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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곡(蓀谷) 이달(李達) 선생의 문학
<국역손곡집>을 중심으로
임 교 순
나는 원주문학35호에 <원주문학의 뿌리와 성장>이란 제목으로
1330년(고려충숙왕17년)이후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원주지역의 문인을 단편적으로 열거했었다.
운곡 원천석 선생에 이어 쌍매당(雙梅堂) 이첨(李詹:1345-1405) 후예인
이수함(李秀咸)과 관기(관청에서 정한 기생) 사이에서
1539년 이 씨 관향 (홍주:신평 )에서 태어난 이달(李達): 호 손곡(蓀谷)의
< 시대적 비운의 고독한 평민 시인 손곡 이달의 문학>을 간단히 적어놓았던바 있다.
조선조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생애는, 비운의 출생, 관향, 문장, 타계, 무손의
많은 문제를 지니고 고독하게 사셨다.
원주 부론면 손곡리는 당시에 손위실(遜位室)이라고 불렀다.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 후 고려 말 공양왕을 폐위,
공양군으로 강봉하여 원주로 추방한 뒤 왕위에 올랐다.
공양왕이 마지막 왕위를 내주고 피거한 마을 이라 해서 불러진 이름이다.
여기서 서당을 차리고 사셨고 그의 호도 손곡이다
지금 원주시 부론면 손곡1리 노변에 손곡 시비가 세워져있다.
시의 내용은 (손곡집 권 6에 실린 예맥요 (刈麥謠:벨 예, 보리맥 ,노래요)이다.
시골집에서 먹고 살기 힘겨워하는 아낙네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지어놓았다.
여기 새긴 글씨는 시비제막 때, 연민 이가원 선생이 썼다.
蓀谷詩碑
손곡시비
田家少婦無夜食
전가소부무야식-시골집 젊은 아낙네 저녁거리 없어
雨中刈麥林中歸
우중예맥임중귀-비 맞으며 보리 베어 숲길로 돌아오니
生薪帶濕煙不起
생신대습연불기-생나무습기 때문에 연기만나고 불길이 안 일어
入門兒子啼牽衣
입문아자제견의-문 열고 들어온 아이들이 옷깃 당기며 울부짖네.
손곡의 <예맥요>를 보더라도 그 시대 가난한 평민들의 삶이
얼마나 궁색했는지 한 시인의 창작물만 아니고,
작중에 인물, 전가소부는 손곡선생의 부인이고,
입문 아자는 손곡의 딸들일 것이다.
딸은 몇 명인 듯 하고 부인은 일찍 죽은 것 같다.
손곡집3권 불석(不夕)에
稚女寒泉汲
치녀한천급-어린 딸은 차가운 샘물을 긷고
貧妻豆粥嘗
빈처두죽상-가난한 아내는 콩죽 맛을 보네.
손곡집 5권 녹시이사군거객(錄示李使君巨客)에,
失中無所親
실중무소친-집안 식구를 잃어 아무도 없는데
骨肉唯季女
골육유계녀-골육(가족)이라곤 오직 막내딸 뿐,
손곡집4권 선산도중(善山道中)에,
數口在京家食窘
수구재경가식군-몇 식구가 서울에 있지만 살림이 군색하고
一身多病旅遊難
일신다병여유난-내 한 몸도 병이 많아 떠돌아다니기 어렵네.
손곡집에는 아내의 죽음을 슬퍼지은 <도망(悼亡)>이 실려 있다.
粧奩蟲網鏡生塵
장엄충망경생진-화장대에 거미줄 거울엔 먼지만 끼어
門掩桃花寂寞春
문엄도화적막춘-문 닫힌 뜰에 복사꽃 적막한 봄빛
依舊小樓明月在
의구소루명월재-작은 누각은 옛 그대로 밝은 달빛 속에 있건만
不知誰是捲簾人
부지수시권렴인-주렴을 걷는 이 누구인지 모르겠네.
#권렴인-捲簾人:발을 걷는 사람.
이 같은 시를 남기신 이달 선생님은 어느 때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사셨는지 선생의 생애를 문장을 통하여 추정해보고,
이달 선생의 시문 원본 한자를 한글로 토를 달고 해석해 놓기로 했다.
이달 선생의 제자 허균(교산)이 297편의 시를 모아 (손곡집)을 목판으로 간행하였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된 활자본을 대본으로 삼아
허경진 박사가 역서 한 것을 기초로 한자를 읽고 풀이하였다.
손곡집 권1은 고풍(古風), 손곡집 권 2는 가(歌), 손곡집 권3은
오언율시(五言律詩),손곡집 권4는 칠언사운(七言四韻), 손곡집 권 5는
오언절구(五言絶句), 손곡집 권 6은 칠언절구(七言絶句)로
한시작법별로 편집되어 있다
손곡시집 권1은 한시의 고풍(古風) 10편중 5편만 여기서 해석,
1, 반죽원 (班竹怨)-반죽의 원한-얼룩진 대나무의 원한.
二妃昔追帝
이비석추제-옛날 두 왕비가 순임금을 뒤 쫓아
南奔湘水間
남분상수간-남쪽으로 상수강 까지 달려갔었지.
有淚寄湘竹
유루기상죽-피눈물이 상수의 대나무에 젖었으니
至今湘竹班
지금상죽반-상수의 대나무는 지금까지 얼룩졌네.
雲深九疑廟
운심구의묘-구의묘는 구름이 깊게 덮이고
日落蒼梧山
일락창오산-창오산에는 해가 지는데
餘恨在江水
여한재강수-두 왕비의 남은 한이 강물에 있어
滔滔去不還
도도거불환-넘실넘실 흘러가고는 돌아오지 않네.
