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 - 47세, 건축 설계사
김순임 - 43세, 이철수의 부인, 주부
이영규 - 18세, 아들, 고등학교 3학년
이소영 - 16세, 딸, 눈먼 소녀
지강규 - 25세, 탈주범 가
박정태 - 24세, 탈주범 나
임태구 - 24세, 탈주범 다
기 타 - 예수, 집사 가.나, 곽마담, 경찰
때 : 1990년 12월
곳 : 서울 변두리
무대 : 이철수의 집. 왼편에 영규의 방, 오른편에 소영의 방. 중앙에 안방이 있는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의 거실.
1 막
1장
무대 밝아지면 턱이 진 곳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영규의 모습이 보인다.
카세트에서는 시끄러운 Rock음악이 흐르고 영규는 책으로 얼굴을 가린채 발을 까닥 거리고 있다. 매우 불만스런 일련의 동작.
이 때 철수 약간 비틀거리며 들어 온다. 걸음걸이로 보아 그는 술에 취한 것처럼 보인다.
쇼파에 서류뭉치를 거칠게 집어던지고 나서.
철 수 : 야! 니 엄마 어디 갔어?
영규 얼굴을 책으로 가리고 계속 발만 까닥 거리고 있다.
음악이 나오는 카세트를 거칠게 꺼버리는 철수.
영규 책을 놓고 자기 방 쪽으로 간다.
철 수 : 야! (멈춰서는 영규) 애비가 왔는데 인사가 고작 그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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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규 : 다녀 오셨어요? (자기 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린다.)
철 수 : 아니 저, 저.... (기둥에 기대어 서있는 소영을 보고) 넌 왜 나와 있어?
어서 들어가지 못해?
소영 더듬 거리며 자기 방문을 찾아 들어간다.
철 수 : 어이구 이 꼴, 저 꼴 않보고 빨리 죽어야지.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그렇게 많이 지었길래 요모양으로 살아야 하나.
그나 저나 이놈의 여편내는 어디 간거야? 허구헌날 밖으로 도니까 애 들이 저 모양이지.
이 때 성경가방을 든 순임 등장.
순 임 : 당신 오셨어요?
성경공부 때문에 조금 늦었어요.
철 수 : 어련하시겠어? 사는게 지옥이니까, 죽어서라도 천당 가셔야지.
순 임 : 저녁 식사 어떻게 했어요?
철 수 : 지금이 몇 시야? 11시 30분에 저녁 먹는 사람 봤어?
순 임 : 당신 술 드셨군요?
철 수 : 술? 암 먹었지. 당신은 예순가 뭔가 하는 애인 이라도 있지만, 난 없잖아. 술이라도 친구 삼아야지, 않그래?
순 임 : 자리 펴 놓겠어요.
철 수 : 호! 술 쳐먹은 놈과는 상종도 하기 싫으니까, 얼른 이불 깔고 자빠져 자라, 이건가?
순 임 :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나는 뭐 속이 좋아서 이러는 줄 알아요?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 죽겠는데 당신까지 남의 속을 박박 긁어 놓으면 도대체 어쩌자는 거예요? 나 혀 빼물고 칵 죽어버리는 꼴 볼려고 이래요?
철 수 : 예수쟁이 라는게 말하는 것 좀 봐.
말이 난 김에 하는 말인데 니가 힘들긴 뭐가 힘들어?
일주일 내내 교회에 가 사느라고 매번 나보다 늦는 주제에, 힘들어 못 살겠 다구? 당신이 밖으로 도니까 영규놈 버릇이 점점 없어지는거 아냐!
순 임 : 마치 내 책임인 듯 말하는 군요.
철 수 : 당신 책임이 아님, 그럼 내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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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자식 먹여 살리겠다고 밤낮 없이 뛰는 것도 모자라 애들 교육까지 신경써
야 된단 말야? 그럼 당신은 이 집에서 하는 일이 뭐야?
교회에서 살다가 가끔 들러서 밥이나 해주고 빨래나 해주는 거야?
그럴 바엔 아예 짐 싸들고 교회에 가서 살어. 그럼 병신 딸년 않봐도 되고 얼마나 속 편해.
순 임 : (고개를 숙여 울다가) 모두 내 죄예요. 주님만 섬기며 살겠다던 맹세를 깨고 당신과 결혼했기 때문에 이런 고난을 받는 거예요.
철 수 : 그래! 너는 하늘에 오르려는 천사고 나는 옷 감춘 더러운 나무꾼이다.
내 전재산을 털어서라도 선녀옷 사줄 테니까 그거 입고 훨 훨 날아가 버려.
날아가 버리라구! (안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린다.)
2장
무대 밝아지면 잠옷 차림의 철수 나와서 쇼파에 앉는다.
신문을 집어들고 한심한듯 뒤적이다가.
철 수 : 더부룩한 얘기들 뿐이군. 뭐 속이 확 뚫리는 뉴스 없나?
가만 이게 뭐야? '범인 호송차에서 세명의 흉악범 무장탈출. 총기를 가지고 서울시내로 잠입한 것으로 보여져 전국 경찰에 비상경계령이라....' 한바탕 시끄럽겠구만. 이제 곧 거액의 현상금도 나붙겠지. 내 손에 걸리기만 하면 세 놈을 굴비 엮듯이 엮어서 몽창 교도소에 쳐 넣을 텐데 말야.
소 영 : (나와서 맞은편 쇼파에 앉는다.) 아빠 기분이 좋으신가 봐요.
철수 대꾸없이 신문을 본다.
소 영 : 어젯밤에 너무 아름다운 꿈을 꿨어요. 끝이 슬프긴 했지만....
저랑 아빠랑 차를 타고 여행을 떠났는데, 높다란 뾰족 지붕이 있는 교회를 지나게 되었어요. 그때 마침 교회앞 잔디밭에서 결혼식이 열렸는데 아빠는 차를 멈추고 저에게 말씀 하셨죠. "우리 소영이도 얼른 커서 저렇게 되야지. 면사포를 입혀 놓으면 아마 천사 같을 거다." 그때 신랑, 신부가 우리 차 쪽으로 걸어왔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신랑, 신부는 아빠와 엄마 였어요.
