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사자성어(四字成語)
확탕로탄(鑊湯爐炭) 욕망과 고통이 끓는 가마솥
확탕로탄은 펄펄 끓는 가마솥(鑊湯)과 용광로(爐炭)를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보통 '화탕(火湯)'이라고 하 고, 파생되어 '화탕지옥(火湯地獄)'이라는 말도 있는데, 모두 확탕(鑊湯)의 와전(訛傳)이다.
확탕(鑊湯)은 원래 죄인을 삶아서 죽이는 팽형(烹刑)의 기구이다. 팽형은 중국 고대 역사서인 《통감(通 鑑)》, 《삼국지(三國志)》 등에도 자주 나오는데, 죄인을 펄펄 끓는 기름 가마솥에 넣어서 삶는다. 죄인을 기름에 튀겨 죽이는 것인데, 옛사람들은 무지막지한 점이 있었다.
중국 삼국시대 조조(曹操)에게는 조비(曹丕, 맏아들)와 조식(曹植, 둘째 아들) 두 아들이 있었다. 조조는 평소 맏아들 조비(曹丕)보다는 시문에 뛰어난 둘째 아들 조식(曹植)을 더 사랑했다. 조조가 죽자 맏아들 조비가 위(魏)나라 문제(文帝)가 되었다. 형 조비는 늘 조식을 미워했다. 아버지의 사랑을 빼앗아간 동생 이었기 때문이다.
하루는 동생 조식이 술에 취하여 조정을 욕하고 다닌다는 소식을 듣고 '이때다' 하고는 동생 조식을 잡아 들였다. 형 조비는 동생 조식에게 죄목을 열거하고 나서 "네가 그렇게 시를 잘 짓는다고 하니 내가 일곱 걸음을 걷는 사이에 시(七步詩)를 지으면 용서해 주겠다. 그러나 만일 짓지 못하면 너를 확탕(鑊湯)에 넣 어서 팽형(烹刑)에 처할 것이다."라고 명했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나온다.
조비는 천천히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1보(一步), 2보, 3보, 4보, 5보, 6보, 7...보/ 조식은 일곱 번째 발자국 이 놓이자마자 오언(五言) 시를 지었다.
煮豆燃豆萁 (자두연두기) 豆在釜中泣 (두재부중읍) 本是同根生 (본시동근생) 相煎何太急 (상전하태급).
콩깍지를 태워 콩을 삶으니, (형이 동생을 삶으니) 콩이 솥 안에서 우는구나, 본시 한 뿌리에서 자랐건만(형제인데) 왜 이토록 급하게 볶아대는 것인가.
확탕지옥은 18대 지옥 가운데 하나이다. 확탕지옥은 이승에서 불살생죄 등 극악무도한 죄를 지은 사람 이 사후에 가게 되는 지옥으로, 죄인을 펄펄 끓는 가마솥에 집어넣기를 반복한다.
그런데 천만다행인지 불행인지 뜨거운 고통이 극심하기는 하지만 죽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생명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이런 지옥에 가지 않으려면 극악무도한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바세계 속에도 확탕지옥에 버금가는 일이 많다. 부모로서 자식의 죽음을 보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것, 불치병 등 병마와 싸우는 것, 욕망의 늪에서 괴로워하는 것, 죄를 짓고 감옥에 갇힌 것 등도 확탕 못지않게 괴로운 것이다.
그밖에 질투심이 강해서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보는 고통, 갖가지 욕망으로 자신의 마음을 태우는 고통 등도 모두 확탕로탄을 방불하게 하는 고통이다.
《서장(書狀)》이라는 책은 화두 참구의 간화선을 창시한 대혜 선사(大慧禪師. 1089~1163)의 저술이다. 당시 지식인들과 주고 받은 서간집(편지)으로 《대혜서(大慧書)》라고도 한다. 그 가운데 유시랑(劉侍郞, 성은 유씨, 시랑은 장관급 관직)의 질문에 답한 편지가 있다.
유시랑(劉侍郞)은 지식층으로 장관급의 고관이었다.
출세 등등으로 번민이 많았던 것 같다. 그는 대혜 선사에게 "어떻게 하면 이 복잡한 세상, 그리고 치열하 게 타오르는 번뇌를 피해서 살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하여 대혜 선사는 선승다운 명답의 편지를 보내고 있다.
거사님, 예전에 어떤 수행승이 노(老) 선승에게 물었소.
"세계가 이렇게 뜨거운데(번뇌가 극심하다는 말), 어느 곳에서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까?"라고.
노선승이 대답하셨소.
"확탕로탄(鑊湯爐炭, 가마솥과 용광로) 속에서 피하시게."
"선사! 뜨거운 가마솥과 용광로 속에서 어떻게 피한다는 말씀입니까?"
노선승이 말했소.
"그 속은 (워낙 뜨거워서) 갖가지 고통이 이르지 못한다오(衆苦不能到).”
옛날이나 지금이나 하루 벌어 살아가는 사람은 번뇌가 없다. 번뇌가 일어날 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적 ·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 관료들, 지성인들, 지식층들은 번민이 많다. 출세, 권력, 알력 다툼, 그리고 왜 사는 것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등등.
