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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드디어 국립광릉수목원으로 대전 45산악회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나이가 들어도 여행은 가벼운 설
레임이 있어 기분이 좋은 가 보다.권기원교수가 해마다 한두
번은 산림휴양림등 방문기회를 마련했었지만 일 핑계로 자주
동참하질 못했었기에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어제까지 참가자
22명이 예정되었는데 6명이 불참 16명(회원 10명, 어부인 6
명)이 확정되었다.함께 하지 못하는 친구들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그 사유가 모두 자녀와 관련된 사정 때문이
다. 이제 우리의 삶의 중심이 자녀에게로 옮겨지고 있는 가
보다.좋은 부모가 되어야 할텐데 친구들은 모두 잘하고 있는
것 같다.
1차 출발인원 12명이 3대의 승용차에 나누어 탑승하고 정
시에 1박2일의 장정에 올라 유성 톨게이트로 진입하였다.중부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음성휴게소에서 다시 만났다.우린 모
두 파라솔 탁자에 둘러앉아 참기름 윤기가 반지르르한 절편
을 맛있게 먹었다.회장부부가 어제 늦게 까지 준비한 정성이
참 고맙다.다시 이천 휴게소에 내려 국밥과 우동으로 점심을
먹었다.휴게소 음식도 간편해서 그런대로 여행의 정취를 느끼
게 한다
2시30분경 우리의 목적지인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소속
인 산림생산기술연구소에 도착하였다.광릉숲은 1468년 조선
조 제7대 임금인 세조대왕이 묻힌 광릉의 부속림중 일부로
500여년 이상 엄격하게 관리되어온 왕실림이다.광릉숲은 총
600만평 규모로 광릉수목원 300만평, 광릉시험림 300만평으
로 구분할 수 있는데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이어 유네스코 생
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983종의 자생식물과 4376종이 동물
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의 보고이다.국민학교 다닐 때 외웠
던 광릉크낙새등 20종의 천연기념물과 19종의 희귀식물이 광
릉에 자생하고 있다
우선 우리가 묵을 "한그린"이라는 광릉숲내 단 하나뿐인 연
구소 내빈숙소에 여장을 풀면서 휴식을 하였다. 광릉숲의 목
재를 사용하여 건축해서 인지 나무 내음이 한결 향긋하였다.
모든 일정을 기획한 권교수의 베풀어주는 넉넉한 배려가 고맙
게 느껴지며 새삼 명문고를 졸업하길 잘 했다는 생각도 해 보
았다.별장구조의 이층목조건물의 1층은 어부인들이, 2층은 우
리 남자들이 쓰기로 하였다.잠시후 2차로 출발한 팀 4명이 모
두 도착하였다.자주 산을 오르내리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
누었던 그런 친구들이라서 모두가 만나면 반갑고 그저 편안하
다.
이번엔 건강이 좋아진 박대범 교장이 처음으로 동참하여 모
두가 반기었다.모교 교장일때 대고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
력한 결과 교직원들한테도 큰 지지를 받던 친구인데 퇴직한
지금도 그 열정은 변함이 없다.뺑뺑이와 도심공동화라는 변수
로 고전하는 줄 알았는데 이젠 다르단다.2015년까지 신축건물
(사람인자 모양의 건물로 세방향은 5층으로 1,2,3학년 교실이
고,중앙은 행정실 도서관등이 7층으로 올라간다)을 완공하
면 대전충청교육의 새로운 명문으로 거듭나게 된단다.올해부
터 대전고(교장 49회 유의규)는 자율공립고로 지정되어 우수
학생을 우선 선발할 수 있으며,운동장 아래 대흥동의 너른 지
역이 재개발 됨으로 주변환경이 좋아진단다.박교장의 "대고
는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진행형으로 새로운 르네상스
를 이룰 것"이란 말에 힘을 주는 뜻을 알것 같아 든든해 진
다.
다과와 담론을 나누는 중 권교수의 제안에 따라 저녁식사
후 둘러앉아 할 잦까기를 하기로 하였다.그래서 산책겸 우린 모두 가벼운 차림으로 광릉 북쪽에 위치한 죽엽산(600m)에 맑은 공기를 마시며 올랐다.임도가 아닌 언덕을 오르다보니 낙엽이 푹신하다.임도 부근엔 잣나무 상수리나무등 여러 수종을 식재하여 연구하는 시험림이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었다.그리
고 인적이 닿은적이 별로 없이 잘 보전된 산림이 대부분이라
조선시대 이곳을 살았던 옛조상의 기를 느끼며 그 모습도 떠
올려 보았다.곳곳에 잣나무가 있고 그 아래 잣송이가 남아 있
어 자루에 주워 담았다. 같은 길을 가도 권교수나 이성 신동
화 최광석 윤귀중 같은 친구는 잣송이를 잘도 줍는데 내겐 보
이질 않으니 재주가 영 없는가 보다.원시시대라면 고생했을
텐데 그래도 용케 살아 남은게 다행이다.어느새 저녁 놀이 지
는 먼산 단풍이 곱기만 한데 기온이 떨어져 한기가 느껴졌다.
내려오는 길에 잣송이가 가득한 자루는 무겁기만 하다.
저녁은 인근 마을 동이만두집에 갔다. 연구소장 그리고 실
장과 권교수의 박사코스 제자도 동석하였다.음식점 규모도
클 뿐아니라 야채를 골라 먹는 만두의 맛이 정갈하다. 그리
고 이젠 종류가 많은 뷔페음식보다는 앉아서 끓여 먹는 음식
이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라서 좋았다. 모처럼 동동주도 두
어잔 들어가니 모두가 왠지 기분좋게 흥겨워 진것 같다.
