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눈병, 세심한 관찰이 평생좌우
무더위에 지친 여름이 끝나 가고 있는 요즘 , 뉴스를 보면 알레르기성 결막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자주 보고 되고 있다. 왜 유독 어린이들은 안과질환에 노출빈도가 높은 것일까?
간혹 자녀들의 칠판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불평을 들어도 안경을 안 쓰는 것이 좋다는 주위의 말에 그냥 흘려 넘기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물며 의사전달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시력관리는커녕 부모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기 일쑤다. 표현이 서투른 저학년일수록 시력 방치 현상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 초등학생의 경우 안경을 써야 할 학생수가 안경을 쓰고 있는 학생을 넘어서고 있다.
조기 눈 검사, 왜 중요한가?
갓 태어난 아기의 시력은 물체를 어렴풋이 감지하는 정도 밖에는 안된다. 출생 후 열흘 정도가 지나야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 볼 수 있으며 가까운 거리의 물체도 볼 수 있게 된다. 어른과 비슷한 시력이 되려면 만 5-6세경은 지나야 하며, 아이의 시력발달이 고정되는 시기는 대개 만 8-9세경이다.
이후에는 더 이상의 시력발달이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에 시력발달이 진행 중인 6세 미만 아이들의 눈 관리가 중요하다. 따라서 아이의 눈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어도 생후 3개월, 6개월, 1세, 3세 때에 안과를 방문해 전문가의 정확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눈 건강 진단을 위한 관찰사항
효과적인 의사전달이 어려운 아이의 경우 부모가 유의해서 관찰해야 하는데, 특히 다음의 사항들을 잘 지켜봐야 한다.
- 생후 2-3개월이 되어도 눈을 잘 맞추지 못할 때
- 생후 3개월이 지났는데도 눈이 물체를 따라 움직이지 않을 때
- 머리가 늘 기울어져 있거나 눈을 자주 찌푸리거나 비비고 깜박일 때
- 눈이 자주 떨릴 때
- TV를 자꾸 가까이 보려고 할 때
이런 증상이 발견되면 눈의 운동장애나 사시, 또는 다른 심각한 질환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안과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만 3세 이후 늦어도 취학 전까지는 정기적으로 눈 검사를 해 주는 것을 권장한다. 아이들은 말로 표현하는 것에 서툴기 때문에 부모가 신경 쓰지 않으면 시력의 이상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아의 눈 건강과 관련한 모든 것의 책임은 절대적으로 어른에게 있는 만큼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 늘 관심을 갖고 아기를 대하고 관찰해야 한다.
※ 유ㆍ소아 시기에 발생하는 주요 안과질환
■ 알레르기성 결막염
알레르기성 결막염(Allergic Conjunctivitis)이란 어떤 알레르겐이 예민한 눈의 점막을 자극해 일어나는 알레르기 질환을 말한다.
집먼지진드기, 집먼지, 꽃가루 등이 주원인이고 그 외에도 풀, 동물의 털과 분변, 비듬, 음식물, 비누, 화장품, 곰팡이, 미생물, 화학 약품(점안액, 보존제), 대기오염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으나 실제로 확실한 원인을 알아내기란 매우 어렵다.
아이가 결막염에 걸렸다고 생각될 때에는 차가운 물에 적신 거즈를 이용해 찜질을 해주는 것이 좋다. 눈이 가렵거나 따갑다고 눈을 비비는 것은 좋지 못하므로 하지 못하게 한다. 되도록 외출을 삼가하고 외출 후에는 가벼운 샤워를 하며 잘 씻어 주는 것이 좋다. 특히 중요한 것은 눈이 건조해지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고 안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 비루관 폐쇄증
누선에서 만들어진 눈물은 누관을 통해 코 안으로 흘러 나가게 되어 있는데 이 누관이 막힌 것을 비루관 폐쇄증이라고 하며, 아기의 눈에 눈물이 자주 고이거나 흘리는 경우, 눈꼽이 자주 끼는 경우에 의심해 볼 수 있다.
정상 신생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으로 생후 6개월 이내에는 마사지 방법으로 치유될 수 있으나 그 이후까지 호전되지 않으며 수술적 치료 방법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 선천성 녹내장
어린이 실명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신생아기에는 눈을 감고 있어 판단이 어렵다. 그러나 어느 정도 지나도 눈을 뜨지 않으면 안과의사에게 검사를 받아야 한다. 수술치료가 원칙으로, 적절한 시기에 치료되지 않으면 시신경 손상으로 영구적인 시력손실을 초래하게 되므로 조기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 소아 백내장
출생 시부터 또는 출생 후 1세 이전에 수정체에 혼탁이 생기는 것으로 전신질환과 동반되거나 유전성인 경우도 있다. 또한 엄마가 임신 3개월 이내에 풍진이나 인플루엔자 감염 및 약물을 복용했을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으며, 수술이 유일한 치료이다.
■ 사시
어떤 원인에 의해 눈동자의 균형을 잡는 6개의 근육에 힘의 차이가 생기는 바람에 눈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아지지 않는 현상으로, 유아에서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동양아이들은 눈구석에 주름이 많아 까만동자가 눈의 안쪽으로 몰려 보이는데 이를 가성내사시라 하며 아이가 자라면서 정상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그 외에 까만 동자가 안으로 몰리며 안경으로 교정되는 조절내사시와 수술이 필요한 내사시가 있으며 까만동자가 바깥쪽으로 나가는 외사시가 있다.
외사시는 아이가 피곤하거나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볼 때 간헐적으로 생기기도 하는데 정상적인 모습과 다를 때는 안과검진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 약시
망막이나 시신경에 특별한 질환이 없이 한쪽 눈이나 양쪽 눈의 시력이 감퇴되어 안경으로 교정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지 않으면 영원한 시력장애, 입체적으로 물체를 볼 수 있는 능력상실 등의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대표적인 치료법으로는 시력이 좋은 눈을 가리고, 약시가 있는 눈만으로 몇 개월 동안 보게 하는 가림치료, 정상 눈에 약물을 투여해 잘 보이지 않게 함으로써 약시가 있는 눈을 많이 쓰게 하는 방법 등이 있다.
글/노경환/ 건양대학교병원 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