아주 젊고 아름다운.... 젊은 모습의 아빠가 운전석에 앉아있는 아빠에게 차를 태워달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아빠는 화난 표정으로 않된다고 말하며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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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꼭꼭 걸어 잠그는 거예요. 난 태워주라고 했지만 아빠는 매달리는 나를 뿌리치곤 차를 출발 시켰어요.
나는 차창 밖으로 신랑, 신부를 바라보았죠.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내게 손을 흔들어 주었어요.
철 수 : 아주 영화를 만들어라.
쓸데없는 소리말구 네 방에 가서 점자책이나 봐. 밥벌이라두 해야 네 오빠 짐 노릇 하지 않을꺼 아냐.
영 규 : (나와서 그 소리를 듣고 있다가) 정말 감동적이군요. 자식을 보고 짐 운운 하고 말이예요.
철 수 : 너 요즘 왜그래?
영 규 : 제가 뭐요?
철 수 : 암내난 고양이 처럼 잔뜩 곤두서 가지고 말야.
수험생은 꼭 그렇게 유난을 떨어야 하는거냐?
영 규 : 수험생 이라구요? 제가 고 3이라는걸 아시고 계셨군요. 난 모르는줄 알았는데.
철 수 : 그래도 이 녀석이....
영 규 : 남들은 과외다, 학원이다하며 눈에 불을 켜고, 주위가 시끄럽다는 한마디에 이사까지 다니는 판에 전 뭐죠? 보충수업 마치고 돌아오면 저 기집애 청승 떠는 꼴만 보이고 두분은 맨날 싸우기만 하고....
도대체 이걸 집이라고 할 수 있는 거예요?
소 영 : 오빠!
영 규 : 시끄러워 이 병신아! 다 너 때문이야. 우리집이 이렇게 된건 모두 너때문이라구!
철 수 : (뺨을 때리며) 이 놈의 자식!
영 규 : 에이 씨. 이 놈의 집구석 다신 들어오나 봐라.
(가방을 집어 들고 나가 버린다.)
철수 파이프에 불을 붙이고 몇 모금 빨다가 팽개친다.
순 임 : 얘! 도시락 가지고 가야지.
(영규의 뒤를 따른다. 다시 돌아와서.)
순 임 : 당신 아침부터 왜 그래요? 공부하느라 애쓰는 아이. 격려는 못 해줄 망정 기분이나 상하게 하구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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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수 :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
어이그 자식새끼 둘 있는 것도 머리털이 빠질 지경인데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한타스씩 낳고 살았는지 몰라. (방으로 들어간다.)
소 영 : 다 내 잘못이야.
순 임 : 그러게 넌 왜 아침부터 집안에 분란을 일으키고 그러니?
잠자코 있다가 아빠하고 오빠 나가고 나면 나오라고 했잖아.
소 영 : 잘못했어.
순 임 : 오빤 고 3이야. 우리가 힘이 되줄 수는 없어도 방해는 하지 말아야지.
그러니까 네 방에서 엄마가 사다준 점자 성경책이나 읽고 있으면 되는거야. 알겠니?
소 영 : 응!
무대 암전된다.
3장
무대 밝아지면 쇼파에 앉아서 안경을 쓴채 열심히 성경을 들여다 보고 있는 순임의 모습 보인다. 소영은 점자로 된 책을 읽고 있다.
소 영 : 엄마. 뭐해?
순 임 : 오늘 구역 예배가 있단다.
길어야 한시간 이니까 답답하더라도 네 방에서 가만히 있어야 한다.
알겠지?
소 영 : 응.
순 임 : 가만 있자 '환난 날에 나를 부르라 내가 너를 건지리니 네가 나를 영화롭게 하리로다....' 이게 어디 있는 말씀 이더라?
소 영 : 시편 50편 15절 말씀이야.
순 임 : (찾아보고) 정말이네. 그럼 '그 아들 안에서 우리가 구속 곧 죄사함을 얻었느니라'는 어디 있는줄 아니?
소 영 : 골로새서 1장 14절 말씀. 그리고 얻었느니라가 아니고 얻었도다야.
순 임 : 너 성경을 다 외웠구나.
소 영 : 아직 창세기랑 마태복음은 다 못외웠어. 사람 이름이 하도 많아서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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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초인종 소리.
순 임 : 어머 왔나보다. 어서 네 방에 들어가 있어.
소 영 : 나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순 임 : 한 시간만 참어. 자 어서.
(소영을 방에 밀어 놓고 문쪽으로 간다.)
들어오는 집사들.
순 임 : 어서들 오세요. 이리로 앉으세요.
잠깐의 묵상기도 후에.
신도 1 : 어머 깨끗하기도 해라. 집사님은 정말 근면의 은사를 받았나 봐요.
그렇게 교회일에 열심이면서 집안도 이렇게 알뜰하게 꾸미시니 말예요.
순 임 : 뭐 별로 그렇지도 못해요. 영규랑 애아빠가 많이 도와주니까 겨우 부끄러운 꼴 면하는 거죠.
신도 2 : 정말 집사님 댁을 보면 모범 가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바깥 어른 성실하시죠, 아드님 공부 잘하고 착하죠. 이제 바깥 어른만 예수 믿으면 아무런 문제 가 없을텐데.
신도 1 : 머잖아 교회에 나오실 거예요. 그렇게 간절히 기도를 하는데 응답해 주시지 않겠어요?
순 임 : 아멘. 주님 뜻대로 될줄 믿습니다.
신도 1 : (소영의 점자책을 보고) 무슨 책이 글자는 하나도 없고 이렇게 생겼대요?
순 임 : (재빨리 뺏으며) 아 이거요? 엠보싱 공책이 새로 나왔다고 해서 한번 사봤어요.
신도 2 : 엠보싱이요?
순 임 : 화장지에도 있잖아요. 올록볼록 좋아요. 뭐 그런거 말예요.
필기 감촉이 좋다나 뭐라나.
(재빨리 책을 감춰 버린다.)
자 이제 묵상기도로 예배를 시작하겠습니다.
기도 도중에 소영의 방문 열리고 소영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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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영 : 엄마 나 화장실.
순임 기도하다가 화들짝 놀라 다른 집사들의 기색을 살핀다.
