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연재물은 취금헌 박팽년 선생 탄신 6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순천박씨충정공파종친회가 발행하고, 대구시문화관광해설사 송은석이 지은 [충정공 박팽년 선생과 묘골 육신사 이야기]라는 책의 원고이다. 책의 처음부터 순서대로 차근차근 시간 나는대로 게재토록 하겠다. 강호제현의 많은 관심과 질책을 기다린다.
21. 묘골 육신사 배롱나무 단상(斷想)
무더위로 숨이 턱턱 막히기 시작하는 7·8월이 되면 어김없이 피는 꽃이 있다. 이 꽃은 붉은 색이 대부분이지만 종종 분홍·자주·보라·흰색 꽃도 볼 수 있다. 여름 한철 내내,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피고지고를 반복하는 꽃. 바로 ‘자미화(紫微花)’라고도 불리는 ‘배롱나무 꽃’이다.
필자가 해설사로 근무하고 있는 육신사와 도동서원은 7월부터 시작해 여름 3달 동안 배롱나무 꽃이 만발한다. 세칭 ‘대프리카’로 불리는 끔찍한 대구의 무더위는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만사 귀찮고 짜증나게 만든다. 하지만 육신사나 도동서원의 한 여름은 그나마 다행이다. 배롱나무 가지마다 붉은 배롱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잠시나마 무더위를 잊게 해주기 때문이다.

묘골 초입의 충절문과 만개한 배롱나무 꽃
배롱나무는 속칭 ‘백일홍(百日紅)’ 또는 ‘목백일홍’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백일홍이라는 이름은 부정확한 이름이다. 익히 알다시피 백일홍이라는 식물은 따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롱나무를 백일홍이라고 칭하게 된 것은 배롱나무의 꽃이 여름 석 달, 즉 100일 동안 피어 있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하지만 꽃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의 꽃이 100일 동안 피어 있는 것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가지마다 빼곡하게 붙어 있는 작은 꽃들이 제각각 피고지고를 반복하다보니, 멀리서 보면 마치 100일 동안 똑같은 꽃이 피어있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다.
배롱나무는 별칭이 여럿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미화’·‘백일홍’·‘목백일홍’으로 불리기도 하고, 간혹 ‘간지럼나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 이유는 나무줄기나 가지 부분의 매끈한 표면을 간지럼 태우듯 손바닥이나 손가락으로 살살 자극을 해보면 알 수 있다. 나무가 마치 간지럼을 타듯 가지 끝의 나뭇잎이나 꽃들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끄럼나무’라는 별칭도 있다. 이는 나무줄기의 표면이 너무 매끈해 원숭이도 미끄러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또 ‘백골나무’라는 별칭도 있다. 나무줄기가 마치 사람의 백골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묘소 주변에다 백골나무를 많이 심는다. 이는 백골나무가 백골을 지켜준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묘소의 백골나무에 해를 가하면 해를 가한 사람 또는 그 묘소의 주인에게 재앙이 닥친다는 말도 있다. 한편 옛 사람은 백골나무의 줄기가 내면의 세계, 사물의 본질, 조상 등을 상징한다고도 여겼다. 그래서 백골나무인 배롱나무를 재실·사당·서원·묘소 주변에 많이 심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흥미로운 나무이다.
사육신의 한 분이자 백팽년 선생의 절친인 성삼문(成三問) 선생이 남긴 시 중에 ‘자미화’란 시가 있다. 연일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대프리카의 여름 밤. 이 시 한 수를 읊으면서 잠을 한 번 청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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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저녁 꽃 한 송이 떨어지고
오늘 아침 꽃 한 송이 피어나네
피고 지고 일 백일을 바라보니
너와 함께 한잔 술을 마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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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꽃이 만발한 육신사 경내



첫댓글 감사히 보고 갑니다..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