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에서는 처녀를 '가시내'라고 한다. 그리고, 함경도에서는 '갓나'라고 한다.
'가시내'란 말이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인가 하는 데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오랑캐가 우리 나라에 쳐들어와서 닥치는 대로 처녀들을 잡아다 못 살게 굴었다. 그래서, 여자들은 오랑캐한테 붙잡혀 가지 않으려고 남자 차림을 해서 '가짜 사내'란 뜻으로 '가사내'라 하던 것이 변해서 '가시내'가 됐다는 것이다.
또, 당시에 여자가 남자로 변장하기 위해서 갓을 쓰고 다니기도 했는데, 이를 '갓쓴애'라 했던 것이 '가쓰내-가스내-가시내'로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가승래(嫁僧來)'라는 한자말에서 유래되었더는 설도 있다. '가승래'는 '중에게 시집을 오다'의 뜻을 갖는다. 불교가 몹시 타락했던 고려시대에 여자가 시집을 가기 전에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게 되는데, 당시 중들이 행실이 몹시 좋지 않아서 여자를 가까이 했기 때문에 이 '가승래'란 말이 나왔고, 이것이 '가스내-가시내'란 말로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들은 흥미를 돋구기 위해 어느 누군가에 의해 꾸며진 이야기일 뿐이다. 명확한 것도 못 되고, 우리말의 변화 과정으로 볼 때 타당치 않기 때문이다.
'가시내'는 '갓'과 '-내(나)'가 합쳐져 이루어진 말이다.
갓+(으)내=가스내>가시내
그럼,'갓'과 '내'는 각각 어떤 뜻을 가진 말인가?
한 5백 년 전의 책들을 보면 '갓'이 '여자' 또는 '아내'의 뜻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내(네)'는 단순히 '사람'의 뜻을 갖기 때문에 '가시내'는 그대로 '여자'의 의미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학자 중에는 '가시내'가 '여자'라는 뜻의 '갓'에 '나이'가 합쳐져 '가시나이'였던 것이 줄어서 '가시내'가 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갓'이 '여자' 또는 '아내'의 뜻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말에 '가시(갓이)'가 붙은 것이 많다.
*가시집=처가집(황해도 사투리)
*가시버시=부부
*가시아비=장인(처의 아버지)
*가시어미=장모(처의 어머니)
*가시할아비=장조부(처의 할아버지)
*가시할미=장조모(처의 할머니)
'가시'를 낳은 '갓'은 '갇'을 그 뿌리로 하고 있다.
이 '갇'은 원래 '씨족'이나 '친족'을 뜻했던 말로 보이는데, 이 말이 '걷-걸-결'로 옮겨가 지금의 '겨레'라는 말까지 오게 되었다. 일본말에도 '겨레'라는 뜻의 '가라'가 있다.
'걷-걸'은 '굴'로도 되어 '구리'라는 말을 낳아 지금의 말의 '멍텅구리' 같은 말이 나왔고, 또, '꿀'은 '꾸리-꾸러기'가 되어 '장난꾸러기-심술꾸러기' 같은 말이 나오게 했다.
따라서, '가시내'란 말은 원래 '사람' 또는 '여자'의 뜻을 가진 '갇-갈'이 그 뿌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