2,채룽곡(采菱曲)-마름 캐는 노래
南湖采蓮女
남호채련녀-남호에서 연을 캐는 여인이
日日湖中歸
일일호중귀-날마다 호수 가운데로 돌아오네.
淺渚菱子滿
천저릉자만-얕은 물가에는 마름 열매 가득하고
深潭蓮葉稀
심담연엽희-깊은 연못에는 마름 잎이 드무네.
蕩舟不慣手
탕주불관수-노를 젖는 솜씨가 익숙잖아
水濺越羅衣
수천월라의-물이 흩뿌려 비단 옷에 튀네.
無心却回棹
무심각회도-무심결에 노를 저어 돌아오니
葉底鴛鴦飛
엽저원앙비-연잎 밑에서 원앙새가 놀라 나네.
3, 야회영운(夜懷詠韻)-밤 회포를 시로 읊음.
秋夜與君別
추야여군별-가을밤 그대와 헤어지는데
秋天適無月
추천적무월- 하늘에는 때마침 달도 없고
成醫臂九折
성의비구절-팔을 아홉 번 꺾어 보아야 명의를 이루는데
面恥何曾雪
면치하증설-얼굴 부끄러움을 어찌 깨끗이 씻어 보랴
處世忌太潔
처세기태결-세상 사는데 너무 깨끗해도 꺼려지니
所懷無由發
소회무유발-회포가 이유 없이 생겨나는구나.
#九折臂而成醫兮
구절비이성의혜-굴원의 <초사><구장> 에 있는 석송 시구를
이달 선생이 인용하고 있음.
4.降仙樓次泥丸韻
강선루차니환운 -강선루이환 시에 차운하여,
月明露華白
월명노화백-달 밝아 이슬 꽃이 빛나고
夜靜秋江深
야정추강심-밤은 고요히 가을 강에 깊구나.
仙閣一杯酒
선각일배주-신선 누각에서 한잔 술에다
泠泠三尺琴
영령삼척금-석자 거문고 소리가 맑고 맑아
不是感時節
불시감시절-시절을 느낀 것이 아니지만
自然傷我心
자연상아심-자연히 내 마음이 아프다.
#강선루-평안도 성천부 객관 모퉁이에 비류강을 굽어보는 정자
경치가 아름다워 신선이 내려온다는 누각
5, 淮陽府簡寄楊蓬萊
회양부간기양봉래-회양부에서 양봉래에게 편지를 부침,
十月發漢陽
시월발한양-시월에 한양을 떠나
今在交州道
금재교주도-지금 교주도(강원도)에 있네.
交州雨雪多
교주우설다-강원도에는 눈비가 많아
明發恐不早
명발공부조-명일 출발하는데 늦어질까 두렵네.
相思隔重關
상사격중관-서로 그립지만 몇 겹이나 막혀
一夜令人老
일야영인노-하룻밤 사이에 사람만 늙게 하네.
6,詠韓石峯五松亭
영한석봉오송정
牛峰古縣東
우봉고현동-우봉 옛 고을 동쪽에
中有石峯居
중유석봉거-그 가운데 석봉이 살고 있네.
手植五株松
수식오주송-손수 심은 소나무 다섯 그루가
自然斧斤餘
자연부근여-자연의 도끼질에도 남아있네.
淸陰散水石
청음산수석-서늘한 그늘은 물돌에 흩어지고
枝幹相扶疎
지간상부소-나무 가지와 줄기는 무성하네.
主人岸巾坐
주인안건좌-주인은 두건을 젖혀 쓰고 앉아
發嘯長而舒
발소장이서-휘파람을 길게 불어대네.
有時或遊藝
유시혹유예-때로는 예(藝)로 놀면서
把筆寫道書
파필사도서-붓 잡고 도서를 베끼네.
山陰無羽客
산음무우객-산음에 우객(날개달린 도사)이 없었다면
#換鵝知何如
환아지하여-거위를 어떻게 바꿀 줄 알까.
寒聲起#硯几
한성기 연궤-차거운 소리가 벼루 탁자에서도 일어나고
翠色襲衣裾
취색습의거-물총새 빛(비취빛)이 옷자락에 배어드네.
#傲然澹忘歸
오연담망귀-오연히 돌아갈 것도 잊고
日夕狎樵漁
일석압초어-날 저물도록 고기잡이 나무꾼들과 친하게 지내네.
永結歲寒盟
영결세한맹-길이 맺은 세한의 맹세
此心不負初
차심불부초-이 마음 처음부터 저버리지 않으리.
#우봉(牛峰-황해도 금천지역의 옛 지명,
고구려의 우잠군을 신라 때부터 우봉으로 불렸다.
고려 때 개성부에 속하고 조선 초에 우봉현으로 승격,
한석봉은 개성사람)
#환아(換鵝)-산음에 한 도사가 잘 생긴 거위를 기르고 있는데,
왕희지가 가서보고 너무 좋아 꼭 가지고 싶어 했다.
도사는 <도덕경>을 써주면 거위 떼를 주겠다고 하였다.
왕희지는 기꺼이 써주고 거위를 농에 넣어 가져왔다.
<진서 왕희지전>그 뒤에 <황정경>이나 <도덕경>을 <환아경>이라했다.
#연궤(硯:벼루연几: 안석궤 , 제향에 쓰는 기구)-벼루탁자를 뜻함
#오연 (傲然:거만할 정도로 담담함)
#부소(扶疏(疎):초목의가지 무성한 모습.
손곡시집 권2 한시 가(歌) 16편중에서 2편만 해석함
1 ,百祥樓
백상루-평안남도 안주군 안주읍 북쪽 청천강 기슭에 있는 누각
관서팔경에 한곳.
