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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충북학습연구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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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교대 스크랩 [제주여헹] 제주올레 봄길 여행의 뒷이야기
박진환(충남) 추천 0 조회 197 13.04.27 16:16 댓글 10
게시글 본문내용

제주라는 곳, 그것도 올레라는 길을 선택한 것은 연구년이 가져다 준 시간때문이 가장 큰 이유이고 다음은 아들녀석때문이었다. 학교와 학교 밖 일로 전국을 돌아다닌 지난 10년. 나름 좋은 아버지 역할을 하려 했으나 사춘기를 거치고 아들을 대안학교에 보내면서 관계맺기가 그리 원만치 못했다는 반성을 지난 두 해 동안 자주했다. 올해 꼭 연구년이 되길 바라는 것은 쉬고 싶다는 까닭도 있었지만, 아들과 떠나는 여행때문이었다. 다행히 연구년이 됐으나 시간을 잡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청주교대 일정이 너무 촘촘히 박혀 있어 넉넉히 시간을 쉽게 낼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컸다. 내가 원했던 기간에 더욱. 연구년을 맞는 교사들이 여행이라는 행운을 누리려면 봄과 가을을 만끽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미치면 가급적 4월과 10월은 연구년 교사들에게 적어도 2주에서 3주동안의 넉넉한 시간을 주는 게 어떨까 싶었다.

 

아무튼 일정 조정 끝에 처음에 마음 먹었던 4월로 일정을 잡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제주여서 이왕이면 4월 3일에 맞춰 가면 좀 더 다양한 행사를 볼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4월 13일은 일 년에 딱 한 번 4.3 희생자들을 위한 굿을 한다는데 그 일정에도 참여하지 못해 또 아쉬웠다. 제주에 계신 양재성선생님은 올레길 완주 뒤에 다음에 제주에 올 때는 목적을 가지고 오면 더 좋을 것 같다 하셨다. 독특한 문화행사인 굿을 보는 제주 여행이나 올레가 아닌 오름을 더 추천한 많은 현지인들의 제안으로 오름위주의 여행도 생각해 보려 한다. 수백개가 넘는 제주의 오름 중 현지인들도 20여개 밖에 못 가봤다는데 하여간 아름다운 오름여행도 다음에는 꼭 기획해 볼 작정이다. 초보자들은 거문오름 길을 추천한다. 미리 예약하고 가야하는데, 전문해설사가 안내를 해 오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매우 적당할 거라 한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가을 올레길 여행에는 좀 더 유의하고 주의할 것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글은 올레길이나 걸어서 제주여행을 하실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 본다.

 

<서귀포권 제주 올레길에 관하여>

 

1. 완주가 목표가 아니어도

제주공항 3층 이스타나 항공 매표소에서 올레 패스포트와 올래설명서 15000원(제주권까지 하면 3만원)를 사서 군데군데 스탬프를 찍어가며 여행을 하는 것이 좋겠다. 올레를 걷는 또 하나의 재미다. 패스포트에는 본인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꼭 적어 놓길 바란다. 나중에 잃어버리면 대부분 여행객들이 중요함을 알고 전화를 주어 찾아주려 한다. 우리도 두 번이나 잃어 버렸는데 그분들 덕에 찾을 수 있었다. 완주를 하면 6코스 중심에 있는 본부에서 인증검사를 받고 기념이 될만한 선물을 받는다. 이것에 목숨거는 올레꾼들이 많다하니 참고하시길.

 

2. 올레를 걸을 때는

조랑말의 제주어 간세의 상징과 파랑색과 주황색으로 정방향과 역방향을 알려주는 띠, 벽과 땅에 그려진 화살표 표식을 제대로 읽고 걸어야 한다.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되는데 이때는 아까 봤던 띠와 표식이 있는 곳으로 다시 가서 시작하는 게 길을 잃지 않는 방법 중 하나다. 간혹 표식이 없는 곳이 있어 당황할 때가 있는데, 이 때를 대비해 자세한 지도나 스마트 폰 지도기능과 네비게이션을 활용하면 좋다. 필수다.

