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기사를 통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얼마전 연세대학교 성소수자 단체인 컴투게더가 동아리연합회로부터 정식 중앙동아리 승인을 받았습니다.
우선 같은 대학 성소수자 모임으로서 축하를 아끼지 않을 일입니다. 기독교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컴투게더가 정식 동아리로 인정받았다는 것은 이제 그분들이 당당히 학내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았다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컴투게더는 정식 중앙동아리로 승격됨에 따라 당당히 여러가지 대외행사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 동아리들이 누리고
있는 여러가지 권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로부터의 재정적인 지원과 동아리 방 배정 등이 있습니다.
제가 약 2개월 전에 컴투게더 대표 분을 직접 만나 중앙동아리 승격 과정을 조금 들을 수 있었는데요, 필요한 정보만 요약해보겠습니다.
1. 10년 이상의 역사를 통한 조직의 성숙
: 컴투게더는 이미 설립된지 10년 이상이 넘은 전통있는 단체입니다. 컴투게더의 중요한 행사 중 하나가 홈커밍데이와
같은 선후배 만남인데요, 졸업한 선배들이 이제 많아진 만큼 행사의 규모도 커져서 연고전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큰 내부행사라고
합니다. 모임을 넘어 동아리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조직을 형성할 수 있게 된 것도 결국 오랜 기간 그 조직이 성숙했기 때문인
것이죠.
2. 성소수자 인권운동
: 컴투게더는 인권운동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 관련 외부 강연회를 학교내에서 여러 차례 개최하고, 인권침해사례가
있을 때에는 컴투게더의 이름으로 맞서곤 했었습니다. 물론 조직 내부에서도 인권 운동에 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해요.
어떤분들은 인권 운동에 나서지만, 또 다른 분들은 친목 이상의 활동에는 부담을 느꼈으니까요. 그래서 내부적으로 내린 결론은
인권운동을 지속하되 할 사람들 관심 있는 사람들은 나서서 하고 크게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는 굳이 강요하지 않는 것이라 합니다.
여하튼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 침묵하지 않은 점은 컴투게더의 학내 발언권 및 존재감을 확산시키는 데 필수적이었다 할 수 있겠습니다.
3. 철저한 회원관리
: 컴투게더는 인권 운동과 함께 철저한 회원관리로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정체성이라
함은 '연세대','성소수자'를 의미하는 것이지요. 아직 성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을 느끼고 있는 사람 혹은 호기심에 문을 두드리는
이성애자들은 단호히 거부합니다. 왜냐하면 회원관리가 잘 안될 경우에는 기존 회원들이 활동 하는 데 있어 큰 부담을 느낄 뿐만
아니라 조직의 정체성을 상실하여 무슨 일이든 일관된 방향성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컴투게더는 신규회원을 받을 때, 운영진이 직접 만나보고 판단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물론 이것이 100%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인터뷰를 하게 되면 온라인보다는 확실히 평가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실 것입니다.
4. 운영진의 리더십 ; 동아리 연합회와의 협상
: 이 부분은 컴투게더 대표분의 리더십이 많이 작용되었다고 보여집니다. 우선 컴투게더 대표분께서는 본인이 동아리연합회장과의
만남을 수차례 가졌다고 들었습니다. 둘만의 만남이고 제한적이긴 하지만 어느정도 커밍아웃의 위험을 스스로 감수하신 것이죠. 앞으로
적어도 컴투게더의 대표는 이제 정식 중앙동아리 회장으로서 외부에 본인을 알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컴투게더는 예외적으로 회원들의 명부를 익명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
졌습니다. 소수자 단체로서 매년 회원들의 이름 및 학번과 학과가 적혀져 있는 명부를 내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죠. 이를 협상을 통해
극복한 것은 컴투게더가 동아리 연합회에 중앙 동아리로 승격되는 데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토대를 만든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여러가지 요인들이 더 있겠습니다만, 위에서 언급한 4가지 주요 요인 때문에 컴투게더의 중앙 동아리 승격이라는 쾌거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쯤에서 서강대에서는 어떻게 중앙동아리 승격이 이루어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다음은 서강대 동아리 연합회 회칙에서 발췌한 부분입니다.
