡판이 스위스에서 출판되었다.
이 곡의 바탕이 된 테오필 고띠에의 시는 민간 전승에서 제재를 취하여 사랑이나 봄, 연인의 죽음이나 부재(不在Absence), 이별, 여행등을 노래한 것이 대부분이다.
베를리오즈는 이러한 시들을 소재로 언어와 주제에 거의 같은 가치를 부여한 슈베르트의 가곡과 같은 방식으로 [여름 밤]을 작곡하였다.
①빌라넬
추운 겨울이 가고 새 계절이 오면
우리는 숲속 계곡의 백합을 따러가리
이른 아침 떨어진
이슬을 발 밑에 차내며
우리는 찌르레기의
노래를 들으러 가리.
봄이 왔네. 오, 나의 사랑.
봄은 연인들이 축복하고
새들이 날개를 퍼득이며
둥지에서 시를 노래하는 계절
오, 이끼 낀 둑으로 가서
우리의 사랑을 이야기 합시다.
당신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영원히'라고 말해주오.
길에서 멀리 떨어져
보금자리한 겁 많은 토끼와
거울과 같은 봄의 문턱에 서 있는
사슴을 깨우면서 사슴의 가지 긴 뿔을 감탄합니다.
만족과 행복으로 가득한 우리는
바구니에 서로의 손을 포개어
산딸기를 한아름 안고
집으로 향할 것입니다.
②장미의 요정
당신의 감은 눈을 뜨면
순결한 꿈이 가볍게 스치고 지납니다.
나는 장미의 精,
당신이 어제밤 무도회에 달고 간 장미의 정령.
당신은
물병의 은빛 눈물 속으로 조용히
나를 안내하고
밤새도록 별들의 모임에 취하게 합니다.
내 죽음에 원인이 되고
그것을 몰아내기엔 무력한 당신
나의 장미빛 영혼은 매일 밤
당신의 머리맡에서 춤을 출 것이오
그러나 두려워 마오
나는 죽은 자를 위한 미사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오
이 연약한 향수는 나의 영혼
나는 낙원에서 왔오
나의 운명은 시기를 받고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을 인도했을
그토록 아름다운 운명을 갖게되었오.
나의 무덤은 당신의 숨결위에 있고
시인이 적어준 키스와 함께
나는 눈꽃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오
여기 모든 왕들이 부러워할
한떨기 장미가 누워 있노라.
③라군에서
나의 애절한 사랑은 잠들고
나는 영원히 목 놓아 울겠소
무덤 속으로 그녀는 자신과 나의 영혼
나의 모든 사랑을 갖고 갑니다.
그녀는 나를 기다림 없이
하늘로 돌아가고
그녀를 안은 천사는
나 또한 데리고 가지는 않을 것이오.
오, 서글픈 나의 운명이여
오, 사랑도 없이 바다를 건너야 할 운명이여.
눈부시게 하얀 누군가가 그녀의
무덤에 누워 있네
오! 자연 그대로의 모든것은 내게
아침에 있는 듯 하오.
고독한 비둘기는 자기 짝을
구슬피 그리워 합니다.
나의 영혼은 짝 잃은 허전함을
구슬피 목 놓아 웁니다.
오! 서글픈 나의 운명이여
오! 사랑도 없이 바다를 건너야 할 운명이여
거대한 밤이
마치 수의처럼 내 위를 덮치네
나는 하늘에만 들리는
나의 노래를 부릅니다.
오! 아름다운 나의 사랑아
나는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나요
그녀가 그렇듯이 나 역시
다른 여인을 결코 사랑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 서글픈 나의 운명
오! 사랑도 없이 바다를 건너야 할 운명이여
④부재(그대는 가고)
돌아오라, 돌아오라, 나의 사랑아!
태양빛에서 멀리 떨어진 꽃처럼
내 생명의 꽃은 당신의 장미빛 미소에서
멀어져 가는구려
우리의 뜨거운 마음은
서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나.