百祥樓臨江水
백상루임강수-백상루가 강물에 드리웠는데
江水悠悠來不已
강수유유래불이-강물은 유유히 흘러 쉬지 않네.
潮來沒江渚
조래몰강저-밀물이 들어오면 강가가 잠기고
潮落露江樹
조락노강수-썰물이 빠지면 나무들이 들어나네.
潮生潮落倚樓時
조생조락의루시-밀물 들고 썰물 빠질 때 다락에 의지하니
遠渚蒼蒼江日暮
원저창창강일모-멀리 물가가 아득한데 강에 해가 저무네.
#임(臨)-임할 임. 저(渚)-물가 저. 창(蒼)-푸를 창.
2, 關山月
관산월 -관산에 달,
月出關山照秦京
월출관산조진경-관산에 달이 솟아 진나라 서울을 비추면
郎君遠向秦京道
낭군원향진경도-낭군께선 멀리 진나라 서울 길을 향했네.
何處登樓見月明
하처등루견월명-어느 곳 다락에 올라 밝은 달을 보시는지
郎有心妻有情
낭유심처유정-낭군께선 마음이 있고 처에게는 정이 있네.
獨自隨君千里行
독자수군천리행-나 홀로 낭군 따라 천리 길 떠나려니
長相思淚縱橫
장상사누종횡-그리운 생각에 눈물만 줄줄 흐르네.
#종(縱)-늘어질 종. 누(淚)-눈물 누.
손곡시집 권 3은 오언율시(五言律詩) 87편중에서 10편을 해석,
1,丘山驛
구산역-강릉도호부 서쪽 20리 에 있는 역
獨自抱離憂
독자포리우-홀로 이별의 근심을 안고
還登古驛樓
환등고역루-옛 역루에 돌아와 오르니
劍囊孤憤在
검낭고분재-칼집에 외로운 분(憤)이 남아있고
丹籙片雲留
단록편운류-단록(丹籙):에는 편운(조각구름)이 머무네.
鳥渡海門夕
조도해문석-해문에는 저녁이라 새가 건너날고
蟬鳴關樹秋
선명관수추-관북지방 나무엔 가을이라 매미가 울어
懷君不可見
회군불가견-그대 그리워도 볼 수 없으니
匹馬向西州
필마향서주-필마 타고 서주로 향하네.
#포(抱)-안을 포. 우(憂)-근심할 우. 낭(囊)-주머니 낭. 고(孤)-외로울 고
분(憤)-성낼 분. 록(籙)-책 상자 록. 선(蟬)-매미 선.명(鳴)-울 명.
2, 鏡湖次崔內翰大中韻
경호차최내한대중운 -경포호에서 한림 최대중의 시에 차운함,
秋草仙臺古
추초선대고-가을 풀 우거져 경포대는 예스럽고
煙湖水氣蒼
연호수기창-내 끼인 호수에 물 기운이 푸르구나.
此身爲遠客
차신위원객-이 몸은 먼 곳 나그네 되어
明日是重陽
명일시중양-내일이면 바로 중양절일세.
夕照寒沙浦
석조한사포-저녁 해살이 모래포구에 차갑고
西風起海鄕
서풍기해향-가을바람이 바다마을에 부는데
相携惜佳節
상휴석가절-서로 손잡고 놀던 시절이 아쉬워
折揷數枝黃
절삽수지황-몇 가지 국화를 꺾어 머리에 꽂았네.
#휴(携)-끌어 잡을 휴. 절(折)-꺾을 절. 삽(揷)-꽂을 삽.
3, 經廢寺
경폐사-황폐한 절을 지나며,
此寺何年廢
차사하년패-이 절은 어느 해 황폐했는지
門前松逕深
문전송경심-문 앞 소나무 오솔길이 깊숙하구나.
嵐蒸碑毁字
남증비훼자-습기에 비석글자가 문드러져
雨漏佛渝金
우루불유금-비가 새어 불상의 금박은 달라졌네.
古井塡秋葉
고정전추엽-옛 우물은 낙엽으로 메워지고
陰庭下夕禽
음정하석금-그늘진 뜨락엔 저녁 새만 내려오네.
不須興慨感
불수흥개감-모름지기 슬퍼할 일이 아니니
人世氣消沈
인세기소침-사람 사는 세상이 몇 번이나 지나쳤나.
#루(漏)-샐 루. 유(渝)-달라질 유. 전(塡)-메울 전.
5, 送崔時中之京
송최시중지경-서울로 최시중을 보내며,
行路難如此
행로난여차-길 떠나는 어려움이 이 같은데
夫君更遠征
부군갱원정- 당신은 다시 먼 길을 떠나려는가.
大才懷夙昔
대재회숙석-큰 재주로 그 옛날 꿈을 지녔지만
#薄宦負平生
박환부평생-낮은 벼슬로 한평생 져버렸네.
海岸叢梅發
해안총매발-해변에는 함박 매화 피고
山橋怪鳥鳴
산교괴조명-산 속 다리에 괴이한 새가 우네.
離懷正簫索
이회정소삭-이별하는 마음 너무 쓸쓸 해
撫景獨傷情
무경독상정-그림자 어루만지며 홀로 마음 상하네.
#숙(夙)-일찍 숙. 석(昔)-예 석. 소(簫)-통소 소. 삭(索)-동아줄 삭.
무(撫)-어루만질 무. #박환(薄宦:하찮은 벼슬)
6, 建登山
건등산- 원주시 문막읍 건등리에 있는 산. 고려 태조 왕건이 올랐다 해서,
麗祖提兵日
여조제병일-고려 태조가 군사를 지휘하던 그 날
登臨萬馬蹄
등림만마제-여기에 올라 천군만마를 호령했네.
