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문학회 신년 첫미사 강론(2025. 1월18일)
지도신부 정지풍 아킬레오
2025년 새해가 밝습니다. 한 해를 시작하는 요즈음 우선 주님의 축복을 청하며 복을 빌어 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문화 등 삶의 모든 분야에서 혼란과 불안감이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선하고 착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을 실천하며 꿈을 다시 갖고 다시 시작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어둠이 짙어도 짙은 만큼 밝은 빛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며 빠른 시일내에 평화와 안정을 찾도록 기도하여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가톨릭문학회 회원 여러분
2025년은 희년(禧年, Jubilee)입니다. 희년은 가톨릭교회에서 신자들에게 특별한 영적 은혜를 베푸는 성스러운 해로 성년(聖年)이라고도 합니다.
희년은 2024년 12월 24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되고, 2026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에 성문을 닫는 것으로 끝난다. 한국 교회는 2024년 12월 29일 교구별로 개막 미사를 봉헌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5년 12월 28일 폐막 미사로 마무리됩니다. 성스러운 희년을 마무리하는 올 한 해는 소중하고 귀중한 시간이며 우리 모든 신앙인들에게는 영적 축복을 받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희년은 온 세상 모든 사람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평화로운 세상을 목표로 합니다. 물방울 하나하나가 모여 바다를 이루듯 모든 사람의 크고 작은 실천이 쌓일 때 아름답고 좋은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내 것, 네 것 따지지 않는 마음, 이기심을 누그러뜨리고 타인에게 기꺼이 손 뻗으려는 마음, 다른 이들을 짓누르는 빚을 탕감할 준비가 된 마음, 모든 이가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하는 데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마음이 새 세상을 열어주는 작은 실천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에서 미소, 친절한 눈길, 기꺼이 귀 기울이는 경청, 선행과 같은 아주 작은 사랑의 실천은 삶의 처지에 낙담해 있는
이들, 과거의 잘못으로 비난받는 이들, 자기 삶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을 알아차릴 힘조차 없는 이들에게 ‘환희’라는 꽃을 피울 수 있는 크고 작은 몸짓이 되어 주리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아름다운 창작 생활을 통하여 많은 이들에게 진선미를 뿌려주시는 문학회 회원 여러분!
예술(문학, 그림, 음악, 연극, 춤 등등)은 공통언어로 우리의 내면을 표현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며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예술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을 줍니다.
희년의 마지막 해를 보내는 우리는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의미있는 한 해를 보내는 것은 또 다른 행운이고 은총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특히 우리 문학인들에게 언어를 통해 인간의 삶을 미적(美的)으로 형상화할 수 있는 재능과 힘을 주셨습니다. 가장 가까운 것에서부터 가장 먼 곳까지 그리고 내면과 근원을 바라볼 수 있고, 현실에 살지만 현실 너머의 성스러운 것을 찾아내는 눈을 주셨고 귀를 주셨습니다. 조각조각 조촐한 정황을 풍부하고 아름답게 함으로써 사는 보람을 느끼게 해 주는 사람이 문학인입니다. 어느 시대든 문인은 앞서가는 정신세계를 제시하는 선각자로서 시대의 첨단에 서야 합니다. 그것이 갈팡질팡하는 시대를 사는 문학인의 사명입니다.
동화작가 정채봉(프란치스코) 작가가 말한 것과 같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보이게 하는 것’이 가톨릭 문인들의 사명이라고 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지난 여름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서신을 쓰셨는데 쓰신 목적은 사제 양성에 관한 편지였습니다. 그 내용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사제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신학생들 개인의 인격 성숙의 여정에서 서로가 시(詩)를 읽을 가치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편지는 〈사제양성에서 문학의 역할〉 〈신앙과 문화〉 〈문학의 영적인 힘〉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졌습니다.
22항을 보면 오늘날 종교 위기를 ‘정서적 무기력’이라고 표현하셨고, 오늘날 신앙에 관한 문제는 주로 《개별 교리들에 관하여 더 믿느냐, 덜 믿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그분의 창조물과 다른 인간들 앞에서 깊은 감응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감수성을 되살리고 풍부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고 하시며, 사제와 시인 사이에는 깊은 영적 연관성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문학을 접하는 것, 소설을 읽는 것, 시를 쓰고 낭송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라고 하셨습니다.
문학은 이 세상에서 우리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고 소화하며 완전히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며 우리 경험의 표면 아래에 있는 것을 돕는다고 하시며, 문학은 한마디로 삶을 해석하고 그 깊은 의미와 본질적 긴장들을 식별하게 한다고 하셨습니다.
문학회 회원 여러분!
방금 들은 교황님 말씀을 보면 우리 문학인들에게 주어진 사명과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창작 활동은 고되고 힘든 정신적 작업이지만 하느님이 우리에게, 나에게 주신 엄청난 은총이며 영광이기도 합니다.
우리들은 은혜로운 희년의 마지막 해를 맞이하며 희년의 의미대로 내 것, 네 것 따지지 않는 마음, 이기심을 누그러뜨리고 타인에게 기꺼이 손 뻗으려는 마음, 다른 이들을 짓누르는 빚을 탕감할 준비가 된 마음을 가지고 우리 문학회에 새로운 생명의 빛을 비추어 주시도록 기원 합니다.
특히 신앙은 우연 속에서 필연을 만들어 가는 힘든 작업이기도 합니다.
영적으로 성숙하고 정화된 영혼은 스스로 빛을 발산합니다. 우리 기톨릭문학회 공동체도 이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는데 이바지하기를 소망해 봅니다.
주님! 우리 가톨릭문학회를 통하여 찬미 영광 받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