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고속도로의 속초구간이 3월 31일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고속도로의 국립공원통과구역에 공원행위 허가를 하여줌으로써 확정되었다. 국립공원통과구역은 860미터이지만 속초통과구역의 상당부분이 국립공원 옆을 우회함으로써 이구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상당한 관심사였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속초를 통과함에도 불구하고 속초의 경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도로공사와 끈질기게 협의한 곳은 속초시가 아니라 국립공원관리공단이라는 것이다. 속초시는 고속도로의 조속한 건설에 초점을 맞춘 반면 관리공단은 고속도로건설에 따른 경관에 신경을 써왔다. 근시안적 관점에서는 고속도로가 2~3년 늦어진다는 것이 엄청난 차이가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고속도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가 더 중요하다.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편리해지지만 이는 시각적 단절을 가져온다. 주봉터널을 나온 후 고속도로는 청대산 밑자락을 끼고 북서쪽으로 휘돌아가며 국립공원구역을 감싸고 금호콘도와 종합운동장뒤를 돌아간다. 이 경우 이제까지의 경험으로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산자락을 토막내어 국립공원의 자연을 잘라버리는 모습이 연출된다. 생각만 해도 끔직한 모습이고, 두고두고 후회하게 만드는 모습이다. 그래서 환경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고속도로의 속초통과부분을 지하화하거나 터널화하자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도로공사에서 과도한 공사비를 이유로 반대하여 결국 경관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고속도로를 건설하기로 하였다. 산을 잘라내는 법면을 도로보다 높게 하여 시내구간에서 산자락을 보았을 때 고속도로가 지나간다는 것을 보이지 않게 처리하고, 척산지역의 교량통과구역은 교량을 나무로 형상화하는 등의 모습으로 콘크리트구조물이 주위 경관을 파괴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도로공사에서 제시한 14가지 환경훼손 저감방안에 대해 공사와 병행하여 사안별로 별도협의를 하도록 하였으니 속초시가 주체적으로 나서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의 고속도로와는 다른, 존재하되 보이지 않는 고속도로를 국립공원지역에 새롭게 건설할 책무를 속초시가 가지고 있다. 고속도로 설계과정에서 속초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아직도 할 일은 많다.
속초시에는 도시디자인과가 있다. 예전의 도시과가 바뀐 것이다. 단순히 도시의 기능을 위한 시설설치를 뛰어넘어 도시의 미학적 수준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명칭이다. 그러려면 먼저 디자인의 컨셉이 있어야 한다. 속초를 어떤 도시로 만들겠다는 전체적인 구상이 되어야 그에 따른 디자인이 가능한 것이다. 단순히 간판과 시설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제안하는 속초시의 컨셉은 국립공원이다. 속초는 국립공원의 도시이다. 속초시는 전체 시면적 중 56%를 국립공원이 차지하여 전국에서 국립공원면적비율이 가장 높은 국립공원의 도시이다. 경주가 도시형 국립공원이지만 시면적의 10%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국립공원이 아닌 곳도 국립공원 같은 곳으로 만들어 속초에 오면 국립공원에 왔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청초호와 엑스포공원에는 조류생태공원을 만들어 새들이 편안하게 올 수 있게 하여 도시속 공원을 만든다. 또, 도시의 냄새가 풀풀나는 철재중앙분리대를 없애고 자연형 중앙분리대를 만들고 그곳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 그것도 키작은 관목이 아닌 키큰 수목을 심어야 한다. 계절의 변화를 느낄수 있는 도로, 더나아가 자연안에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 특별한 장소가 아니어도 속초에 온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를 얻을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무 것도 하지않아도 그냥 편하게 차 한잔하고 싶은 가로수의 거리가 만들어지고, 건물 자체가 아담하고 아름다운 찻집과 상점이 만들어지고, 또 자기 집앞을 아름다운 화분과 꽃으로 장식하는 넉넉한 마음이 어우러지면 주민에게 즐거운 도시가 될 것이고, 이는 관광객에게도 마찬가지로 편안하고 또 오고 싶은 곳이 될 것이다. 도시 곳곳에 더 많은 가로수를 심어 간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가로수를 심으면 오히려 상가가 활성화될 것이다. 로데오 거리를 살리는 것은 간판정비가 아니라 편하게 걸을 수 있고 더위를 막아주고 자연을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가로수의 부활이다.
그래서 도시를 주민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편안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고, 안전하게 도로를 건널 수 있고, 주위에서 편하게 쉴 수 있는 숲과 공원이 있어야 한다. 막대한 돈을 들이고도 거리에 걸음을 멈추게 하는 배전함의 존재는 사업을 왜 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기본적 철학의 부재는 아직도 우리가 갈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첫댓글 '국립공원의 도시로' 그렇지요! 좋습니다. 바쁜중에도 좋은글을 써주셨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