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 처녀는 내마음 알았을까?

[松竹]

소양강 처녀는 내 마음을 알았을까?

                                                          <송  죽>

나는 1976년 한여름에 군대를 입대했다.

그것도 이런 저런 이유로 군 입대를 2년간 연기하다가

학교에 다닐 때는 깍듯이 선배 예우하던 후배들하고 군 생활을 하였다.

훈련 중 “10분간 휴식”이라는 구호와 함께 꿀 같은 휴식시간을 가질 때

훈련복을 벗어서 빨래 짜듯 하면 그 사이 옷은 잠시 수분을 증발시켜

하얀 소금기가 서리곤 했다.

힘들었지만 당연히 통과해야 하는 훈련병 생활을 마치고

3년간 근무할 부대 배치를 받기 위해서 연병장에 줄을 서 있는데

나는 구암리라는 피켓이 있는 곳으로 호명 되어 갔다.

그런데 거기에 서 있는 전우들의 수군거림에서 알게 된 이야기는

우리가 가는 곳이 바로 소위 군대말로 “*뺑이” 치는 ‘103보충대’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수송열차에 몸을 싣고 백삼보의 노래를 부르며 구암리를 향하여 갔다.

    [ 간다 간다 간다, 간다 간다 간다 육군 이병 자대를 간다

      한 달 반 동안 * 뺑이 치고 백삼보가 웬말이냐

      중대장님 쳐다 보고 소대장님 쳐다보고

      * 같아서 못살겠네 ]         

             중대장님 왈 "야 이놈들아 중대장이 무슨 죄가 있냐?"

이미 아는 대로 보충대란 육군 신병훈련소에서

한 달 반 동안 훈련을 마친 사병들을 배치를 받아서 전방에 있는 부대에

보충시켜주는 부대인데 내가 배치 받은 그곳이 ‘103보충대’였다.

그곳에서 이틀 밤인가를 자고 구암리에 있는 부대로 가기 위해서

GMC 군 트럭을 타고 한참을 가더니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소양강에 내렸다.

군기가 최고조에 이른 육군 이등병들은

독기서린 교관과 조교의 구령에 맞춰 군수송선 LST에 오르게 되었다.

혹시라도 만일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수송선 창밖으로는 얼굴을 돌리지도 못하게 하더니

산속에서 배를 타기를 한 시간 반인가(?)를 가더니 드디어 선착장에 도착하여 내리게 되었다.

내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순간이다.

호랑이 조교들의 부릅뜬 눈과 앙칼진 호령에 맞춰

수송선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보는데 글쎄 군대말로 뻥을 좀 치자면

서울에서는 볼 수 없었던 90도에 가까운 절벽의 산들이 눈앞을 가로막는 것이 아닌가?

환하게 트인 길과 주변은 보이지 않고,

사방이 절벽과도 같은 산들로만 둘려 있었다.

나는 오직 그곳에서 굴러야 할 돌멩이에 불과했다.

한 마디로 두려움과 공포의 절벽에 나는 갇히게 된 것이다.

그 때의 두려움과 염려는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때 마음속에서 나오는 기도는

“이럴 바에는 차라리 철책선 바로 앞까지 가게 해 주세요,

그들에게 내가 할 일을 하게 해주세요.”였다.

다시 군 트럭을 타고 후반기 훈련을 받을 부대로 가는데

글쎄 절벽으로만 보이던 그절망의 산에도 길이 있더라는 것이다.

다시 훈련을 받고 이제는 내가 끝까지 군 생활을 해야 하는 부대를 가기 위해

다시 군용트럭에 올라 이번에는 광치 령을 넘어가게 되었다.

그곳에도 길은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곳은 아찔하기만 한 곳이었고 그렇게 해서 나는

9.28 서울 수복에 참여하였으며 당시 중앙청에 태극기를 달았던

그 유명한 부대(군대 말로 악명 높은 * 칠연대)에 배치를 받아 군 생활을 마치게 되었다.

