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우리말 훼방꾼 10
1. 으뜸 훼방꾼, 서울특별시 (시장 이명박)
2. 외국말 방송 제목과 방송 언어
3. 일간 신문, 영문 지면 이름
4. 외국말로 된 잡지 이름
5. 외국말로 된 상표와 상품 이름
6. "법과 규정을 어긴 외국말 간판"
7. 외국말과 영문 혼용 광고문을 쓰는 사람들
8. 외국말을 퍼뜨리는 사람들
9. 한글과 우리말을 살리려는 법과 제도를 가로막는 사람들
10. 한글 쓰기 법과 규정을 지키지 않는 공무원
훼방꾼 10 뽑기 발표문
1. 으뜸 훼방꾼, 서울특별시 (시장 이명박)
‘Hi Seoul 시민 good! 아이디어 공모’, 이것은 요즘 서울시가 지하철에 써 붙인 광고문 제목입니다. ‘미디어팀, 마케킹팀’, 이것은 서울시 직제 이름입니다. 지난해, 'Hi Seoul'이란 표어를 만들고 'Hi 서울, Green 청계천'이란 영문 혼용 선전문을 거리와 지하철에서 광고한 서울시를 우리말 훼방꾼으로 뽑고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도 영어 마찬가지 영어 혼용 광고문을 내 걸고 영어 섬기기에 정신이 빠져서 옥외 광고물 관리법을 어긴 영문 간판을 지도 감독하는 일은 게을리 하기 때문에 우리 모임과 한글단체에서 일깨우고 건의한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세계화를 핑계로 오히려 영어를 상용화하겠다며 시내버스에 쓸데없이 영문자를 대문짝만하게 써 붙이고 달리게 하고 있습니다. 서울지방법원에서 영문 간판은 위법이고 지방자치단체가 바로잡을 일이란 판결까지 나왔는데 모른 체 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으로서 직무 유기요, 업무 태만이고 국민을 무시하는 짓입니다.
어떻게 국민의 소리와 제 나랏말을 그렇게 철저히 무시할 수 있는지 한글단체는 기가 막힙니다. 서울시 공무원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고 대한민국 법과 규정 위에 있는 사람들로 보입니다. 법이 아니라도 한국 공무원이라면 한국말과 한글을 살리고 빛내는 일에 힘쓰는 게 상식이고 기본입니다.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아 한글단체는 감사원에 특별감사청구도 하고 헌법소원도 냈으며 이번에 다시 국민의 뜻을 똑똑히 알려 주려고 으뜸 훼방꾼으로 뽑았습니다. 서울시 공무원은 세계화 시대에 영어 좀 쓰는 거 가지고 왜 그렇게 떠드느냐고 간단하게 생각지 말기 바랍니다.
2. 외국말 방송 제목과 방송 언어
‘ 미스매치, 휴먼디스커버리, 더뮤지션, 다브러리, 시사투나잇, 리얼섹스라이브러리, 나이트라인, 뉴스투데이, 슈스퍼레이드, 프라임뉴스, 오프스트디오, 골프매거진, 해피틀러스, 뮤직뱅크, 헤드라인뉴스, 미디어포커스, 법으로의 초대, talk talk 쟁점법으로, 뉴스와이드, 여자플러스’ 같은 방송 제목이 우리말을 살리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제목도 그렇지만 방송인들이 하는 말과 방송 자막도 우리 말본에 어긋나는 일이 너무 많아 국민의 원성이 높습니다. ‘오! 味?s 코리아’, ‘안녕하세you’는 방송에서 나오는 자막 글입니다. 아나운서들은 우리말을 살리고 바르게 쓰려고 애써는데 몇몇 작가나 진행자는 우리말을 심하게 훼손하고 있어 특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3. 일간 신문, 영문 지면 이름
‘TVguide, entertain, sports, baseba,l soccer, fun&comics’ 은 젊은이가 많이 보는 스포츠 신문 지면 이름입니다. ‘korea, world, money&biz, pause, real estate, entertainment, life’ 는 서울 지하철에서 날마다 공짜로 나누어 주는 신문, 이름까지 영문인 ‘metro와 focus’의 지면 이름입니다. 한글과 우리말이 잘 되는 걸 훼방놓는 몇몇 얼빠진 일간신문이 ‘정치ꡑ는 조그맣게 ’Politics’는 크게, ꡐ경제ꡑ는 조그맣게 ꡐEconamyꡑ는 크게 쓰는 걸 좋게 본 것 같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를 가진 나라의 신문이, 그 말글로 돈벌어 먹는 신문이 우리 말글을 이렇게 짓밟는 게 잘하는 일일까요? 남보다 앞서 가는 나라가 되겠다고 땀을 흘리는 마당에 이런 줏대없는 짓은 그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4. 외국말로 된 잡지 이름
