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우들이시여,
전날 큰애 혼사와 관련된 일을 처리하고 뒷풀이 장소로 달려가 여러 동무들과 기분좋게 맥주를 마신 후 귀가한 시간이 11시가 넘었었다. 뒷풀이 장소에서 나올 때 상희등이 '너 내일 정말 등산에 정말 나오는가 ?'하고 의문을 제기했고, 귀가후에도 식구들과 이런 저런 얘기후 드디어 잠자리에 든 시간은 02:00경.
11월 19일 산행일, 대장 해관이 깁스는 풀었스나 여전히 평지보행도 원만치 않은 상태고, 대행총수감인 승기는 그 날 아침 중국출장(!) 떠난다고 했고, 결국 산행코스를 제안한 본인이 중간에 주저 앉더라도 나설 수 밖에 없었던 사정. 그래, 피곤은 피곤으로 달래고 술 깨는데는 등산이 최고다. 以熱治熱이라지 않는가.
08:45 ~ 09:00 에 불광동 '시외뻐스터미날'에 모인 面面들 ;
-- 명인, 세훈, 호웅, 호경, 상희, 경록, 한근, 성호
정우(는 졸다가 하차역을 놓치고 구파발역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연락왔고)
상조(는 그날 코스를 逆으로 타고오다 중간에서 합류했고)
해관(은 우리가 코스를 그의 집앞까지 연장해 그의 집앞에서 뭉치게 됨)
그리하야, 合이 11 이니 오랜만에 참석인원을 두자리수로 만들다. 어렵다 !
일기예보대로 날씨가 화창하다.
34번 뻐스타고 '솔고개'에서 내려 등산을 시작한 시간은 대강 09:30. 낙엽이 발및에 두툼하고 裸木사이로 시야가 四通八達로 트이니 산속을 걸어도 주변조망이 可하다. 이 또한 이 계절이 주는 布施인기라. '타이어동산'까지 치고 올라가 숨을 고르며 음영진 북한산의 仁壽峰-숨은벽-白雲臺를 올려본다. 逆光으로 검은 silhuette이 엄숙하다.
호웅이가 (깎아서 먹기좋게 토막낸) 생고구마를 분배하는데 살이 노랗다. 호박고구마란다. 대부분 속이 노래서 호박고구마라고 생각했는데, H군은 그 고구마의 原形이 호박같이 생겨서 그렇다는 주장, 애들이 별로 믿지 않았다.
다시 치고 올라가기를 30여분, 上將峰에 다다른 시간은 10:30경, 성호와 명인의 귤로 입안의 단내를 씻는다. 이 코스의 좋은 점은 이제 부턴 북한산국립공원의 兩山[右북한 左도봉]이 거침없이 눈에 들어오는 무난한 능선길의 연속이다. 한 지점 岩陵구간이 있지만 그런대로 무난하게 진행할 수 있다. 한 두번 했나.
능선길 내내 눈에 들어 오는 북한 도봉은 거룩하고 정다웁다. 북한산의 頂峰들은 역광의 실루엣으로 신비하고 오전 햇빛을 정면으로 받은 도봉의 봉우리들은 반사되는 빛에 깨끗하고 찬란하다.
몇개월 전만해도 이 코스는 무인지경이라해도 좋을 만큼 한적한 코스였는데, 靈峰에서 진입하는 코스를 개방해서 그런지 오늘은 제법 손님이 많다. 늘 찾던 산상점심의 名堂자리를 찾았으나 안방은 이미 선점되고, 우리는 곁방차지. 그러나, 이방 저방이 문제겠는가, 진수성찬(?)이 있고 술이 있고 동무들이 둘러 앉으니 늦가을 陽光아래 몸도 마음도 따숩다.
(회식이 한참일 때, 건수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 수개월 전 이 코스를 탈 때 중간에 퇴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는오늘도 전화로 때운다. 반성하라 ! .... 실은, 명예회복의 호기였는데 그 날 낮에 지기지우의 혼사가 있었다고).
배를 채우고 醉氣도 좀 올리고...., 13:45경 자리 정리하고, '육모정고개'로 내려서 계속 靈峰구간으로 내달음. 이 구간은 option으로 더 진행하느냐 마느냐를 현장에서 결정하기로 했던 구간. C군이 다소 주춤하는 태도를 보였스나 이구동성으로 행보를 연장하기로 합의하는 기세에 쪽을 못폄.
