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왜 차례상에 올릴 때 과일을 위에만 깎을까?
영가(靈駕)들은 촉식(觸食)을 하기 때문입니다. 과일을 깎지 않으면 속살을 맛볼 수 없지만 조금만 깎아서 내용물과 접촉할 수 있게 해주면 다 맛볼 수 있는 겁니다.
◆ 촉식(觸食) :
느낌으로 배가 부를 수 있는데 이것이 촉식입니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며 섬세하고 미끄러우며 차고 더운 것 등을 감촉하여 기쁨과 즐거움을 낸다.
앵무새, 공작 등은 알을 품었을 때에, 어미가 온기로써 즐거운 감촉을 느끼고, 알은 어미의 따뜻한 기운을 서로 느끼는 것을 온식(溫食)이라고 한다.
사람이 옷을 따뜻하게 입는 것과 깨끗한 물에 목욕하는 것도 촉식의 하나이다.
Ⅱ. 식사의 종류(四食)
다음은 불교의 학설을 인용해 보았습니다.
1. 시간으로 나눈 네 가지 먹는 방법이다.
법원주림(法苑珠林, 四十二卷)에 나오는 말이다.
❶ 새벽 식사
천상사람과 신선이 먹는 시간이다. 예로부터 기가 팔팔하고 건강하며 의욕적으로 오래 잘 살려면 아침을 잘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특히 선가(禪家)에서는 어느 나라에서나 아침에 죽을 먹는 풍습을 잘 지켜지고 있다. 아침 식사를 선식(禪食) 혹은 선식(仙食)이라고 한다.
❷ 점심 식사
사시는 오전 9시부터 11시 사이의 시간이다. 삼세의 제불 보살은 이 시간대에 하루 한 끼니 공양을 한다고 하여 법식(法食)이라고 한다. 율장에서는 출가 대중이 오전 시간에만 공양을 하도록 제한하여, 정오를 넘기면 비시식(非時食)이라고 하여 금한다.
❸ 저녁 식사
아귀와 축생은 해가 저물면 이 시간대에 잘 먹는다. 저녁 식사를 축생식(畜生食)이라고 한다.
오후 불식(午後不食)이라고 하여 참선 수행자는 저녁 먹는 것을 금한다. 꿈이 없고 망상 번뇌가 적으며, 두뇌 활동이 왕성해진다고 하여, 예로부터 권장해 왔다.
❹ 한 밤중 식사
영가(靈駕)가 먹는 시간이다. 귀신식(鬼神食)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한밤중에 많이 먹는 사람은, 몸을 움직이기 무겁게 살이 많이 찌고 나쁜 꿈을 많이 꾸며, 몸에 병이 잦다고 하여 경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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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용과 방법에 따라서 나눈 네 가지 먹는 방법이다.
화엄경 수소연의초(華嚴經 隨疏演義抄)에 나오는 말이다.
❶ 단식(段食)
단(段)은 곧 작은 부분으로 나눈다는 뜻이고, 식(食)은 영양가가 있다는 뜻이다. 사람과 동물이 단식을 위주로 살아간다.
향기와 맛, 감촉(香味觸) 등 삼진(三塵)을 근본으로 삼고 뱃속에 넣어 소화를 시켜서 육근에 영양가가 있게 하는 것을 단식(段食)이라고 한다.
옛 율장에서는 대개 박식(搏食)이라고 번역하였다. 손으로 덩어리지게 만드는 것을 박(搏)이라고 하였다. 뒤에 두 손으로 물을 움켜 마시는 것을 박(搏)이라고 표현할 수가 없어서 마침내 단식(段食)이라고 번역하였다.
❷ 촉식(觸食)
촉(觸)은 곧 상대이다. 전5식(前五識)이 색 등(色 等) 여러 경계에 상대하여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며 섬세하고 미끄러우며 차고 더운 것 등을 감촉하여 기쁨과 즐거움을 낸다. 모두 여러 근(根)에 자양분이 될 수가 있어서 촉식(觸食)이라고 말한다. 수상행(受想行)의 심소(心所)가 근본이 된다.
전5식(前五識)은 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 이다. 번역명의주석(飜譯名義註釋)에서 말한다.
