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시델레!
요즘 제가 올 4월17일에 방영날짜가 잡힌 <KBS역사스페셜-혜초따라...(가칭)> 기획에 자문역으로 참여하게 되어... 중국 오대산과 서안으로 촬영차 다녀왔습니다.
그 계기로 인해 요새 붓잡고 있는 차에 혜초화상의 순례의 이미지를 그려서 畵題로는 南天竺國에서 읋은, 고향 鷄林을 그리워하는 한시를 번역하여 적어 넣어보았습니다.
격자문으로 상징되는 해동반도의 대문을 열고 더 큰 세상-해와 달의 고향인 보드가야의 대탑과 파미르고원의 설산 그리고 기러기로 상징되는 - 으로 떠나는 이미지를 그려보았는데, 잘 표현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붓을 놓은지 20년이 되니 모든 筆力도, '感'도 떨어저있지만, 이제는 당초 계획했던 티베트 관련 책을 10권정도 탈고하였음으로 제 자신과 티베트 민중에 대한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되기에 이번에는 다시 제 본령인 그림에 올인하려고 올해 초부터 워밍업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난방문제로 조그만 골방을 임시화실로 쓰고 있지만- 강이 내려다보이는 넓은 이층화실에는 변변한 종이도 없고 물감도 말라비틀어졌지만- 꽃피는 봄이 되면 먼지도 털고 거미줄도 치우면서 화실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 넣을 생각입니다.
그래서 제가 티베트를 다닌지 20년이 되는 후년에 회고전 또는 재기전 의미의 큰 전시회를 열어볼까 생각중입니다. 물론 전시회의 주된 테마는 <티베트 변상도>-티베트의 자연과 뵈릭(티베트민족)에 대한 제 사랑이겠지요. 특히 제일 먼저 티베트고원에 빛나던 오색 별들과 신비스런 해와 달 그리고 오색 따르촉을 울리고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그려보고 싶습니다.
강호제현, 특히 우리 카페회원 여러분들의 많은 격려 바랍니다.
달 밝은 밤에 고향 길을 바라보니 뜬구름은 너울너울 그곳으로 돌아가네.
그 구름 편에 편지라도 부치려는데 바람은 거세어 돌아보지도 않네.
내 나라는 하늘 끝 북쪽에 있고 남의 나라는 땅 끝 서쪽에 있는데,
따뜻한 남쪽에는 기러기조차 오지 않으니 누가 내 고향 계림으로 날아가 소식 전하리.
구법승의 눈물
타클라마칸의 모래 바람이 파묻지 못하고
파미르의 눈바람이 꺽지 못한 무쇠 몸이,
업풍보다 뜨거운 인도의 열풍을 이기지 못하고
불치목(佛齒木) 아래서 꽃잎처럼 흩어졌네!
혼령은 낭랑한 범음(梵音)을 타고 법계로 돌아가도
정겨운 계림의 말소리를 듣지 못한 골분(骨粉)은,
천축의 들판에 뿌려져도 서린 한 풀지 못해
해마다 망향초(望鄕草)가 되어 자라나누나!
하늘의 흰 구름도 내 가슴의 슬픔을 아는지
하얀 치맛자락 먹물에 적셔 저녁하늘을 덮고,
달님도 슬퍼 검은 너울로 얼굴을 가린 채
만월의 빛살로 어둠을 쫓는 큰일도 잊으셨다!
쓰와얌부 수정탑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황금빛 조명 속에 천 갈래로 부서지고,
추모제에 모인 해동의 구법사문의 후예들은
임들의 옛 자취를 더듬으며 빗속에 뒤척인다.
혜륜과 혜업, 아리야발마와 백제의 겸익
꽃다운 서른에 보리수가 꺾어진 현락스님,
신라의 현태와 현유, 이름 없는 구법승들과
“왕오천축국전”의 자랑스러운 혜초스님,
정법을 찾아 중원을 박차고 설산을 넘으신
열여섯 분의 위대한 임들께 헌다하옵니다.
조주의 차 한 잔에 천년의 묵은 한을 씻고
진속도 끊어진 무위의 평원을 호탕이 걸으소서!
이천구년 시월 이일 추석전날 밤,
언 1400년 전 천축으로 구법의 길을 떠난 해동의 위대한 사문들의 발자취를 회고하며
짱 보살님 저택에서 중암이 쓴다.
* 타클라마칸은 중국의 서쪽 끝 신장 위구르 자치주에 속한 큰 사막이며,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곳이란 뜻이다.
첫댓글 두루마리 경전을 잔뜩지고 다니시는 혜초 스님께서 다정거사님의 마음과 붓끝에서 되살아 나시는 군요. 화이팅......... () .........
감축드립니다
화이팅!
막고굴을 다녀 온적이 있습니다. 다정선생의 화폭을 통해 다시 조명해 볼 기회가 왔군요. 감사드리며 다시 붓을 든다고하니 축하드립니다. 제가 간직하고 있는 다정선생의 "강가 모래위에 달빛이 비치는 버두나무들" 가 늘 제 곁에 걸려 있어요.
잘 보관하고 계시지요. 이제는 에전에 그린 전원적인 수묵화가 귀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