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레일 타는 곳에서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해안을 따라 땅끝탑까지 평탄하게 조성된 해안길과 전망대로 올라가는 경사가 있는 옛길이다. 한 가지 더 있다.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에 오르는 거다. 우선 전망대에 올라 땅끝 풍경을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전망대로 가는 1km의 옛길은 경사가 있고, 돌무더기로 만들어져 산책길을 기대하거나, 아이들과 함께라면 모노레일을 이용하기를 권한다. 이용요금은 편도기준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다. 15분 간격으로 운행되며 이용시간은 계절마다 바뀐다. 옛길을 오르다 보면 땅끝을 노래한 시인들의 시비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땅끝에 서는 마음들이 짙게 새겨졌다.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두 다리에 힘을 주게 만든다.
땅끝전망대는 봉화를 형상화했다. 땅끝을 지키는 등불. 본래 사자봉(156.2m) 정상에는 갈두산 봉수대가 타올랐었다. 입장료(어른 1,000원, 어린이 700원)를 내고 전망대에 오르면 남도의 풍경이 사방으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남쪽으로 백일도, 흑일도, 보길도가 뛰어내리면 닿을 듯 가깝다. 왼쪽으로는 땅끝 선착장을 출발한 배들의 궤적이 바다를 가로지르고, 구불한 해안선이 끝없이 이어진다. 서쪽으로 가야 할 길들이 해안선을 따라 숨어 있고, 북으로 기남정맥의 낮은 산들이 강을 이뤄 흘러간다. 이곳에서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건 무엇일까? 전망대 밑 사랑의 열쇠판이 ‘사랑’이라고 외친다.
드디어 땅 끝, 다시 돌아 일상으로 가는 길
전망대에서 땅끝탑까지는 400m. 해안으로 내려가는 가파른 길을 나무데크로 계단을 만들었다. 여름철이면 반대로 올라오기가 부담스러울 만큼 경사가 있다. 길옆으로 남해안의 키 낮은 원시림이 빽빽하다. 길은 해안에서 30m가량 위에 조성된 해안산책길을 만나 수평을 이룬다.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발아래서 들리는 듯 가깝다. 그렇게 100m쯤 더 걷다 보면 드디어 땅의 끝이다.
이곳은 한반도의 최남단으로 북위 34도 17분 21초 해남군 송지면 갈두산 사자봉 땅끝이다.’ 땅끝을 알리는 새것의 땅끝탑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뱃머리 모양의 전망대가 땅끝의 감흥을 강요한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다짐들과 희망을 품고 돌아설 터다. 다시 돌아서야 하는 이 반도의 끝이니까.
땅끝탑을 돌아 나온 길은 자갈밭삼거리로 이어진다. 해안 낭떠러지 중턱을 따라 나무데크로 조성한 길은 땅끝에서 품은 상념들을 이어가도 좋을 만큼 평탄하다. 아늑한 만을 지나는 길에는 초봄에도 푸릇한 나무들을 볼 수 있다. 길 중간 중간 해안을 조망하기 좋게 쉼터가 꾸며져 있다. 쉼터마다 땅끝 주변의 전설과 이야기들을 담아다 놓았다. 사재끝샘, 당할머니, 학도래지, 달뜬봉, 소원이 이루어지는 댈기미 등등. 이야기는 끝도 없이 이어진다.
자갈밭삼거리에서 전망대로 가는 숲길 대신 해안가 길로 직진한다. 600m 정도 더 걷다보면 군부대 앞에서 해안산책로가 끝나고 군사도로가 시작된다. 비포장 황톳길이다. 어릴 적 손잡고 뛰어놀던 동무들이 절로 생각나게 만드는 길은 갈산마을까지 이어진다. 그 길 중간에 난대림 복원지가 있으니 들려도 좋다. 마을 앞 바다에는 양식장이 출렁이고, 귀퉁이 밭에는 붉고 노란 황토밭에 심어진 대파들이 푸르다.
해질녘에 땅끝전망대에서 보는 일몰은 감동적
갈산마을을 지나 낮은 고개를 넘으면 송호해수욕장이 나온다. 땅끝 탐방로 1코스 시작과 3코스 종점이다. 여기까지가 딱 좋은 사람은 77번 국도를 오가는 버스를 이용해 땅끝 선착장으로 이동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