群雄爭逐鹿
군웅쟁축록-많은 영웅들 정권을 잡으려 경쟁했지만
眞主竟操鷄
진주경조계-마침내 진정한 주인 왕위에 올랐어라.
往事烟霞古
왕사연하고-지나간 일은 먼 옛날의 연기와 노을로 사라지고
遺蹤草樹迷
유종초수미-끼친 자취는 우거진 수풀 속에 찾을 길이 없네.
三韓歸一統
삼한귀일통-삼한이 마침내 통일이 된 것은
功與此山齊
공여차산제-그 공적 이 산과 더불어 영원하리.
#제(提)-이끌 제. 제(蹄)-말발굽 제. 축(逐)-쫓을 축. 록(鹿)-권좌 비유.
하(霞)-노을 하. 종(蹤)-자취 종. 유(遺)-끼칠 유.
7, 寧越道中
영월도중-영월 가는 길
懷緖客行遠
회서객행원-시름을 품고 나그네 멀리 다니니
千峰道路難
천봉도로난-첩첩 산길이 험난하구나.
東風蜀魄苦
동풍촉백고-봄바람에 들려오는 두견울음 괴롭고
西日魯陵寒
서일노릉한-서쪽 해에 노릉(노산군의릉 (단종릉)은 쓸쓸하구나.
郡邑連山郭
군읍연산곽-고을은 산성과 이어지고
津亭壓水闌
진정압수란-나루에 정자는 물가를 가로막고 섰네.
他鄕亦春色
타향역춘색-타향에도 또한 봄빛이라
何處整憂端
하처정우단-어느 곳에서 근심걱정을 다스려 볼거나.
#촉(蜀)-나라이름 촉. 백(魄)-넋 백.
8, 次旌善板上韻)
차정선판상운-정선 판상(현판)의 시에 차운함
古木月猶在
고목월유재-고목에는 달이 아직도 걸렸는데
寒房燈尙靑
한방등상청-차가운 방에는 등불이 오히려 푸르구나.
客愁連靜夜
객수연정야-나그네 시름은 고요한 밤까지 이어지고
歸夢㥘長程
귀몽겁장정-돌아갈 꿈꾸려니 먼 길이 겁나네.
度壑水聲遠
도학수성원-골짜기를 건너자 물소리 멀어지고
隔簾花氣馨
격렴화기형-대발을 쳐도 꽃기운 향기로운데
不知山雨過
부지산우과-알지 못하는 사이에 산에 비가 지났는지
枕上酒初醒
침상주초성-베개 위에서 술이 금방 깼네.
#겁(㥘-겁낼 겁. 학(壑)-골짜기 학. 렴(薕)-대발 렴. 형(馨)-향기 형.
9, 夜坐贈許端甫
야좌증허단보-밤에 앉아 허균(호;교산, 자:단보)에게 지어주다
旅病逢秋甚
여병봉추심-나그네 시름이 가을 되어 심하고
鄕愁到夜深
향수도야심-고향 그리는 마음 밤이 되니 더 깊네.
暗蛩啼近壁
암공제근벽-어둠 속에 귀뚜라미는 벽 가까이서 울고
涼露墮疎林
양로타소림-차가운 이슬방울은 숲속으로 떨어지네.
久作洛陽客
구작낙양객-서울 길에 나그네 된지도 오래인데
未忘江海心
미망강해심-산과 바다에 놀던 생각 아직도 못 있네.
焚香坐不寐
분향좌불매-향을 사르고 앉아 잠도 이루지 못하니
宮漏更沈沈
궁루갱침침-궁궐의 물시계 소리만 희미하게 들리네.
10, 上楊明府
상양명부-양사언 사또님께 올립니다.
行子去留際
행자거류제-나그네가 길 떠나고 머무는 것은
主人眉睫間
주인미첩간-집주인의 눈빛에 달려있네.
今朝失黃氣
금조실황기-오늘 아침에 환한 빛이 없어졌기에
未久憶靑山
미구억청산-오래지 않아 청산에 갈 생각을 했지.
魯國爰鶋饗
노국원거향-노나라에서는 원거(爰 鶋)에게 제사지냈고
征南薏苡還
정남의이환-남쪽에서 돌아오던 날 율무를 가져왔네.
秋風蘇季子
추풍소계자-가을바람에 소계자(蘇季字)처럼
又出穆陵關
우출목릉관-또 나서노라, 목릉의 관문을.
#양명부-양(楊)양사언, 명부(明府)-부를 밝게 다스린다는 뜻.
제(際)-사이 제. 미(眉)-눈섶 미. 첩(睫)-속 눈썹 첩
.# 원거(爰鶋)-바다새의 일종 향(饗)-잔치할,제사지낼향
.# 의이(薏:율무 의.苡:율무 이)오랑캐이름
#소계자(蘇季子:소진(蘇秦의 字:전국시대 낙양인)
#양사언(호는 봉래, 자는 응빙 )과 이달과의 관계 글이 허균의 <학산초담>에
“손곡은 젊어서부터 기방의 여자들에게 너무 빠져 지냈다.”
그의 재주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부모를 잘 모시지 않고 아내에게도 예를 지키지 않는다.”
고 그를 놀려 댔지만 손곡은 하나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봉래 양사언이 명주를 다스리고 있을 때 손곡을 스승의 예우로 모셨는데
그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돌아가신 나의 아버님께(허균의 아버지 허엽(許曄) 비방하여,
아버님이 봉래에게 편지를 보내 손곡을 다른 곳으로 보내라 권고했다.
봉래가 답을 보내왔다.
