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을 위한 클라리넷
가을의 시원함과 더불어 평온한 저녁을 보내고 있을 무렵, 나눔 가족이신 김성도 집사님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난 후 어느새 내 마음의 고요함은 저 멀리 살아져 가고 있었다.
다름 아닌 지난 10월 4일(토)에 있었던 ‘서울 나눔 클라리넷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마치고 소감을 써달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그런데 차마 맘 편히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왜냐하면 나눔 가족의 총무님으로 살림을 도맡아 하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악보를 이조하거나 편곡을 해야 할 경우라면 바쁘신 가운데도 단원들이 깨끗한 악보를 볼 수 있도록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그런 집사님의 너무나 간곡한 부탁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아서였다.
그러고 난 후 생명의 삶을 펼쳐들었는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는 제목의 묵상 에세이, “노래는 부를 때까지 노래가 아니고, 종은 울릴 때까지 종이 아니며, 사랑은 표현할 때까지 사랑이 아니고, 축복은 감사할 때까지 축복이 아니다“ 언젠가 고등부 교사를 할 때 아이들에게 감사하며 살라고 인용했던 글귀였던 것으로 기억되는 데 갑자기 내 눈에 크게 들어왔다.
“감사” 그러고 보면 내게도 하나님께 감사한 일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그 중에 굳이 하나를 들자면 클라리넷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라고 생각되어진다.
2006년 4월, 그때 까지만 해도 클라리넷이라고 하는 악기이름 마저도 생소했었는데 어느 날 클라리넷 2기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듣고 ‘너무 좋은 기회구나’ 라는 생각에 한번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막상 하려고 보니 취미로 하기엔 만만치 않은 악기 값에 할까 말까 고민하며 망설임 끝에 클라리넷과의 첫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처음엔 그저 클라리넷도 피리(?)처럼 불면되려니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큰 착각이었다. 조금 불라치면 입 주변 근육들과 클라리넷의 무게에 눌린 오른손은 아픔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하루 고통과 아픔의 시간이 더해 갈수록 조금씩 클라리넷의 소리가 좋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또 다른 내 삶의 활력소가 되어 주기도 하였다.
일주에 한번, 주일날 오후에 고등부실에서 클라리넷 연습이 이루어졌고 조금씩 실력을 쌓아
가고 있었지만 나눔 가족들 모두가 다른 사람 앞에서 연주할 만큼의 실력을 갖추지 못한 터라 다들 새생명반에서의 정기적인 연주나 가끔 교회의 크고 작은 행사 시 섭외가 들어오면 감사한 마음도 있었지만 늘 조금은 부담스럽고 떨림으로 다가와 좀 더 열심히 연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삑사리(?)가 많이 줄어든 듯하다.
그러고 보니 연주하다가 생긴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제법 있는 것 같다.
아마 새생명반에서 연주할 때였던 것 같다. 한참 연주하는 중에 누군가 그만 삑사리로 대박을 터뜨려 모두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억제하느라 곤욕을 치루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악보를 건너뛰는 상황이 벌어져 서로 말도 못하고 당혹감에 길게만 느껴졌던 그때 그 순간들...
그래도 늘 우리는 실수함을 탓하지 않고 한바탕 웃음으로 서로를 격려해 주는 넉넉한 마음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클라리넷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클라리넷을 지도하시는 김문길 집사님께서 새로운 비전을 우리에게 전해 주셨다.
어느날 집사님께서 “30대에 해야 할 일 10가지”에 대한 책을 읽으셨는데 그 책을 읽고 나신 후 30대에 꼭 이루어야 할 일,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베풀며 살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셨다고 한다.
그래서 집사님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인 ‘클라리넷’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나눔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시게 되어 우리들에게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비전을 나누어 주셨는데, 그때 우리 모두는 집사님을 통해 허락하신 아름답고 소중한 비전에 감사하며 동참하기로 뜻을 모으게 되었다.
그리하여 2007년 12월 15일에 “서울 나눔 클라리넷 오케스트라”가 창단되었다.
‘서울 나눔 클라리넷 오케스트라“가 창단되고 충남 공주의 유구은혜교회에서 의미있는 첫 연주를 하였으며, 그 다음으로는 인천 장봉도 혜림원(장애인복지시설)에서 초청연주가 이루어졌는데 그때 너무나 밝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나눔 가족들이 더 많은 것을 얻고 돌아오는 감사한 시간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이어서 지난 4일(토) 장천아트홀에서 열린 “서울 나눔 클라리넷 오케스트라”정기연주회는 나눔 가족 뿐만이 아니라 서울 페스티발 플룻 앙상블과 많은 협연자들로 구성하여
풍성한 음악으로 기쁨과 감동을 주고자 노력하였던 연주회로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다.
물론 아마추어인 우리들에게는 정기연주회를 위해 곡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평상시 귀에 익은 음악들이었지만 막상 연주하려 하자 박치에다 손까지 굳어 버린 만만치 않은 나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리더이신 김문길 집사님의 뚝배기 같은 편안함과 느닷없는(?) 유머로 단원들을 즐겁게 이끌어 주심에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서울 나눔 클라리넷 오케스트라”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아름다운 비전을 이루기 위해 성장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구촌 어디라도 우리가 가진 작은 달란트로 기쁨과 즐거움을 나누는 일에 귀히 쓰임 받기를 소망하며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린다.
글쓴이 허봉래
첫댓글 어쩜 이리 글을 잘 쓰신데요. 표현력 짱부러워요~
정말 훌륭하십니다 이렇게멋진글을 이제서야 보다니````나날이발전하는 나눔클라리넷모두가되기를소원합니다
허봉래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정말 마음에 썩 잘 들어 옵니다...우리모두를 위해 아자..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