 

3. 올레길을 걷는 편한 길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몇몇 코스는 험한 바위도 건너야 하고 꽤 높은 곳을 올라가기도 한다. 물론 다리가 멀쩡한 사람들은 문제가 없지만 노인과 어린 아이들에게는 무리일 수 있다. 코스 가운데 이따금 장애인들과 노인, 아이들이 걸을만한  곳이 있지만, 이곳에서 절경을 보기란 힘들다. 함께 완주하기란 힘드니 굳이 가야 한다면 일부는 차 따로 식구 따로 움직이는 계획을 짜야 될 것이다.

 

4. 음식이다.

제주 음식이 생각보다 비싸다. 현지인들도 제주 물가가 싼 편이 아니라고 하니 관광객들은 더 할 것이다. 단기간 제주를 찾는 사람들은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장기간 머무는 사람들은 현지 음식이라고 현혹되지 않았으면 한다. 보말국밥과 칼국수, 성게국밥과 칼국수, 전복죽과 조개죽은 생각보다 관광지에서는 맛이 보통인데다 비싸기만 했다. 제주에 갔으니 이를 맛보는 것은 중요한데 오히려 관광지보다 제주 시내에서 먹었던 성게미역국이 훨씬 맛있었다. 물론 개인적인 입맛일지 모르겠지만. 따라서 비싼 상점보다는 5처원짜리 정식을 파는 곳에서 간단히 현지 음식을 먹는 것으로 대신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제주도에는 해물이 풍성해서 그런지 중국집이 많다. 서귀포시의 덕성원 꽃게 짬뽕집과 보목포구의 한 중국집, 모슬포의 홍성방은 해물의 싱싱함과 풍성함때문에 추천하고 싶은 중국집이었다. 이밖에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은 제주서귀포시 중심에 있는 매일올레시장을 방문하기를 권한다. 평범해 보이고 개량돼서 재래 시장 분위기는 떨어지지만 서귀포 현지인들의 생생함을 볼 수 있고 모닥치기라고 김밥, 떡볶기, 오뎅, 만두를 섞어 싸게 파는 분식접과 닭튀김, 값산 감귤상점과 꽁치김밥으로 유명한 우정횟집도 있어 여행객들의 발목을 충분히 잡을 만 해 보였다. 실제로 이번 여행길에서 우리는 이곳 매일올레시장을 세 번 방문했다. 제주 흙돼지 구이도 많이 찾는데 잘하는 곳이라 추천받은 곳에 갔는데도 우리 아들 말로는 생각보다 별로였다고 한다. 참고로 8코스 끝자락 대평포구 대평리에는 '거닐다'라는 지난3월 인간극장에도 나온 피자파스타 카페가 하나 있다.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먹을 수 있을 정도니 참고하시길.

 

5. 게스트하우스다.

제주 여행의 맛은 바로 이 게스트하우스를 어디다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듯하다. 조용한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구태여 게스트하우스를 권하지 않는다. 물론 게스트하우스 중에도 조용히 머물다 가도록 문화를만들어 놓은 게스트하우스도 있다. 내가 머문 열 군데 네댓군데는 이런 곳이었다. 낯선 이들과 즐겁게 대화도 나누고 마음을 열고 술이나 차 한 잔 하는 분위기를 찾는 이들은 검색을 꼼꼼히 해서 자기가 원하는 분위기를 찾는 게 좋다. 누가 권하여 가는 곳보다는 내가 찾아 가는 맛이 더 큰 게 게스트하우스다. 누구의 추천으로 갔다가 자기와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이 점 참고해야 한다.