桐花夜雨落
동화야우락-오동나무 꽃이 밤비에 떨어지니
海樹春雲空
해수춘운공-바닷가 나무는 봄 구름에 사라졌네.
라는 시구를 지은 이달에게 만약 소홀한 대접을 한다면,
진왕이 응소와 유정을 처음 잃어버린 경우와 무엇이 다르랴.
그 뒤에도 여전하므로 손곡이 위에<상양명부>시를 지어 주고 떠나려했다.
그러자 봉래(양사언)가 깜짝 놀라 후회하고 곧 예전과 같이 모셨다.
강원도 원주 손곡에 묻혀 살던 이달 선생이 남원으로 놀러가서 지은 시,
11 ,到帶方府示府伯
도대방부시부백-남원부(대방)에 이르러 부사에게 지어보이다.
東土辭貧業
동토사빈업-동족 땅에 있던 가난한 살림 그만두고
南鄕作遠遊
남향작원유-남쪽 고을까지 멀리 놀러왔소.
春陰垂野樹
춘음수야수-봄 그늘이 들녘 숲에 드리우고
慕色上城樓
모색상성루-저녁 날빛이 성루로 올라가 있네.
行世有難策
행세유난책-세상에 나서려 해도 어려운 일만 생기고
在生無善謀
재생무선모-먹고 살기나 하려 해도 좋은 생각이 없다오.
誰能一斗酒
수능일두주-그 누가 내게 한 말 술을 보내주어
送我寫離愁
송아사이수-고향 떠난 이 시름 풀게 할 수 있을 지.
손곡시집 권 4 칠언사운(七言四韻) 61편 중 4 편을 해석
1, 渡淸川江
도청천강-청천강을 건너며,
安州城外水如天
안주성외수여천-안주성 밖 물빛은 하늘같은데,
立馬沙頭喚渡舡
입마사두환도강-모래밭에 말을 세우고 건너갈 배를 부르네.
帆帶晩煙依草岸
범대만연의초안-돛단배는 저녁 안개 띠고 풀언덕에 대고
雁迷殘日下蘆田
안미잔일하노전-기러기는 해지는 갈대밭에 내리네.
長途旅客思歸計
장도여객사귀계-먼 길 나그네는 돌아갈 생각을 하니
向老筋骸憶小年
향로근해억소년-힘줄과 뼈가 늙을수록 소년시절이 그립군.
始信在家貧亦好
시신재가빈역호-집이 있으면 가난도 또한 좋다고 믿기 시작하니
近來雙鬢轉簫然
근래쌍빈전소연-근래에는 귀밑머리가 점점 더 엉성해지네.
# 환(喚)-부를 환. 강(舡)-오나라배 강. 범(帆)-돛 범. 안(雁)-기러기 안.
미(迷)-미욱할 미. 잔(殘)-해질 잔 .노(蘆)-갈 대 노. 빈(鬢)-귀밑머리 빈.
2, 平壤感懷
평양감회
離家曾製玉連環
이가증제옥연환-일찍이 집 떠날 때 만든 옥가락지
醉倚紅粧間翠鬟
취의홍장간취환-술 취해 홍장(紅粧)과 취환(翠鬟) 사이에 의지했네.
同席友朋凌鮑謝
동석우붕능포사-동석한 벗들은 포사(鮑謝)를 능가하고
滿城花柳好江山
만성화류호강산-성에는 꽃과 버들이 가득해 좋은 강산일세.
當時行樂皆春夢
당시행락개춘몽-그 당시 즐거운 일 모두 봄날의 꿈이고
此日飄零但苦顔
차일표령단고안 -이날은 표령(飄零)하며 다만 괴로운 얼굴.
欲向東流間往事
욕향동류간왕사-동으로 흐르는 물 향해 지난 일 묻고 싶지만
下泣煙樹鳥飛還
하읍연수조비환- 연기 낀 나무로 돌아오는 새들 눈물만 지누나.
#의(倚)-의지할 의. #홍장(紅粧):화장한 미인
# 취환(翠鬟):물총새 머리 빛.) 능(凌)-능가할 능.
#포사(鮑謝):송나라의시인 포조(鮑照)와 사영운(謝靈運)
#표령(飄零):나뭇잎이 바람에 펄럭이며 떨어짐
3, 寄安州牧使金德諴
기안주목사김덕함-안주목사 김덕함에게 부치다.
今年花發去年枝
금년화발거년지-지난해 가지에는 올해 꽃이 피고
節過淸明老更悲
절과청명노갱비-청명 계절이 지나자 늙는 게 슬퍼지네.
深院鳥聲春雨後
심원조성춘우후-봄비 온 뒤에 새 소리 더욱 맑고
亂山嵐氣夕陽時
난산람기석양시-석양 노을에 어지러운 산바람 일어나네.
行尋小逕披新草
행심소경피신초-오솔길 찾아나서 새 풀 섶 헤쳐 들어
臥看前山改舊詩
와간전산개구시-누어서 앞산 보며 묵은 시를 고치네.
不有使君恩似海
불유사군은사해-바다와 같은 사도의 은혜 있지 않았다면
此身那得久於斯
차신나득구어사-이 몸이 어찌 이런 즐거움 누리랴.
4, 白馬江懷古
백마강 회고-백마강의 옛날을 돌아보며
白濟興亡歲月遙
백제흥망세월요-백제의 흥망은 세월이 멀어지고
斷雲殘照見漁樵
단운잔조견어초-조각구름 지는 햇볕 속엔 고기잡이와 나무꾼 뿐.
山河霸氣全消歇
산하패기전소헐-산하의 패기는 완전히 다하여 없어지고
朝市餘聲已寂寥
조시여성이적요-조정과 시장의 시끄러운 소리 이미 고요하구나.
