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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종주산행기 제23구간
일 자: 2007년 8월26일 일요일 날씨: 흐림,맑음,비
구 간: 그럭재~오도치~파청치~방장산(535m)~아드리재~주월산(558m)~무남이재
~광대코재~600봉~천치고개(모암재)~모암마을
구간거리: 약 22km 소요시간: 11시간25분
참여인원: 최선범 유선옥 유영실 민현숙 황보종대 정명수 장진용 김종옥 김동수
황병권 한양신 안경복 이재진 김기진
여주출발 8월25일 21시00분
<끝없이 이어지는 잡풀등산로...>
오늘은 회원중 한사람인 안병철씨 부친 문상을 위하여 빈소인 전남 정읍시에 들렀다 가야하기 때문에 여주에서 평소보다 2시간 일찍 출발했다.
산행 참여인원도 문상때문만은 아닌것 같은데 이미 만차가 돼서 인원조정하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을 정도로 회원님들의 열화같은 호응이 있었다.
어찌되었거나 고무적인 일이었고 우리가 흔히 명절날 하는 덕담처럼 “매주 오늘만 같아라” 하는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럭재 8월26일 03시05분
<먹는데는 때와 장소가 없다>
정읍에 들렀다 왔는데도 여주에서 일찍 출발하였기 때문에 산행출발시간이 너무 이르다. 막간을 이용해서 도로에 죽 둘러앉아 야생화님이 만들어온 콩국수를 한그릇씩 해치운다.
정읍에서 그렇게 먹고도 또 무슨 배가....?? 국수를 먹는건지 만들어온 성의를 먹는건지...어찌되었건 맛은 고소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컴컴한 밤중에 도로에 죽 둘러앉아 헤드랜턴은 머리에 차고 뭘 먹고 있으니 지나가는 차량의 승객들이 무척 놀랬을것 같은데....몇십년 전만해도 이건 무장간첩으로 신고감이다.
고개마루 옹벽옆 임도따라 사면으로 오른다. 우리는 차를 타고 길건너로 왔기 때문에 도로를 건너지 않았지만, 4차선인 이 도로를 지나갈려면 길따라 보성읍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면 지하통로가 있다. 그렇지만 그곳까지 정 내려가기 싫다면 조금만 신경써서 중앙분리대를 넘어갈수도 있다.
임도를 조금 따르다가 좌측으로 시멘트측구를 건너고 훈련용 참호를 뛰어넘어 급경사 사면을 오른다. 이것저것 잔뜩먹고 초장부터 급경사를 오르니 흔히 하는 우스개소리로 “갯징” 할것 같다.
03시40분. 삼각점이 있고 그옆에 측량용 폴대가 서있는 315봉을 지난다. 지금까지 정맥능선상의 정상마다 정상표지를 많이 설치해 놓으신 “준희”님께서 315봉이라고 쓴 정상표지를 매달아 놨는데 지도상에 명시가 없어 혹시 이곳이 지도상의 338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완만한 능선... 캄캄한 밤중에 이슬같은 비가 내리고 있다. 이 일대에서는 새벽에 이슬이 많이 내려 녹차농사에 좋다고 하든데 이게 그건지 어쨌든 뿌연 안개속에 뭔가 계속 내리고 있다.
04시46분. 사람 두길정도되는 산죽밭도 지난다. 05시30분이 되니까 주위가 약간씩 훤해저서 헤드랜턴을 벗으니 울창한 편백나무숲이 이어진다.
05시48분. 이제 주위 식별이 가능하고... 거대한 광산김씨 장군묘앞에서 제대로 휴식을 취한다.
묘를 지나자마자 Y자 삼거리...직진길이 잘 나있지만 우측 숲속으로 들어간다.
오도치 06시15분
<가로수가 아름다운 고개길>
깨끗한 2차선포장도로옆에 줄지어선 벗나무 가로수가 아주 아름답다. 이 도로는 보성군 겸백면과 득량면을 잇는 845번 지방도다. 포장도로따라 우측으로 고개마루에 올라 길건너서 쓰러저있는 등산안내도 간판옆을 지나 콩밭(감자밭...??)을 가로질러 편백나무숲속으로 들어간다.
도로에서 시작하는 처음구간은 항상 가파르다. 땀을 한바탕 흘린다음 06시46분. 잡목들로 인해 시야가 거의 없는 335봉에 오르고....마루금은 좌측으로 90도 이상 꺾여나간다. 이곳에도 여지없이 준희씨의 정상표지목이 나무에 걸려있다.