 

게스트하우스는 제주에 곳곳에 많다. 최근 몇 년 간 올레길이 생기고 젊은 층들이 서울서 제주로 넘어와 게스트하우스를 여는 사람들이 많다. 대게 2-3년 하다가 외롭고 적막해 접고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굳이 예약을 하지 않더라도 비수기 평일에 갈 것 같으면 현지에서 길을 가다 찾아도 왠만하면 숙소를 얻을 수 있다. 대게 1인당 2만원에 조직제공이다. 조식제공이라고 해봐야 아침에 각자 알아서 토스트와 쥬스나 커피를 챙겨먹을 정도다. 보통 4인실이나 6이실이고 8인실 이상까지 갖춘 곳이 있는데, 표선해수욕장 젠 게스트하우스는 2인 1실이라는 게 특징이다. 2인이 여행하는 분들은 참고해볼만 하다.

 

게스트하우스는 하룻밤 자고 낯선 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만이 장점뿐만 아니라 주인장이 아침 일찍 제주의 진풍경을 안내하는 경우도 있다. 예약을 미리 하실 분들은 이런 부분도 챙겨보면 좋을 것 같다. 남원읍 제주숲게스트하우스와 서귀포시 흰고래게스트하우스, 1코스 시흥리 도로시 게스트하우스는 나름 이런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다. 올레코스를 목표로 움직였던 우리에게는 아쉬운 점이었는데, 짧은 일정으로 움직이면서 올레가 아닌 다른 풍경을 느끼고 싶은 분들은 이런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면 좋을 듯 하다.

 

6. 추천 제주 올레코스

 

제주 올레 코스는 총 21코스이지만, 중간 중간에 1-1, 7-1, 10-1, 14-1, 18-1과 같은 곳이 있어 총 26코스로 이뤄져 있다고 봐야 한다. 그중 나와 아들은 1, 1-1에서 10-1까지 13코스 딱 절반을 돌았다. 이 중 제일 맘에 들었던 곳은 제주올레의 시작을 알려주고 고른 풍경들이 돋보인 1코스, 너른 제주신풍신천바다 목장과 표선해수욕장으로 안내한 3코스가 지금도 가장 인상깊다. 그 다음으로는 건축학개론의 서연의 집 카페가 있는 5코스, 이중섭거리와 미술관과 제주올래매일시장을 만날 수 이었던 6코스. 그런데 올레를 찾는 많은 이들이 외돌개의 아름다움으로 시작하는 7코스를 가장 좋아해 많이들 찾는다고 한다. 이번에도 이 7코스를 잘못들어선 중장년의 아주머니들을 제대로 안내하면서 길을 걷기도 했는데, 막상 이 길을 걸은 나로서는 강정의 해군기지로 망가진 7코스가 무엇이 좋다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7코스를 찾아 군사기지반대투쟁을 하시는 분들을 위로하시고 격려하실 생각이 있는 분들은 우리 부자들처럼 기부도 하시고 인사도 하시고 지나가시라. 그냥 지나치는 것은 정말 예의가 아니다. 그 다음으로는 주상절리가 있는 8코스도 괜찮은데 20km나 돼 처음부터 이곳에서 시작하는 초보자들은 자칫 힘들 수가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8코스 끝지점이 가장 아름답고 차분한 마을 풍경이 아니었나 싶었다. 곳곳에 카페겸 숙소들이 있어 운치가 있다. 9코스는 짧고 강렬한 코스라서 추천한다. 우리 부자에게는 인상적인 추억을 남겨준 박수기정 정상의 논밭주인 아주머니때문인데, 9코스에서 10코스로 이어지는 코스를 한꺼번에 밟아도 좋을 듯. 무리겠지만. 모슬포항도 재미난 곳이다. 맛난 음식과 여행정보,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주는 봄꽃게스트하우스를 찾는 것도 모슬포여행의 또 다른 맛일 것이다. 우리는 가을에 이 게스트하우스부터 시작할 작정이다. 가파도 여행도 좋겠다. 5월중으로 가파도 축제가 끝나기는 하지만.

 

7. 기타 등등.....