"사물을 보고 애착하는 것도 식(食)이라고 이른다. 어찌 촉식(觸食)이 아닐까? 만약 촉식이 아니라면, 어찌 희극을 보는 등으로, 종일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을 것인가?"
앵무새, 공작 등은 알을 품었을 때에, 어미가 온기로써 즐거운 감촉을 느끼고, 알은 어미의 따뜻한 기운을 서로 느끼는 것을 온식(溫食)이라고 한다.
사람이 옷을 따뜻하게 입는 것과 깨끗한 물에 목욕하는 것도 촉식의 하나이다.
❸ 사식(思食)
사(思)는 곧 의사(意思)이다. 심왕(心王)인 제육식(第六識)이 사랑스러운 경계를 생각하여, 희망(希望)의 뜻을 내어서 육근을 윤택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마치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이, 음식이 있는 데에 도달한다면, 먹고 마실 수가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져서 몸이 죽지 않는 경우와 같다.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를 정벌할 때의 일이다. 병사들이 긴 여로에서 기진맥진 녹초가 되었을 때였다. 나폴레옹은 명연설을 하였다.
"병사 여러분, 우리는 이를 악물고 바로 이 알프스 산을 넘어가기만 하면 된다. 저기 산 너머 이탈리아에는 맛있는 음식과 향기로운 술과 아름다운 여자가 우리를 기다린다. 자, 나서라! 프랑스 병사, 용감한 전우들이여!"
거의 쓰러질 듯한 병사들이 다시 일어나 알프스를 넘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런 까닭에 사식(思食)이라고 부른다. 제육식(第六識)이 곧 의식이다.
새끼를 낳을 시기에서 어미 거북은 육지에 나와 모래밭 속에 알을 낳고 다시 물속으로 돌아간다. 이때 알은 어미를 생각하고 잊지 않는 까닭에 바로 썩지 않는다. 만약 어미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알은 곧 썩어버린다.
또 사람이 갈증을 느낄 때에 신맛이 나는 매화 열매를 생각하여 영양가를 얻고 갈증을 잊은 따위이다.
열반의 즐거움을 생각하는 수행자는 열반락(涅槃樂)이 희망적이어서 배고픔을 이 식(識)으로 해결할 수가 있다.
❹ 식식(識食)
식(識)은 잡아 가진다는 뜻이고, 잡아 가진다는 뜻은 곧 제8식이다.
앞서 유루(有漏)의 세 가지 먹는 방법이, 영양가를 섭취하는 힘을 더욱 키워서, 심왕(心王)인 제8식(第八識) 곧 아뢰야식, 장식(藏識)을 근본으로 삼아, 유정(有情)의 신명(身命)이 사라지지 않고 지탱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마치 지옥 중생과 무색계 천의 하늘 사람과 같아서 식식(識食)이라고 말한다.
의상 스님의 일화에서 볼 수가 있듯이, 수행력이 아주 높은 대덕 스님이 천공(天供)을 받아먹고 지냈다는 일화가 있다. 예로부터 한 달, 일 년, 혹은 삼 년 동안 물만 마시고 온전히 곡기(穀氣)를 끊은 수행자가 있었다. 이들은 식(識)으로써 식(食)을 삼았다.
지옥고(地獄苦)를 받는 중생은 식식(識食)을 하지만 먹자마자, 그 음식은 곧 욕화(慾火)로 변해서 고통을 더해준다.
하늘 사람은 무엇을 먹겠다는 생각을 내면, 곧 먹는 효과가 있는 식식을 한다.
번역명의주석(飜譯名義註釋)에서 말한다.
"식식(識食)은 지옥 중생과 무색계(無色界) 하늘 가운데서 식무변처(識無邊處) 등 하늘사람이 식(識)으로 가지고, 식(食)으로 삼는다."
선찰(禪刹) 공양방이나 선방 앞에는 선열당(禪悅堂)이란 현판이 붙어 있다. 선 수행자는 선정 삼매 속에서 그윽한 즐거움으로써 식(識)을 삼는다는 뜻이다. 이 단계는 이미 유루(有漏)의 식(食)이 아니다. 무궁무진한 무궁천(無窮泉)인 지혜의 샘, 반야의 샘에서 식(食)이 흘러넘친다. 감로수(甘露水), 불로불사(不老不死)의 묘약(妙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