순 임 : 주님 세번 부르고 통성으로 기도하겠습니다. 아멘. 아멘. 아멘. 사랑과 은혜가 충만하신 하나님 아버지....
집사들 따라 기도하고 순임 기도 도중에 소영에게로 간다.
빨리 들어가라고 손짓하며 소영을 밀어 넣는다. 다시 돌아와
통성기도 하는 순임.
마치고.
순 임 : 439장 찬송 부르겠습니다. '만세 반석 열린 곳에 내가 편히 쉬리니 원수 마귀 손 못 대고....'
이 때 소영 다시 나온다. 순임 그것을 발견하고 갑자기 찬송가를 덮으며.
순 임 : 다시 한번 주님 세번 부르고 통성으로 기도하겠습니다.
주여. 주여. 주여. 사랑과 은혜가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은혜를....
얼떨떨한 집사들 따라 기도한다.
순임 다시 쫓아가서 소영을 때리며 들여 보내려 한다.
소영 쉽게 들어가지 않는다.
순임 화분받침을 가져다가 소영에게 들려주고는 방으로 들이민다.
다시 돌아와 통성 기도하다가.
순 임 :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셨을줄 믿습니다.
신도들 : 아멘.
순 임 : 오늘은 시편 50편 15절 말씀을 묵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같이 : 환난 날에 나를 부르라 내가 너를 건지리니 네가 나를 영화롭게 하리라.
순 임 : 예수님이 어느날 성전 앞을 지나 가셨습니다. 그 때 소경이 나아와 간청하기를 "주여 저의 죄를 용서하시고 눈을 밝게 하소서." 하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이 때 소영의 방문이 빼꼼이 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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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 임 : 네 방으로 들어가!
어리둥절해 하는 신도들. 입을 가리는 순임.
어두워지고 우측에 핀떨어지면 스탠드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철수의 모습 보인다.
철 수 : 한잔 더.
마 담 : 이부장님 너무 무리하는거 아녜요?
철 수 : 무리라구? 천만에. 내 이래뵈두 체력은 20대 젊은이 못지 않다구.
어때, 그런지 않그런지 오늘 저녁 한번 시험해 볼까?
마 담 : 아이참 부장님두. 그나저나 사모님께서 이해심이 퍽 많으신 모양이예요.
매일 그렇게 술을 마시는 데두 얼굴이 깨끗한걸 보니 말예요.
철 수 : 내 얼굴에 손톱 자욱 이라도 생겨야 속이 시원 하겠어?
마 담 : (웃음) 그런데 소영이란 여자가 누구예요? 숨겨논 애인?
철 수 : 아니 곽마담이 소영일 어떻게 알지?
마 담 : 지난 번에 잔뜩 취해 가지고 와서 소영이란 이름을 부르면서 우신것 생각 않나세요?
철 수 : 내가 그랬었나?
마 담 : 누구예요? 놀라시느게 애인 맞긴 맞나 보죠?
철 수 : 차라리 그랬음 좋겠다. 그 앤 내 딸이야. 예쁘고 사랑스런 아이지.
난 그 놈만 보면 가슴이 미어지는것 같아.
마 담 : 사랑스런 따님한테 왜 그런 생각이 드세요?
철 수 : 내 실수로 앞을 못보게 되었거든. 5년전 그 애가 국민학교 5학년 때였지.
새차를 뽑아가지고 아들놈과 그 애를 데리고 시운전에 나섰는데 문득 담배가 몹시 피우고 싶더라고. 그래서 차를 길가에 세우고 담배가게로 향했지. 그런데 거스름돈을 건네 받고 있는데 갑자기 큰 소리가 나는거야. 그 쪽으로 뛰어가 봤더니 우리 차가 가로수를 들이 받고 인도에 올라와 있더군. 다행이 아들놈은 무사했는데 소영이의 눈에 깨진 유리가루가 들어가 버린거야.
세번이나 제거수술을 했지만 끝내 그 애의 시력은 돌아오지 않았어.
마 담 : 그런데 서있는 차가 별안간 왜 움직였을까요?
철 수 : 호기심 많은 아들아이가 무심코 액셀레리터를 밟은거야.
그까짓 담배를 못참고 시동도 걸어둔채 미친놈 처럼 뛰어다닌 나를 생각하면....
마 담 : 몰랐어요. 항상 유복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분으로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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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수 : 그런데 아들놈은 제 잘못으로 누이가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내는 그 애가 내 무관심과 입시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성격이 날카로와 졌다고 생각하지만, 난 그 애가 죄책감 때문에 난폭해 진다는걸 알고 있지.동병상련이거든. 그런데 무엇보다도 날 참을 수 없게 하는건 딸아이 자신이야.
차라리 아빠가 미워, 저주해 하고 원망 이라도 한다면 속이 편하겠어. 그런데 가슴속에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전혀 괴로운 내색을 않하거든 오히려 즐겁고 행복해 하는 쪽이지.
난 그 애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미쳐버릴 것만 같아.
내가 괜한 넋두리를 늘어 놓은것 같군.
(돈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고 휘적휘적 걸어간다.)
무대암전
2 막
1장
무대 밝아지면 총채를 들고 청소를 하고 있는 순임의 모습 보인다. 이 집에 접근하고 있는 세명의 무뢰한.
초인종 소리.
순 임 : 누구세요?
태 구 : 수도 검침 나왔습니다.
순 임 : (문을 열어주며) 계량기는 저쪽에....
순임의 입을 틀어막고 쇼파 쪽으로 이끄는 태구.
나머지 두명 창문에 붙어서 기색을 살핀다.
태 구 : 조용히 해! 그렇지 않으면 머리에 바람구멍을 내 줄테니까.
정태 영규의 방에 들어갔다가 이어서 소영의 방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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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규 : 아주머니 안심하세요. 가만히만 있는다면 절대 해치지 않겠소.
순 임 : 당신들 누구세요?
태 구 : 이 집은 뉴스도 않보는 모양이군. 하긴 모르는 편이 속 편하겠지.
정태 소영을 끌어다가 쇼파에 앉힌다.
강 규 : 사람 더 없어?
정 태 : 응.
강 규 : 이 집에 아주머니 가족만 사나요?
순 임 : 예. 그래요.