‘Inter Arch, ANIMALS, 스피드인라인, 더 뮤지컬, English Life, RunningLife, WITH MAC,
Excellence, 렛츠고펜션 ,펜션앤트래블, 하이파이저널, M-talk,SPACE, 게이머즈, PlayStation, Jump ball, 바이시클라이프, PET LOVE, 코리아사인컴, 3DARTISAN, 베스트일레븐, AD TIMES,Graphics Live, 오토사운드, 사운드&레코딩, 골프매거진, Web Design, 캐릭터매거진, 베이비앤맘, 트래블앤레져, 다이렉트셀링, Audiophile, 인테르니 데코, CAD & Graphics. 따위는 월간지 이름입니다. 이 밖에 뜻도 알 수 없는 영어로 된 잡지 이름은 어린이 잡지부터 어른들과 전문 잡지들까지 수백 가지가 넘을 것입니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5. 외국말로 된 상표와 상품 이름
어린이가 좋아하는 과자 이름, 학용품과 장난감 이름에서 화장품, 시계, 자동차, 옷, 담배 이름에 이르기까지 우리말로 된 상표나 상품 이름을 찾기가 힘듭니다. ‘ice bar/stick, ice cone/ice cream’는 얼음 과자 이름이고 캔디(candy), 크래커(cracker), 비스킷(biscuit), 초콜릿(chocolate), 껌(←gum), 쿠키(cookie), 캐러멜(caramel), 칩(chip), 와플(waffle), 파이(pie), 웨하스(←wafers), 젤리(jelly), 콘플레이크(cornflakes), 커스터드(custard), 팝콘(popcorn), 포테이토칩(potato chip)도 모두 과자 이름입니다. 영어로 지어 붙인 다른 상품과 상표 이름은 하나 하나 소개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이런데도 대통령이고 장관이고 국회의원이고 학자고 누구 하나 걱정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힘없고 가진 것 없는 국민이라 해도 이건 너무 합니다. 어린애들이 먹고 입고 쓰는 물건부터 제 이름을 찾아 주고 우리 식으로 만들어 갑시다.
6. 법과 규정을 어긴 외국말 간판
옥외광고물관리법 시행령 제13조에 광고물 등의 일반적 표시 방법을 보면 ‘광고물의 문자는 한글 맞춤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외래어 표기법 등에 맞추어 한글로 표시함을 원칙으로 하되, 외국 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한글과 병기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외국 회사인 ‘버거킹’은 간판에 영어와 한글을 똑 같은 크기로 쓰고 있고, ‘맥도날드’는 아예 한글로만 쓰고 있습니다. 법과 규정을 잘 지키고 있지요. 그런데 한국 회사인 ‘KT, SK, LG’ 들은 영문만 쓰고, 국민은행은 ‘KB’란 영문은 크게 쓰고 ‘국민은행ꡑ이란 한글은 조그맣게 쓰고 있습니다. 한국 회사들은 법을 위반했고 제 나라 글을 짓밟고 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렇게 법을 지키지 않은 간판이 거리에 수두룩합니다. 법원에서 잘못이라고 판결을 했는데도 반성하고 고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7. 외국말과 영문 혼용 광고문을 쓰는 사람들
‘letꡐs KT, Have a Good Tim, think star’는 국민의 세금으로 키운 한국통신과 국민은행이 민영 회사가 되면서 밤낮으로 방송과 신문과 거리에서 선전하는 미국말입니다. ‘Hi Seoul’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에서 자동차와 공문서와 서울 거리 곳곳에 써 광고하는 영문입니다. ‘Hi Seoul 시민 good !’도 서울시가 전철에 붙인 광고문입니다.
