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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례포 바다에서 거둔 조과를 자랑하고 있는 후지타카약 조구룡씨.
- 여름이 막을 내리면 사실상 수상레포츠는 휴지기에 들어간다.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해지니 선뜻 물에 뛰어들기가 망설여지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패들러(paddler)들에겐 시원한 바람도 차가운 물도 장애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번잡함이 사라진 초가을의 강과 바다가 더 반갑다. 서늘한 바람이 기분 좋은 9월에도 카약 투어링은 계속된다.
카약 투어링은 말의 뜻 그대로 카약을 타고 즐기는 여행이다. 우리나라는 잔잔한 강이 많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카약 투어링에 천혜의 환경을 지녔다. 전국 어디서나 당일로 투어링을 다녀올 수 있을 만큼 강과 바다도 가깝다. 장비를 구비하고 기초적인 기술만 익히면 언제든 비경을 찾아가는 물길 여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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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갱이 해변에서 카약을 말리며 캠핑을 즐기고 있는 ‘카약과 캠핑’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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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는 서울에서 가까운 태안을 찾았다.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크고 개펄이 넓어 카약 투어링에 알맞은 물때를 잘 맞춰야 한다. 바닷물의 수위가 가장 높은 만조에 배를 띄우거나 철수하도록 타이밍을 조절하는 것이다. 그래야 배를 들고 해변을 가로지르는 수고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물때에 맞춰 현지까지 이동하기는 쉽지 않다. 가능하면 조수간만의 차이가 적은 장소를 베이스캠프로 정해야 한다.
태안반도 북쪽 끝에 자리한 구례포 해수욕장은 바다 카약에 안성맞춤이다. 전반적으로 해변 수심이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그리 심하지 않다. 또한 이곳은 서해안 특유의 개펄이 거의 없는 모래밭 해안으로 환경이 깨끗하다. 해변은 짙은 송림이 숲을 이루고 있어 야영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캠핑을 겸한 카약 투어링에 이상적인 장소라 하겠다.
휴가철 지난 바닷가는 조용하고 쾌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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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갯바위가 드러난 해안을 따라 카약으로 이동중인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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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서해안은 조용하면서도 한적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해변은 쾌적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썰렁하기 마련이다. 헌데 이곳은 철 지난 바닷가에도 사람이 북적거렸다. 석갱이 야영장의 소나무숲으로 들어서자 여기 저기 형형색색의 텐트가 눈에 띈다. 커다란 그늘막 아래 앉아 여유롭게 바다 낭만을 즐기는 이들도 눈에 띈다.
다음카페 ‘카약과 캠핑’ 회원들 외에도 많은 이들이 그곳을 점령하고 있었다. 모 오토캠핑 동호회의 정규캠핑과 장소가 겹친 것이다. 많은 팀이 소나무숲 여기저기에 캠프사이트를 구축하고 있어 ‘카약과 캠핑’ 회원들을 구분할 수 없었다. 카페지기인 조구룡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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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약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포인트를 찾아가고 있는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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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다에서 카약을 타고 있어요. 시간 절약하려고 자리를 펴자마자 나갔습니다. 석갱이에 사람들이 많아서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나중에 뵙겠습니다.”
오후 시간에 투어링을 시작해 멀리 보이는 섬까지 다녀오는 코스에서 카약을 타고 있었다. 바다는 잔잔했고 그다지 큰 파도나 너울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밖에서 보는 바다와 실제로 겪을 때의 바다는 큰 차이가 있다. 이날 오후에 카약을 탄 회원들은 1m가 넘는 너울과 조류를 경험해야 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할 즈음 학암포쪽 바다에서 카약 몇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물 위에 뜬 솔잎처럼 가냘픈 모습의 카약은 의외로 빠른 속도로 파도를 헤치고 해변으로 접근했다. 저녁 햇살을 받으며 카약을 즐기는 패들러의 모습은 정말 멋졌다. 바다와 배와 사람이 어우러진 모습은 한 장의 작품 사진 같았다. 진정 자연의 즐거움과 자유를 느낄 줄 아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린 뒤 모닥불 옆에 회원들이 모여 앉았다. 바닷바람 부는 소나무숲에 카약을 눕혀두고 느긋하게 내일 투어링을 준비하고 있다. 식사와 함께 술잔이 오가며 즐거운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카페 이름 ‘카약과 캠핑’이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이런 분위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