그래서 그는 대혜 선사에게 번뇌망상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하여 질문한 것인데, 대혜 선사는 조용한 곳 에 가서 마음을 쉬라고 말하지 않고, '펄펄 끓는 뜨거운 가마솥이나 용광로 속에서 피하라'는 것이다. 즉 현실의 삶 속에서 극복하라는 뜻이다.
대혜 선사는 "고요한 곳(靜處)에서 얻은 수행은 번잡한 세속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씀했는데, 확탕로탄 속에서 피하라는 말씀은 참으로 역설적인 명답이 아닐 수 없다.
번뇌는 일상이 바쁜 사람에게는 많지 않고 시간적 여유가 많은 사람들, 한가한 사람들, 지식층에게 있는 정신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위해서 생긴 것이 정신의학과이다.
번뇌는 삶과 삶이 육박전을 벌이는 치열한 현실의 삶 속에서 극복 · 해결해야 한다. 현실을 떠나서 번뇌 를 극복한다는 것은 큰 착각이다. 인간이 사는 곳에는 산사든 세속이든 번뇌가 없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산사는 환경적으로 번뇌가 좀 적을 뿐이다.
화두 참구의 간화선을 만든 대혜 선사는 번뇌를 퇴치하는 방법에 대하여 무자화두 등 화두를 제시했다. 그는 "이 '무'라고 하는 한 글자는 곧 무수한 번뇌망상을 깨부수는 칼이다(遮一字<無>者, 便是箇破生死 疑心底刀子)."라고.
하여, 무자화두만 들면 갖가지 번뇌(잡념) 망상(쓸데없는 생각)을 단절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무자화두는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한다는 것인가? 번뇌를 억제, 퇴치, 단절시키는 역할을 한다. 무자화두 등 화두에 몰입하면 번뇌가 일어날 틈이 없게 된다. 도둑이 들어올 틈이 없게 되는데, 이것을 '화두삼매'라고 한다.
또 불안, 초조, 근심 등 번뇌가 일어나면 《아함경》 등 불교 경전을 읽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경전 독 송 삼매'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어느 방법보다도 좋은 방법이다. 부처님의 좋은 말씀을 읽게 되고, 불교에 대한 지식도 얻게 되고, 또 지혜도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밖에 염불 삼매, 사경(寫經) 삼매 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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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鑊湯爐炭(확탕로탄)
鑊 가마 확. 고기를 삶는 가마. 湯 삶을 탕, 끓일 탕. 爐 화로 로. 화로. 炭 숯 탄. 숯.
출처 : 윤창화 <불교의 사자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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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탕로탄(鑊湯爐炭)의 의미를 새겨 봅니다.
‘확탕(鑊湯)’은 고대 중국의 형벌 도구로, 죄인을 끓는 가마솥에 삶아 죽이는 팽형(烹刑)을 뜻하는데, 얼마 나 참혹한 일인가 생각합니다. 이런 고통을 당하는 죄인은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기에 그런 형벌을 받나 모골이 송연합니다.
큰 죄를 지어 가는 지옥에 확탕지옥이 있습니다.
《관불삼매해경(觀佛三昧海經)》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셨습니다.
"무엇을 18개의 확탕지옥이라 하는가? 확탕지옥에는 18개의 가마솥이 있고 그 낱낱의 솥은 크고 깊이가 40유순으로 일곱 겹 철망으로 둘러친 채로 끓는 쇳물이 가득하다.
오백 나찰이 큰 석탄을 두드리며 구리 가마솥을 끓인다. .....
뼈와 살이 부서지며 끓는 가마솥에 떨어진다. 살생의 죄 때문이다.
하루 밤낮으로 항하사만큼 죽고 살기를 반복하다가 죄를 다하면 마침내 축생으로 태어난다. .....
축생으로서의 목숨을 마친 뒤에 사람으로 태어나는데 두 가지 과보를 받는다. 하나는 병이 많고, 또 하나는 단명한다."
극악하게 살인 · 살생하면 이와 같은 과보를 받는다 하셨으니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조식의 칠보시(七步詩)로 목숨을 건진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합니다. 동생이 밉다고 어떻게 친동생을 확탕형에 처하려 했을까요? 시기 질투는 이처럼 무섭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삼계는 화택(火宅)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탐욕의 불, 분노의 불, 어리석음의 불로 타고 있어 현실 속의 이 세상도 확탕지옥처럼 고통이 가득합니다. 죽음, 병, 사고, 이별, 감옥, 시기, 질투, 욕망 등 육체적 고통, 정신적 고통도 내면의 확탕로탄입니다.
대혜 선사의 가르침을 생각해 봅니다.
진정한 해탈은 현실의 고통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역설적인 가르침입니다.
확탕로탄 같은 현실 속에서 번뇌와 고통은 피할 길이 없지만 극복할 방법은 많습니다.
그것은 그 한복판에서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화두 참선, 염불 독경 등 다양한 방편으로 근기에 맞는 수행 으로 극복해야 하겠습니다.
확탕로탄 같은 더위가 장마로 주춤한 가운데 국지적 호우로 수재가 일어나 염려됩니다. 비피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불보살님의 은은한 가피 속에 심신의 안정과 건강과 안전 속에 자애와 연민, 복과 지혜를 닦아 통찰지를 갖추고 정리를 따라 정심정행하며 넉넉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_()_ _(())_
향기로운 불교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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