正殿君王驕醉夕
정전군왕교취석-궁전에서 군왕이 교만하게 취한 저녁
下江風雨滿歸潮
하강풍우만귀조-아래 강엔 비바람 속에 조수만 밀려드네.
龍貪白馬千年恨
용탐백마천년한-용이 백마를 탐내어 천년 한이 된 것을
汀草汀花未解嘲
정초정화미해조-저 물가 풀과 꽃들이 조롱함을 모르겠지.
#헐(歇)-다할 헐. 요(寥)-쓸쓸할 요. 교(驕)-교만할 교. 조(嘲)-비웃을 조.
손곡시집 권5 오언절구 (五言絶句) 37편중에서
1, 芳林驛
방림역-평창 방림-옛날 말이 머물던 역.
西陽下溪橋
서양하계교-시냇물 다리위로 저녁햇살 나리고
落葉滿秋逕
낙엽만추경-낙엽은 가을 오솔길에 가득하네.
蕭蕭客行孤
소소객행고-쓸쓸한 나그네길이 외롭기만 한데
馬渡寒溪影
마도한계영-찬 냇물에 그림자 어리며 말이 건너네.
#경(逕)-오솔길 경. 소(蕭)-쓸쓸할 소.
2, 次栗谷韻題僧軸
차율곡운제승축-율곡 시에 차운하여 스님의 시축에 쓰다.
宿鷺下秋沙
숙로하추사-자던 백로가 가을 모래밭에 내리고
晩蟬鳴江樹
만선명강수-저물 역 매미는 강가 나무에서 우네.
歸舟白蘋風
귀주백빈풍-배 돌아오니 흰 마름에 바람 불고
夢落西潭雨
몽락서담우-꿈에도 서담에는 비가 내리네.
#노(鷺)-해오라기 노. 빈(蘋)-마름 빈.
서담(西潭)-서쪽 못, 한때 손곡이 살았던 곳
3, 宿安州村舍
숙안주촌사- 안주시골집에서 자다.
積雪千山路
적설천산로-산길마다 눈이 쌓이고
孤煙一水村
고연일수촌-바닷가 마을에 한줄기 쓸쓸한 연기 오르네.
行人欲投宿
행인욕투숙-길가는 나그네 투숙하려하니
殘日已黃昏
잔일이황혼-남은 해 이미 황혼일세.
4, 舞鶴暮嵐
무학모람-무학산의 저녁 기운,
似靄還非靄
사애환비애-아지랑이 같은데 아지랑이 아니고
如煙不是煙
여연불시연-연기 같은데 연기도 아닐세.
每看山日夕
매간산일석-산에 해지는 저녁에 볼 때마다
空翠滿山前
공취만산전-산 앞 공중에 비취색이 가득하네.
#모(暮)-저물 모. 람(嵐)-남기 람, 산속에 생기는 신기루. 사(似)-같을 사.
애(靄)-아지랑이 애. 간(看)-볼 간, 손을 이마에 대고 볼 간. 취(翠)-비취색 취.
육언절구(六言絶句) 8편 중에서
1, 寄妓生
기기생-기생에게 부치다.
指下冷冷秋水
지하냉랭추수-손가락 아래 가을 물소리 냉랭하고
雲間裊裊纖歌
운간요뇨섬가-구름사이로 가녀린 노래 간들어지네.
謠空獨去飛鳥
요공독거비조-먼 하늘로 새가 혼자 날고
滿地吹來落花
만지취래낙화-땅에 가득 꽃잎 떨어져 불려 왔네.
#요(裊)-간들어질 요(뇨). 섬(纖)-가늘 섬. 요(遙)-멀 요. 취(吹)-불 취.
2, 黃州寄申子方
황주기신자방-황주에서 신자방 에게 부치다.
白帝飛書乞栗
백제비서걸율-가을에 글을 보내 밤을 구걸하며
黃州作客多時
황주작객다시-황주에서 나그네 되어 많은 날을 지냈소.
相逢草草談笑
상보초초담소-서로 만나 바쁘게 웃고 말하지만
還是悠悠別離
환시유유별리-또다시 멀고 멀리 헤여져야 하오.
#신자방<1582년 생원시에 합격한 신응구(申應榘)의 호가 자방이다.
백제-가을을 맡은 신. 걸(乞)-빌 걸. 초초 (草草)-바쁘게. 유(悠)-멀 유.
손곡시집 권 6 칠언절구(七言絶句) 103편 중에서
1, 平調四時詞
평조사시사 봄 -평조 사계절 봄노래.
門巷淸明燕子來
문항청명연자래-문 앞 골목이 청명해서 제비들 날아들고
綠楊如霧掩樓臺
녹양여무엄누대-안개 같은 푸른 버들은 누대를 가렸네.
同隨如伴鞦韆下
동수여반추천하-친구와 같이 타던 그네에서 내려
更向花間鬪草廻
갱향화간투초회-꽃밭으로 다시 와서 풀 놀이 하네.
#항(巷)-거리 항. 연(燕)-제비 연. 엄(掩)-가릴 엄.
추천(鞦韆)-그네 추, 그네 천. 투초(鬪草)-풀 놀이.
2, 平調四時詞
평조사시사 여름 - 평조 사계절 여름.
五色絲針倦繡窠
오색사침권수과-오색 수놓던 바늘은 수틀에다 그냥 두고
玉階新發石榴花
옥계신발석류화-옥 같은 계단에는 석류꽃이 새로 피네.
銀牀氷簟無餘事
은상빙점무여사-평상의 차가운 대자리에 아무런 일이 없이
盡日南園蛺蝶多
진일남원협접다-하루 종일 남쪽 정원에는 나비 떼만 날아드네.