강 규 : 식구가 몇 명이죠?
태 구 : 몇 명이냐구 묻잖아!
순 임 : 네. 네명이예요. 남편하고 아들이 있어요.
태 구 : 현재 두마리 결석이구만 히히. 야 예쁘장한 따님을 두셨구만.
그런데 표정이 뭐 이래? 우리가 무섭지 않은 모양이지? 가만 이게 뭐야?
(손가락을 소영의 눈에 대고 까닥까닥 해보며) 이거 청맹과니 아냐? 햐 아깝다. 이 인물에 장님이라니 말야.
정 태 : 그만둬!
태 구 : (물건을 집어던지며) 너 경고해 두겠는데. 내가 하는 일에 함부로 끼어들지마. 한배를 탄 친구고 뭐고 칼침 맛을 보여 줄테니까.
강 규 : 뭐하는거야? 머리를 싸메고 생각해도 모자랄 판에 싸움질이나 하구.
태구 정태의 어깨를 툭툭 털어주며 웃는다.
그 손을 뿌리치고 쇼파에 가서 앉는 정태.
강 규 : 아주머니 우린 지금 몹시 배가 고파요. 수고스럽겠지만 밥 있으면 좀 차려 주시오.
순 임 : 밥이 없는데....
태 구 : 이런 젠장! 요즘 것들은 살살 다루면 않된다니까. 밥이 없으면 해서라도 줘야지 없다고 하면 그만이야?
순 임 : 예, 알았어요. (순임 부엌쪽으로 간다.)
태 구 : 넌 네 엄마교육을 어떻게 시켰냐? 요즘 여자들은 손님 대접할 줄을 모른단 말야. 가만 엇쭈 이게 웃고 있잖아. 얘 약간 맛이 간 애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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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앞 못보는 주제에 정신이 말짱하면 갑갑해서 못살거야.
그런데 얘 말도 못하는거 아냐? Hey, How do you do? How are you?
소 영 : Fine, thank you.
태 구 : 벙어리는 아니었구만.
소 영 : 우리 집에 오신걸 환영해요.
태 구 : 뭐? 내 귀가 잘못됐나? 얘가 방금 뭐라 그랬냐?
정 태 : 우릴 환영 한다는군.
태 구 : 분명히 그렇게 말했지? 햐 머리털 나고 도둑놈을 환영한다는 소린 처음 들어 보겠군. 확실히 얜 돌았어.
강규 재빨리 부엌쪽으로 들어 간다. 무선전화기를 든 순임을 끌고 나오며.
강 규 : 이 정도의 집이면 방마다 전화기 한대쯤 있을거란 생각을 했어야지. 눈먼 계집애 한테 정신을 팔고 있으니, 너희들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태 구 : 이 아줌마 나 여러번 실망 시키네. 내가 농담이나 찍찍하고 그러니까 호구로 보였나 본데 어디 한번 뜨거운 맛 좀 뵈줄까?
이 때 초인종 소리. 정태와 강규 재빨리 문 옆에 붙는다.
총을 꺼내는 강규. 손짓으로 문을 열어주라고 한다.
태 구 : 이번에도 허튼 수작하면 그땐 정말 재미없어. 당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딸의 생명이 왔다 갔다 하니까 그리 알라구. (총으로 소영을 겨눈다.)
순 임 : (출입구 쪽으로 다가간다.) 누구세요?
영 규 : 문 열어.
순 임 : (문을 열려다 말고) 영규야 도망쳐. 어서 도망쳐!
순임을 권총으로 때려 쓰러뜨리는 태구.
영 규 : 엄마. 무슨 일이야? 엄마!(길게)
강규 문을 열자 정태 영규를 끌어 당긴다. 바닥에 널부러 지는 영규. 순임을 끌어 안는다.
영 규 : 엄마! 엄마 괜찮아? 당신들 누구예요? 우리 엄마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강 규 : 밖에 동행이 있나 살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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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태 : (살펴보고) 아무도 없어.
태 구 : 모자상봉 끝났으면 빨리 저리로 가.
영규 순임을 부축해 가지고 가서 쇼파에 앉는다.
강 규 : 아가씬 비정한 엄마를 두었군. 아들의 안전을 위해선 딸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이건가?
태 구 : 이제 주인 아저씨만 오면 한숨 돌릴 수 있는건가? 얼른 오세요, 아저씨.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들이 있는 스위트 홈으로....
2장
쇼파에 앉아 있는 순임, 영규, 소영. 그옆에 태구가 앉아서 소주와 오징어를 먹고 있다. 강규는 밖의 동정을 살피고 있다.
정 태 : 내가 지킬테니까 식사 좀 해.
태 구 : 그럴까?
태구 식당으로 들어가고 태구의 자리에 앉는 정태.
소영 정태쪽으로 다가든다. 소영의 접근을 느끼며 조금씩 피하는 정태. 정태의 얼굴을 만지는 소영. 그 손을 떼어낸다. 그 손을 만지는 소영. 탁 털어내고 강규 쪽으로 간다.
정 태 : 뭐 별일 없어?
강 규 : 아직은.
정태 하릴없이 근처의 기물들을 만지작 거린다. 강규 갑자기 창문에서 떨어져 출입구 쪽으로 간다.
정 태 : 왔어?
강규 입에다가 손가락을 대고 출입구를 열어 놓는다.
철 수 : 싫다, 싫어. 꿈도 사랑도. 싫다, 싫어. 생각을 말자. 꺼억.
이리 오너라. 이리 오.... 문이 열려 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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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면(강조) 어쩌려고 문단속도 않하고. 딸꾹.
태 구 : 이제야 오셨구만.
태구에게 다가가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던 철수. 갑자기 휙 돌아서 출입구 쪽으로 간다. 그의 앞을 막아서는 정태와 강규.
철 수 : 아이구, 이거 미안합니다. 우리 집인줄 알고 그만.
정태와 강규 가려는 철수의 겨드랑이를 끼고 쇼파에 앉힌다.
철 수 : 어이, 여보. 당신 있었구만. 그럼 그렇지 내가 집을 잘못 찾았을 리가 없어. 암 그렇고 말고. 그런데 이 사람들 누구야? 시골 처남들인가?
강 규 : 당신 혼자 왔겠지?