좀 더 생각해 보고....ㅋㅋ

 

 

아~ 이제 제주 가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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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04.27 21:34

    첫댓글 꼼꼼히 정리하신 글 보며 10월 제주 여행이 기대됩니다
    교대수업을 통해 공부할 수 있어 좋기는 한대
    선생님 의견처럼 일정이 빠듯하긴 하네요

  • 작성자 13.04.29 19:33

    오늘 수고하셨어요^^ 선생님 연구년 살림살이 하시는 모습을 보며 제 모습을 봤습니다...무슨 말인지 모르시겠지요~ 나중에 말씀드릴게요..충남은 우여곡절 끝에 해외연수비가 마련됐습니다^^ 일하실 때 제가 도울 일 있으면 적극적으로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13.04.28 07:05

    가을의 2탄이 기대됩니다. 덕분에 제주의 곳곳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 작성자 13.04.29 19:34

    네..저도 2탄이 기다려집니다...하지만 그땐 연구년 끝이 보이는 때네요...^^;;

  • 13.04.29 19:30

    세심하게 정리한 글 보며 제주도도 가야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나도 딸이랑. 호호. 따라쟁이!!
    제주도 가게 되면 꼭 박진환 샘 글 프린터 해서 읽고, 기억을 못하니까 들고 가야지ㅎㅎ.
    고마워요, 나눠주는 것 배로 복 들어갈 거예요,

  • 작성자 13.04.29 19:37

    ㅎㅎ...정말 아름답고 가슴 아픈 곳이 제주입니다...논산지회에서 다음주 월요일 영화 지슬을 보여준다네요...가볼랍니다...진작에 보려했는데...이제야 보네요...제주를 다녀온 뒤 제주관련 책도 다르게 보입니다^^

  • 13.05.02 14:26

    박선생님~! 전 돈 많이 들인 패키지 여행을 하고와서도 앨범정리하나 변변하게 못해놓았는데 피곤하신 가운데서도 까페에 올려주신 좋은 글과 아름다운사진을 보며 정말 대단하신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인쇄해 좋았다가 언제든 제주 올래길 갈때 꼭 챙겨가려고 하는데 지적 재산권침해 내지는 좀 얌체같은 짓인것 같아 죄송하네요~! 다음에 제가 맛있는거 쏠게요^^

  • 작성자 13.05.02 19:10

    별 말씀을요. 이렇게 과찬해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여행 다니면서 그날 그날 피곤한 상태에서 급하게 적은 거라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좀 더 보충하고 다듬고 올 가을 제주여행 다녀온 뒤 보완해 개인문집 형태로 묶어 제본하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들의 간단한 소감도 넣어서 말이지요. 아들과 내가 한 권씩 가지고 있으려고요. 먼 훗날에 우리 아들이 2013년 제주 올레여행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자신의 아들 딸과 또다른 추억을 만들기를 바라면서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제주 올레 여행에 대해 궁금하시거든 언제든 물어 보셔요. 13일 뵙겠습니당^^

  • 13.05.12 00:04

    오랫만에 카페에 들어왔더니 역시나 좋은 글들이 올라오고 많은 대화들을 나누셨군요~^^ 잠깐도 소홀하면 안된다니까요..ㅎㅎㅎㅎ 박선생님의 글들을 통해 아름다운 제주를 간접 여행하고 있었답니다. 저도 언젠간 가보고 싶은데...될까요?^^그런 날이 오길 소망합니다.

  • 작성자 13.05.13 00:08

    여행을 하면서 느낀 건데...이제부터는 질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올해 가을 제주로 떠날 때 올레길 몇 코스라도 함께 하시는 건 어떨까 싶어요.^^ 저는 올 8월에 러시아로 2주간의 여행을 떠납니다. 물론 9월에는 북유럽일 거고요. 그 전에 또 혼자 떠나는 여행도 준비중입니다. 제가 별나게 돌아다니며 살았는데, 교직생활 20년의 추억을 찾아 1주일간 떠날려고요. 평생에 한 번만 찾아오는 연구년을 집에서만 보낼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앞으로는 학교에 다니더라도 무작정 여행을 떠나보겠다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여행의 가치와 참맛을 이번 올레길에서 배웠습니다. 용기를 내보셔요. 충북샘들에게 가을올레길 함께 가자 할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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