#권(倦)-게으를 권. 수(繡)-수놓을 수. 과(窠)-보금자리, 제자리 과.
계(階)-섬돌 계. 류(榴)-석류나무 류. 상(牀)-평상 상.
점(簟)-삿자리 대자리 점. 협(蛺)-나비 협.
3, 平調四時詞
평조사시사 가을 -평조 사계절 가을.
金井梧桐下玉欄
금정오동하옥난-우물가 오동잎은 난간에 떨어지는데
琵琶絃緊不堪彈
비파현긴불감탄-비파 줄이 팽팽하여 탈 수 없구나.
欲將寶鏡均新黛
욕장보경균신대-보배로운 거울 들고 새 눈썹 그리려다가
捲上珠簾怯早寒
권상주렴겁조한-주렴을 말아 올리자 새벽 찬기가 겁나네.
#난(欄)-난간 난. 비(琵)-비파 비. 파(琶)-비파 파. 현(絃)-악기 줄 현.
긴(緊)-긴할 긴, 굳게 얽을 긴. 감(堪)-견딜 감. 탄(彈)-줄 탄. 긴
대(黛)-눈썹먹 대. 권(捲)-마를 권. 염(簾)-발 염. 겁(怯)-무서워할 겁.
조(早)-새벽 조.
4, 平調四時詞
평조사시사- 평조 사계절 겨울.
錦幕圍香寶獸危
금막위향보수위-비단장막 둘려 싼 향대 보수는 위엄 있고,
曉粧臨鏡澁臙脂
효장임경삽연지-아침화장 거울을 보니 연지 발라도 꺼칠하네.
繡籠鸚鵡嫌寒重
수롱앵무혐한중-수놓은 조롱에 앵무새는 추위를 싫어해
猶向簾間覓侍兒
유향염간멱시아-오직 주렴 속을 바라보며 시녀를 찾네.
# 보수(寶獸)-진귀한 짐승을 아로 새긴 향대 .
위(危)-위태로울 위. 효(曉)-새벽 효.
삽(澁)-넓을 삽 ,껄끄러울 삽. 연(臙)-연지 연 ,목 연. 지(脂)-기름 지.
롱(籠)-대그릇 롱 ,조롱 롱. 혐(嫌)-싫어할 혐.
앵(鸚)-앵무새 앵. 무(鵡)-앵무새 무. 유(猶)-같을 유. 오직 유.
염(簾)-발 염. 멱(覓)-찾을 멱. 시(侍)-모실 시.
5, 拾穗謠
습수요 -이삭 줍는 노래.
田間拾穗村童語
전간습수촌동어-밭고랑에서 이삭 줍는 시골 아이들 말이
盡日東西不滿筐
진일동서불만광-하루 종일 동서를 헤매도 광주리가 안차네.
今歲刈禾人亦巧
금세예화인역교-올해는 벼를 베는 사람들 또한 공교롭게
盡收遺穗上官倉
진수유수상관창-이삭하나 남기지 않고 관창에 다 바치네.
#습(拾)-주을 습 .광(筐)-광주리 광. 예(刈)-벨 예. 화(禾)-벼 화.
역(亦)-또 역. 교(巧)-공교할 교. 수(穗)-이삭 수.
6, 江陵書事
강릉서사-강릉 이야기.
三月江陵花滿枝
삼월강릉화만지-삼월이라 강릉엔 가지마다 꽃이 가득한데
折花還有去年悲
절화환유거년비-꽃을 꺾어 들자 문득 지난해 슬픔이 생각나네.
傷心莫問東流水
상심막문동유수-상한 마음 동으로 흘러가는 강물에 묻지를 말아
日夜悠悠無歇時
일야유유무헐시-밤 낮 유유히 흘러 쉼이 없구나.
#절(折)-꺾을 절. 막(莫)-말 막, 유(悠)-멀 유. 헐(歇)-쉴 헐.
7, 東郊訪許美叔
동교방허미숙-동쪽 교외로 허미숙(허균의 작은형 허봉의 자)을 찾아,
策馬田間路不平
책마전간로불평-밭 사이로 말채찍 해 가자니 길이 평탄치 않아
隔溪亭榭問春耕
격계정사문춘경-시내건너 정자에서 봄 밭갈이 농부에게 물었네.
相逢各自客顔改
상봉각자객안개-서로 만난 뒤에도 저마다 얼굴이 변하여
二十年前舊姓名
이십년전구성명-이십년 전의 옛 이름을 대야 알았네.
#사(榭)-정자 사. 경(耕)-밭 갈 경. 안(顔)-얼굴 안.
8, 成川贈京妓喚御史 一
성천증경기환어사 1 - 성천에서 서울기생 환어사 에게.
蓮花隊裏舊梨園
연화대리구이원-연화대 속에는 옛 이원의 자취 있고
法部豊呈近至尊
법부풍정근지존-법부에는 정재가 많아 임금님을 가까이 했네.
曾是太平全盛事
증시태평전성사-일찍이 태평시절 모든 일에 이야기지만
不堪垂淚對郎言
불감수루대낭언-눈물 떨어져 낭군께 말하기 어렵네.
# 환어사(喚御史)-임해군의 기생첩.
임해군이 역모로 잡혀가자 달아났는데
1614년에 잡혀 심문 중 옥사함
#.연화대-고려시대부터 이조말까지 전승한 춤,
이 춤을 추는 기생들, 원무4명, 전대6명, 중대 6명, 후대6명을 더해 춤 춤.
#이원-당나라 현종이 설치한 나라에서 노래와 춤을 가르치던 곳.
조선시대에는 #장악원(掌樂院)을 이원(梨園)이라 부르다가
영조가 이 말을 못 쓰게 했다.