대한민국 공공 기관이 이러니 일반 회사들 광고문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날마다 하루종일 방송과 신문, 거리에서 우리말을 더럽히고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미국인을 위한 광고문도 아니고 한국인이 보고 들으란 광고문을 왜 영문으로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 일은 제 나라말과 겨레 얼을 짓밟는 짓입니다. 이렇게 해서 무엇을 얻겠다는 것입니까?
8. 외국말을 퍼뜨리는 사람들
많이 배우고 아는 게 많다는 사람들, 정치인, 학자, 언론인들이 ‘로드맵, 웰빙, 컨텐츠, 마인드, 이벤트, 노하우’ 같은 외국말을 마구 퍼뜨리고 있습니다. 보통 국민들은 그 말 뜻을 분명히 알지 못하면서 따라 쓰고들 있습니다. 이 나라를 이끄는 지배층, 지식층이란 사람들이 앞장서서 우리말을 더럽히고 짓밟고 있습니다. 똑똑하고 잘낫다는 사람들이 자랑삼아 섞어 쓰는 외국말 한마디가 우리말만 더럽히는 게 아니고 겨레 얼까지 더럽힙니다. 이 모두 우리가 스스로 나를 우습게 여기는 못난 정신에서 빚어진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런 정신 자세로는 중국의 동북공정 정책과 일본의 독도 넘보기를 막을 수 없습니다.
9. 한글과 우리말을 살리려는 법과 제도를 가로막는 사람들
우리말과 한글이 외국말에 밀려 몸살을 앓고 죽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우리말과 한글을 지키고 빛내기 위해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법안, 법률 한글화 특별조치법, 국어 기본법을 제정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를 반대하는 단체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부 정치인과 한자 숭배 단체와 경제 단체가 그들입니다. 중국도 아니고 일본도 아닌 바로 우리 지배층이 그러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국어 기본법ꡑ과 ’법률 한글화를 위한 특별 조치법‘은 동북아 한자문화권 시대에 역행한다.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궐기 대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들어온 똑 같은 소리라 흘려버리면 그만이지만 아직도 이런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게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한글이 태어나던 558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 땅의 지배층이 해온 소리인데 참으로 끈질깁니다. 이제 그럴 때가 아님을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습니다. 제발 한자 타령 그만 하시고 영어 침투로부터 우리말을 지키고 살리는 일을 함께 합시다.
10. 한글 쓰기 법과 규정을 지키지 않는 공무원
공문서는 한글로 써야 한다는 법과 규정이 있습니다. 한글전용법(법률 제6호)과 사무관리규정이 수십 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이걸 지키지 않는 공무원이 있습니다. 사무관리규정에 ‘어문 규범에 맞게 한글로 작성하되, 쉽고 간명하게 표현하고,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그 밖의 외국어를 넣어 쓸 수 있으며,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로로 쓴다.ꡓ고 되어 있고, ’공문서‘라 함은 행정 기관 내부 또는 상호간이나 대외적으로 공무상 작성 또는 시행되는 문서(도면, 사진, 디스크, 테이프, 필름, 슬라이드, 전자문서 등의 특수 매체 기록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및 행정 기관이 접수한 모든 문서를 말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민원인에게 보내는 문서는 이 규정을 잘 지키지만 행정 기관 내부에서 유통되는 문서는 아직도 잘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이른바 회의 자료나 국정 감사 자료, 보도 자료 제목에 한자를 혼용한 게 많습니다. 그 한자말은 거의 다 일본 한자말이고 일본말투도 많습니다. 요즘 법제처 발표를 보니 ‘일본처럼 법률 제목을 띄어 쓰지 않던 것을 앞으로는 띄어 쓰겠다.’고 하더군요. 이건 늦었지만 잘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