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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6일 화요일, Chihuahua, Nuevo Hotel Plaza
(오늘의 경비 US $29: 숙박료 90, 점심 16, 식수 10, 식료품 28, 수건 15, 버스 95, 택시 20, 입장료 5, 인터넷 10, 환율 US $1 = 10 peso)
오늘 11시경 농민 혁명가 Pancho Villa가 암살당했던 Parral을 떠나서 버스로 3시간 만에 Pancho Villa가 암살당하기 전에 은퇴해서 살았던 도시 Chihuahua에 도착하였다. Lonely Planet에 소개된 숙소 Nuevo Hotel Plaza에 체크인을 끝내니 오후 2시경이었다. 호텔은 좀 오래된 건물이었지만 방은 널찍하고 깨끗하고 찬물 더운물 다 나오고 조용하니 더 바랄 것이 없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호텔직원에게 comida chino (중국 음식) 하는 곳을 아느냐고 물으니 가르쳐 주었다. 가르쳐 준대로 한참 걸어갔는데 나오지 않았다. 포기하고 공원 근처에 있는 조그만 음식점에서 멕시코 음식 taco를 사먹었다. 음식점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했는데 taco가 참 맛있었다. 며칠 전에 Sombrerete에서 사먹은 맛없는 taco와는 딴판이었다. 역시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이유가 있었다. 1인분이 4개인데 양이 좀 적은 것 같아서 2인분을 사먹었더니 좀 많았다. Taco를 찍어먹는 매콤한 소스가 특히 맛있었다.
너무 더워져서 호텔로 돌아와서 낮잠을 좀 잔 다음에 오후 6시경 다시 나가니 선선해서 걷기에 좋았다. 이곳 기후는 캘리포니아와 비슷해서 낮에는 햇볕이 따갑고 아침저녁은 선선하다. 10분 정도 걸어서 Hidalgo's Dungeon에 입장료 5 peso를 내고 들어갔는데 멕시코 독립의 국부라 불리는 Miguel Hidalgo가 갇혀있었다는 감방이 잠겨있어서 내부를 구경할 수가 없었다. 직원이 무어라고 설명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오후 6시 반경이었는데 너무 늦었다는 얘기였나? 괜히 5 peso만 허비했다. 내일 다시 가볼까?
Hidalgo는 멕시코의 독립운동을 이끈 가톨릭 신부였다. 스페인 군과의 전투에서 패해서 이곳으로 피해왔는데 부하의 배반으로 스페인군에게 체포되어서 이곳에 갇혀 있다가 사형을 당했다. 멕시코의 거의 모든 도시에 그를 기념하는 거리, 광장, 공원 등이 있다.
Hidalgo's Dungeon 바로 옆에 있는 우체국에 인터넷 표시가 붙어 있어서 들어가 보니 조그만 방에 "Public Internet"이란 영어 간판이 있고 세 자리가 있는데 한 자리는 컴퓨터가 없고 한 자리는 컴퓨터가 있는데 꺼져있고 한 자리만 컴퓨터가 켜져 있었다. 앉아서 인터넷을 해보니 안 된다. 직원한테 얘기를 하니 컴퓨터를 재부팅을 한다. 무료냐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인터넷을 해보니 너무나 느리다. 이번 여행 중에 사용한 컴퓨터 중에서 제일 느리다. 간신히 이메일을 하고 떠나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니 30분 사용했다면서 10 peso를 내란다. 아니 무료라고 하더니 내가 잘 못 들었나? 좀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웃으면서 내고 나왔다.
세계에서 제일 작은 개 종자로 알려진 치와와의 이름이 이 도시가 있는 Chihuahua 주의 이름에서 나왔으나 왜 그런지는 모른다고 한다. 약 2kg 무개의 이 개는 멕시코가 원산지인 것은 틀림없다.
2003년 5월 7일 수요일 오전, Chihuahua
(오늘의 경비 US $35: 숙박료 70, 점심 14, 간식 8, 맥주, 럼주 71, 버스 165, 3, 4, 3, 입장료 10, 환율 US $1 = 10 peso)
어제 밤엔 잠을 설쳤다. 밤중에 갑자기 방안에 에어컨이 나오기 시작했다. 낮에는 잠잠하다가 왜 갑자기 밤에 나오나. 방안이 추워지고 에어컨 돌아가는 소음이 보통 요란한 것이 아니다. 에어컨을 끌 수 없나 하고 스위치를 찾아봤으나 없다. 호텔 직원에게 물어보니 끌 수가 없다며 타월을 하나 주면서 찬바람 나오는 구멍을 막아보란다. 타월로 막아보려 했으나 바람이 너무 강해서 타월이 자꾸 빠져서 떨어진다. 가지고 다니는 닥트 테이프로 간신히 막아서 찬바람 나오는 양을 줄이는데 성공했지만 소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귀마개를 해도 소음이 너무 커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Chihuahua에서 하루 밤을 더 묵을 계획을 취소하고 오늘 다음 목적지인 Creel로 가기로 했다. 낮 12시 버스를 타면 충분히 해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으니 Chihuahua 제 1의 볼거리인 Pancho Villa 박물관을 아침나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박물관이 아침 9시에 연다니 오전 11시 호텔 체크아웃을 위해서 짐을 미리 싸놓고 아침 8시에 호텔을 나섰다. 이곳에 있는 Pancho Villa 박물관은 어제 묵었던 Parral에서 암살당하기 전에 살던 집인데 Pancho Villa가 멕시코 혁명에 큰 공로가 있다고 해서 멕시코 정부에서 상으로 준 집이다.
