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은 못 참아! 당하지만은 않을 것"
생존권 위협에 "못 살겠다" 시름 앓는 상인들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중소기업 영역 침해 문제가 최근 몇 년간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이들 영역 상인, 소상공인들도 더 이상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루 세 끼 밥을 해결하는 생존권까지 위협을 받게 되자 스스로 생계를 지키고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6월 18일~24일)에는 서울에서만 대형마트 횡포 중단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두 차례나 열려 지나가는 많은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두 집회는 각각 롯데마트 본사가 위치한 송파구의 롯데마트 송파점, 역삼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이뤄졌다. 모두 자영업자, 시장 상인 등 일반 서민들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최한 것이었다. <월요신문>이 두 집회를 찾아가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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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과 유권자시민행동, 여러 자영업자 단체가 지난 19일 롯데마트 송파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카드 거부 및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 불매운동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등은 롯데마트와 롯데카드에 강한 반발과 거부운동 목소리를 높이며 지난 19일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소재의 롯데마트 송파점 앞에서 '대형가맹점 특혜 관행 중단 촉구 규탄대회'를 열었다. 롯데카드가 롯데마트의 회원제 창고형 마트인 빅마켓에 수수료 1.5% 이하의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시장 질서를 흐리고 있다는 이유였다.
7월부터 롯데카드 거부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은 유권자시민행동 및 시뮬레이션골프문화업, 마사지, 숙박업, 휴게음식업, 유흥음식업, 단란주점업 등 60여 자영업단체와 그 뜻을 함께 했다. 이들 단체는 "롯데 빅마켓이 롯데카드와 낮은 수수료율로 계약해 자영업자의 수수료를 인하하려는 시장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며 다음 달 1일 롯데카드 결제 거부에 돌입하기로 하고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등 롯데그룹 산하 모든 대형유통의 불매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들 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최근 창고형 마트인 롯데 빅마켓을 같은 롯데 계열사인 롯데카드와의 독점 계약을 통해 수수료 1.5% 이하의 가맹점계약을 체결했다. 오호석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및 유권자시민행동 대표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특혜(여전법 18조3항)와 업종별 차별을 금지(여전법 18조3항)하는 차별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 개편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는 시점에 롯데마트가 만든 빅마켓이 이같이 낮은 수수료율의 가맹점 독점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는 대형가맹점 수수료를 인상해 자영업자 수수료 인하의 기반을 조성하려는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며 롯데마트가 예봉을 피해 가려는 꼼수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빅마켓'은 카드 가맹점 계약에 당초 복수의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계획했으나 수수료율 협상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에 참여했던 한 카드업계 관계자도 "수수료를 좀 높게 불러서 떨어진 것 같다"며 "타사들도 그 정도(수수료율을) 쓴 걸로 알고 있고, 롯데카드는 코스트코-삼성카드와 비슷한 0.7% 수준에서 수수료율을 정했을 것"이라고 추정해 빅마켓과 롯데마트를 둘러싼 의혹에 무게를 더했다.
롯데 빅마트-롯데카드 간 계약은 공정거래법 위반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올해 12월 22일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기존 가맹점 계약은 소급해 적용 받지 않을 것으로 예단, 금융당국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강행한 첫 번째 사례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등은 "금융당국에서도 이러한 편법적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 시행 이후에는 기존 계약에 대한 효력의 정지 등 강력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에는 100만여 업체가 가입돼 있어 실제 행동에 돌입하면 롯데카드 경영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나온 논란인 만큼 추후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의 수수료율 계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한편 롯데카드 측은 "아직 빅마켓의 카드수수료율은 확정된 바가 없고 수수료율이 1.5% 이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카드사들은 사실상 슈퍼 갑(甲)이라 할 수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여전법 개정안 시행 전에 장기 무이자할부, 경품 혜택 등 각종 요구를 해올 것으로 예상, 이를 거절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나름의 고민을 하소연하고 있다.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반대 분위기 커져가
롯데마트 규탄대회가 열렸던 다음날인 20일에는 서울 역삼동 홈플러스 본사 건물 앞에서 망원시장, 망원동월드컵시장 상인들을 중심으로 한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저지 마포구 주민 대책위원회'의 시위가 진행됐다. 이들은 이미 마포구 망원·월드컵시장 근처의 상암동에 입점해 있는 홈플러스가 시장과 불과 650m 거리에 위치한 합정동에도 입점을 추진하고 있어 올해 초부터 입점 철회를 외치는 운동을 이끌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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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지광 망원월드컵시장상인회 회장이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소재의 홈플러스 본사 건물 앞에서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철회'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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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플러스 본사 앞에 모인 망원시장, 망원월드컵시장 상인들. |
이날 시장 상인들은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 측에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철회 촉구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홈플러스 측은 "이 회장이 해외출장 중"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다른 대리인의 접수마저 거절하자 화가 난 상인대표 홍지광 씨는 홈플러스 본사 건물 로비에서 촉구서를 갈갈이 찢으며 욕을 던지기도 했다.
매우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상인들은 홈플러스의 횡포를 주장하며 입점 철회를 바라는 목소리를 끝없이 높였다. 한 상인은 "홈플러스가 전통시장 인근 1㎞ 거리에 대형마트가 출점하지 못하도록 한 유통산업법 개정전에 입점 등록을 받는 꼼수를 부렸다"며 "합정동 홈플러스가 입점될 경우 시장 근처 전철역 4개 거리에 홈플러스가 3곳이나 입점되는 기네스 북에나 오를 일이 일어나게 된다. 아들과 함께 장사를 하고 있는데 홈플러스 사이에서 시장이 압사 당하고 다 굶어죽게 생겼다"고 울분을 토했다. 망원시장에서 37년간 생선장사를 해 오고 있다는 최모 할머니는 "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들 때문에 점점 장사가 안 되고 있고 빚마저 쌓여가고 있다"며 홈플러스에 "없는 사람들 것 그만 좀 빼앗아 가라. 불쌍하지도 않냐. 하루 세끼라도 해결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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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상인이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얼굴의 가면을 쓰고 있다. |
대책위원회는 지난 5월 24일에는 망원·월드컵시장 파업(철시)을 하고 서울상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등과 함께 서울시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삼보일배 및 '전국전통시장 상인 총궐기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은 이승한 회장 얼굴 가면을 쓴 이가 염라대왕에게 벌을 받는 듯한 퍼포먼스도 열려 이목을 끌었다.
홈플러스는 마포구청의 '입점계획 철회 권고안'과 마포구의회, 서울시의회의 연이은 입점 철회 결의문 제출에도 불구, 사업조정 정도의 가능성만 내비칠 뿐 입점 철회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장상인이나 소상공인들은 일반 서민에 속하며 이들 역시 한 명 한 명의 소비자다. 때문에 대기업이 이들의 삶을 계속해서 갉아먹는다면 소비자이기도 한 그들이 대기업에 등을 돌려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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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4일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전통시장 상인 총궐기대회'에 앞서 상인들이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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