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제주에서 “1박 2일”
“아름다운 제주에 다시 와야겠다.”
“왜냐 고~?”,
“비행기 티켓이 또 생겼거든!”
제주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다. 아름다움이 지천에 널려있다. 보는게 그저 신비롭고 신기해 오감이 저려온다. 봄부터 제주에서 달리고 싶었는데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가을 대회엔 일찍 준비하여 참가하게 되었다. 활짝핀 유도화가 아름답게 인도한다. 첫날을 그렇게 즐겁게 구경하고, 맛있게 먹고, 푹 자고, 일찍 일어났는데 너무 여유를 부리다 일을 만들고 말았다.
설례는 마음으로 차에 올라 네비를 켰다. 제주시에서 김녕해수욕장까지가 지척간인 줄 알았는데 25km로 9시 12분 도착이란다. 9시 출발인데 도착이 9시 12분이라니 큰일 났다. 마음이 급하다. 자연히 속도는 서서히 높아졌다. 나도 모르게 악세레이트를 밟게 된다.
모두가 긴장하고 마음이 급하다 보니 앞차가 그렇게 걸리적거릴 수가 없었다. 곡예운전에, 과속에, 불법유턴에 교통법규는 온데간데없다. 남의 이목도 팽개치고, 위반도 겁나지 않았다. 오직 제시간에 도착하는 것 뿐이었다. 출발 2분전에 도착하여 차량도 내버리고 집결지로 달렸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곧 출발할 태세다. “걸음아 날 살려라” 겨우 주루에 서니 카운터 다운에 들어간다. 기지개 한번 켜고 출발이다.
난생처음 이렇게 출발한 적은 없었다. 풀 참가자가 100명도 안된다. 많으면 들 지겨울 텐데 오늘 무척이나 고생하겠다. 바다가 시원하다. 바람이 몸을 밀어낸다. 맏 바람이 무척 세다. 탁 트인 바다에 시원한 바람은 답답함을 확 쓸어버린다. 5분 페이스라 약간 빠르다 싶은데 모두들 잘 달린다.
하프 반환점에 돌아가는 주자가 부럽다. 풀코스 주자가 앞에도 감감, 뒤에 감감할 정도로 보기 힘들다. 맞바람이 불어서 인지 오르막처럼 몸을 앞으로 약간 숙여야 되니 힘들다. 계속 해안가를 달린다. 멀리 구불구불한 곳에 띄엄띄엄 주자가 보인다.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저기가 반환점인데 아직도 한참을 달려야한다. 즐거운 표정으로 봉사자에게 인사를 주고받는다. 어디가나 봉사자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우린 달리는 즐거움이라도 있지만, 격려와 뒷바라지에 고생이 많다.
성산일출봉을 한 번 더 보고 반환점을 돌았다. 1시간 47분이다. 옆에 사람이 붙는다. 약간 둔탁한 발걸음인데도 잘 달린다. 둘이서 한조가 되어 서로를 페이스메이커로 생각하고 달렸다. 앞에서 달리는 주자는 다리가 무거운 듯 해 추월했지만, 오르막에 추월한 몸이 가벼운 듯한 주자는 재 추월해 앞서간다.
30km지점에서 서서히 지쳐간다. 아직도 남은 거리가 만만치 않다. 함께 한 사람이 멀찌감치 앞서간다. 힘들어하면서도 잘 달린다. 많은 연습을 했나보다. 급수대에서 영양제를 먹고 한참을 걷다 다시 달린다. 소변이 마려워 적당한 장소를 찾느라 몸을 돌리는 순간 중앙선 표지 등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순간 몸을 굴렸다. 정신이 번쩍 든다.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다행히 팔꿈치는 괜찮은데 오른쪽 무릎에 피가 난다. 엎친 데 덮친 꼴이다.
배도 고프고 힘이 없어 목이 타오른다. 머리가 약간 어지럽다는 생각이 들어 걸었다. 지난 한주가 풀코스에 가장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 그 7일간 너무 힘들었다. 어떻게 보면 풀코스 달리는 것이 무리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제주에 그토록 달리고 싶었는데 포기할 수가 없었다.
학교는 신종플루 감염자가 발생하여 정신이 없었다. 휴교까지 생각할 정도였다. 검사에 또 검사를 철부지 학생에게 주의와 지시를 수시로 했다. 학생들 지도에 교사들 격려에 하루도 편안하지 못했다.
그런데 아들이 사고로 입원까지 하여 대구에 왔다갔다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넘 힘들었던 한주였다. 그런 몸을 이끌고 어제 아름다운 제주를 감상한다고 또 운전하고 다녔다. 힘이 장사라도 안 될 일을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다.
