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띠(未) : 천역성, 대세지행
희생 ․ 순종 ․ 헌신의 상징 … 민원수렴창구 역할 (大勢地行)
양띠를 상징하는 미(未)는 여름에서 가을, 즉 곡식이 자라는 여름(火)이 지나고 결실하는 가을(金)로 넘어가는 시점의 건조한 토(土)다. 또한 未에 숨겨진 천간 丁火가 ‘자신을 태워서 주위를 밝히는’ 촛불을 의미하듯이, 양(羊)은 희생 ․ 순종 ․ 제의(祭儀)의 상징이다. '희생양' '속죄양'이란 말에서처럼 인간의 죄를 대신한 희생 제물로 받아들여진다. 예수를 목자로, 길 잃은 중생을 양떼로 묘사한 것은 이런 전통 위에 있다. 꿈 풀이에서도 양은 선량한 사람, 종교인, 교육자, 진리, 정신적 ․ 물질적 재물을 가리키는 상서로운 동물로 해석된다.
한국인과 동양문화에 투영된 양의 모습은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동물이다. 특별히 착하고(善) 아름답고(美) 평화로운(和) 동물로 인식돼 있다. 양은 성격이 온순하여 무리끼리 다투거나 좀체 싸우는 법이 없다. 뿐만 아니라, 인내심이 강해 잘 참고 견딘다. 또 순종적이어서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른다. 무릇 양의 습성에서 본받아야 할 것은 불변성과 질서습관일 것이다. 세대간 ․ 계층 간의 다툼이 끊이지 않으며 각종 범죄가 판을 치는 요즘 시대엔 다툼 없이 서로 양보하는 가운데 무리생활을 잘하는 양의 착한 심성을 본받을 일이다.
실제로 양(未)의 해에 태어난 사람은 성품이 양순하고 진실하며 순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당히 여린 성격이어서 공격적인 상황이나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싫어하고, 누군가 언성을 높이면 쉽게 상처받는 타입이다. 조직 안에서도 누군가에게 지시하기보다는 상사나 동료의 지시에 순종하는 편이며, 투쟁해서 쟁취하기보다는 자신의 욕구가 자연스럽게 충족되기를 기다린다. 의존적인 성향이 강하고 나태한 기질이 있는 양띠들은 자발성을 갖고 무슨 일을 도모하진 않는다. 그러나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주면, 자신의 모든 능력을 풀가동해서 임무를 완수해내고야 마는 타입이다. 겉으로 보이는 부드러움의 내면에는 강한 고집과 승부근성이 있기 때문이다.
양띠人들은 비교적 진실하고 정이 많다. 그래서 마치 민원수렴창구처럼 주변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다 들어주는 편이다. 고단한 중생의 소원을 속히 접수하여 들어주는 불교의 지장보살, 기독교 성령의 박애주의적인 마음을 지녔다. 그만큼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고 헌신적이다. (大勢地行)
시간을 앞질러 시대의 유행을 창조하는 신천지 문화개발자 (天驛星)
그런가 하면 양띠들은 진지하고 학구적이며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귀족다운 품격을 지녔다. 예술적인 것에 민감하며 낭만적인 사색을 즐기는 로맨티스트로도 알려져 있다. 호기심도 많아 유혹에 이끌리기 쉽고, 천성적으로 역마(방랑자 기질)의 임무를 타고나서 출입 또한 빈번하다.(天驛星) 부지런한 것은 소띠와 같지만, 소띠는 안에서 움직이는데 반해 양띠는 밖에서 분주하다. 그러면서도 개인의 자유를 구속받거나 남들에게 간섭받는 걸 싫어한다. 그런가 하면 양띠人들은 자기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곧잘 입수한다. 주변의 관심을 사야 할 땐 확실하게 자신의 매력과 끼를 발산할 줄도 아는 게 양띠들의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양띠人들에게는 특이할 정도로 행운아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반드시 갔던 길로 되돌아오는’ 양(羊)의 정직성을 닮아 ‘심성이 맑고 부정을 못 보는 양띠는 부자가 못된다.’는 속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연치 않게 친지로부터 좋은 것을 물려받게 되거나 지치고 힘들어 할 때면 주변에서 관심을 가져주며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런 점 때문에 사는 모습은 매우 순탄한 게 양띠人들의 삶이다.
또한 대세지행의 선구자적인 기질을 물려받아서일까? 아니면 양띠인 未土 자신의 바짝 말라있는 환경 상 미래를 바라보지 않고는 살 수 없어서일까? 양띠人들의 시선은 현재보다 미래에 맞춰져 있다. 모든 관심이 미래를 향해 열려 있고, 지나온 과거엔 관심이 없다. 늘 시간을 앞질러서 미래에 한 발을 옮겨놓은 채 살아가는 ‘신천지 문화 개발자’가 바로 양띠 생이다. 그래서 자기 몸을 내던져 시대의 유행을 창조한다. 하여도 다른 이의 뒤통수를 치거나 자신이 철퇴 맞는 상황은 결코 만들지 않는다. 이것이 양띠의 장점이다.
따라서 양띠 생 앞에서는 과거를 캐내지 말고 미래를 논하는 게 현명하다. 오히려 남의 부탁을 들어주는 데 천부적(?)인, 그래서 당신에게 어쩌면 기댐처가 되어줄 수도 있는 이 양띠人을 잘 활용할 일이다. 인연에서 양띠는 말띠를 만나면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토끼띠, 돼지띠와도 궁합이 잘 맞는 편이다.
글: 봉은희(작가/ 북코치/ 글쓰기&책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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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양의 속성을 잘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야의 속성에 그런 면면이 있었군요...
울 딸이 양띠라 관심있게 읽었습니다. 맞는 부분이 많은듯 합니다. 우리 모두 양처럼...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