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간 인수합병 과정에서 합병된 기업의 노동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하청노동자로 전락된 기막힌 사연이 있다. 충청북도 진천의 현대오토넷 사내하청업체 오토닉스에 소속된 200여 직원들이 비운의 주인공들이다.
9일 노동계에 따르면 이들의 운명은 자동차용 멀티미디어기기와 전자제어장치를 생산하고 있는 현대오토넷이 지난해 본텍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현대오토넷이 본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본텍 직원들은 승계하지 않은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오토닉스라는 사내하청업체로 소속으로 신분이 바뀌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옛 본텍에는 노동조합이 결성되지 않아, 합병과정에 참여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스스로의 고용형태가 변했다는 사실도 지난해 하반기에서야 알게됐다.
오토닉스 소속 한 노동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토넷과 같은 회사라고 생각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야 6개월단위 계약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현대오토넷 진천공장에는 현재 150명의 관리자와 400여명의 생산직이 일하고 있다. 생산직 200여명이 오토닉스 소속이다. 이들이 옛 본텍 직원들이다. 여기에 기존 본텍의 사내하청업체였던 4개사에 2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오토넷차원에서 오토닉스를 분사하려는 계획이 알려지면 이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이른다. 또 나머지 4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임금 등 근로조건에 대한 불만이 쌓인 상태였다.
결국 이들의 불만은 지난달 18일 노조결성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전국금속노조 현대오토넷사내하청지회(지회장 신인재)가 생겨났다. 400여 생산직 가운데 390여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현재 사내하청지회와 5개 하청업체 사이의 단체협상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19일부터 13차례에 걸친 교섭을 통해 노조는 노조인정과 고용보장 등을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조남덕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사무국장은 "오토닉스 소속 노동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신분상의 변화를 맞았다"며 "이제는 고용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