#법부-당나라 때 황궁 이원에서 법곡을 연주 연습하던 곳.
#정재-궁주에서 잔치 때 공연하던 노래와 춤.
감(堪)-견딜 감. 수(垂)-드릴 수. 낭(郎)-나이 젊은이랑.
9, 成川贈京妓喚御史 二
성천증경기환어사 2
金泥香疊石榴裙
금니향첩석류군-금빛진흙 향 짙은 석류 빛 치마
怨入瑤琴指下聞
원입요금지하문-가야금에 원망 실어 손끝 아래 들려오네.
來住小莊巫峽裏
내주소장무협리-무협 골짜기 작은 집에 살며
幾回爲雨更爲雲
기회위우경위운-몇 번이나 비가 되고 구름 되었던가.
#증(贈)-보낼 증. 니(泥)-진흙 니. 첩(疊)-겹처질 첩.
군(裙)-치마 군. 요(瑤)-아름다운 옥 요. 금(琴)-거문고 금.
무(巫)-무당 무.협(峽)-산골짝 협. 기(幾)-기미, 낌새 기.
10, 成川曾京妓喚御史 三
성천증경기환어사-성천 경기환 어사에게
生長京城十字街
생장경성십자가-경성 네거리에서 나고 커서
門前深貼小金牌
문전심첩소금패-문 앞에 작은 금패를 깊숙이 붙였네.
如今離亂停歌舞
여금이란정가무-지금은 난리 중이라 가무소리 그쳤으니
篋裏時看玉燕釵
협리시간옥연채-상자 속에 옥비녀를 이따금 꺼내 보네.
#첩(貼)-붙일 첩. 정(停)-머물 정. 협(篋)-상자 협.
이(裏)-속 이. 간(看)-볼 간. 채(釵)-비녀 채.
11, 贈別韓益之
증별한익지-한익지와 헤어지며 지어 주다.
楊山二月寒凝苦
양산이월한응고-양산 이월은 추위와 엉겨 괴로우니
雪滿山川不見春
설만산천불견춘-산천에는 눈이 가득하고 봄빛은 보이지 않네.
明日西行首陽路
명일서행수양로-내일은 서쪽으로 수양의 길을 떠나
肩輿穩侍大夫人
견여온시대부인-가마로 어머니를 편안히 모시리라.
#응(凝)-엉길 응. 견(肩)-어깨 견. 여(輿)-수레 여.
온(穩)-평온할 온. 시(侍)-모실 시.
#한익지(韓益之)-한준겸(韓浚謙):1557년-1627년)의 자, 호는 유천(柳川)이다.
1589년 금천현감으로 임명될 때 늙은 어머니가 있는 것을 알고
선조가 사가독서(賜暇讀書)의 특전을 베풀었고, 판서 관찰사를 역임,
인조반정 뒤에 그의 딸 이 인열왕후에 봉해져 영돈녕부사에 올랐다.
원주에서 살았고, 인열왕후비석은 지금 원주고등학교 앞 작은 공원에 서있음.
12, 秋夜淨友堂同李栗谷話因呼韻
추야정우당동이율곡화인호운 -가을 밤 정우당에서 율곡과 함께
이야기하다 운을 부름.
陰蟲切切怨階莎
음충절절원계사-섬돌 잔디에서 귀뚜라미 원망스러워 울고
孤燭燒殘夜氣多
고촉소잔야기다-쓸쓸한 촛불 거의 타버려 밤기운이 차겁네.
各倚小闌同不寐
각의소란동불매-저마다 난간에 기대어 함께 잠 못 들며
一池疏雨聽秋菏
일지소우청추하- 연못 가을 연잎에 성긴 빗소리를 듣네.
#사(莎)-향부자 사, 잔디 사. 충(蟲)=벌레 충. 촉(燭)-촛불 촉.
소(燒)-사를 소. 잔(殘)-해칠 잔. 의(倚)-의지할 의. 난(闌)-가로막을 난.
매(寐)-잠잘 매. 소(疏)-트일 소. 하(荷)-연 하.
손곡시집에 없는 시
기생들 공동묘지를 찾아. 외 14편이 있으나 여기 1편만 해석함
牡丹峯下嬋娟洞
모란봉하선연동 -모란봉 밑에 있는 선연동 에는
洞裏埋香草自春
동리매향초자춘-미인들 묻혀 있어 풀 향기 언제나 봄 같구나.
若爲借得仙翁術
약위차득선옹술-신선노인의 기술을 빌릴 수 있으면
喚起當年第一人
환기당년제일인-그 옛날 제일아름답던 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련만.
#선(嬋)-고울 선. 연(娟)-예쁠 연. 란(丹)-붉을 란. 매(埋)-묻을 매.
차(借)-빌릴 차. 옹(翁)-늙은이 옹. 환(喚)-부를 환.
#선연동(嬋娟洞)-평양북쪽에 있는 예부터 기생들의 무덤이 첩첩 쌓였다.
이달 선생님이 서경에서 놀러 다니다가 선연동을 지나게 되었는데
메밀꽃이 피어 바람에 흔들리고 물기 든 구름이 꿈결 같아 위에 시를 읊으며
여관에서 잠들었는데, 기생들이 부드럽게 다가와,
“ 첩들은 선연동 속의 사람입니다
지난밤에 은혜를 베푸시어 귀하신분께 찾았습니다.
숨어 살던 귀신들이 빛을 얻어 진중하게 감사드립니다.“하고 속삭였다.
새벽에 잠이 깨자 이달선생은 차와 술을 선연동에 바쳤다. 한다.
필자약력:1971년 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
대표작: 방울꽃. 김소위와 노루
한국문협원주지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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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깊고 아름다운 글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