우리가 능선산행을 하면서“준.희”씨의 정상표지목을 많이 보는데 그곳에는 거의 다 산높이를 적어놨다. 그런데 그게 높은산이나 유명한 산이면 몰라도 이렇게 작고 이름없는 봉우리의 높이까지 적는다는것이 보통 힘든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 아는일이지만, 힘들고 고생스러울(?) 때는 지도도 보기싫고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그냥 땅만 보고 가기가 십상이다. 그런데 그걸 일일이 확인해가면서 이름없는 봉우리에 이름을 달아주는일이라니.....
그건 그렇다치고, 오늘은 시작부터 무진장 졸립고 힘들다. 출발한지 4시간도 않됐는데....?? 상가집에서 맥주를 많이 마셔서 그런가...??아니면 안개속 산행이 몸에 않좋아서 그런가....?? 알수없는일이다.
선두는 이미 우리보다 한참 앞서 가고있어 만나서 같이 아침식사한다는것은 지금 몸상태로 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서 식사를 하고 좀 자고 가기로 한다.
아침식사및 휴식 06시50분~07시40분. 식사를 일찍 끝내고 잠간이라도 눈을 붙이고 나니 몸이 한결 가볍다.
07시48분. 능선우측은 벌목지대고 좌측은 목장 철조망이다. 능선상에는 나무를 모두 베어놓아 잡풀과 가시덤풀 투성이다. 내리막길의 편백나무군락지를 지나니 매미소리 요란하다.
파청치 08시05분
<파김치가 아니라 파청치>
넓은 비포장임도에 운동기구도 있고 이정표도 서있다. 이곳부터 방장산까지 계속 임도따라 올라간다. 임도라고는 해도 정상까지 고도차가 크고 주위에 나무가 없어 햇볕이 그대로 내려쬔다.보통때 같으면 등산을 시작할 아침시간에 불과한데 몸은 이미 파김치다. 고개이름을 파김치라고 바꿔야 할것같다....ㅎㅎㅎ 아직 갈길은 먼데....
08시43분에 고개위로 올라 이정표가 서있는 방장산사거리를 지나 09시02분. 호동재도착. 이정표에 좌측 약수터 0.3km, 직진 방장산 0.6km, 우측 호동주차장이라고 씌어있고 특이한것은 사면일대가 전부 편백나무와 그와 비슷한 품종인 메타쉐콰이어 군락지다.
남쪽지방의 가로수로 많이 식재되고 있는 이 메타쉐콰이어가 측백나무의 개량종인줄 만 알았는데 이렇게 산에서 자생하고 있다는것이 아주 신기하다.
방장산(535m) 09시20분
<방장산 정상>
정상에는 거대한 KBS송신탑이 서있고 또 관리건물 옥상을 전망대로 이용할수있도록 작은 계단까지 만들어놨다. 정상표지석이 있고 삼각점도 있다. 덥고 힘들어서 먼 바다를 한번 휘 둘러본후 갈길을 재촉한다.
09시50분. 잡풀더미로 인해 좌우길이 희미한 아드리재를 지나면 길 옆에 돌배나무가 두어그루 서있다. 모두 돌배를 따서 주머니에도 넣고 입에도 물고 터벅터벅 갈길을 간다 . 그것도 배라고 갈증을 많이 해소시킨다.
다시 오르막...10시19분. 청능마을 삼거리를 지난다. 이곳이 배거리재다. 길옆 약간의 공터에 철봉틀도 있고 그옆에 서있는 조성면장이름의 이정표에는 우측으로 조성면 고동마을이라고 씌어있다.
주월산(558m) 10시30분
<기운없는 사람들>
넓은 공터에는 페러그라딩장도 있고 쉼터도 마련되어있다. 전망은 기가막히게 좋은데 모두 힘들고 지처있어 그늘아래에만 앉아 있을려고 하고 그 좋아하는 증명사진 을 찍을려고도 않한다.
넓지않은 정상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바닥에는 바위가 툭툭 튀어나와 있으며 작은 소나무에 STS 로된 정상표지가 매달려있다.
<잘 조성된 농경지와 득량만 전경>
그리고 이 일대의 지명에는 배와 관련된것이 많다. 이곳 바로전의 삼거리가 배거리재인데 배걸이재가 배거리재로 바뀐것 같고, 이곳 정상 이름도 주월산 즉 배가 넘은 산인데 이걸로 볼때 오래전에 이 산이 바다로부터 융기했거나 아니면 홍수로 인해 해수면이 상당히 높았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일어나기도 싫지만 누가 가줄것도 아니고 다시 배낭을 주섬주섬 메고 임도따라 조금내려가다 임도를 버리고 우측 잡목숲으로 들어간다.
