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갈치 삽서"
요란한 흥정소리
삶의 무기력증 싹∼
가끔 삶이 무기력해질때는 새벽 수협 위판장으로 가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기운을 느끼고 오자.
들고나는 고깃배들의 분주한 모습과 어판장 경매, 생선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흥정까지 시끌벅적한 새벽녘 어시장은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찬 공기를 가르는 경매사의 호루라기 소리와 생선값을 두고 벌이는 새벽 흥정소리를 듣다보면 잠이 깨는 것은 물론 무기력증도 한꺼번에 달아난다.
“싱싱한 갈치 삽써~.” 제주시 수협 위판장 입구에 좌판을 벌인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밤새 어선에서 낚은 생선을 사라며 새벽 댓바람에 집을 나서 반찬거리를 사려는 주부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좌판을 벌인 사람들 사이로 새벽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은 생선들을 요모조모 살펴보며 식구들의 입맛에 맞는 것을 고르기에 여념이 없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했던가? 저마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활기넘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기운이 솟는다.
새벽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경매사가 경매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를 불고 활어를 경매에 부치면 중매인들은 저마다의 가격을 적은 표를 경매사에게 보이고 이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을 적어 낸 중매인에게 낙찰된다.
경매사의 목소리에 따라 어민과 중매인들의 얼굴에 희비가 교차하고 낙찰된 중매인은 재빨리 활어들을 손질하고 자신의 트럭으로 옮긴다.
순식간에 진행되는 경매 속에서 어민들은 밤새 조업한 생선들이 좋은 값에 팔리기를 희망하고 중매인들은 동료들의 눈치를 살피며 적당한 가격을 적어내느라 바쁘다.
새벽을 열며 부지런히 사는 사람들을 보여주기 위해 어린 아이들과 함께 위판장을 찾은 젊은 가장은 아이들에게 생선 이름들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위판 과정을 설명해주며 산 교육을 펼친다.
이곳에서는 갓 잡은 생선마냥 파닥파닥 살아 숨쉬는 삶의 기운이 느껴지고 비릿한 생선 냄새와 더불어 사람 사는 냄새가 한아름 다가온다.
새벽 바다안개를 헤치며 선착장에 닿은 어부들의 거친 손에서는 강인한 바다사람의 기운이 느껴지고 따뜻한 자판기 커피 한잔을 건네는 상인들의 손길에서는 소박한 인정이 느껴진다.
‘아! 살아있구나. 여기가 사람 사는 동네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나게 하는 새벽 어시장.
싱싱하고 역동적이며 치열한 삶의 현장 한복판에 서 있노라면 ‘부지런히 살아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진설명] = 13일 제주시수협 위판장 새벽 경매 시장에 위판된 은빛 갈치들. 중개상인들이 열띤 경쟁을 벌이며 활기찬 수산시장 특유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자료출처 : 제주일보 김은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