날씨가 화창하고 한낮의 기온이 포근해서 산행에 최적이니 오늘 같으면 히말라야라도 오를 기세.
역방향으로 타고 온 상조와 마침내 합류하고, 계속 영봉쪽으로 진행 (상조는 원위치로 !).
상산회 처음으로 靈峰에 오르다. 인수봉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지점이다.
가까이서 대면하는 인수봉은 긴장과 敬畏를 유발한다. 마치 파리가 붙어 있듯 인수봉 암면에 까만 점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바위타는 사람들이다. 무엇이 생긴다고 저 짓을 하는지는 해 보지 않으면 죽어도 모를 것이다. 나도 작년까진 '한번 붙어야 하는데' 했는데 .... .
(그날, 영봉으로 오르는데 헬기소리가 들렸고, 오르니 구조헬기가 인수봉으로 날고 있었다. 누군가가 추락했던 것이다. 무사해야 한는데.... . 정우가, 그 옛날 상대 산악반 시절 인수봉 암벽등반시 한 선배가 당했던 사고 이야기를 했다. 그 선배는 탕탕 바위를 몇번 치고 떨어졌는데, 목숨을 구했고 몇달 병원신세를 졌는데 지금도 여전히 등산을 즐기고 있단다)
쵸콜렛과 위스키 몇drop을 나누며 영봉답파를 확인하고, '하루재'로 내려서 '도선寺(입구)'까지 내 달았고, 거기서 뻐스를 타고 우이동입구로 나옴. 산행끝. 15:30 (맞나 ?).
찍사도 없어 산행을 증거할 視覺자료가 빠진데다가 '商山月報' 大기자도 부재라 산행기가 영 볼품이 없다. (종범이도 없고 동렬이도 없고 ...., 응룡이가 그랬던가?). 그래도 기록은 남겨야하니 ..., 양해하시라.
호경
뒷풀이 얘기 ;
본인이 그 전날 혼사에 찾아주신 답례로 당연히 뒷풀이 계산을 맡아야 했는데, 세훈이가 결사 저지하고 지가 내겠단다. 해마다 11월 산행 뒷풀이는 지가 해야 한다고. 내일[11/20]이 자기 생일이고 12월엔 미국 본가에 가야 하므로 산행참가가 불가하니 나 보고는 다음 달에 하래. 돈 낸다는데 ...., 못 이기는체 양보하고 우이동 '감나무집'으로 시레기닭도리탕 해치우러 감.
맞다, 작년 11월에도 상장능선을 했고 그 집에서 뒷풀이했다. 그 날이 세훈이 생일이라고 지가 돈 냈고 회계담당인 본인이 등산화끈도 제대로 묶지 않고 생일케잌 산다고 근처로 나섯다가 꽤 멀리까지 걸었던 기억이 있다. 酒母도 기억하더라.
오늘은 거기까지 케잌사러 가기가 거시기하다. 잔 머리를 굴렸다. 두부를 청해 양초 큰 것을 꽂고, singing "Happy Birthday to (흰머리)영감.... !" 웰빙케잌이라고 생일 임자가 좋아했다.
소주/맥주로 폭탄을 만들어 한 잔씩 돌리며 걸지게 마시고, 다음 순서는 귀가행 뻐스타기. 그때, 세훈曰, "여기까지 와서 병환(?)중인 대장을 알현하지 않으면 도리가 아니다" 라고 一喝, 코스가 연장된 것이었다. 뻐스타고 다시 전철타고 해서 계곡을 지나 수락산 아래 대장의 처소 곁으로, 거기서 대장과 一杯를 더 하니, 역시 출세는 해야 해. 그리하야, 나의 귀가 시간은 20:30 이더라. 귀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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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호경, 그리고 산우들...
원 작가를 능가하는 산행기로다.
수려한 가을날, 도봉과 북한과 인수봉의 장엄한 영상이 눈앞에 선연하구만.
내가 부재한 지난 주말은 호경이 혼사에다, 도봉등반, 또 다른 모임등등 분주한 69회의 모임이 이어졌네그려.
먼지투성이의 중국에서 벗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네.
호경아, 며느리 앞에서 점잔해지려는 그대 모습이 잘 안만들어 진다.
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