철 수 : 혼자라니 떽끼여보슈. 엄연히 마누라가 있는데 내가 왜 혼자란 말이유? 난 엄연히 기혼자에다가 아들, 딸 있는 한 집안의 가장이라 이 말씀이야.
강 규 : 아주머니 아저씨 데리고 들어가세요.
그리고 너희들도 안방에 같이 들어가.
철수의 네식구 방으로 들어간다.
강 규 : 교대로 보초를 서면서 우리도 눈을 좀 붙이자구. 내일은 서울을 벗어날 궁리를 해야 하니까.
정 태 : 내가 설께.
태 구 : 좋아 세시간 후에 내가 교대해 준다.
강규와 태구, 영규의 방으로 들어가고 정태는 신발을 벗고 편한 자세로 쇼파에 앉는다. 권총도 탁자에 내려 놓는다.
잠시후 방문이 열리고 소영 나온다. 인기척에 권총을 집어드는 정태.
정 태 : 누구야? 아! 아가씨로군.
소 영 : 저 좀 앉아도 되요?
정 태 : 왜 잠도 않자고 나왔어?
소 영 : 잠이 오질 않아요.
정 태 : 무섭고도 두려워서 잠도 오지 않겠지.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날이 밝는대로 우린 떠날거니까. 물론 가족의 안전도 확실히 보장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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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영 : 전 두렵지 않아요. 오히려 너무 너무 행복한걸요.
정 태 : 행복하다구? 난 정말 믿고 싶지 않았는데, 너 돌았니?
소 영 : 아저씬 참 이상하다. 사람이 사람을 보고 반가와 하는게 뭐가 이상해요?
그리고 아저씬 제게 더욱 특별한 사람 이거든요.
정 태 : 특별하다구?
소 영 : 아저씬 제 방에 5년만에 처음 들어온 사람이거든요. 물론 예수님은 자주 드 나드셨지만.
정 태 : 점점 모를 소리만 하는군. 그건 그렇고 내가 아가씨 방에 들어간 사람이란걸 어떻게 알았지?
소 영 : 이런 얘기 못 들어 보셨어요? 장님은 청각과 촉각이 보통사람 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말 말예요.
아저씨의 숨소리, 독특한 냄새, 그리고 제 팔을 잡아 끌었을 때의 억센 감촉으로 전 아저씨를 느낄 수 있어요.
정 태 : 두달이나 목욕을 못해서 냄새가 나긴 날거야. 그런데, 5년 동안 한번도 찾아온 사람이 없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아가씬 친구도 없나?
소 영 : 없어요. 않보이게 된 뒤부터는 엄마가 아무도 못만나게 해요.
그래서 국민학교때 사귄 친구들도 소식이 끊어져 버렸어요.
정 태 : 딸이 불구자인게 부끄러워서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다는 건가?
0 집안을 둘러보니까 교회 집사쯤 되는 모양인데, 교회에서 헛 배웠구만.
소 영 : 난 엄마를 이해해요. 내 눈을 멀게 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아빠와 오빠가 점점 변해가자 엄마도 처음엔 내가 불쌍해 보이다가 차츰 나 때문에 집안의 화평이 깨졌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정 태 : 그건 무책임한 짓이야. 그럴수록 더욱 감싸주고 죄스런 마음을 가져야지.
소 영 : 아저씬 마음이 무척 따뜻한 분이군요. 아마도 아저씬 예수님을 닮았을 거예요. 아저씨의 모습이 상상이 되요. 가늘고 검은 모발, 깊은 눈, 코는 자그만하고 윗입술 보다 아랫입술이 더 두툼한데 끝이 올라가서 입을 다물고 있으 면 마치 미소 짖는것 처럼 보일거예요. 햋빛을 등지고 있을때 물푸레 같이 하늘 거리는 귀밑 솜털. 어때요. 제 말이 맞죠?
정 태 : 으응. 마치 눈에 본듯이 얘기하는구만. 이제 그만 들어가 자요.
소 영 : (들어가려다가) 아저씬 왜 쫓기는 신세가 되었죠?
정 태 : 그야 뭐, 죄를 저질렀기 때문이지.
소 영 : 그렇다면 용서를 구하세요. 그 분은 모든걸 용서해 주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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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태 : 그 분 이라니?
소 영 : 예수님 말예요.
정 태 : (다정히) 예수님 이라구? 아가씬 몇 천년전에 죽은 사람이 아직도 있다고 믿는 모양이지?
소 영 : 그럼요. 매일 같이 제게 찾아 오시는 걸요.
정 태 : 그건 아가씨가....
소 영 : 소영이예요. 이 소영.
정 태 : 그래 소영이가 너무 외로워서 헛것을 보는거야. 만약 예수님이 있다면 소영이 같은 착한 여자를 장님으로 만들었겠어? 그리고 나같은 흉악범이나 그보다 더한 악당들이 활개치고 다니도록 놔 두셨겠냐구.
소 영 : 그건 그렇지가 않아요. 성경에 보면. 예수님을 사랑한 사람들이 세상 사람의 눈엔 매우 비참하게 살았던 것을 알 수 있어요. 욥이 그랬고, 열두제자들이 그랬고, 순교자 스테반도 겉으로 보기엔 불우한 인생을 살았죠. 하지만 그들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누구 보다도 복되고 행복할 수가 있었어요.
중요한건 마음이지 눈에 보이는 모양새가 아니라구요.
그러니까 아저씨도 예수 믿고 회개하세요.
정 태 : 나더러 자수라도 하란 말인가?
소 영 : 아저씰 한동안 못보기야 하겠지만 떳떳하게 만날 수 있다면 그 편이 좋은 거죠. 옳
정 태 : 이제 알겠어. 저 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네 부모들이 그랬겠지? 세놈 중에서 내가 가장 말랑말랑해 보이니까 소영이 네가 가서 한번 구슬려 봐라. 넌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으니까 한놈정도 찜쪄 먹는 일은 문제도 아닐꺼다.
소 영 : 아저씨 어떻게 그런 말을....
정 태 : 의도는 훌륭했지만 방법이 틀렸어. 차라리 불교나 남녀호랑개교라도 들고 나왔으면 통했을지 모르지. 하지만 꿈에도 않잊혀지는 예수교로 내 마음을 돌리려 하다니 계산 착오야.