오래 전의 이야기이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선생님께 글 짓는 은총을 입으며 자랐고 그 글로 선생님의 사랑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글을 잘 쓰도록 배우고 훈련받는 학과로 가지 못하였으며

신학도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러나 어찌 생각해 보면 그것 역시 글로 적는 일과

그것을 말하는 것이 평생 나의 일상이 되게 되었다.

어느 정도 이골이 날 정도로..

하지만 세상사를 만나다보면

마치 삼십 몇 년 전에 소양강의 LST에서 내릴 때의 기분이다.

이곳 이 사람을 보아도 나는 그렇고, 저곳 저 분을 뵈도 그렇다.

나는 그저 작은 하나의 돌멩이....

그러나 낙심하지 않는다.

그 절벽의 산에도 트럭이 힘차게 오를 수 있는 길이 있었던 것처럼

이 절벽 가운데에도 길은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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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한사랑

나무님 글속에 있는곳 제가 지금 살고있는 인제같은데...17연대...참고로 전 고향이 춘천이고 인제에 살지요...30년전 상황만봐도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갑니다. 10.07.1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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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대나무

아...!
인제에 살고 계시는군요? 인제를 늘 잊을 수 없어 1년이면 몇 차례 다녀오곤 한답니다.
합강정과 합강 막국수, 내린천이며 군축령 골짜기 등을요.... 감사합니다. 10.07.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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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지기

나무님 저도 76년 7월에 혹 50사단아닌가요 전 101보로가서 악명 높기로 유명한 백골부대 저도 죽는줄 알았습죠 신교대 들어가며 죽어 백골이 되어도 이름석자는 남긴다 머 이딴 구호로 노예생활이 시작되었지요 에집트 피라밋쌓는 유태인처럼 강원도 산중턱에 암석이란 암석 모두 견치석 민들어 각부대 방공호나 탱크방어 돌벽 재료 만들기에 동원 자대 들가기전에 굴러오는 돌에 맞아죽고 손발 절단되고 그 처참한 현장에서 다치지 않은 동기들 70프로에 불과 그렇게 산속 천막생활 3개월 일병때 되야 자대로 배치받았져 참 생각 보면 개돼지만도 못한 군생활이었습니다 자대들가니 천국인줄 알았죠 10.07.1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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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루지기

군생활 힘들다던 유격훈련 공수훈련?? 그런것은 당시 우리 신교대 노예시절에 비하면 노블레스훈련일뿐이죠. 덕분에 우리는 어떤 악조건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배웠답니다~~ 이름없는 산골짜기에서 날카롭고 그 무거운 돌을 칡넝쿨에 얼키설키 등에 매고 길도 없는 곳을 헤매며 내려오기를 하루에도 수십번 반복~~ 조교들은 채칙으로 중간 중간에서 우리를 때렸죠~~가능하면 조교들 모두 쏴죽이고 북으로 탈출하려 밤만되면 울면서 속삭이던 우리동기들~ 빨갱이보다 더 나쁜 넘들이 당시 3사단신교대장과 조교놈~~ 그런 상황을 자신들 성과달성에만 미쳐서.. 지금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죠 34개월 노예병 동기들~~ 10.07.18. 10:33

┗ 소나무대나무

아...! 입대하신 날자는 저와 같겠네요....저도 7월이니까요..
백골부대가 그렇게 힘든 부대였군요...저는 2사단이구요,
2사단 *연대라고 하면 전국에서 다 알 정도죠...
그런데 같은 분대에서 그렇게 힘든 군대생활을 마친 선후배들을 보면
지금은 모두가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더라구요...감사합니다. 10.07.1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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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시작

예 어디에든 길은 있습니다.힘들고 고생스런 군생활을 하셨네요.님같은 분이 계시었기에 우리가 편하게 지낼수 있었습니다.감사드립니다. 10.07.1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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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대나무

고맙습니다.
대한민국 군인이라면 훈련 기간은 누구나 힘들지요, 하지만 큰 보람도 있습니다. 10.07.23.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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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은..

