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대 명시 감상 5 화담 서경덕의 시 화담은 퇴계와 더불어 성리학의 대가라 일컬어집니다. 그러나 퇴계처럼 저술을 남기지 않아 그 학문의 깊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 깊은 학문 외에도 역시 퇴계처럼 문학작품을 남겼습니다만 이 역시 퇴계처럼 많이 남기지는 않았습니다. 그 가운데 다음의 시조는 인구에 많이 회자되는 시조입니다. 마음이 어린 후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 운산에 어느 님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가 하노라. 흔히 황진이를 그리며 지었다고 합니다. 그 깊은 학문의 경지에 다다른 선비 학자에게 이런 섬세한 감정이 있다는 게 참 신비스럽습니다. 어쩌면 그러기에 더 위대하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의 이야기는 더 설득력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황진이가 십년 면벽(面壁)의 수도승 知足禪師를 꾀이어 파계하게 하고는 이번엔 화담을 꾀이러 갔다고 합니다. 가서는 갖은 애교를 다 떨어도 화담이 끝내 넘어가지 않자 그냥 돌아오는데 화담이 시를 지어 보냈답니다. 이르기를 心逐紅粧去 (마음은 미녀를 쫓아 보냈건만 身空徒倚門 몸은 쓸쓸히 문에 기대섰네) 하였습니다. 이 얼마나 솔직한 인간적인 고백입니까? 그 고결한 마음이 미녀를 결국 쫓기는 하였지만 그렇게 하기까지 그 몸이야 얼마나 고달팠겠습니까? 그리하여 하릴없이 문에 기대어 미녀가 가는 뒷모습을 보는 겁니다. 참 인간적인 솔직한 자기 표현이지요. 자 그런데 이에 화답하는 황진이의 재치를 보세요. 참 기막힙니다. 驢嗔疑我重 나귀가 성을 내기에 내 몸이 무거운가 여겼더니 添載一人魂 한 사람의 혼을 더 싣고 가느라 그랬구먼. |
출처: 정용달 관세사 원문보기 글쓴이: 정용달관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