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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 산어린이집에 올라온 글을 펐습니다> |
이불을 꿰매면서 박노해 이불홑청을 꿰매면서 속옷 빨래를 하면서 나는 부끄러움의 가슴을 친다 똑같이 공장에서 돌아와 자정이 넘도록 설거지에 방청소에 고추장단지 뚜껑까지 마무리하는 아내에게 나는 그저 밥 달라 물 달라 옷 달라 시켰었다. 동료들과 노조일을 하고부터 거만하고 전제적인 기업주의 짓거리가 대접받는 남편의 이름으로 아내에게 자행되고 있음을 아프게 직시한다. 명령하는 남자, 순종하는 여자라고 세상이 가르쳐 준 대로 아내를 야금야금 갉아먹으면서 나는 성실한 모범근로자였었다. 노조를 만들면서 저들의 칭찬과 모범표창이 고양이 꼬리에 매단 방울 소리임을, 근로자를 가족처럼 사랑하는 보살핌이 허울 좋은 솜사탕임을 똑똑히 깨달았다. 편리한 이론과 절대적 권위와 상식으로 포장된 몸서리쳐지는 이윤추구처럼 나 역시 아내를 착취하고 가정의 독재자가 되었었다. 투쟁이 깊어 갈수록 실천 속에서 나는 저들의 찌꺼기를 배설해 낸다. 노동자는 이윤 낳는 기계가 아닌 것처럼 아내는 나의 몸종이 아니고 평등하게 사랑하는 친구이며 부부라는 것을 우리의 모든 관계는 신뢰와 존중과 민주주의에 바탕해야 한다는 것을 잔업 끝내고 돌아올 아내를 기다리며 이불홑청을 꿰매면서 아픈 각성의 바늘을 찌른다. ----------------------------------- 소시적에 나는 학교와 집밖에 몰랐고, 대학시절도 친구들과 놀기에만 바빴다. 그러다 전교조에서 남편을 만나고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나는 달라져갔다. 지금도 달라져 가고 있다. 물론 매우 매우 바람직한 방향으로... ㅋㅋ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세상이 그렇긴 하지만, 사랑해서 결혼하지 않았던가?
똑같이 일하면서도 왜 내 머릿속에는 집에가서 해야할일- 설거지, 청소, 빨래, 아들목욕, 아파트관리비납부, 장보기, 음식물 쓰레기 따위가 시간대별로, 중요한 순서대로 착착 리스트가 작성되어 남편 시킬 일, 내가 할 일을 가르고 있는지... 시키기 전에 좀 알아서 해주면 안되나? 왜 나와 준용이는 2순위로 밀려나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자들의 세계는 그럴 수 밖에 없다고, 그래야 밖에서 인정받는다는 말.... 그래서 나는 학교, 친정, 시댁, 친구들 사이에서 남편을 꽈악 쥐어잡고 사는 악처로 통한다.
언젠가 남편이 "당신은 남편 잘 만나서 왕비 대접 받고 사는 줄 알아!!" 함께 살아갈 운명 공동체(부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남편에게는 '머슴'이라는 호칭을 주고 나에게는 '왕비'라는 호칭을 주는 세상 사람들이 밉다. 그렇게 가르친 교육이 얄밉다. 준용아!! 너는 그러지마라. |
1.안효찬오은희: | 준용엄마! 왜 눈물이 나는 걸까요? 엉엉~~ ...2007-06-29 14:22:48.78 | |
2.결이엄마: | 나도 ''왕비''이고 싶어요. ...2007-06-29 16:24:36.56 | |
3.버섯돌이: | 우리의 머리 속에서도 집에가서 해야 할 일을 조금씩 지워갑시다. ...2007-06-30 12:06:46.293 | |
4.소윤엄마: | 나-지난 2년간 학교 회식참여율- 0%, 울남편 - 회식 및 교직원 연수 100% 참석.상조회장까지 도맡음/나-최근 1시간 이상 외출- 5번 내외/ 왜 이렇게 사는 걸까? ...2007-06-30 19:26:09.967 | |
5.노루귀: | 이제 아빠들의 답변을 듣고 싶다!!! ...2007-06-30 19:45:55.077 | |
6.실인아빠: | 아빠답변 : 유구무언... 쩝~ ...2007-07-02 13:35:35.717 | |
7.세연세빈아빠: | 답변 달기가 거시기 합니다..... ...2007-07-02 22:31:47.653 | |
8.가연지후엄마: | 산집에서 무수리족이라 자칭했던 사람들, 주위의 왕비를 부러워했는데... 진정한 왕비이고 싶어라. 신랑한테 메일로 보내야지. ...2007-07-03 09:54:42.013 |
첫댓글 꼬릿말이 인상적이라 함께 올립니다. 에고야~~ 세상은 변해도 변하지 않는게 있구만요.
오랫만에 읽는 시네요. 난 이제 별로 감각이 없는 것 같아요. 아주 가끔씩 화가 버럭날 때가 있긴하지만... 이게 더 무서운건가?
ㅎㅎ 제가 요즘 버럭 수행이랍니다. 살면서 그런 때도 있겠거니 하고 적응하는 중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