숙소에 돌아온 우린 너나 할것 없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잣송이를 비틀어 부수어 주면 떨어진 잣을 골라 주어 담았다.
잣송이에선 마치 옛날 립스틱에서 나던 송진 같은 묘한 향이
베어 나왔는데 건강에 아주 좋단다. 그리고 잣이 한칸에 두알
이 나란히 박혀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부부가 침대에 누워
있는 모양이라 특이하게 생각 되었다.처음하는 작업이지만 정
세호,김종순을 비롯 모든 작업자가 진지하게 열중하는 모습
이 지난날 공부도 일도 저렇게 열심히 하지않았나 생각하였
다. 두어시간 족히 열한시가 넘어서야 모든 작업이 완료되었
다.어깨도 아프고 눈도 침침한것 같은 데 아무도 투정하는 사
람이 없어 나도 말을 삼켰다.다음날 아침 우린 모두 잣을 한
되팍씩 선물로 받아들고 보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우리 방에는 다섯명이 자도록 침구를 깔아 놓았는데 자고
나니 두명이 없어졌다.코 고는 소리에 잠을 잘 수 없어 아랫
층 거실로 피신해 내려 갔단다.구수한 담론을 주도하던 김석
중과 나는 어느새 일찍 잠이 들어 다행이지만 두범인은 그런
사정도 모르는체 태연하기만 하다.잠자리를 바꾸면 잠을 못
이루는 옆에 있던 한 친구는 밤새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부인
들께선 얼마나 할 이야기가 많은지 도란 도란 이야깃 소리
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그래도 아침 8시가 되니 식사를 하란다. 검은 참깨를 넣
은 찰밥에 시원한 콩나물라면국 메뉴가 새로워 한그릇을 다
비웠다.우리 어부인들이 정성들여 식사와 간식을 준비해 주
심 다시 감사드린다. 항시 우리 모임에선 누구랄것 없이 스스
로 서로 분담하여 공동체를 위해 선을 이루려 협력하는 모습
이 아름답다. 그리고 참석치 못한 45산악회 모든 회원과 어부
인들도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동참하며 서로 우애를
돈독하게 나누면 가슴이 시리지 않으리라 생각해 보았다.
10시가 되자 우린 산림생산연구소를 떠나 이웃 국립수목
원으로 이동하였다.산림박물관을 관람하는중 긴급호출이 있
어 모였다.특별히 국립수목원장의 브리핑을 받는 영광을 가졌
다,그리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산림생물표본관을 둘러보았
다.이곳은 비개방연구시설로 연구목적에 한하여 방문과 표본
열람을 허가하는 시설이다.이 표본관에는 종자은행과 식물도
서관이 있는데 50만점 이상의 표본이 수장되어 있다.미래에
는 자국에 등록된 고유식물을 다른나라에서 연구개발할 경우
지적소유권처럼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단다.그래서 식물 표본
을 확보하고 인증받는것이 시급하고 중요하단다.우리가 모르
는 여러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나라가 이
렇게 발전하고 있는것 같아 함께 산다는것이 감사했다 그리
고 유리온실에 있는 열대식물도 젊은 직원의 해설을 들으며
섭렵하였다.
수목원의 동편에 육림호라는 호수가 있는데 멀리 소리봉
(537m) 능선의 단풍과 어울려 아주 아름답고 평화롭다.그리
고 한옆에 노란 은행나무가 있고 그옆에 박정희대통령의 별장
이 있었는데 그집이 너무 초라하고 낡아 지금은 부지에 표찰
만 남아 있다.박대통령이 서거한지 32년이 지난 지금 국토의
현장 곳곳에 족적이 남아 있는 걸 보면서 조국근대화를 이루
려 헌신해 주심에 고개가 숙여지기도 한다.입구쪽에 있는 "숲
의 명예전당"에도 현재 우리나라 산림조성의 최고 공로자로
많은 노력을 하신 박대통령이 역시 첫번째 인물로 헌당되었
다.우리가 나무를 심고 가꾸며 그 나무로부터 얼마나 많은 혜
택을 받고 있는지 산림자원의 중요성을 더 깊이 새기는 계기
가 되었다.산림자원을 잘 가꾸고 보호하는 나라가 선진국일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도 해본다.북한과 대한민국이 그점에
선 극명하게 대조가 된다.
1시 30분경 수목원을 나와 우린 귀전길에 올랐다.점심은
곤지암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배연정 소머리국밥을 먹기로 하
였다.부근 일대가 자기이름을 건 소머리국밥집이 여러개 눈
에 띄었다.배연정이 없는 식당에는 방문 연예인들의 싸인이
많이 장식 되어 있었다.값은 조금 비싼듯하지만 시장한 덕인
지 한그릇 다 비웠다. 우린 각자 다시승용차에 나누어 타고
고속도로를 남쪽으로 달렸다.
이틀동안 500여km를 안전하게 운전해 준 친구(권기원,윤귀
중,김종순,정세호)들 덕분에 즐겁고 자유로운 여행하게 되어
서 고마운 마음 깊이 새깁니다.수고 많으셨습니다.그리고 국
립수목원 탐방 기회를 마련 진행해준 권기원 교수와 시종 빈
틈없는 준비및 사진도 촬영하랴 수고하신 윤귀중회장 부부의
노고에 감사 드립니다.
친구들과 함께 한 1박2일 정말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첫댓글 나이 들어 친구들 부부와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행복스러워 보이고 존경스럽습니다. 좋은 글 계속 많이 남겨주시면 귀감이 되겠습니다.
대고 45회 홈페이지에 내가 올렸던 글 이라네.
송본부장의 격려가 큰 힘이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