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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무쇠 솥에 대여섯 시간을 우려낸 곰탕은 탁한 기운 없이 맑고 깨끗하다. 알맞게 익은 살코기 한 점에 잘 익은 깍두기를 베어 물면 임금님 수라상에 왜 이 음식을 올렸는지 알고도 남음이다. |
서울 을지로에 하동관이란 이름을 걸고 곰탕을 내놓은 지 벌써 6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장석철(68) 사장이 3살 되던 해에 문을 열었으니 정확히 65년이다. 그 세월동안 서울의 풍경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하동관 앞을 돌아나가던 개천은 복개와 복원을 반복했고, 그 주변에는 30층이 넘는 고층빌딩이 즐비하다. “아버지께서 우리 삼형제를 먹여 살리시려고 곰탕집을 여셨죠. 먹고 살려다보니 이곳에 뿌리를 내렸고, 뿌리를 내리다 보니 지금까지 솥을 데우고 있습니다.” 아버지 고(故) 장낙항 씨가 하동관을 열었을 때, 아무것도 모르던 삼형제는 그저 집안일을 도우며 이것저것 잔심부름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집이 곧 식당이요, 식당이 곧 집인 어려운 시절이었다. 덕분에 삼형제 중 막내인 장 사장의 어린 시절은 곰탕에서 시작해 곰탕으로 마무리되었다. “아침 7시에 문을 열고 오후 4시 30분에 문을 닫았는데, 다음날 곰탕 준비도 해야 했지만 어린 아들들이 뛰어놀고 공부할 시간을 줘야한다는 게 이유였어요. 낮에는 식당이었고 밤에는 살림집이었기 때문이죠.”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배려로 시작된 하동관의 영업시간은 세기가 바뀐 지금도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첫째, 셋째 일요일 휴무를 제외하곤 언제나 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같은 시간에 문을 닫는다. 영업시간 동안은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하동관을 찾은 이들은 들어서자마자 메뉴판을 보지도 않고 ‘내포’나 ‘맛배기’를 외치며 자리에 앉는다. “내포는 내장을 많이 넣어달라는 말이고, 맛배기는 밥의 양을 줄여달라는 말이죠. 깍국이라고 외치시면 깍두기 국물을 곰탕에 부어드립니다.” 곰탕을 입맛에 맞게 주문하고 카운터에서 계산을 마치면 식권이 주어진다. 식권을 챙겨 자리에 앉으면 3~5분 사이에 곰탕을 담은 놋그릇이 탁자에 놓인다. 보양음식으로 알려진 곰탕은 맑은 국물에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곰탕과 설렁탕을 혼동한다. 심지어 어떤 식당에서는 곰탕을 시키면 설렁탕이 나오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서울의 곰탕, 특히 하동관의 곰탕은 조리법과 모양새가 설렁탕과는 뚜렷이 구분된다. 국물을 내는 소고기 양지살과 사태살은 지방이 적은 살코기를 사용하고 소머리나 잡뼈는 일체 넣지 않는다. 또 설렁탕이 뼈를 가루가 되도록 고아내 국물을 낸다면 곰탕은 계속 기름을 걷어내어 대여섯 시간 동안 우려낸다. 그래서 설렁탕의 맛은 깊고 진하지만 곰탕은 담백하고 시원하다. “아버지 대부터 거래하던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와 국물을 내죠. 곰탕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깍두기도 매일 담가 저장합니다. ” 예나 지금이나 놋그릇만 고집하는 장 사장은 관리하긴 어렵지만 전통을 버릴 순 없다며 앞으로도 계속 이 방식을 유지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안성에 있는 유기점에도 여러 번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놋그릇을 유지하고 또 관리하지요.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에요. 예전엔 하동관 식구들 모두가 둘러앉아 으깬 기왓장 가루로 닦고 또 닦았는데 얼마나 힘든지 도망가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업체에 부탁해 기계로 닦아내는데, 그 업체들도 하나 둘 줄어들고 있지요.” 슬하에 1남 2녀를 둔 장 사장은 아들 장민하(33)씨에게 곰탕 제조방법을 전수하며,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주방에서 제조법을 익히고 있는 장민하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 일반기업에 취직해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팔을 걷어 부치고 커다란 무쇠 솥 주변을 지키고 섰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또 그 아들이 아들에게로 전수하는 하동관의 곰탕은 오늘도 60년 전의 맑고 담백한 맛을 그대로 지켜내고 있다.
▒ Information 문의: 02-784-4568 | 영업 시간: 07:00~16:30 | 가격: 곰탕 보통 7000원, 특 8000원, 수육 350g 3만원 위치: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3번 출구, 우측 일방통행 길로 50m 직진 |
지난 1939년 현재의 자리에서 처음 문을 연 이곳의 식단은 단 한 가지, 곰탕 뿐이다. 여기에 찬도 달랑 깎두기 하나인 하동관에는, 그러나 초지일관(初志一貫)의 원칙이 있다. ‘60년 전통 한우만을 고집합니다’는 표어에서 알 수 있듯이 국물 재료로 한우 암컷의 정육만을 사용하며, 오후 4시반이면 업무를 끝낸다. 물론 맛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다른 지역에 분점을 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하동관을 비롯한 노포들은 유럽기업의 장인정신만을 부러워하는 우리들을 부끄럽게 한다”면서 “(이들을)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을 원점에서 찾는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맛있는 곰탕 만들기
재료(4인분)
쇠고기(양지머리)400g, 양600g, 무400g, 굵은파2뿌리, 마늘8쪽, 국간장4큰술, 소금.후추가루조금씩,
가는국수200g, 다진파.마늘1큰술씩, 국간장4큰술,
참기름조금
조리시간 : 120분.. 400 kcal
<만드는 법>
1. 양은 속껍질이 나오도록 말끔히 벗겨 흐르는 물에 행군 뒤 큰 그릇에 담아 소금으로
벅벅 문질러 씻은 후 행궈낸다.
2. 무는 큼직하게 토막을 내고 굵은 파는 1/2뿌리는 송송 썰고 1/2은 길게 큼직하게
썰어 놓는다. 마늘은 통째로 준비한다.
3. 손질한 양을 냄비에 넣고 물을 충분히 부은 다음 길게 썬 파와 통마늘을 넣고 뚜껑을 연채 푹
익도록 끓인다. 20분쯤 끓어 양이 익으면 양지머리를 넣고 덩어리째 한참 끓인다.
4. 양과 양지머리가 익으면 토막낸 무를 넣어 속이 익을 때까지 푹 끓인다.
5. 익은 고기와 무를 건져 양지머리는 납짝썰고, 양은 어슷어슷 저며썰며 무는 납짝
썬다.
6. 그릇에 양과 양지머리를 함께 넣고 분량의 다진파, 마늘, 소금, 후추가루, 국간장,
참기름으로 양념해 고루 무친다.
7. 고기를 삶아 낸 국물을 차게 식혀서 기름을 떠내고 양념해 무쳐 놓은 양과 양지
머리, 무를 넣고 중불에서 한소금 끓인다.
8. 충분히 끓어 고기맛이 우러나면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약간 싱겁게 간을 맞춘다.
9. 끓는 물에 국수를 넣고 삶아 찬물에 헹궈건진다. 물기가 빠지면 그릇에 담고
곰탕국물과 건지를 넣어 상에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