소 영 : 아저씨 전 다만....
정 태 : 내 재미있는 얘길 들려주지. 강원도 소도시에 작은 보육원이 있었어. 그곳엔 국민학교 5학년에 다니고 있는 소년이 살고 있었는데 그 소년은 오로지 주일날 교회에 가는걸 유일한 낙으로 삼았어. 고아라고 썩 반가와 하지는 않았지만 찬송을 부르면 왠지 마음이 따뜻해 지곤 했거든. 소년은 가난했어. 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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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으로 일주일에 50원씩 받는 것이 용돈의 전부였어. 그중 10원은 항상 헌금으로 떼어 놓고, 틈 날때마다 손으로 문지르고 헝겊으로 문질러서 얼굴이 비칠 정도로 반짝 거릴때 헌금통에 넣곤 했지.
그러다가 크리스마스가 되었어. 1년동안 출석 잘하고 헌금을 많이한 애들에게 선물을 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상은 그 교회의 장로아들이 받게 되었지.
그 애는 부모에게 500원을 받아 와서 군것질하고 뽑기하고 그 나머지 돈을 헌금하곤 했는데, 헌금을 잘 한다고 상을 준거야. 시상식이 있은 다음 전도사가 이렇게 말했지. "물질있는 곳에 마음도 있다. 그런데 어떤 학생은 10원짜리를 내는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의 믿음은 바로 10원 밖에 않되는 것이다."
그 이후로 소년은 보육원에서 주는 영양가 없는 밥만으로 먹고싶은 욕망을 채워야 했어. 대신 헌금통엔 반짝거리는 50원 짜리 동전이 들어가게 되었지.
물로 배를 채우고 냄새나는 담요에 기어들어도 소년은 마냥 행복했어. 이제 50원 짜리 믿음이 되었다고 말야. 그러던 어느날 교회의 헌금을 담아논 봉투가 없어진 사건이 일어났어. 모두들 소년의 짓이라고 생각했지. '그 소년이 비싼 옷을 사더라.', '원래부터 손 버릇이 좋지 않았다.'하며 발도 없는 소문은 삽시간에 전교회에 퍼지고 형무소 취조실 보다도 더 음침한 기도실에서 자백을 강요하는 목사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는 그길로 추방 당하고 말았지.
사랑, 사랑 부르짖는 교회가 한 소년을 도둑놈의 새끼로 몰아넣고 도저히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짖밟아 버린거야.
소 영 : 슬픈 동화 군요. 그래서 그 소년은 진짜 도둑이 되었나요? 자기를 버린 사회 와 교회를 원망하면서 말예요.
정 태 : 소영인 그 외의 다른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
소 영 : 저도 그 비슷한 얘기를 알고 있어요. 다만 끝이 다를 뿐이죠. 그 소녀도 소년과 마찬가지로 국민하교 5학년때에 큰 슬픔을 당했어요.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어버린거죠. 소녀는 병원 수술대 위에서 눈을 떴어요.
그런데 마치 눈을 감았을때 불을 껐다 켰다 하는 것처럼 어둠과 밝음만이 교차될 뿐 어떤 현상도 보이지 않는 거예요. 손을 내밀었어요. 무엇에 걸리듯 손에 뭔가가 잡혔어요. 아빠의 손이었죠. 소녀는 말했어요. "아빠 이대로 죽어버리면 않되나요?" 소녀가 병원에서 퇴원해서 집에 갔을때 이전의 집이 아님을 알았죠. 어릴때 뛰어 놀던 잔디밭의 감촉 대신 차가운 콘크리트가 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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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에 느껴졌거든요. 소녀는 방안에 들어앉아 문을 꼭꼭 걸어잠그고 일주일을꼬박 침대켠에 앉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눈물이 나오지 않을 만큼 울고 소녀를 그렇게 만든 아빠와 엄마를 증오하고, 또 주일학교의 꽃이란 소릴 들으며 교회에 열심히 다닌것을 후회도 했죠. 그러다 소녀는 이렇게 부르짖었어요. "예수님 모든 사람을 다 사랑 하신다면서요? 그런데 왜 저는 사랑해 주시지 않나요? 도대체 왜 제게 이런 고통을 주시나요?" 라고 말예요.
그랬더니 정말 생생하게 소리가 들려 왔어요. "마음의 눈을 떠라." 이렇게 말예요. 그 말씀을 들은후 소녀의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육체의 눈으로 세상에 매혹 되느니 영혼의 눈으로 주님께 더욱 가까이 가야지.'
그 일이 있은후 소녀는 자신이 주님께 가까이 가기에 훨씬 좋은 조건을 가진 선택된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게 되었어요.
정 태 : 별로 재미없는 동화군.
소 영 : 주님은 부르짖는 자의 마음속에 있어요. 대개의 사람들은 환청이라도 좋으니 주님의 소리를 직접 듣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우리 마음속에 양심이라는 이름으로 항상 존재하며 말씀하고 계시죠. 그 소년도 어려울때 예수님을 열심으로 찾았다면 밝은 길을 보여 주셨을 거예요.
정 태 : 이제 그만 됐어. 곧 친구가 교대하러 나올거야. 그 친군 성질이 급하니까 봉변 당하기 전에 어서 들어가라구.
소 영 : 아저씨 한가지 물어볼께 있어요.
정 태 : 뭔데?
소 영 : 저 어릴땐 예쁘단 소리 많이 들었거든요? 지금은 어떤가요?
정 태 : 지금도 소영인 무척 예뻐. 마음의 거울이라도 있다면 비춰주고 싶군.
소 영 : 고마와요.
소영 들어가고, 무대 암전 된다.
정 태 : 진짜 예수님을 부르면 응답을 해주는 건가? "예수님, 어디계세요? 예수님."
태 구 : 야, 아직 교대시간 않됐잖아. 잠 좀 자자. 잠 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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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정태 무대 맨 끝에서 태구와 함께 자고 있다. 평상복 차림의 예수 나타나서 바쁘게 왔다 갔다 한다. 그러다가 정태를 툭툭 친다.
정 태 : 누구야?
