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예전에는 동네 사람들의 안녕을 위한 간절한 기원이었는데
이제는 기관에서 옛 전통놀이를 되살리기 위한 몸부림이 아닐런지...
옛날엔 누가 앞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빈 깡통 들고 논둑으로 갔었는데
이제는 이리 오세요, 이렇게 하세요 라고 가르쳐 주고,
이끌어주는 행사 진행자의 말대로 움직여야 하는 게
놀이가 아닌 학습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그러나, 소원지를 쓰고, 사물놀이와 액막이타령을 배우고
쥐불놀이깡통과 액막이연을 만들면서
정월대보름 행사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 옛날 기억들과 현재의 행동들이 오버랩되면서 ...
정월대보름의 추억을 떠올리며...
어린 시절,
정월대보름날 아침은 엄마의 일어나라는 소리에
비몽사몽 일어나 부럼을 깨무는 일로 시작했지요.
부럼을 깨물면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는 엄마의 말씀을 믿으며
정말 한번에 깨물기 위애 얼마나 노력했었는지...
정월대보름날 아침은 먹을 게 정말 많다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지금 생각하면 대단한 반찬은 아닌데도
갖가지 나물들과 두부, 김만으로도 꽉 채워진 밥상이
그렇게 풍성해 보일 수가 없었어요.
해가 막 떠오르기 이전에
꼭 부지런한 친구가 있어 대문 밖에서 큰소리로 부릅니다.
"정숙아~~~!!"
놀자는 이야긴가 싶어 밥숟가락도 놓지 못하고 대답을 하는데...
" 왜~~~?"
라고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문 밖의 친구는 아주 빨리 말하죠.
" 내 더위 사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았구나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지요.
정신을 차렸어야 하는데 에구구~~~ㅠㅠ
그리곤 바로 도망하는 친구...
더위를 샀으니 이제 더위를 팔러 가야죠.
나 또한 또 다른 친구에게 가서 아까전 친구와 똑같이 말합니다.
" 내 더위 사라~~"
더위를 팔고 돌아오는 길은 얼마나 뿌듯하던지...
올해 여름은 시원하게 보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어린 생각에도 들었던 모양입니다...ㅎㅎ
2008년 정월대보름 -또 하나의 추억만들기
액막이 연을 만들었습니다.
아주 정성스럽게 아이들 손으로 그려나갑니다.
액막이 연은 한해동안 좋은 일 많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고 한해의 액을 모두 날려버릴 수 있는 연이라네요.
저녁에 달집을 태울 때 액막이 연도 함께 태우게 되지요.
동군 서군으로 나누어 깃발 싸움도 하고,
줄다리기도 하고...
누가 이기든 상관없이 즐겁고 기분좋은 날입니다.
이겨라 이겨라....
우리가 속한 서군이 이겼습니다.
올해는 좋은 일이 많을려나요? ^^
오늘의 하일라이트...
달집과 돼지머리, 그리고 시루떡~~
사람들의 바램은 모두 같은 모양입니다.
우리 가족 건강하고, 부자되게 해주세요~~!!
드디어 달집이 타기 시작합니다.
정성스레 만들었던 액막이연도 불꽃속에 타들어가네요.
올해 운수대통하기를....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저 불길처럼
우리 가족 모두 비상할 수 있기를...
올 한해 활기차고 즐거움이 가득하기를....
달집이 모두 타고 나서 쥐불놀이를 했습니다.
뽕뽕 구멍 뚫린 깡통 사이로 불빛이 새어 나옵니다.
힘껏 돌릴 때 생기는 불빛 원은 그 자체로 하나의 달이 되지요.
공간은 좁고 체험하는 사람들이 많은 까닭에
맘편히 돌리지 못한 게 아쉬웠습니다.
크게 돌리고, 멀리 던져보기도 했어야 하는데...ㅠㅠ
오늘 아이들과 정월대보름 행사를 체험해 보면서
그 옛날 아빠와 엄마가 경험했던 것들을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다시 재연해 보는 느낌은
새로움과 그리움이 함께 하는 시간이었어요.
어쩜 아이들을 위한 체험이었지만
엄마, 아빠가 더욱 즐거웠던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올해 모든 가족들이 건강하기를 기원하면서...
-2008.2.16 joung suk
첫댓글 잘 다녀오셨네요.. 올해는 달집 태우기 한번 못했습니다,,, 내년에도 모든 안녕을 기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