다친 곳이 약간 쓰리다. 있는 힘을 다해 달린다. 달리는 것이 아니라 걷는 것이다. 봉사자가 나의 모습을 보고는 안쓰러운지 웃고 만다. 피니쉬에 환영해줄 아내와 일행이 생각난다. 힘을 내자. 어떻게 하든 완주는 해야 하지 않겠나? 다시 또 걸었다. 낙오자 차량이 지나간다. “다음에 지나가면 나도 탈까보다”.
너무 더워 모자를 벗고 급수대에 가니 어떤 아주머니 왈 “머리는 할 배 같고, 다리는 30대 같은데?” 나이를 잘 모르겠다며 농담을 한다. 이제 5km남았다. 마지막 사탕을 입에 넣었다. 숨도 차고 머리도 멍하다. 약간 추워진다. 이러다 사고 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겁이 난다. 걷다, 달리다를 반복했다. 2km를 남긴 마지막 급수대에서 체력저하를 막으려 봉사자의 우의를 얻어 입고 달리는 이색 복장이 되어버렸다. 이제 부끄러움도 창피함도 잊어버렸다. 오직 완주에만 몰두한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두둑 두둑” 우의에 우박 같은 빗방울이 튕기고, 바람도 거세진다. 드디어 피니쉬가 보인다. 4시간이 훌쩍 넘겼지만 완주 했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한다. 운동장에 들어서니 환호성이 인다. 겨우 우의를 벋어 아내에게 주고 피니쉬를 통과했다. 아~ 감개무향이로소이다. 정말 힘든 싸움이었다. 잘 달려준 내 몸에 감사드린다.
운동장엔 행운권 추첨으로 정신이 없다. 물을 거푸 마셔 갈증을 해소하고 운동장에 주저앉았다. 몸을 추스르기가 힘들다. 추첨엔 관심도 없다. 메달을 받고 힘을 내려고 떡을 한점 입에 넣었는데 그마져 처리가 안 돼 입안에서만 맴돈다.
배번으로 추첨하는게 아니라 추첨권을 준다고 등을 밀어 억지로 나가 한 장을 받았다. “482번”! 그게 행운의 번호가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번호를 아내에게 던지고 샤워하러 갔다. 정민석회원의 도움으로 비좁은 화장실에서 차가운 물로 비누에 의지해 대충 씻었다.
체온을 올리기 위해 차에서 아내를 기다렸다. 맞치고 오는 아내를 멀리서 쳐다보니 기분이 좋아 입이 싱글벙글한다. 가까이 올수록 봉투를 들고 어쩔 줄을 몰라한다. 마지막 추첨인 제주 왕복 항공권(1매) 1등에 482번이 당첨된 것이다.
정민석가족 3명과 우리 부부 5명이 항공권, 호텔투숙권, 장사장식사권, 유자유과까지 4번이나 당첨되는 행운을 안았다. 멀리서 와 고생했다고 복을 많이 주었나 보다. 5만원 식사권 덕분에 약간의 추가 비용을 주고 횟집에서 또 풀코스를 달렸다.
약간의 시간이 있어 삼성혈과 민속박물관을 구경하고 일찍 공항으로 향했다. 아름다운 제주에서 1박2일은 이렇게 보람 있게 보내고 간다. 몸은 만신창이 되었지만 마음은 정말 행복했다. 왕복 항공권을 땄으니 또 와야겠다. 아름다운 제주에서 아름다움을 많이 담고 비행기에 올랐다.
첫댓글 회장님 정말 수고가 많앗습니다. 갈때 올때 제대로 인사도 못 건네는데 암턴 고된 마라톤이 기억에 오래오래 많이 남아줄로 압니다. 그리고 행운권 당첨은 멀리 합천에서 제주까지 왔다고 축하는 보상인것 같으네요. 좋은 추억과 기억으로 남겠습니다. 수고 했습니다. 즐거운 하루가 되시길...
억수로 운도 좋네요 정말로 땡잡았습니다 무슨일이 그렇게 풀립니까 정말로 풀코스 뛰는것도 힘든데 업친데 덥친격으로 무릎까지고 추위와 싸우고 허둥지둥 대회장에 도착해서 출발했으니 무슨 대회가 기억에 아니 좋은 축억을 남기겠습니까 수없이 대회에 참가해도 이런 대회야 말로 남을만한 축억의 대회이지요 3중고로 고생은 했어도 마음만은 풍성한 대회였네요
회장님열정에 다시 한번 감탄 했습니다,,완주 축하드립니다,몸조리 잘하시구요,,회장님은 복도 많으시네요,,,또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