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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양마굿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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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이야기 스크랩 하마비와 하마평은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마굿간 추천 0 조회 362 08.05.30 00:3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2007년 대선이 끝나고 새해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하마평(下馬評)이 무성한 시기가 도래하였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하마평’이란 단어는 무슨 뜻일까요?



 모두 말에서 내리시오

 

 

 

제주 목관 하마비

 


 옛날 왕족이나 문무양반 등 신분이 높은 사람들은 외출할 때 주로 말을 타고 다녔습니다. 일반인들은 성문 안에서 말을 타는 것이 금지되기도 하였을 만큼 승마는 일부 계층의 특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말에서 내려야 하는 곳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하마비(下馬碑)가 세워진 장소였습니다. 궁궐, 묘, 향교 등 중요한 국가기관이나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곳이 이에 해당합니다. 하마비가 세워진 입구부터는 반드시 걸어서 들어가야 했습니다.



  궁궐 앞 주마장(駐馬場)에서 하마평이 솔솔


  특히 궁궐의 하마비 주변은 여러 관리가 말을 내려 마치 주차장 같은 풍경을 이루었을 것 같습니다. 하마비 곁에 말을 매어 두고 주인들이 안에서 볼일을 보는 동안 시종들은 주인을 기다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입니다. 이 때 이들의 화제에 단골로 오른 것이 자신들이 섬기는 관리를 둘러싼 정세와 출세에 대한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오늘날 관직의 인사이동이나 임명될 후보자에 대한 개인적 평가를 ‘하마평’이라 부르는 것은 여기에서 유래합니다.



  예를 갖추라는 표시


   

 

버스 승하차장

 

 

1413년(태종 13)에 최초로 종묘(宗廟)와 궐문(闕門) 앞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표목(標木)을 세워놓았다는 기록으로 보아 하마비는 처음에는 나무로 제작했다가 지금과 같은 석비(石碑)로 대체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의 교통수단인 차량의 승하차장의 표시와 비슷한 기능도 있지만 그보다는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어떤 장소에 임해야한다는 예(禮)와 경계의 의미가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개 하마비에는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말에서 내리시오(大小人員皆下馬)’라고 새겨져 있으나 때로는 단순히 “하마비(下馬碑)” 또는 “수령이하하마비(守令以下下馬碑)”라고 씌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제주목관아의 하마비는 수령 이상은 건물 안으로 말을 타고 들어가도 좋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정읍향교 하마비

 


 종묘의 하마비


  1995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는 종묘는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 등의 신주(神主)를 모신 왕가의 사당으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해 있습니다. 종묘의 하마비는 1663년에 세운 것으로서 앞면에 “여기에 이르러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말에서 내리라(至此大小人員皆下馬)”는 문구가 새겨져 있으며 뒷면에 조선시대 현종 4년에 해당하는 청나라 연호 강희(康熙) 2년 10월이라는 제작 연대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높이 132㎝, 너비 58㎝, 두께 20㎝의 아담한 규모였지만 3백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비바람을 맞으며 종묘 앞을 지키고 있었을 그 숭고한 무게에 한참이나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필자가 찾아간 날은 매섭게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어르신들이 종묘 앞 공원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옛날 같으면 타고 가던 말도 내려야 할 만큼 엄숙해야할 장소가 만남의 광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세월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종묘 하마비와 뒷면의 제작 연대

 


 방치된 하마비를 구하라


  이처럼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들에 대한 깊은 흔적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하마비들은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특성 때문에 그동안 관리가 소홀했습니다. 종로구 명륜동 길가 한편에 서있는 하마비처럼 관우의 사당을 모시던 북묘(北廟)와 관계된 것인지 또는 우암 송시열의 거처와 관계된 것인지 불확실한 경우도 있습니다. 건물은 없어지고 석비만 남았기 때문입니다. 재개발지의 어떤 하마비는 마치 건물의 기둥 하나가 솟아 나온 모양으로 방치된 채 있다가 주변이 역사공원으로 조성되면서 다행스럽게 훼손의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전국의 하마비 리스트


  전국에는 사찰의 하마비부터 제주목관아의 하마비까지 다양한 형태와 서체로 제작된 수많은 하마비들이 산재해 있으나 종합적인 조사와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재질과 무게로 인한 이동 중 파손의 위험이 있고, 유물 자체가 가지는 특성상 원래의 지점에 위치해야 더욱 가치가 있으므로 다른 박물관이나 기관으로 이동하기보다는 현 지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관리와 보호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우선 전국 모든 하마비의 위치와 규모, 상황 등을 조사하여 데이터로 만드는 것이 급선무일 것입니다. 말 문화 연구의 허브 기능을 준비하는 마사박물관에서 이 기초자료를 축적하여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이글을 보시는 여러분들께도 꼭꼭 숨어있는 하마비에 관한 제보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 전국 주요 하마비 목록

종묘 하마비 / 동묘 하마비 / 문묘 하마비 / 경복궁 하마비 / 덕수궁 하마비 / 송현궁터 하마비 / 광주향교 하마비 / 나주향교 하마비 / 전주향교 하마비 / 영암향교 하마비 / 북묘 하마비 / 황희선생묘 하마비 / 읍리하마비 / 선암사 하마비 / 파계사 하마비 / 제주목관아 하마비 / 강화 역사관 하마비 / 마사박물관 하마비 

 

 


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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