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바람 비
김홍선
순한 바람은 어디서 오는가
비수 같은 여름 햇살 따라나서더니 초가을이 다가오고
이슬 먹던 사과꽃 떠난 자리 알찬 사과 열매 붉어가네
변덕스러운 비를 맞으며 지리산 가는 길은 청춘의 고뇌
스치는 도로 길섶으로 경호강 조약돌 자그락거릴 때
향수 어린 그리움 세석산장 안개비 되어 감겨온다
얼레지 꽃, 고사목, 장터목이 주마등 되어 아른거리니
소낙비를 물고 내뺃는 스콜성 기후 감성 증폭 시킨다
추억 따라 깊어가는 지리산 초가을 산보나선 여행은
초침보다 빠르게 변하는 부평초 인생과 연을 맺지
비에 젖는 영혼은 고운 햇빛 바라기 채색으로 물들고
흐린 날, 궂은날 지난 후 구름 걷힌 평안의 일생 되리
언덕길 주차장에서 안개를 배경으로 바라보는 일몰
산방 찾는 길손에게 열대 소나기가 지리산에 묻는다
하늘 담은 지리산의 바람 비 어디로 가는지
탑
김홍선
풀 향기 온몸 적시는 저녁 어스름
여름 한 철 피웠던 수국과 들풀들의 한마당
환호연에 날개 접어 졸음 겨운 왜가리
피사체에 깃든 무욕의 순간은 안식처 찾은 희열
흰구름 놀다간 회색 돌탑에 불빛 내리니
하루 일과의 무사함에 여유로운 뜰에 섰네
시행착오 겪으며 인내한 내력 돌이켜보며
장삼 입고 자족하는 청빈 벗하는 삶 비원하여라
마음의 눈을 뜨니 생의 한계가 들불처럼 보인다