우리의 입맞춤 사이에는 얼마나 먼 공간이 있나.
오 쓰라린 운명, 오 잔인한 부재여!
달랠 수 없는 강렬한 갈망이여
여기서 저쪽까지는
얼마나 넓은 광야가
얼마나 많은 도회와 마을이
얼마나 많은 계곡과 산들이 가로 놓였나
말을 피곤케하기에 충분한 공간이여!
돌아오라, 돌아오라, 나의 사랑아!
⑤묘지에서
그 흰 무덤을 당신은 아는가.
그곳의 애처러운 비탄과
부평초의 그림자를 아는가
해질무렵
슬픔과 고독의 창백한 비둘기는
상록수에 앉아 노래를 부른다.
희미하고 부드러운 후렴이
한때는 즐겁고 무섭게
마음을 억누르지만
누구라도 영원히 귀 기울이고 싶은 노래
마치 사랑스런 천사가
하늘에서 부름직한 노래가락.
사람들은 잠이 깬 영혼이
잔디밭에서 망각의 비애를 한탄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 노래와 어울려 슬피, 흐느낀다고
말할 것이다.
노래의 날개위로
사람들은 기억이 서서히 돌아와서
그림자, 천사의 모습을 하고
흰 베일로 쌓인 전율의 한 빛줄기를
지나치고 있음을 느낀다.
반쯤 열린 향기로운 밤꽃들은
당신 주위에 부드럽고 감미로운 향기를
뿜어낸다.
느린 동작의 환영은
당신에게 팔을 뻗어 속삭인다.
'당신은 돌아 올 것이오'
어두운 밤이
상록수 꼭대기에 자리 잡은
창백한 비둘기의 구슬픈 노래를 들으러
조용히 내려 앉을 때
오, 다시는
그 묘지에 가지 않으리!
⑥미지의 섬
예쁜 소녀야 말해다오
어디에 가고 싶은지?
돛은 날개처럼 부풀어
미풍이 다가올 것 같다.
노는 상아빛
깃발은 물결무늬의 비단
키는 번쩍이는 황금
선창에는 오렌지를 싣고
천사의 날개인 양 돛을 펼친 돛배
소년 선원은 천사 같아라
예쁜 소녀야 말해다오...
그곳이 발트해
아니면 남태평양
아니면 자바섬인가?
눈꽃이나 앙소카 꽃을
얻기위한
노르웨이 섬인가?
말해다오 말해다오, 예쁜 소녀야.
네가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를.
예쁜 소녀는 말했다.
사랑이 영원한 믿음의 해안으로
데려가 다오!
내 사랑이여,
그 해안은 사랑의 왕국에서도
보기드문 곳이라오.
예쁜 소녀여!
어디에 가고 싶나요?
미풍이 다가올 것 같네.
메조 브리짓 발레이즈는 윤기 자르르한 뇌쇄적인 관능적 음성으로,
메조 답지않은 맑고 고운 목소리로 사랑에 빠진 여인처럼 애잔하게,
때로는 애절하게 심연을 뒤 흔들었다.
더우기 이 관능을 받쳐주는 필립 헤레베헤의 샹젤리제오케스트라의 반주가 더없이 좋다.
풍부한 성량을 필요로하는 베를리오즈의 [여름 밤]은 바그너를 생각케하는 웅대한 스케일의 관현악 반주로 감동을 준다.
느리게 하강하는 움직임 [아아, 사랑도 없이 바다를 건너야 할 운명이여!],
기존 카덴짜의 테두리에 추종하기를 거부하는 선율의 돌연한 급선회,
극단적으로 늘어진 프레이징 등 그 이전의 프랑스 가곡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적인 가곡이다.
오오 봄의 정령,
끈적한 관능의 환영이여,
당신의 목소리로 [영원히] 라고 말해주오!
rubi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