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석구석 동네 골목의 소박함. 다큐멘터리 사진에 담아 전시
'산복도로와 골목'. 부산을 설명하는 여러 단어들 중 빠뜨려서는 안 될 대표적인 부산의 특징이다. 둘 다 한국전쟁 때 피난민들이 살던 판자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역사가 있는 도시라면 어디나 소담하거나 후미진 골목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이 있겠지만, 부산의 골목은 더 많은 애환과 이야깃거리를 간직하고 있다.
부산의 사진가 김홍희 씨가 '골목-시간의 통로'전을 용두산미술전시관(부산 중구 대청동)에서 열고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활동하는 그는 전세계를 누비며 다양한 세상을 렌즈에 담아왔고, 자신의 사진과 글을 담은 책의 저자이면서 많은 출판물에서 사진을 담당해 왔다.
이번 작품은 2009년 6월부터 부산 MBC의 골목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포토 에세이-골목'을 진행하면서 그가 찾아나선 장소들이다. 지난 5월 막을 내린 이 프로그램은 잘 알려진 관광지가 아닌 부산의 구석구석,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 매일 지나다니던 골목이 가진 아름다움과 소박한 재미를 찾아주었다. 전시는 첫 방송이 나갔던 2009년에 촬영한 작품 36점으로, 부산의 문현동 감천동 좌천동 범전동 대청동 영주동 일광 광산마을 등의 골목 사진이다.
작가는 "어떤 이들에게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기억일지 몰라도 골목에는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날들'이 존재한다"면서 "1950년대에 형성됐던 판자촌은 사라졌지만 당시의 골목은 여전히 그 모습으로 남아 있기에 부산의 골목은 과거로 향한 시간의 통로"라고 말했다. 내 집 옥상이 다른 집의 주차장이 되고, 마주보는 대문 사이에 할머니들이 모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담 하나 없이 문만 열면 만남의 장이 되는 그런 모습들. 예나 지금이나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우리의 삶이다. 작가는 골목을 통해 동시대 우리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부산시립미술관 이진철 학예연구사는 "부산의 골목은 그 스스로 무질서 속의 질서라고 말하는 작가의 사진과 닮아 있다. 정돈되고 갖추어져 있는 세상 대신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발견하는 작업 방식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달 9일까지. (051)740-4270
- 출처 : 국제신문(2012. 08.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