아침 산보 겸해서 박물관까지 2km 거리를 걸었다. 공기도 좋고 조용해서 걷는 것이 즐거웠다. 그런데 2km 이상을 걸은 것 같았는데도 박물관이 안 나온다. 그리고 길 이름도 Lonely Planet 지도에 나온 길 이름과는 틀린다. 너무 일러서 거리에 물어볼 사람이 없다가 한참 만에 지나가는 사람을 발견하고 물어보니 호텔에서 나와서 동남쪽으로 간다는 것이 반대쪽인 서북쪽으로 걸어왔다. 걷기 시작하기 전에 방향을 나침반으로 확인을 했어야 했다.
다시 반대로 걸어서 호텔 쪽으로 걷다가 지나가는 버스에 올라타고 박물관에 도착하니 9시 5분이었다. 그런데 박물관 문이 안 열렸다.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박물관은 9시에 여는데 지금 8시 5분이란다. 그러나 내 시계는 분명히 9시 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알고 보니 Durango와 Parral 중간 지점에서 시간이 바뀐 것이다. 그러고 보니 Parral에서 Pancho Villa Museum이 내 시계로 9시에 열지 않아서 못 들어갔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시간이 바뀌는 것을 몰랐다니, 참 바보 같은 짓을 했다. 그리고 멕시코는 여러 시간대가 있는 큰 나라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서 근처 공원으로 갔다. 공원 가에 있는 고급 저택구경을 했다. 1900년 초기에 어느 부자가 자기 약혼녀의 결혼 선물로 지었다는 저택인데 건물을 짓는 4년 동안에 약혼녀가 저택을 설계한 사람과 사랑에 빠져서 그와 결혼을 해버리고 부자와 저택은 버림을 받았단다. 무정한 약혼녀여!
9시가 되어서 Pancho Villa 박물관이 열어서 구경을 했다. 1981년까지 Pancho Villa의 수많은 부인 중의 한 여인이 차지해서 살았단다. Pancho Villa는 1923년에 55세의 나이로 죽었는데 그의 부인이 1981년까지 살았다니 딸 같은 나이였던 모양이다. Pancho Villa는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서 일자무식으로 말 도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멕시코 혁명이 발발하자 혁명군에 가담하고 북군 사령관이 되어서 여러 전투에서 승리하고 혁명이 성공한 다음에는 은퇴해서 멕시코 정부의 도움으로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다가 암살당해서 죽은 풍운아였다. 그는 미국 국경 도시를 습격해서 10여명의 미국인을 죽여서 미국 정부가 만여 명의 군대를 파견해서 그를 쫓았으나 실패했다. 그 사건 때문에 그는 멕시코의 국민 영웅으로 추앙을 받게 되고 그의 일생을 그린 영화와 책도 나왔다. 나도 영화를 본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난다.
Pancho Villa가 살았던 저택은 규모가 크고 화려했다. 어느 부자의 저택이었던 모양이다. Parral에서 Pancho Villa가 타고 있다가 총격을 받아서 그가 암살당한 차가 수많은 총알 자국과 함께 진열되어 있는데 차에 탔던 7명 승객 중에 Pancho Villa를 포함해서 5명이 죽었단다. 총을 쏜 사람들은 잡았으나 그들은 하수인에 불과했고 명령을 내린 사람은 끝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버스 터미널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러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Lonely Planet에 그렇게 나와 있어서) 한 사람이 서툰 영어로 말을 걸더니 버스 터미널로 가려면 여기가 아니고 3블록 더 가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한다고 가르쳐준다. Lonely Planet을 믿어야 하나 이 친구 말을 들어야 하나, 결정을 못하고 있는데 시내버스가 도착해서 버스 기사에게 물어보니 바로 뒤에 따라오는 버스가 버스 터미널로 가는 버스라고 가르쳐준다. 그 버스를 타고 버스 터미널까지 갔는데 공항과는 다른 방향이었다. 아까 그 친구 말을 들었더라면 낭패를 볼 뻔했다. 그 친구가 일부러 잘못 가르쳐줄 리는 없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내 스페인어가 서툴러서 내가 잘못 얘기를 한 것인가? 어쩌면 그 친구가 버스 터미널이 아니고 내가 공항으로 가려는 것으로 들었는지 모르겠다.
Pancho Villa가 은퇴해서 살던 저택이었고 지금은 박물관이다
Pancho Villa가 멕시코 정부와 평화조약을 체결하면서 멕시코 정부로부터 받은 저택이다
Pancho Villa는 한때 말 도둑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일자무식이었다
그가 Parral에서 암살당했을 타고 있었던 차, 그와 승객 네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어느 부자가 약혼녀를 위해서 지은 집인데 약혼녀가 이 집의 설계사와 사랑에 빠져서 그와 결혼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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