예 수 : 야, 반갑다.(악수를 하고 포옹을 한다.)
정 태 : 그런데 당신은 누구세요?
예 수 : 나? 네 마음속에 무슨 느낌 없냐?
정 태 : (곰곰히 생각하다가) 그럼 당신이? 누군데요?
예 수 : 이런 녀석을 보았나. 부르기에 기껏 찾아왔더니 날 몰라봐?
정 태 : 그럼 정말 당신이 예수님이란 말씀입니까?
예 수 : 딩동댕.
정 태 : 그런데?
예 수 : 왜? 수염도 없고, 마포자루같은 옷을 안 입어서 뭐가 이상해?
정 태 : 예.
예 수 : 좀 세련돼 보일려고 현대풍의 겉모양을 해봤는데 뭐 잘못 됐어?
정 태 : 아, 아닙니다.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죠. 그런데, 예수님. 전 예수님이 근엄하고 거룩한 분인줄 알았는데....
예 수 : 그런데?
정 태 : 말투나 모습이 우리와 별로 다를게 없네요.
예 수 : 지식 좀 있고 권력있는 아이들이 자기가 모시는 분이니까 더욱 권위를 가져 야 된다고 생각해서 내 모습을 무슨 산신령 처럼 만들어 놨는데. 성경에도 있듯이 난 세금장이들이나 거지들과 어울리길 좋아하는 소탈한 성격이야. 그 놈의 영웅주의 때문에 2000년 전에도 그 수난을 당했는데 요즘에도 그 때와 상황이 비슷하단 말야.
정 태 : 무슨 말씀이세요?
예 수 : 날 핍박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나님을 열심히 믿는 애들이었거든.
그런데 그네들은 내가 최소한 자기들 보다 훨씬 잘생기고 근본도 훌륭하고 장식이 많은 옷을 입고 있어야 한다고 겉 틀만 머리속에 잔뜩 그리고 있었던거야. 그러다가 겉 모양이 구질 구질하고 전쟁영웅도 아니니까 대뜸 메시야 가 아니라고 부정하고 이단으로 몰아버린 거지.
정 태 : 그렇지만 그후로 기독교가 전 세계에 전파되어서 지금은 예수님을 믿고 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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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무리가 많이 있잖아요.
예 수 : 그렇긴 하지만.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건 별로 없어. 내가 만약 창녀의 몸을 빌리고 태어나 기존 교회들이 주장하는 교리들을 조금만 공박하고 나서면 어떻게 될까?
정 태 : 그렇다면 이단으로 몰아 붙이겠죠.
예 수 : 내 고민이 바로 거기에 있어. 그래도 날 믿고 따르는 무리니까 그들이 상상하는 모습으로 나타나 모두 구원해 줄까? 아니면 원칙대로 영의 흐름을 옳바로 알고 형식에 얽메이지 않는 의인만 구제할까?
정 태 : 정말 고민 되시겠네요. 그런데 아까 저를 타일렀다고 말씀 하셨는데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예 수 : 타이르고 위로하고 수없이 옳은 길 가라고 말했지.
정 태 : 거짓말 마세요. 예수님이 언제 그런 말을 하셨어요? 어려울땐 모른척 하시다가 이판사판이 되니까 나타나 가지고 이제와서 뭘 어쩌자는 거예요?
예 수 : 인간들이 요렇게 자기 편한대로 생각하니까 예나 지금이나 내가 속을 끓이지. 너 주일학교 선생님이 네 헌금을 보고 과부의 은전을 비유로 들면서 많은 재물보다 귀하다고 칭찬한것 생각나니?
정 태 : 예,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거죠?
예 수 : 그게 바로 내가 선생님의 입을 통해 너의 정성을 칭찬 한거야.
그리고 너는 너를 나무란 목사에 대해 원망을 하는데 목사가 마지막에 뭐라 고 그랬니? 네가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교회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지? 나는 사랑하는 자를 더욱 값지게 쓰기 위해 때론 연단을 하기도 하는데 네가 기도는 잘 않하길래 기도를 해 보라고 그런 기회를 주었는데 이깟 교회 않다니면 그만 이라고 생각하고 훌쩍 떠나 버렸으니 목사의 입을 통해 그런 당부를 한거야. 그런대도 교회에서 추방 당했느니 어쩌니 하면서 원망만 하고 말야. 더 얘기해 줄까?
정 태 : 됐어요. 그래도 전 예수님이 원망 스러워요. 진작에 이렇게 나타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으면 나쁜 길로 빠지지 않았을 텐데 왜 이제야 나타나신 거예요?
예 수 : 이 철딱서니 없는 녀석아. 내가 직접 나타나서 모두에게 얘기 한다면 않믿을 사람이 누가 있니? 하지만 보고서 믿는 도마의 후손들과 보지 않고 믿는 나의 참제자를 가리려면 영의 흐름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기도하는 사람에게만 응답할 수 밖에 없는거야.
하나님이 기계가 아닌 인간을 만드신 것은 그 자유의지로 각자의 모양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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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앞에 나아오라고 하신거야. 그 얼마나 큰 사랑이냐?
정 태 : 예수님 저는 죄를 많이 저질렀는데 지금도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요?
예 수 : 그건 내 십자가 옆에 달렸던 강도의 경우를 잘 생각해봐.
요즘엔 문제가 하도 많아서 한 곳에 오래 머무를 수가 없구나. 그럼 이만 간다.
예수님 나가고 정태 제자리로 돌아와 잠을 잔다.
4장
무대 밝아지면 철수의 네식구 쇼파에 앉아 있고 탈주범들 라디오를 듣고 있는 모습 보인다.
라디오 : 15일째 탈주 행각을 벌이고 있는 세명의 강력범은 도봉구 가정집에 출몰한데 이어 현재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인데 목격자들의 진술이나 현재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설치된 특별 검시소의 추측으로 볼때 서대문구 일대에 잠입한 것으로 보여져 전 경찰력을 동원하여 탐문수사등 적극적인 검문검색에 나서고 있습니다.
라디오를 꺼버리는 강규
강 규 : 경찰이 서대문구에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도주로를 찾기에 더욱 곤란하게 되었군.
태 구 : 이런 제길. 그래서 내가 뭐라고 그랬어? 우리가 들어간 곳에선 아무 소리가 않나오도록 입막음을 하자고 했잖아.
