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자기 성찰, 분별, 그리고 기독교적 사고
기도가 바울의 영적 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바울에게 있어서 이상적인 기도는 영적인 차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차원을 포함해야 한다는 점이다:“내가 영으로 기도하고 또 마음으로 기도하며 내가 영으로 찬미하고 또 마음으로 찬미하리라”(고전 14:15). 바울은 “교회에서 네가 남을 가르치기 위하여 깨달은 마음으로 다섯 마디 말을 하는 것이 일만 마디 방언으로 말하는 것보다” 낫다고 가르친다(고전 14:19). 또한 “쉬지말고 기도하라”는 바울의 권고는 기도가 보다 전인적인 자기 성찰과 분별의 과정을 포함하고 있음을 암시한다(살전 5:17). 바울은 정신 발전과정에 있어서 소위 “단계”에 대해서나, 또한 “양심“(고후 1:12; 4:2; 5:11)과 개인적 ”판단“(고전 10:15; 11:13)에 있어서 미리 결정된 안내지침을 주지는 않지만, 십자가 사건에 기초한 새로운 인식론적 상황에서 유래하는 자기 성찰과 분별력에 대해서는 여러 모양으로 강조하고 있다.
믿음의 생활은 “하나님 앞에서”(고후 2:17; 4:2; 12:19) 일종의 내면화된 자기 성찰의 훈련을 요청한다. 하나님은 우리 마음을 시험하시는, 또는 감찰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살전 2:4). 그러므로 바울은 성만찬에 임할 때에도 “자기를 살피고”나서 임하라고 권고한다(고전 11:28). 자신을 “살피는 것”은 주께 판단받지 않기 위함이다(고전 11:31). 기독교인들은 자신이 믿음 안에 서 있는가 스스로 “자신을 시험하고 확증”해야 한다(고후 13:5).
바울에게 있어서 더욱 놀라운 점은 그가 누구보다도 방언을 더 말하고(고전 14:18) 삼층천에 혹은 낙원에 다녀오는 신비체험의 경험이 있으면서도(고후 12:2,4), 이성적이고 정신적인 노력의 중요성을 대단히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각에는 아이가 되지 말고 악에는 어린 아이가 되라. 생각에는 장성한 사람이 되라”(고전 14:20). 사탄은 기독교인들의 절제력 부족을 이용하기도 하지만(고전 7:5), “생각”(noema)을 공략한다는 것이 바울의 확신이다. 사탄은 믿는 자들의 생각을 유혹해서 “그리스도를 향하는 진실함과 깨끗함에서” 떠나게 한다(고후 11:2-3). 사탄은 불신자들의 생각을 경직시키고 가리우는 일을 통해서 그들을 조정한다(고후 3:14; 4:4). 사탄은 신자들의 허를 지르거나 혹은 속일 수 있는 자기 고유의 생각 혹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후 2:11). 그러므로 사도의 임무 중 하나는 신자들의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를 순종하도록 하는 것이다(고후 10:5). 바울은 하나님의 평화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신자들의 마음과 함께 생각을 지키도록 기도한다(빌 4:7).
그러므로 사도는 공동체를 사탄의 공략으로부터 보호하고, 그것을 하나님의 영 안에 거하도록 하며, 사탄이 신자들의 의지적 차원만이 아니라, 정신적/지적인 차원을 공격하는 것으로부터 신앙공동체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논쟁적 상황 속에서지만 바울은 심지어 자신이 그 누구에게도 지식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고후 11:6). 물론 이러한 지식은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모든 이론을 무너뜨리며 하나님 아는 것을 대적하여 높아진 것을 다 무너뜨리고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에게 복종하게”하는 사도적 사명을 위해서 사용된다(고후 10:4-5). 이렇듯 바울이 기독교적 “생각”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하였기 때문에 알버트 슈바이처는 바울을 “기독교적 사고의 수호성인”이라고까지 불렀던 것이다.
출처
배 현 주 (장로회신학대학교 강사 / 신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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