제2조 신규동아리의 등록요건
1) 제4장 제1조의 1,2항의 서류(등록신청서1부 및 20인이상의 회원명부)
2) 대학문화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동아리의 목적이 명시된 소개서, 계획서, 예산기획서 각 1부
3) 동아리 등록 결정 이전시기에 있어서 활동의 내역을 적은 보고서 1부
4) 유사 동아리는 분과회의 및 운영위의 심의를 거쳐 등록할 수 있다.
제4조 신규동아리 등록
1) 소속 분과 및 운영위의 심의를 거쳐 대표자 회의에서 등록을 공표한다.
2) 신규 동아리 등록신청은 매학기 개강 셋째주 금요일까지만 가능하다.
3) 신규 동아리 등록과 함께 준회원의 자격을 획득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신규 동아리로 등록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은 지도교수, 20인이상의 회원명부, 기존의 활동 내역 등이 있습니다. 또 요건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소속 분과 및 운영위의 심의를 거쳐야 합니다. 여기에서 운영위란 동아리 연합회 최고 의결 기구로서, 동아리 연합 회장 및 부회장, 각 분과 대표, 집행위원장등이 포함된 기구입니다.
그렇다면, 서강대에서 성소수자 단체가 정식 중앙동아리로 승격 받는 것이 가능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실에 비추어봤을때 비관적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아직 자격 요건을 갖추었다 보기 힘듭니다.
: 자격 요건이라 함은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컴투게더의 성공요인들이 되겠죠. 탄탄한 전통, 인권운동, 철저한
회원관리, 체계적인 운영진 구성 등 우리가 이루었다 보기엔 굉장한 것들이죠. 정체성을 분명히 견지하고 지속적인 활동을 갖춘 조직의
형태를 갖추어야 합니다.
2. 학교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동아리연합회
: 이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 연세대학교 동아리연합회는 총학생회와는 다르게 진보적 운동권 성향의 사람들이 이끌고 있습니다.하지만 서강대학교 동아리 연합회는 학생처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교내에서 진보적 성향인 총학생회를 견제하는 역할을 사실상 담당하고 있습니다. 신규 동아리 등록은 동아리연합회 운영위원회의 승인을 필히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아주 치명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컴투게더, 서울대 QIS라 할지라도 지금의 서강대 동아리연합회를 만났다면 결코 중앙 동아리로 승격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지금의 객관적이고 냉정한 상황입니다.
3. 보수적인 학내 분위기
: 컴투게더는 이번에 중앙 동아리로 승격되면서 최근에 한차례 큰 홍역을 겪었습니다. 컴투게더가 중앙 동아리가 되었다는 연세
춘추의 성급한 보도 때문에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크게 반발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막 학내 구성원으로서 발을 뗀 컴투게더에는 커다란
시련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서강대 또한 카톨릭 학교로서 연세대학교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을 보수적인 분위기가
엄존합니다. 특히 서강대에는 종교동아리 및 단체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가 수면위로 떠오른다면 이들 종교 동아리 및 단체들의 조직적인 반발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이또한 보이지 않는 커다란 장애요인이겠지요.
대략 위의 세가지 요인으로 인해 안타깝지만 컴투게더의 경사는 지금 당장은 우리학교에서 이루어지기 힘든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현실이 결코 우리를 주눅들게 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컴투게더의 기쁜 소식으로 인해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게 되었고, 장기적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되었으니까요.
저는 우리가 컴투게더처럼 장기적으로 조직화되기를 바라지만, 당장 급격하게 추진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른 데랑 비교하면 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요. 저 또한 운영자 되기 전까지는 카페활동에 그닥 열심이지
않았다는 건 모두가 아시는 일이죠;; ㅋ
오히려 소박하게 조금씩 해나가는 것이
어떨까합니다. 단순 번개 차원의 모임을 개강 종강 정모로 정리하고, 오프라인 전체 모임도 자주 갖구요. 이제 엠티도 가죠? 이렇게
뭔가 추억을 공유할 수 있을 만한 엠티도 좋을 것이고, 다른학교와의 조인트도 서서히 해나가는 것이죠. 운영자도 예전엔 그때 그때
넘겨주었다면 이제는 조금은 더 공식적으로 넘겨주는 거죠.
일단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나가다보면, 나중엔 의미있는 변화들이 나오게 될 것이고 그런 것들이 점점 모여 결국 우리 모임을 더 단단하게 만들거라 생각해요.
생각나는 대로 쓰다보니, 정말 길어졌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
이상, 서강대 이반 모임을 사랑하는 Sprite였습니다♡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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