정 태 : 입막음 이라니?
태 구 : 시체가 무슨 할말이 있겠어?
정 태 : 말도 않되는 소리야. 우리가 지은 죄 만으로도 어떤 벌이 내려질지 모르는데 앞으로 더 죄를 짓겠다니. 그건 무덤을 파는 일이라구.
태 구 : 네 놈은 겨우 5년 정도만 콩밥 먹으면 되겠지만 난 달라 잡히면 무조건 사형 당하는 거라구 어짜피 이판사판인데 무서울게 뭐가 있어?
강 규 : 자자 우리 실수를 알았으니 이 사람들이 우리가 어디로 갈지 모르게만 하면 되는거야. 아직도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니까 너무 서두르지 말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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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 구 : 째진 입이라고 우리 인상착의며 탈출로를 경찰에게 죄다 얘기 할텐데 무슨 태평스런 소리야?
강 규 : 아이들 중 하날 인질로 삼든지 아니면 심한 수치감을 주어 못나서게 하든지 방법은 많으니까 걱정하지 말아. 그리고 저 장님애 때문에 사람 출입도 뜸한것 같으니까 묶어 놓고만 가도 별 탈이 없을거야. 이제 그런 걱정은 그만 하고 저 방에 들어가서 탈주로나 상의해 보자구.
두명의 탈주범 방으로 들어간다.
태 구 : 난 지금 신경이 무척 날카로와. 허튼 짓하면 그땐 정말 인정사정 않볼테니까 그리 알라구. (태구도 따라 들어간다.)
순 임 : 아빠와 엄마는 어제 네가 저 흉악범과 얘길 하는걸 들었단다. 네가 성경을 다 외웠다는 것을 안 때부터 우리 소영이가 정말 주님이 바라는 의인 이라는 것을 깨달았는데 에제 그 생각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며, 이제까지 교회에 열심히 다닌다고 하면서도 편협하고 모질었던 내 자신이 후회 되더구나.
소영아, 이 엄마를 용서해 줄 수 있겠니?
소 영 : 용서는요? 비록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엄마가 구역예배에서 설교하는걸 듣고 주님과 더욱 가까와 졌는걸요.
순 임 : 고맙구나. 이제 저 사람들이 가고 나면 우리 자랑스러운 딸을 누구에게나 보여주고 당당하게 소개 할거야. 내가 제일 부러워 했던게 뭔줄 아니?
엄마와 딸이 팔짱을 끼고 교회에 다니는 모습이었단다.
소 영 : (끌어 안으며) 엄마.
순 임 : 당신도 소영이 한테 할말 있다면서요?
철 수 : 응 그래. 이 아빤 우리 소영이가 아빠를 원망하지 않는게 더 괴로워서 네게 냉정하게 굴었지만 어제 네 얘길 듣고 보니 네겐 훌륭한 선생님이 계셔서 참 기쁨을 준다는 것을 알았단다. 이제 나도 그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기로 결심하고 그 첫 번째 실행으로 담배를 싹둑 끊어 버렸단다.
소 영 : 아빠.
영 규 : 소영아 오빠도 사과할께. 우리 예전처럼 손잡고 교회에 가도록 하자.
소 영 : 전 너무 기뻐요. 주님이 우리가족 모두 구원 받게 해 달라는 기도를 들어 주셨거든요. 예수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태 구 : 우리는 죽을 맛인데 가족잔치가 벌어 졌구만. 난 성질이 고약해서 남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면 참을 수가 없거든. (소영이를 끌어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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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하니 아가씬 사랑이 많은 모양인데 이 죄인 한테도 좀 나누어 주시지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목숨인데 세상에 왔었다는 표시쯤은 해두고 싶거든
태구 소영을 쓰러뜨리고 겁탈하려 한다. 말리려는 가족들을 저지하는 강규.
정태 어쩔줄 몰라 한다.
소 영 : 아저씨.
정 태 : 그만! 그만해!
(태구를 일으켜 세우고 한방 먹인다.)
태 구 : (얼떨떨한 표정으로 일어선다.)
이 자식이!
(칼을 꺼내어 정태에게 덤벼든다.)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태구 자신의 칼에 찔려 죽는다.
정태 놀란듯이 일어선다.
강 규 : 내일 아침이면 신문에 이렇게 나겠지.
눈먼 소녀를 사랑한 탈옥범, 동료를 죽이고 소녀를 구하다.
정말 눈물겨운 사랑 얘기군.
정 태 : 강규....
강 규 : 됐어. 어쩌면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르지.
(소영에게 총을 겨눈다.)
정 태 : 무슨 짓이야.
강 규 : 저 계집애 때문에 친구 하나가 죽었어.
비록 좋은 친구는 아니었지만 마지막 길 혼자 보낼순 없잖아.
정 태 : 하지만....
강 규 : 시끄러! 생각 같아서는 지금 너희 두 연놈들 다 쏴 죽이고 싶어.
가족들 강규를 말리려 하자, 강규 총으로 위협한다.
정태 소영을 자신 뒤로 숨긴다.
강 규 : 저리 비켜!
정 태 : 아니. 이 애만은 절대로 안돼.
강 규 : 죽고 싶어 환장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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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비켜 !
정 태 : 안돼. 차라리 나를 쏴.
강 규 : (정태에게 총을 겨누며) 좋아, 소원이라면 죽여주지.
(정태에게 총을 쏜다.... 총을 떨어뜨린다.)
그 틈을 타 가족들 강규를 덥친다.
슬픈 음악이 흐르고 소영 바닥을 더등 거리며 정태를 찾는다.
무대 어두워지고 정태와 소영만 비춘다.
소 영 : (방 한 구석에 쓰러져 있는 정태의 시체를 찾고, 정태의 머리를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 놓는다.)
아저씨.... 아저씨 잠이 드셨나요?
(울면서) 예수님, 예수님은 아시죠? 이 아저씨가 얼마나 깨끗한 영혼을 가졌는지.... 아실거예요....
아저씨.... 앞으로 예수님과 함께 저의 방에 찾아 오실거죠?
소영이는 기다릴께요.
면류관을 쓰신 아저씨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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