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펀의 시인을 만나다-정안나 시집속 자선대표시
장희빈의 시 외 4편
장희빈은 인형에 자신을 토하느라 박쥐 같았다 밤의 바늘로 찌르고 뜯고 묻다 아침은 너덜너덜 품에 안기기까지 사냥꾼이 사냥감이 되는지 몰랐을까
장희빈은 사약으로 쫓아내는 인형
장희빈은 시에 자신을 토하느라 밤의 바늘로 찌르고 뜯었다 부정과 긍정의 수다를 내쫓아 갈망하는 박쥐가 될 때까지 착시를 설득하느라 두세 겹의 옷을 걸쳤다 사냥꾼이 사냥감이 되도록 갔을까
장희빈의 시인은 쫓아내야 한다는 플라톤
플라톤의 믿음을 찌르고 있다 믿음의 가장자리를 잡고 자신인지 시인지 찌르고 있다 잠들면서 끝난 바느질을 뜯고 있다 장희빈은
장희빈은 오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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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 않고 죽지 않는 매뉴얼
고향에서 출발한 다국적인 노동자들이 모여드네 쉬지 않고 싶어 쉬는 설날은 부두 근처의 마트에 모이지 A씨는 고향의 들머리를 생각하네 아이의 첫머리는 아빠가 자르고 이름을 지어야 한다네
한 무리의 애완동물 코너에 자리 잡네 레고는 그의 곁에서 늙지 않고 죽지 않는 매뉴얼을 내밀지 유리를 치면 스트레스를 받아 아프다는 분양가 백만 원의 레고네 불빛의 자장가는 실물 크기의 선잠을 키우지 분양가 칠십구만 원 레고는 자신을 노랗게 깔아뭉개며 창을 물어뜯지 제복 입은 레고는 예민한 이름을 계속 불러
휘파람을 즐기는 레고
팔려가는 레고
남겨진 소리 지르는 레고
넘쳐나는 레고
A씨는 떠받들고 떠넘기는 레고에서 이름 없는 아이가 생각나 도망친 적 없어 팔이 빠지면 붙일 것 무너지면 쌓은 어느 날은 여자아이의 머리를 자르고 사내아이 이름이 생겨날 것이네 서로의 위아래에서 웃는 설날
자신에게 접근하는 화상통화는 건강한 웃음으로 더 나가면 들킬 눈으로 인사하네 탑 쌓기의 지름길에서 포옹하네 서로 때와 장소를 가리며 자랑스러워 이만큼에서 설날을 맞추느라 웃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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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동화
1
명작동화를 일으키는 유전자의 늑대네 본능을 건드리는 늑대 없이 주제가 있나 우리 옆으로 걸어 다니는 늑대의 웃음 없이 주인공이 있나
창밖으로 배고픈 늑대가 기다리는 패이지
밥의 발자국을 기다리지 밥이 내뿜는 꾀는 식탁 위의 밥과 대화해 천진난만은 배고픔의 속도에 걸어 들어갈 때까지 검은 손은 흰 손이 되는 목소리지
늑대가 사라지는 마지막까지 동화의 페이지
형제와 사냥꾼은 어디서 나타나 동화의 이름을 구하네 붉은 뺨으로 아이도 어른도 잠이 잘 오는 결말 오늘도 이겨낸 거의 다 온 이야기에서
늑대는 키가 크려는 아이의 꿈이지
2
뒤 배경이 찢어져 내리고 시멘트벽이 무너져도 배부른 늑대는 동화를 일으키네 훔쳐보고 흉내 내며 날아다니네 벌거숭이 임금 같은 늑대는 찢어지고 무너져 희미해져가는 우리의 주인공으로 오네 이성적인 사냥꾼도 형제도 없는 집으로 들어와 우리를 잡아먹어야 끝날 듯 통제하며 늑대를 과시하는 밤
소인국은 거인국 임금의 꿈에 시달려 꿈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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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에서 오수까지
바닥을 고치고 있다
바닥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이들
바닥보다 더 바닥으로 내려갔다 올라온다
나도 따라 내려갔다 더 내려갔다 내 바닥의 깊이를 보는 이들 얼굴을 구겨 넣고 키를 넘은 내가 흘러가는 걸 본다 평생 흘러갈 것을 다 흘리는 것으로 어제부터 입었던 옷으로 외부를 내부라 부르며 외출이다
바닥을 열면 허공 허공 아래에 두고 온 비 오는 풀장에서 바다 절벽에서 뛰어내린 폭포에서 싸우는 우수 기억을 삭제한 대로 휩쓸리는 오수 오수받이 도시가스를 걷다 중심을 바닥에 두고 흥건하다
바닥은 바닥의 뚜껑으로 나뒹군다 산울림으로 오는 매미는 불이 켜지는 아이의 신발을 빌려 신는다 노란 꽃이 흐뭇한 바닥을 치고 있다
바닥의 센스를 고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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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씨는 살아남아라
황제 폐하의 부탁 한가지다
황제 옷 입고 황태자비 옷 갈아입고
카멜레온과 마주치며 살아남아라
얼굴을 바꾸는 여기는 곁에 있어도 가고 있어
정정당당과 위선을 지내는
시대의 말뚝에 묶여 가고 있는
그녀도 무사 군인도 부탁한다
마주치고 무너트리는 이야기에
사람이 사람을 상하게 해도
불빛을 깨트리는 전쟁에도 부탁한다
부디 고향을 닮은 무명씨의 하루는
늘 같은 곳에서 까막눈의 길잡이와
마주치며 가보라 부탁한다
왜 싸웠는지 기억이 사라질 때까지
높고 한적한 강가에 가보더라도
사람이 어려운 시대에
천장부터 바닥까지 서로 신세 져라
아침 먹으며 마주친 이와 저녁에 마주치는
황제 폐하는 무명씨에게 여기를 부탁한다
미스터 션샤인*은 부탁한다
* TV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