길이 보이지않을 정도의 잡풀더미속에 밧줄 까지 매어있어 잘못하면 줄에 걸려 넘어지기 십상이다. 뒤에 들은 얘기지만 이 구간에 등산로를 만들려고 나무도 베고 길 양쪽으로 밧줄도 매어놨었는데 군수가 바뀌는 바람에 그대로 방치해서 등산로가 온통 잡풀더미로 변했다고 한다. 책임자는 바뀌어도 정책은 일관되게 진행해야 하는건데.....우리나라 행정의 진면목을 보는것 같다.
11시08분. 잡풀과 가시덩쿨속을 뚫고 여기까지 내려왔는데 정상으로 이어진 임도가 마루금 바로옆으로 나란히가고 있다. 임도따라 왔으면 이런고생은 안했을텐데...zzzz
(한번 해본소리임...) 잠시 나란히 가던 임도는 좌측사면으로 내려가고 마루금은 계속 잡풀속을 간다.
무남이재 11시30분 11시57분
<무남이재>
차가 다닐수 있을 정도의 시멘트도로가 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직진 광대코재 1km라고 씌어진 이정표가 서있고 등산안내판은 쓰러저있다. 주변에 아무런 시설물이 없다.
도로에 내려서자마자 시멘트바닥에 모두 벌렁벌렁 드러눕는다. 덥고 힘들고 졸리고....그건 그런데... 오랫만에 산행에 참여한 여성대원 한사람이 더 이상 도저히 못가겟다고 한다. 하긴 이곳까지도 온힘을 다해서 왔는데.... 앞으로 광대코재 까지 고도 약300m는 올라채야 한다.
이곳은 걸어서 탈출하기에는 거리가 상당히 멀지만 시멘트 도로라 차가 올라올 수가 있어 우리에게는 탈출이 용이하다. 봉고차에 연락해놓고 남은 기력을 다해서 광대코재로 올라간다. 다리가 천근이다. 오늘 왜 이럴까? 아무래도 모르겠다.
광대코재(513m) 12시32분
<광대코재>
아닌게 아니라 코가 땅에 닿을듯한 급경사 오르막이다. 가뜩이나 진이 다 빠진터에 마지막 카운터를 먹이는것 같다. 허위허위 능선위에 오르니 삼거리 이정표가 서있다.
좌측 초암산 3.5km, 직진 선암 2.7km
직진해서 낙타등같은 바위봉을 몇 개 넘어 밋밋하게 내려가는 능선상의 마지막 낙타봉 바위에 걸터 앉으니 그나마 바람도 살살 불어오고 시원하게 펼처진 남해바다가 그 와중에서도 한장의 그림같다.
지친몸을 일으켜 갈길을 바라보니 멀리 거대한 존재산능선이 눈앞을 가로막고 있고 송신탑이 지나가는 천치고개 안부까지의 능선상에는 나무하나없고 사람한키정도의 잡풀과 산딸기 가시덩쿨 꽉 뒤덮혀 있는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라고 손짓하는 존제산 능선>
저길 무사히 뚫고 지나가야 되는데....가야할길을 바라보면 기가막히지만 누가 가주나...내가 가야지.... 잡풀을 수영하듯이 양팔로 헤치면서 한발한발 전진한다.
땡삐가 뎀빌가봐 걱정이고, 보이지 않는 땅바닥에 있는 비암이라도 밟을까봐 조심조심한다.
14시00분. 드디어 임도 도착. 이곳에서 천치고개까지는 능선따라 가도되고 임도따라 가도 만난다
천치고개 14시10분
<천치고개>
비포장임도가 지나는 이곳에는 아무런 시설물이 없고 다만 거대한 송전탑이 지나고 있다. 증명사진 한 장찍고 부리나케 좌측으로 임도따라 내려간다.
조금 내려가니까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진다. 이왕 올거면 아까 덥고 힘들때 올것이지 이제 다 내려와서....
그래도 안오는것 보다는 훨씬 낫다. 쏟아지는 빗물로 온몸의 피로와 땀을 씻어내리니 시원하기 그지 없다.
선암리 모암마을 14시30분
마을안 공터에 커다란 정자가 있어 마을사람들이 많이나와 정자에서 쉬고 있다. 우리도 같이 뒤섞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개천에서 몸도 닦으면서 하루를 정리한다.
그리고 특이한것은 이 산골마을까지 마을버스가 들어오고 있어 정맥산꾼들에게는 유익한 교통수단이 될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댓글 사진설명 : 파정치가 아니라 파청치죠?...새벽녘 천둥과 낙뢰가 무서워 가슴떨던 생각,,,광대코재에서 마지막 급경사오르다 황보종대님이 주신 청사과맛,,,잊을 수 없겠죠...잘 읽었습니다.
올 산행중 가장 힘들었던 하루였습니다. 잘읽고 갑니다.
그렇게 힘든 산행이였는데도 녹음을 잘 하셨네? 졸면서 걸으셨던것 같은데.... 잊을수 없는 산행 힘든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