철원군에 군복무하던 동생 만나러 가던길.... 그 옛날 그 산골짜기가 어렴풋이.....까까머리에 검게 그을린 얼굴,분명 잘생긴 내동생의 모습 온데간데 없구.....부여안고 얼마나 울었떤지..... 10.07.2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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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대나무

ㅎㅎㅎ 그러니까 동생분은 칠성부대 근무했었나 봅니다. 10.07.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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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네

그때 저는 여중3년생 아하
위문편지 써엇드래요 10.07.2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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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대나무

ㅎㅎㅎ 고향이 강원도래요?
인재에서의 3년은 저에게 너무나 갑진 세월이었답니다. 10.07.2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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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리오네

아뉴 경기도드래여
담임쎔 위문편지 답장 왓드랫는데요
안주시더라구요 (저 그때 3년 내리 반장였거든요...죄송 자랑같아서요)
저 포함 몇몇친구들한테 답장이 왓엇는데요
쎔들이 압수조치 당시 정말 황당 10.07.23. 21:46

┗ 소나무대나무

맞아요 안양이래요....
ㅎㅎㅎ 너무나 황당하셨겠어요...
그 떼 연락이 닿았더라면 재밌지 않았을까요?ㅎㅎㅎㅎㅎ 10.07.23.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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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리오네

그러게요
안양 사시나부당 10.07.23. 23:06

┗ 소나무대나무

클리오님은 지금 어디 사시는데요?....ㅎㅎ
전 합강정 막국수 먹으러 인재를 자주 가곤 하지요... 10.07.2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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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ㅎㅎ 76년7.6일 50사 입대 학훈생입교로 안동으로 훈련병이동 103 보충대에서 11사단 배치 8.18 도끼사건으로 16틴으로 총기 교환 몆달간 비상근무,이후 간성에서 몆달간 벙커공사 수색중대 차출 및 11사단 유격장 건설공사 파견, 등 파란만장한 군생활 지나고 나니 잼있었고,보병 등골짝에 땀 마를날 없던 행군과 산악훈련으로 다져진 고난의 세월이 항상 삶의 원동력이 되어 어려운 사회생활을 버티게 하여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군입대 동기생들의 글을 읽으니 새삼 반갑습니다 고생 많으셨고요..ㅎㅎ 자식은 원통서하리 사단 수색대 근무를 하여 면회가는길에 부대를 방문하였드니 기계화사단으로 변하여 많이 섭섭하였답니다 . 10.08.0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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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대나무

ㅎㅎㅎ 그 한많은 103보를 거치셨네요..?
제가 근무했던 부대는 당시 겨울에는 동계훈련, 여름에는 벙커공사...
예비 사단 예비 연대 부대의 힘든 군대생할이었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10.08.0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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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아한사랑

원통서하리 인제군 서화면이겠죠 10.08.04. 11:49

┗ 소나무대나무

펀치볼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거기를 서화리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ㅎㅎㅎ....제가 틀렸는지 모르겠습니다. 10.08.0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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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아한사랑

소나무님아닌 팔공산님께 드리는말인데요 펀치볼 전 그런거 몰라요..죄송 10.08.05. 12:18

 

팔공산

ㅎㅎ 인제 원통 서화리 입니다 제3땅굴 을지전망대가 있는... 10.08.0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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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아한사랑

제가 인제사람인디 원통은 북면이고 천도리는 서화면이지요 에고 10.08.11. 15:44

 

팔공산

ㅎㅎㅎ 맞아요 천도리에서 조금 더 올라 가면 서화면.. 몆번을 다녀오고서도 모르니 원 죄송합니다. 10.08.16. 14:14

답글

 

제임스 T

다들 고생 하셨네요 .저는 다목리 육단리 스프링 고개에서 돌덩어리 날러너 라고 관절좀 고생 시켰읍니다.
대통령 시해사건과 광주사건때 그곳에 있었읍니다. .......힘들었어요....정말 10.08.2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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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양대군

다목리는 사단사령부...육단리는 술푸러 나갔던 ..84년 민촌넘어 말고개에서 군생활 했던 사람입니다 ^^ 10.09.03. 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